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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佳樺 '이용' 입니다.

타천(他天)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가화佳樺
작품등록일 :
2015.12.27 10:19
최근연재일 :
2016.06.12 18:05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236,262
추천수 :
5,740
글자수 :
1,122,852

작성
16.06.12 18:05
조회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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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9쪽

제 200 장 혼력(魂力)을 바쳐 그대를 구속할지니.(완결)

DUMMY

콰쾅! 후두두둑~

산봉우리 자체가 허물어져 내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흙먼지를 뒤집어 쓴 사람이 일어난다.

펄럭! 검붉은 날개가 허공을 한번 휘젓자 흙먼지가 날려간다.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전신을 한번 훑는다. 찢어졌던 상처가 아물고 몸에 묻은 피가 깨끗이 사라진다.

“후우~!”

이연후 회장이 긴 숨을 내쉰다. 그리고 치료된 자신의 몸도 살핀다. 입고 있던 의복은 둘의 싸움으로 완전히 걸레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귀천이 그의 전신을 마치 갑옷처럼 두르며 보호하고 있었다. 물론 귀천이 쓰는 힘 또한 이연후 회장에게서 비롯된다.

“쯧!”

이연후 회장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어깨 부위를 만진다. 그곳에는 용린의 파편이 박혀 있었다. 진월의 영력이 깃든 용린의 파편은 회복을 방해했다. 파편이 박힌 부위만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다. 귀천도 그 부위에는 갑옷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얕본 것 같군.”

“그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주군의 우세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해져 있어.”

“이 몸은 아직 백퍼센트 깨어나 있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이연후 회장이 연구실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광망과 뇌전이 번뜩이고 있다.

흙과 바위, 나무들로 가려져 있던 연구실의 천장이 뭉텅이로 뜯겨져 나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느 순간 이연후 회장은 구멍 난 천장을 통해 내부를 내려다보고 있다. 언제 움직였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진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연후 회장은 알고 있는 듯 그의 시선이 구석을 향한다. 그의 시선이 향함과 동시에 그의 신형도 움직인다.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여러 공간으로 나뉜 실험실의 벽은 계속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 뇌전이 번쩍이고 있었다.

진월의 신체에는 검으로 보이는 물체가 박혀 있었다. 검의 손잡이 뒤쪽으로는 피로 만들어진 마법진이 달려 있다. 과거 블랙이 시험했던 성검과 똑같은 형태의 검이다. 바로 진월의 영력을 억눌렀던 바로 그 검들이었다. 이연후 회장이 만들어 낸 혈진(血陣)은 성검을 소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복제된 성검이지만 영력을 억누를 수 있는 능력은 지니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소형 마법진들이 뇌전을 뿜어대며 진월의 움직임을 억누르고 있었다. 이연후 회장은 공격에 대한 방어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공격까지 행했던 것이다.

진월도 과거와 같이 힘없이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마법진을 통해 소환된 복제된 성검들은 진월을 효과적으로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진월의 몸에서 발생하는 백색 영력의 불길이 성검들과 격돌하며 힘을 상쇄시키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바로 관통을 했을 성검이 슬쩍 박힌 상태에서 대치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진월의 목을 노리고 파고드는 이연후 회장의 낫이었다. 그런데 낫의 날이 낯이 익다. 휘어져 있기는 하지만 형태가 낯이 익었다. 손잡이 부분과 낫날의 형태가 복제된 성검과 거의 유사했다.

진월이 힘들어 하는 이유가 바로 그 성검 때문이었다. 낫날이 바로 진짜 성검이었던 것이다. 성검은 말 그대로 모든 영력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다. 진월의 영력 또한 억누르고 있었다. 그래도 진월의 손은 낫의 날을 그대로 잡고 있다. 낫은 계속 밀어 붙이고 진월은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그 때문에 진월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손을 감싸고 있는 용린갑이 낫날에 잘리고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검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 버티고 있었다.

“역시 대단해. 그 아비에 그 아들이던가?”

“······.”

이연후 회장의 입에서 나온 말에 진월의 눈초리가 가늘어진다.

