몰려드는 전운(戰雲).
몰려드는 전운(戰雲).
어둠속에서 오직 희미한 야명주 하나에 의지한 채로, 한발자국씩 떼어놓고 있는 여인은 지금,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있을 만큼 극도로 긴장하고 또, 예민해져 있었다.
긴장감, 그녀가 있는 이공간은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대처를 해야 하는 이른바, 순식간에 목이 잘려나가는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희미한 밝음에도 여인의 미모는 상당히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비록 입고 있는 마의가 짧고 헤져서 새하얀 팔다리가 시원하게 밖으로 들어나 있었지만, 원래 여인이 가지고 있는 미모를 가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용모 뒤로 허름한 마의는 이미 걸레가 될 정도로 너덜거리고 있었고, 전신에 입은 검상과 상처들이,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이 어떤 지경인가를 쉽게 대변해주고 있었다.
검을 잡은 오른손등위로 한줄기 선혈이 흘러내려 몇 방울의 피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아마도 잠시 전 갑자기 나타난 거도에 온전히 피하지 못하고 팔이 스쳤던 모양이다.
하지만 여인은 입술만 한번 깨물었을 뿐, 큰 고통은 느끼지 않는 듯하였다.
“정말 지독한 곳이로구나.”
원래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지금은 메마르고 건조한 탁성이 되어 흘러나온다.
-쒸이이익.....!
갑자기 전방에서 몇 개의 화살이 그녀의 상중하를 노리고 쏘아져 오는 것이 아닌가?
“음....!”
그녀는 본능적으로 천장을 향해 신형을 솟구쳤다.
그러면서 검을 휘둘러 세 개의 화살을 쳐내야 했다.
쳐내지 않고 피하기만 한다면 저 귀신 붙은 것 같은 화살이 어느새 되돌아와, 자신의 뒤통수를 꿰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그런 곳이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곳,
천장에 붙어있는 야명주 가까이로 몸을 날렸을 때 그녀의 용모가 살짝 드러났다.
비록 화장기 없고 땀과 검댕이가 상당히 묻어있었지만, 원래 아름다웠던 그녀의 미모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그녀는 놀랍게도 바로 조소접이였다.
그녀가 갑자기 이런 곳에는 무슨 일일까?
지옥같은 이곳을 대원들은 지사팔이라 불렀다.
지사팔, 바로 지옥의 사십팔 관이라는 말을 줄인 말로,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솟은 듯이 나타난 하림에 의해, 대원들은 한사람씩 마치 짐짝처럼 이곳에 내동댕이쳐졌다.
그의 말에 의하면 무조건 이안에서 살아 나오라는 것이었다.
명령이라면서 히죽 웃던 그가 얄밉기도 하련만, 조소접은 사무치게 그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는 그런 마음조차 극에 다른 사치라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조소접이다.
그의 말대로 살아서 온전히 밖으로 나가야 된다.
아무리 사모하는 마음이 넘쳐흘러도 이곳에서 개죽음을 당하게 된다면, 아마도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생각조차 싫은 조소접이다.
검을 잡은 손아귀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살아서 그를 맞으리라.
이 지긋지긋한 지옥을 지금이 벌써 세 번째 도전이다.
하림은 자신들에게 순서대로 들어가되 밖으로 출관했을 때는, 보름의 기간을 운기하고 다시 도전하라 명하였다.
속칭 지사팔에 들어갔을 때는 얼마나 시간이 흐르는 것일까?
처음에는 어느 정도 시간을 유추하며 지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까마득히 시간의 개념조차 망각하고 만다.
철저하게 치밀한 설계로 만들어진 기관과 기상천외한 진법들이 복합되어 만들어진 이곳은, 말 그대로 인세에 나타난 지옥이나 다른 없었다.
비록 조소접이 세 번째 입동이었지만, 들어올 때마다 환경이 모두 틀려졌다.
기관들은 일률적으로 똑같은 틀에 박혀있는 형식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그때마다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진을 무려 천 년 전에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대원들은 하림에게서 들은 하오대제 해검양이란 사람에게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쉐에에에엑......!
“어맛....!
갑자기 전방에서 굵직한 창이 조소접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온다.
-챙...!
그녀는 본능적으로 쳐내고 검을 완전히 회수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바닥에서 또 하나의 창이 솟구쳐 오른다.
-턱....!
팔꿈치를 이용해서 쳐는 순간에 구석에서 네 대의 화살이 쏘아져 나온다.
-쒜에에엑.....!
“험.....!”
그녀의 입술이 짓이겨진다.
어둠속에서 민활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신형이 마치 밤 고양이처럼 날렵하다.
그것은 이 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강했다.
