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4 장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행하는 자들!
지장이 진월을 바라본다. 이미 결론은 나왔다. 피하기는 그렇고 어떻게든 제압을 해서 영혼을 빼내기로 말이다.
“저 시주의 영혼 정도면 수십 명의 값어치가 있을 수도 있겠구려. 아니 그렇소?”
“저 정도 영력이면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입니까?”
“다 내 보인 것이 아니라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필히 제압해야겠군요.”
진월의 입장에서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격이다. 하지만 진월은 내색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하나만 묻고 싶군.”
“뭐지요?” 지장이 대꾸한다.
“불법으로 중생을 구제해야 할 자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이지?”
“허허, 불가이위(不可而爲)란 말을 아시오?”
“…….”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행한다는 뜻이라오. 언뜻 보면 좋게 들리는 말이기도 하오. 끊임없는 노력이 성공을 이끌어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짓도 너무 오래하면 절망하게 된다오. 나처럼……. 구제해도, 구제해도 개선되지 않고 더욱 더 나빠진다면 시주께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 같소이까?”
“…….”
진월은 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문득 눈앞의 인물과 비슷한 자가 떠올랐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에서 중생을 구제한다는 지장보살이었다. 눈앞의 인물이 절대 그 일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IUC에서 그와 비슷한 인물을 만들어냈다는 결론이다.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말 타천을 열어 지옥을 다녀온 것인지, 그와 비슷한 성격으로 세뇌를 한 것인지는 그들만이 알 일이다. 그리고 자신을 지장보살과 동일 시 하고 있다는 것은 진월의 입장에서는 인격 장애자와 같았다.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그저 궁금해서 물은 것이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눈앞의 둘을 제압해야만 했다. 서로 간의 탐색전은 끝난 상황!
진월의 모습이 다시 사라진다.
대원들의 눈에는 진월의 모습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장과 아크의 눈은 진월을 따라 움직인다. 지장이 조용히 말한다.
“우선은 제가…….”
찰랑! 그의 육환장이 들린다. 육환장의 끝이 진월을 향한다.
지장이 육환장의 몸통을 검지와 중지를 세워 밀어낸다. 그의 입은 쉴 새 없이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발(發)!”
지장의 입에서 외침이 터져 나온다. 허공에 발이란 글자가 금빛으로 그려지기까지 한다. 그의 공력이 형상화 되고 있다는 증거다.
쑤웅~! 육환장이 길어진다. 그리고 두꺼워진다.
마치 손오공의 여의봉과 같은 모습이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던 진월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한다. 이건 또 뭔가? 마치 요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진월의 우완(右腕)에 힘이 들어간다.
촤르륵~ 우완의 위로 용린이 강화되며 더 두꺼워진다.
용린은 진월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고 있었다.
거대해진 육환장이 순식간에 진월을 덮친다. 진월이 달려드는 속도가 있으니 그 속도는 체감하는 것의 두 배 이상이다. 진월의 몸이 육환장을 피해 옆으로 기운다.
콰앙! 콰과과곽~
진월의 우완과 육환장의 몸통이 부딪치며 굉음과 불꽃을 튀긴다.
콰과광! 진월의 발이 지면을 밟으며 전진하자 생기는 소리다.
그만큼 육환장에 실린 기운이 거대했다. 육환장을 밀어내고 있었지만 그 힘을 모두 다 해소하지는 못하기에 진월의 발이 바닥을 파고들고 있었다.
펄럭! 지장의 도포자락이 날린다.
육환장의 그의 손에서 떨어져 있다. 진월의 속도를 늦춘 후 그는 다음 공격을 바로 준비한다. 그의 손이 기수식을 갖추며 몇 번 움직였다. 그러고 나서 바로 진월을 향해 세차게 밀어진다.
파파팡! 두 손이 번갈아 가며 허공을 때린다.
숭숭숭~!
허공에 거대한 금빛 손 세 개가 형성되며 진월을 향해 날아간다. 조직원이 대반야장이라고 소리쳤던 바로 그 기술이다. 진월이 회피할 모든 방향을 점하며 날아들고 있었다.