“네놈도 예상을 했으니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었겠지?”

“······네 짓인가?”

“탐나는 육체를 지닌 자였지. 지금의 육신과는 다르지만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는 육신은 흔치 않다.”

“······.” 진월은 침묵한다.

이연후 회장의 말은 모든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아마 그는 저 아이만 없었다면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전철에게 들었겠지? 저 아이의 이름말이다. 죽일까도 했지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를 그릇이니······.”

이연후 회장이 말을 끝맺지 못한다. 그의 시선이 옆의 공간을 주시한다. 그와 동시에!

승! 쉐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쉐인의 곁에는 팀원들도 모두 같이 있다.

진월이 구속되어 있는 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은 룸이다. 그 룸 안을 붉은 홍염이 순식간에 가득 채운다. 민서의 능력이 구현되고 있었다. 그들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능력을 발현하며 이연후 회장을 공격한다.

“멈춰!” 민서가 소리친다.

쩌저적! 붉은 홍염이 순식간에 붉은 불길이 붙은 얼음으로 변한다. 이연후 회장의 전신이 얼음에 의해 구속되고 있었다.

촤르륵! 은빛 비도가 허공을 뒤덮는다. 최탑의 품에서 모든 비도가 쏟아져 나온다. 형태를 갖춰가는 비도는 삼각원뿔 모양으로 집결한다.

“테이와즈(Teiwaz)!”

쉐인의 영창도 이어진다. 원뿔 모양으로 형성된 비도 주위로 붉은 빛이 퍼지며 기다란 창이 만들어진다. 군신 티르의 창이다. 창이 형성되자마자 강희가 창을 쥔다.

“쑤리사즈(Thurisaz)!”

쉐인이 다시 한 번 외치자 강희의 몸 주변으로 거대한 거인의 형상이 뒤덮인다. 거인의 힘은 강희에게 더 강한 힘을 불어넣는다. 강희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류의 흐름은 빨라진다. 그녀가 한발을 내딛자 그 힘에 의해 바닥이 움푹 꺼진다. 그녀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결과는 아니다. 쉐인의 손에서는 형형색색의 마력이 계속 뿜어지며 강희를 강화시킨다.

순간, 창의 형상이 강희의 몸과 함께 사라진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아니 이 한 번의 공격에 그녀의 목숨조차 걸었다. 중첩에 중첩을 건 상태다. 심장이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녀가 입고 있는 강화복의 센서는 그녀의 신체 신호를 위험으로 판단한다. 큐어를 자동으로 주입하고 있었다.

모든 힘을 쏟아 부은 강희가 팔을 쭉 뻗고 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기의 폭풍이 일어난다. 태기손바람이다. 마력의 창을 뒤에서 밀어붙이고 있었다. 마력의 창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까지 하고 있다. 정신을 차린 블랙이 풍륜의 힘을 빌어 창을 세차게 회전시키고 있었다.

강희와 블랙이 호흡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콰과곽! 붉은 불길이 타오르는 얼음을 꿰뚫는다.

푹! 콰아앙~!

단순히 이연후 회장의 몸을 꿰뚫기만 한 것이 아니다. 커다란 폭발까지 일어난다. 인조광석이 박힌 비도조차 산산조각이 나며 비산한다. 쉐인이 실드로 그 폭발력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같은 공간에 있던 자들 모두 치명상을 면하지 못할 정도의 파괴력이다.

쿵~ 쿠궁~ 쿠구구궁~

연구소의 튼튼한 기둥과 골격들이 무너져 내린다. 이연후 회장은 폭발에 의해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끝나고 모든 이들은 전방을 주시한다. 떠오른 먼지가 가라앉고 사람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연후 회장이 서 있다. 드러난 그의 모습은 옆구리 한쪽이 사라진 모습이다.

“쿨럭!”

피를 한 사발은 토해낸다. 그리고 얼굴을 쳐든다. 그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머물러 있다. 동시에 그의 몸이 수복되기 시작한다. 뻥 뚫려버린 옆구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온다.

“괘씸한······.”