이년이라는 시간은 그녀를 이미 상승 경지에 다다른 고수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그녀와 대원들이 한일이라고는 그저 하림이 이끄는 대로 따라 가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가 주는 대로 먹고 그가 밀어 넣는 대로 이곳에 떨어졌다.
그리고 살기위해서 처절한 몸놀림을 움직인 것이 다였다.
하림의 말에 의하면 이 지사팔을 역대 하오문의 문주들이 제대로 통관을 하지 못하여, 강호에 나서지 못하고 천여 년을 줄곧, 숨은 듯 살아와야 했던 곳이라 하였다.
그들은 지사팔에 도전하고 실패하는 동시에 무서운 기관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를 당했다고 한다.
그 기관들을 통관하는 과정에서 실패한 역대문주들은, 단전을 파괴당하는 끔찍한 고통을 맛보아야만 했다.
그러나 단전을 뚫린 고통보다는 자신이 통관에 실패하여, 하오문이 또다시 웅크리고 살아야 한다는 상실감과 자괴감에, 비교적 오래 살지 못하고 중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해져 내려 온다하였다.
그래서 자신들도 그와 같이 단전을 잃을까봐서, 극도로 긴장에 휩싸여 아주 조금씩 전진하고 있기에, 시간들이 흘러도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지사팔을 언제나 안 들어 갈수 있을까?
오직 하림에게만 그 선택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하림은 자신들을 이곳에 떨어트리고 난 이후 한 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오로지 대주 역할을 하는 팽도림에 의해 순서가 정해지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몸 안을 가득 메우고도 넘치는 이 내력은 대원들조차 믿기 힘든 성과였다.
소위 공청석유라 말하는 하림의 입을 그녀는 멍하게 바라보았었다.
저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꺼내는 것일까?
설마 거짓이나 논을 할 사람이 아닌데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그녀처럼 모두가 믿지 못하고 있었다한다.
공청석유, 과연 그 효과는 놀라웠다.
단박에 모든 대원들의 내공을 일 갑자 이상씩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내공이 일 갑자, 말이 그렇지 이게 어디 함부로 논할 정도로 간단하고 가벼운 이야기던가?
무인이 평생을 수련해도 오르지 못할 경지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런데 대원들 모두 얼떨떨해서 생각하지도 못한 상태에 바로 그 경지로 올라서 버렸다.
자신의 경지가 갑자기 바뀌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
몸을 움직이는 육신이 그랬고, 들리고 맛보고 눈으로 보는 모든 오감들이 바뀌었다.
흔히들 벌레가 기어가는 소리가 들린다하였으나, 들어본 사람은 없듯이 경지를 넘어서자, 그것은 예삿말처럼 자연스레 다가와 있었다.
그러나 대원들은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들은 이 지사팔을 통과하다가 실패하여도, 절대로 단전을 잃는 고통은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이미 하림에 의해서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쳐 그것까지 내용을 알 수없는 대원들은, 하림의 말대로 실패 시 단전을 잃을 각오를 하라는 말에, 온몸에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는 지독한 수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때는 눈이 저절로 감길 정도로 주체할 수없는 졸음이 몰려와도, 그들은 감각을 열어 놓은 채로 구석에 서거나 바닥에 납작 붙어서 눈을 부쳐야했다.
눈 깜짝할 새에 꼬치구이가 되기 싫다면, 그렇게 바닥에 붙어서 자는 것도,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하면서 안전한 구석을 찾아내야한다.
또 하림이 준 비급은 그들을 가일층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우선 조소접은 이미 자신의 사부인 이호란의 경지를 훨씬 넘어섰고, 검각에서 가지고 있는 검후의 검법보다 더 상승의 검법을 익힐 수 있었다.
모든 대원들의 무공의 완성은 지옥사심팔관이라는 이 지사팔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자신들의 가문이나 금수저가 아닌 목수저여서 받아왔던,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제 역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 자들이 대부분인 천룡대원들은, 하림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몸담았던 문파에서 토사구팽당하여 토끼몰이 식으로 죽을뻔하였다가, 하림에 의해 구출되었던 점창파의 제자 표화검 손광표는 더욱 그러했다.
머지않아 강호를 뒤흔들 환사이십일웅(幻邪二十一雄)의 탄생은 극적으로 이렇게 만들어 지고 있었다.
하림과 천룡대원들의 피차 목숨을 건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을 즈음에, 강호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서서히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동안 무림맹과 죽기 살기로 사사건건 부딪쳐왔던 흑천마방이 드디어 사도천하(邪道天下)를 이루는데 성공하였다.