말과 함께 그의 신형이 사라진다. 모습을 드러낸 곳은 쉐인의 바로 앞이다. 이연후 회장이 천천히 떨어져 내린다. 마치 슬로우비디오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게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거미줄에 붙잡힌 벌레처럼 꼼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연후 회장의 발이 지면을 밟는다.

쿠두둑~ 시멘트 바닥이 움푹 꺼진다.

콰아앙~ 그의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자 충격파가 퍼져 나간다. 마치 폭탄이 터지듯 퍼져나간 충격파가 팀원들을 가격한다.

“윽!”

“아악!”

쉐인을 제외한 팀원 전원이 튕겨나간다. 긴장은 하고 있었지만 이연후 회장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고 그의 기운에 모두 눌려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튕겨 나간 팀원들은 벽에 부딪치고 바닥을 뒹굴며 쓰러진다.

이연후 회장은 그들의 모습에는 관심이 없다. 그의 손이 쑤욱 뻗어나간다.

푸욱!

“헉!”

쉐인의 입에서 헛바람을 집어 삼키는 소리가 나온다. 그의 복부에는 이연후 회장의 손이 박혀 있었다. 쉐인의 전신에 마력이 중첩되어 있던 것을 고려한다면 이연후 회장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감할 수 있다.

“너로 인해 손실이 있었으니 보충을 해야겠어.”

“크윽! 이, 이럴 수는······.”

쉐인의 입에서 바알의 음성이 들린다. 바알도 최대한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쉐인의 몸에서 금빛의 기운이 흘러나간다. 그 기운은 이연후 회장의 입과 코로 빨려 들어간다. 쉐인의 몸에서 금빛 기운이 빠져나갈수록 그의 눈동자는 붉어지고 피눈물이 흐른다.

탁! 쉐인의 손이 이연후 회장의 팔목을 움켜쥔다.

쉐인의 입술이 들썩거린다. 뭔가를 외우고 있는 모습이다.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쉽게 내어줄 생각은 없답니다.”

“······?” 쉐인의 말에 이연후 회장이 미간을 구긴다.

“혼력(魂力)을 바쳐 그대를 구속할지니······ 에이화즈(Eihwaz)!”

이연후 회장의 팔목을 통해 푸른 마력이 퍼져간다. 푸른 마력은 이연후 회장의 전신을 억누른다.

“음!”

찰나의 순간이다. 이연후 회장의 입에서 약간의 억눌린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의 시선이 뭔가를 느끼고 상방을 바라본다. 진월이 구속되어 있는 곳이다.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지만 이연후 회장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인다. 피해야만 한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아주 잠깐 그의 마력이 억눌리고 있었다. 바로 쉐인의 능력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흡수당하고 있는 바알의 능력일 수도 있었다.

진월은 낫날을 잡고 다른 손으로 연결된 낫의 목 부위를 끊어낸다. 그를 구속하고 있던 소형 마법진과 복제된 성검들은 끝까지 들러붙어 있다. 그것만 봐도 이연후 회장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진월이 움직이는 그 짧은 찰나에 용린갑이 변화한다. 복제된 성검들이 박힌 부위에 소흑천들이 생성된다. 그가 걸치고 있던 용린갑이 모조리 소흑천들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월의 전신에서 백색광이 터진다. 소흑천과 복제된 성검들이 충돌로 소멸하며 발생하는 빛이다. 밝은 빛덩이가 이연후 회장을 향해 날아간다. 마치 불타는 유성이 지상에 충돌하는 모양과 같았다.

그러는 사이 찰나의 시간은 지났다.

쉐인이 그의 모든 힘을 이용해 구속을 걸었지만 그 힘 또한 이연후 회장에게 대적할 수는 없었다. 마력의 억제가 풀리고 이연후 회장이 벗어나려한다.

진월의 손에 들린 성검이 그의 몸에 닿기 바로 직전이다.

이연후 회장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이럴 수는 없다는 표정이 순간 얼굴에 나타난다.

쉐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다.

쉐인의 손에는 시커먼 용린이 뒤덮여 있다. 모양새가 용의 아가리와 같았다. 용의 시커먼 송곳니가 그의 팔목을 파고들어 있었다. 진월이 움직이며 쏘아낸 소흑천 중 하나가 쉐인을 돕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콰아아아~

이연후 회장의 몸에서 검붉은 마력이 폭사되어 나간다. 백색광을 뒤집어 쓴 채 날아들던 진월의 영력이 모두 사라져 버릴 정도의 마력풍이었다.

빠지직~! 진월의 손에 들린 단검과 마력풍이 격돌하며 전격이 튄다. 진월의 강인한 힘과 모든 힘을 억누르는 성검의 힘에도 불구하고 저항을 한다.

이연후 회장의 눈에서 전격이 튀며 쉐인을 바라본다. 그의 손이 들리고 허공에는 거대하고 날카로운 마력으로 만들어진 손이 생성된다. 모든 것은 찰나에 행해진다.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거대한 마력장이 쉐인을 강타한다.

콰앙! 쉐인이 손을 들어 막았지만 그의 신형은 실 끊어진 연처럼 날려간다.

이연후 회장의 시선은 다시 진월을 향한다. 이미 시선이 향함과 동시에 공격도 행해진다. 연계기술이었다. 쉐인을 강타한 이후 그의 손이 진월을 향하자마자 허공에는 거대한 운석 같은 불덩이가 만들어져 떨어져 내린다. 동시에 진월의 발밑에는 마법진이 형성되며 그의 움직임을 제한시킨다.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진월의 전신에 용린갑이 다시 생성된다. 그가 발현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이 쏟아 부어진다. 삼색의 영력 또한 불같이 타오르며 이연후 회장의 마력과 대항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녹이고 부수며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운석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막는다 해도 문제였다. 이곳은 좁은 공간이다. 팀원들도 쓰러져 있다. 그 폭발에 무사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진월과 흑천이 순식간에 서로의 의식을 교환한다.

‘부탁한다.’

‘다시 볼 수 있기를······.’

진월의 전신을 감싸던 용린갑이 흑천이 되어 승천하듯 허공으로 솟구친다. 그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거대한 운석을 집어삼킨다. 그 순간 진월은 구속에서 벗어나며 옆으로 휘돌고 있었다. 이연후 회장의 눈동자는 그런 진월의 모습을 따라간다. 그 또한 몸을 휘돌리고 있다. 하지만!

푸욱! 성검이 등을 통해 심장을 관통한다.

“헉! 이, 이럴······.”

이연후 회장이 눈을 부릅뜬다.

진월을 처치하기 위해 가지고 나온 성검이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가슴 앞으로 삐죽 불거져 나온 검날이 눈에 보인다. 어이가 없었다. 허탈하기도 했다. 수많은 시간을 기다리며 참고 지내왔지만 결과는 이러했다. 하늘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한다. 그가 떨어뜨린 운석의 불덩이는 흑천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흑천의 용린 사이로 붉은 색과 백색의 광망이 뿜어져 나온다. 흑천의 형상을 한 용린에도 균열이 생긴다. 밝은 빛이 폭사되며 흑천의 형상도 소멸된다.

빛이 사라지고 공간 내에는 침묵만이 흐른다.

심장을 관통한 성검의 날 주변으로 백색의 균열들이 만들어진다. 균열들에서는 밝은 빛이 폭사되며 폭발이 일어난다.

쿠아아앙~

연구소를 비롯해 산봉우리 전체가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활화산이 폭발하듯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산 폭발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수한 재와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뿐이다. 이 정도 폭발이면 아무리 진월이라도 무사하기 힘들 것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나머지 팀원들도 모두 폭발에 휘말려 사망한 것일까?

폭발이 가라앉고 고요가 찾아온다. 주변에 대기 중이던 대원들도 상황을 보기 위해 하나둘씩 머리를 쳐든다. 따닥따닥 거리며 잡목이 타들어가는 소리만 들려온다. 산 정상은 분화구가 생긴 것처럼 움푹 파였다. 아무 것도 남아 있는 것은 없었다.