무림맹의 뇌옥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필사의 탈출을 하여, 중원각지로 숨어든 이름 높은 백인의 마인들을 모두 규합하여, 그 이름을 백마맹(百魔盟)이라 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숨어서 활동하며 기습적인 공세를 펼쳐오던 그들이, 드디어 감숙성 난주에서 정식으로 개파하여 모여드는 사파인들과 함께 사파대전을 가졌다.
그동안 무림맹에 의해 통제되었던 삶을 살아오던, 사파인들은 모두 환호를 내지르는 경사의 날이 된 것이다.
이것은 반대로 정식으로 무림맹에 향하여 전쟁을 선포한 날이기도 하다.
혼세검마 사극철, 이미 오십년 전에 그 잔혹한 손속으로 전 강호를 뒤흔들었던 인물로, 당시 무림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수뇌들이 모두 모여 겨우 제압하여야만 했던 마두 중에서도 초 거마였다.
아마도 그때 그 시점이 넘어섰었다면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 사극철은 이미 무림맹에 대항하기 위하여, 사파의 단합을 역설하며 사도맹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그가 만일 그 당시에 사도천하를 이루었다면, 지금의 강호는 무림맹하고 이등분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로, 뇌옥에서 묻힐 뻔한 사극철의 야망이 하늘의 얄궂은 운명의 장난처럼, 부활하게 만들어서 오십년이나 훌쩍 지난, 현 강호에 드디어 맞부딪치게 된 것이다.
강호를 차지하기 위한 백마맹의 도발은 이미 그 근거지인 감숙성을 시작으로, 서서히 그 세력을 넓혀 가고 있었다.
하루밤새에 정파의 군소문파들이 혈해에 잠기기 일쑤였고,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전통성과 많은 이권까지 포기한 채로, 무림맹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실행에 옮기는 군소문파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중에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라고 백마방에게 대대적으로 폭격을 당하는 곳이 생겼으니, 그곳이 바로 구파일방에 속해있는 공동파였다.
백마방과 같은 감숙성에 위치하고 있고 구파일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백마맹은 제일 먼저 공동파를 향해 독니를 드러낸 것이다.
공동파는 그렇게 무너졌다.
불과 하룻밤사이에 몰려든 백인의 마두들에 의해서 처참하게 붕괴된 것이다.
그렇게 공동파 장문인인 복마일검 종초성은 하루밤새 오백의 제자를 잃고, 살아남은 제자 백여명과 함께 겨우 감숙성을 빠져나와, 무림맹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가까이 있는 정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모두 몰살되고 말았을 것이다.
무림맹 또한 공동파의 혈겁 이후, 강호전역에 백마맹을 향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후, 사사로이 백마맹을 돕거나 협조하는 문파는, 철저하게 조사하여 사파로 규정하고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역에 발표를 하게 된다.
강호의 일들도 일촉즉발이지만, 신강의 탑리목지를 벗어나 서서히 청해성 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마교라고 지칭하는 일월신교의 도발도 시작되고 있었다.
이미 삼 년 전부터 그 조짐이 보여 왔던 그들인지라, 이번 중원 침공은 역대 최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마교가 접근하면 일단 북경의 황성(皇城)인 자금성에서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미 역대황조에서도 일월신교라는 마교와 수시로 엮였던 기록이 있다.
하지만 그 끝이 항상 좋지 않게 끝을 보여 왔기에, 마교의 발호를 바라보는 황제의 눈이 결코 곱지 않은 까닭이다.
마교 입장에서는 사람도 살기 힘든 척박한 신강 땅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그것이 오래되다보니 이미 숙원이 되어버렸고, 중원에는 엄연한 이 땅의 주인인 황제의 윤허(允許)가 있기 전에는 절대 출입조차 불가하기에, 역대 많은 마교주들이 황제와의 친선을 원해왔던 이유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마교가 위치한 지리적으로 태생인 그들이 가진 호전적인 기질은, 정서적으로도 도저히 중원과 융합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번번이 황제와의 친선도 결렬되고 실패 할 수밖에 없어서, 황제에게 일종의 중원의 통행권과 같은 윤허는 애초에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쟁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고, 황제는 황실의 근간을 흔든다하여, 마교 만큼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경향이 다분했다.
각설하고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전란의 조짐에 무림맹을 비롯한 정파인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한편, 조소접은 이제 마지막 관문의 막바지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의복은 이미 그 기능을 하기 에는 어려울정도로 너덜거리며 붙어 있을 뿐이고, 찢어진 그 사이사이로 속살이 아찔하게 내비치는 모습은 민망하기도 하련만, 조소접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이런 상황들은 대원들 간에도 스스럼없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저 앞쪽 벽에 설치되어 있는 단추를 누르게 된다면, 곧 석문이 열리며 바깥세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약 조소접의 큰 걸음으로 오십 여보나 된다.