목영호는 그 모습을 보며 넋을 잃고 있다. 마명은 괜히 죄 없는 나무에 단검을 박아 넣으며 중얼거린다.

“살아남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 목영호 또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재수에 옴 붙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명은 속도 없고 그런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 인간이다.

“팀장······. 이제 네가 해라.”

“미친 새끼!” 목영호가 쏘아 붙인다.

[맞아요. 미쳤네요.] 창민의 음성이 블루투스를 통해 들어온다.

“흑! 그러면 미쳐야지. 이걸 어떻게 보고 있······ 어어······?”

마명의 손이 어딘가를 가리킨다.

후두둑~ 검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사람 하나가 일어난다. 모두 일제히 그곳을 향해 총을 겨눈다. 항상 만일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이 익은 몸짓이다. 바로 진월이었다. 진월은 일어나자마자 곁에 있던 집채만 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들어올린다. 그 밑에는 실드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팀원들이 보였다. 실드를 형성하고 있는 쉐인의 모습은 살아있는 것이 용해보일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도 실드를 형성해 팀원들을 보호했다. 실드가 깜박거리는 것이 거의 한계처럼 보였다.

진월의 시선이 팀원들의 상태를 살핀다. 민서, 강희, 최탑을 지나 블랙까지 바라본다. 모두 의식을 잃은 상태지만 심박수와 호흡은 양호했다.

진월이 실드를 통째로 들어올린다. 그 순간!

블랙이 눈을 번쩍 뜬다. 그녀의 눈에 푸른 뇌전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손이 실드를 향한다. 손끝에서 날카로운 바람이 일어난다.

서컥! 실드가 갈라진다.

진월도 흠칫 놀란다. 현재 진월 또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엄청난 폭발 속에서 팀원들을 모두 한곳으로 모은 것 또한 그다. 그리고 진월은 폭발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쉐인은 그들의 주위에 실드를 형성했을 뿐이다.

블랙이 그런 진월을 스쳐 지나간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서로 마주친다. 찰나의 마주침이다. 블랙은 음속을 초월해 치고 나간다. 그러다가 잠시잠깐 주춤거린다. 머리를 거머쥔 모습이 뭔가와 싸우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다시 바람처럼 쏘아져 나간다.

바람이 진월의 귓가에 음성을 남긴다.

‘오~빠~!’

“승희야······.”

진월의 시선이 블랙의 뒷모습에 고정된다. 그의 주먹이 으스러질 듯 움켜쥐어진다. 십수 년 만에 만난 동생이 바로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블랙의 몸에 이연후 회장의 혼이 깃든 것 같았다. 지금 몸 상태로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었다. 그건 쉐인도 마찬가지였다.

진월은 분함과 공허함에 블랙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다. 민서가 정신을 차렸는지 진월을 뒤에서 껴안는다. 현재 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반드시 찾아내요. 우리 꼭 같이······.”

“······.”

진월은 대답 없이 민서의 두 손만을 꼭 쥔다. 그의 시선은 점처럼 변한 블랙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다. 그런 그들의 곁에는 언제 다가왔는지 목영호 이하 대원들이 동료들을 보살핀다.

마명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뭇가지로 뭔가를 건드리며 중얼거린다.

“이건 지렁이라 하기엔 너무 크고 그렇다고 뱀도 아니고······. 뭐지?”

마명의 말처럼 흙속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뱀처럼 생긴 작은 물체가 보였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긴 시간을 달려왔습니다. 같이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늦어도 8월쯤에는 다른 글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행복한 하루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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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00 장 혼력(魂力)을 바쳐 그대를 구속할지니.(완결) +1 16.06.12 1,304 13 19쪽
200 제 199 장 헛된 꿈이다. 16.06.11 723 9 13쪽
199 제 198 장 저 아이의 원래 이름을 알고 있나? 16.06.10 786 11 13쪽
198 제 197 장 운명이란 것은……. 16.06.09 699 9 12쪽
197 제 196 장 뚫으려는 자들, 막으려는 자들. 16.06.08 697 10 13쪽
196 제 195 장 뱀의 머리를 칠 때인가? 16.06.07 689 9 12쪽
195 제 194 장 프로토 K-11D 16.06.06 710 8 12쪽
194 제 193 장 무극상은 마음이다. 16.06.05 687 10 13쪽
193 제 192 장 화살의 폭우 16.06.04 770 9 13쪽
192 제 191 장 죽여도 됩니까? 16.06.03 818 11 13쪽
191 제 190 장 팔열지옥(八熱地獄) 팔한지옥(八寒地獄) 16.06.02 878 11 12쪽
190 제 189 장 네 힘이 필요하다. 16.06.01 670 9 12쪽
189 제 188 장 영혼을 허락하시겠습니까? 16.05.31 774 7 13쪽
188 제 187 장 문을 여셔야 합니다. 16.05.30 751 11 13쪽
187 제 186 장 백견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 16.05.29 741 11 12쪽
186 제 185 장 능력 되잖아. 16.05.28 648 12 12쪽
185 제 184 장 상대가 너무 나빴다. 16.05.27 760 9 13쪽
184 제 183 장 그럼, 전 위험하니 슬쩍 뒤로……. 16.05.26 671 11 12쪽
183 제 182 장 구제불능 주둥이로세. 16.05.25 629 11 12쪽
182 제 181 장 물건들은 어디로 배달할까요? 16.05.24 682 10 12쪽
181 제 180 장 따라올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16.05.23 666 9 12쪽
180 제 179 장 당신이 죽지 않아서 좋아요. 16.05.22 593 9 13쪽
179 제 178 장 일부러 놓치다. 16.05.21 692 12 12쪽
178 제 177 장 벌주를 마실 시간이다. 16.05.20 681 12 12쪽
177 제 176 장 좋겠다. 옷이 날개다. 16.05.19 785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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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제 173 장 내가 저 둘을 맡지 16.05.16 669 10 12쪽
173 제 172 장 연기력 충만 또는 부족 16.05.15 704 12 12쪽
172 제 171 장 자유에 대한 대가다. 16.05.14 666 9 13쪽
171 제 170 장 이적을 행하는 자! 16.05.13 758 9 13쪽
170 제 169 장 좁혀지는 추적망 +1 16.05.12 739 10 12쪽
169 제 168 장 영환도사 16.05.11 768 11 12쪽
168 제 167 장 두목이 아니라 사장입니다. 16.05.10 783 9 13쪽
167 제 166 장 믿지 않던 무협 영화가 모니터에서 상영된다. 16.05.09 749 10 14쪽
166 제 165 장 매매를 하신다던데? 16.05.08 743 10 12쪽
165 제 164 장 모조리 세상에서 다 지워줄 거야. 16.05.07 783 11 11쪽
164 제 163 장 회칼로 육포를 뜨려고? 16.05.06 803 9 13쪽
163 제 162 장 사라진 자들 16.05.05 785 10 12쪽
162 제 161 장 난 누구지? +2 16.05.04 737 11 12쪽
161 제 160 장 널 사랑하니까. 16.05.03 693 12 12쪽
160 제 159 장 상처를 입은 인간이 피가 안나? 16.05.02 746 13 12쪽
159 제 158 장 그래서 과학이란 좋은 거란다. 16.05.01 756 12 12쪽
158 제 157 장 넌 날 두려워하게 된다. 16.04.30 820 10 12쪽