그녀는 천장을 질린 듯이 올려다본다.
전에도 두 번이나 겪어봤지만 그럴 때마다 끔찍했다.
천장 위는 전체가 삐죽삐죽한 창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있었다.
저것들이 사람의 발에 실린 무게만 바퀴어도 사정없이 밑으로 쏟아질듯 꽂히게 되어 있다.
조소접은 정말로 머리가 관통될 뻔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해면 몸을 가눌 수 없게 떨려온다.
두 번의 경험은 그녀에게 어느 정도 안도를 가져다주었지만 항상 간발의 차로 벗어나곤 했기에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은 막을 수가 없었다.
“후훅...! 후욱.....!”
그녀는 길지 않은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발에 집중시키고 몸을 가볍게 했다.
두어 번 천장과 저 맞은편의 먼 거리를 가늠해보던 그녀는, 앙칼진 소리로 기합을 지르며 몸을 띄운다.
“하얍...! 신행만환보!”
시위를 떠난 화살일까?
일순간에 바람으로 화해서 조소접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우르르르릉...슈...쑥....!
_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슉.....!
그녀의 신형은 보이지 않았지만, 곧장 천장이 무너질 것처럼 울리며 위에 매달려 있던 창들이 일제히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경이적인 광경은 장관이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필사의 탈출을 하는 조소접에게는 그 소리가 마치 저승의 지옥문을 여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커다란 굉음이 뒤를 이으며 장석 바닥에 꽃이는 창들은 새삼 그 위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자신의 머리위로 쏟아지는 창들의 존재를 느껴서 일까, 그럴 때마다 조소접의 신형이 얼핏 얼핏 나타났으나 이내 어둠에 묻히곤 했다.
-우르르르르릉......! 슉...슉....슉..!
거센 광풍이 몰아쳐온다 하여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며 꽂히는 창들의 광란은 좀처럼 멈추지가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목숨을 담보로 익힌 신행만환보가 위력을 발한것이다.
-타탁!
-슈숙,,,,,탁....!
“아........!”
짧은 신음이 섞인 탄성이 조소접의 입에서 터져 나오며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옆으로 엎드린 상태에서 옆구리 쪽 옷이 묵빛 창에 꿰뚫려 바닥에 꽂혀 있었다.
“휴우,,,,,간발의 차이었어....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녀의 말대로 벽면의 단추를 조금만 늦게 눌렀어도, 아마 꼬치에 끼인 인육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쨍그랑......!
그 공포에 상상을 하며 고개를 흔든 그녀는, 바닥에 깊게 박힌 창을 빼내서 내던지며 몸을 뉘어 버린다.
“휴우......!”
-우르르르릉....!
큰대자로 뻗어버린 조소접은 석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지옥 같은 곳을 얼른 벗어나야 한다.
다시 석문이 혹시라도 닫혀버린다면 그때는 더 낭패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우라질......!”
그녀의 예쁜 입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가 튀어나온다.
-쿠궁......!
석문이 완전히 열리고 조소접이 서서히 나가고 있다.
그녀는 밝은 광채에 눈을 뜰 수가 없어 눈자위의 고통을 느끼며 살포시 눈을 내려 감았다.
잠시 후, 밝은 세상은 사위가 무척이나 조용함을 느꼈다.
그 흔한 새소리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어디 갔나? 아직 안 나온 것일까?)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서서히 눈을 떠보는 그녀는, 자신의 앞에 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있는 그림자를 보게 된다.
“아......!”
그중에서 단연 그녀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사람은 가운데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단번에 눈물이 핑 돈 그녀가 마치 석탑처럼 우뚝 서있는 그에게로 나비처럼 몸을 날렸다.
“오라버니.....!”
그녀가 이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다.
그는 날아드는 그녀의 동체를 살며시 안으며 귓가에 대고 나직이 말한다.
“소접, 고생했다. 이제 집으로 가자구나!”
“........!”
조소접의 눈에서 주체할 수없는 눈물이 흘러 나왔지만, 그녀는 고개를 들어 관옥 같은 그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품에 안긴 채 올려다보는 조소접의 입가에 그윽한 미소가 어렸다.
“진짜오라버니네? 헤헤......!”
부끄러운 듯 눈을 내려감는 그녀는, 하림의 품에서 나는 땀 냄새까지 황홀한 듯 머리를 묻었다.
- 작가의말
하림이 드디어 폐관을 마쳤습니다.
그 사이 근 삼 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갔습니다.
이제 본격으로 그의 강호행을 따라가 보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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