157 제 156 장 인간은 절대 불가능한 기능 16.04.29 912 9 12쪽
156 제 155 장 깨어난 이리나. 16.04.28 699 12 12쪽
155 제 154 장 한번쯤은 나서 주셔야……. 16.04.27 676 12 12쪽
154 제 153 장 멍청하기는……. 16.04.26 799 12 12쪽
153 제 152 장 이미 준비된 자들 16.04.25 701 12 12쪽
152 제 151 장 도주? 함정? 16.04.24 728 10 12쪽
151 제 150 장 타천(他天)에 같이 갔던 여인? 16.04.23 662 12 13쪽
150 제 149 장 그녀의 손끝에 스치면? 16.04.22 773 11 12쪽
149 제 148 장 그들이 향하는 곳은? 16.04.21 697 14 12쪽
148 제 147 장 그러면 그 동안 우리 집은 감옥? 16.04.20 624 14 12쪽
147 제 146 장 천상천하 유아독존 16.04.19 622 17 14쪽
146 제 145 장 운명은 반복된다. +2 16.04.18 664 13 13쪽
145 제 144 장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16.04.17 819 17 12쪽
144 제 143 장 놈으로 시작해 놈으로 끝나다. 16.04.16 671 14 13쪽
143 제 142 장 부탁 하나 해도 될까? 16.04.15 763 12 12쪽
142 제 141 장 소흑천(小黑天) +1 16.04.14 767 16 12쪽
141 제 140 장 불사의 육신? 16.04.13 712 14 12쪽
140 제 139 장 혈투(血鬪) 16.04.12 788 16 13쪽
139 제 138 장 백염(白炎)의 버닝핸즈 16.04.11 720 13 13쪽
138 제 137 장 잘못되면 모두 당신 책임이다. 16.04.10 640 14 13쪽
137 제 136 장 검은 그림자는? 16.04.09 648 16 12쪽
136 제 135 장 소환! 블러드 인페르노 16.04.08 849 11 12쪽
135 제 134 장 진월과 같이 하는 자 16.04.07 717 15 14쪽
134 제 133 장 제8식 무극상(武極上) 16.04.06 789 15 12쪽
133 제 132 장 등 뒤에 비수를 놓고 있을 수는 없다. 16.04.05 731 14 12쪽
132 제 131 장 유사인종 16.04.04 768 13 13쪽
131 제 130 장 검은 날개. 16.04.03 804 12 12쪽
130 제 129 장 저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16.04.02 774 13 13쪽
129 제 128 장 능동방어시스템 16.04.01 637 14 12쪽
128 제 127 장 영리한 인공지능 16.03.31 592 16 13쪽
127 제 126 장 목표물은 누구? 16.03.30 656 17 13쪽
126 제 125 장 주객전도 16.03.29 704 16 16쪽
125 제 124 장 몽타주를 만들 필요가 없다. 16.03.28 658 15 12쪽
124 제 123 장 AWC(Armored weapon carrier)라 불리는 것 16.03.27 758 19 13쪽
123 제 122 장 마녀 따위가……. 16.03.26 791 19 11쪽
122 제 121 장 거래 한 번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16.03.25 784 17 12쪽
121 제 120 장 방해자들은? +1 16.03.24 734 17 12쪽
120 제 119 장 블러드 인페르노 16.03.23 782 16 12쪽
119 제 118 장 기대 이상이라……. 16.03.22 678 20 12쪽
118 제 117 장 용린(龍鱗) 16.03.21 554 20 12쪽
117 제 116 장 가치관의 차이 16.03.20 656 18 12쪽
116 제 115 장 임사체험 16.03.19 626 21 12쪽
115 제 114 장 오히려 고맙다. 16.03.18 691 18 12쪽
114 제 113 장 저놈도 데려갈까? 16.03.17 731 18 12쪽
113 제 112 장 그녀는 소환술사? 16.03.16 721 14 12쪽
112 제 111 장 손바닥 안의 입술 16.03.15 650 16 13쪽
111 제 110 장 네가 만들었나? 16.03.14 804 20 12쪽
110 제 109 장 녹색 눈동자의 여인 16.03.13 603 19 13쪽
109 제 108 장 블랙의 의문 16.03.12 738 20 12쪽
108 제 107 장 돌아온 자들 16.03.11 710 17 12쪽
107 제 106 장 의문의 참 예쁜 여자 16.03.10 898 19 12쪽
106 제 105 장 깃들이기의 결과는? +1 16.03.09 903 20 12쪽
105 제 104 장 흑룡 흑천 16.03.08 714 17 12쪽
104 제 103 장 오늘은 영업 종료다. 16.03.07 868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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