육환장의 실린 힘도 보통이 아니었지만 금빛 손에서 느껴지는 힘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콰악! 진월의 왼발이 지면을 강하게 밟는다. 몸을 지탱할 힘을 만든 진월이 괴력을 발휘한다.
콰아앙~
진월의 우완이 거대해진 육환장을 밀쳐낸다.
후웅~ 육환장이 대기를 가르며 휘돈다. 그대로 휘돌면 공격 목표는 지장과 아크가 된다. 상대의 힘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월은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대반야장에 맞선다. 진월의 몸에서는 영력의 불길이 일어난다. 금빛과 담흑빛의 영력이다. 진월의 권이 허공을 두드린다. 그에 따라 두 빛깔이 절묘하게 섞인 권영 세 개가 형성되며 대반야장을 향해 발출된다.
콰과광! 창고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폭발음이 일어난다.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지며 창고의 벽을 두들긴다. 아마도 양자에너지 실드가 아니었다면 창고의 일부는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충격파의 벽을 뚫고 시커먼 물체가 지장을 향해 휙 달려든다.
지장 또한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옆으로 빠르게 휘돈다. 둘은 일초를 십분의 일로 나누어 움직임을 구사하고 있었다.
펄럭! 도포자락이 휘날린다. 진월이 그의 곁을 스쳐지나간다.
콰곽! 진월이 방향을 회전하기 위해 발을 내딛는 곳들은 산산이 부서지며 비명을 토한다.
“후우~”
진월의 입에서 긴 숨이 새어나온다. 이제까지의 격돌은 진월이 긴 숨을 한번 몰아쉴 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그만큼 빨랐고 대원들의 눈에는 빛의 번쩍임과 굉음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나마 최탑과 목영호, 마명만이 어느 정도 대결을 지켜볼 수준은 되고 있었다.
진월의 입에서 뿜어진 숨은 마치 증기기관차의 증기처럼 하얀 빛깔이었다. 그가 숨을 들이킨다. 폐부를 통해 시원한 공기가 전달된다. 그의 몸 주위로 하얀 빛깔의 기운이 슬쩍 덮인다. 진월이 들이킨 것은 그냥 공기가 아니라 주변의 양자에너지까지 흡수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아크가 갑자기 소리친다.
“조심!”
“…….”
지장이 흠칫 놀란다. 그의 흰 눈썹이 눈에 띄게 꿈틀거린다.
훙! 하얀 빛살이 지장의 안면과 복부를 향해 쏟아진다.
콰광! 하얀 빛의 폭발도 같이 일어난다.
언제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기운의 폭풍이 몰아쳤다. 진월의 권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지장을 가격했던 것이다.
쾅쾅! 굉음이 울린다.
지장의 발이 지면을 강하게 밟으며 물러나고 있다.
“허~! 대단하군.”
지장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지장 또한 대단했다. 빛살처럼 빠른 공격을 두 손을 들어 막아낸 것이 분명했다. 그의 손에는 처음으로 피가 비치고 있었다. 왼쪽 손바닥은 충격에 의해 파열된 것처럼 터져 있었다.
진월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의 공격은 어떻게 보면 회심의 일격이다. 그의 몸에서 발현되는 힘이 아닌 주변의 양자에너지를 불러와 특수철갑탄이나 탠덤 탄두가 보이는 능력처럼 폭발시킨 공격이었다. 상대의 힘을 상쇄하고 파훼할 수 있는 공격이었던 것이다. 그것 또한 일반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것과는 파괴력 자체가 다른 공격이었다.
IUC의 기술력에는 절로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질 정도다. 진월이 강해지는 만큼 더 강해진 자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장이 파열된 손을 꼭 쥔다. 그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행동이다. 아마도 지장에게도 강화인간들처럼 강인한 회복력이 주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장이 뒤로 훌쩍 물러난다. 아무래도 시간을 좀 벌고자 하는 행동 같았다. 아크가 움직이려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지장이 고갯짓을 하며 만류한다. 진월 또한 아크의 움직임을 느꼈기에 바로 후속타를 날리려다가 잠깐 멈춘다.
최탑 이하 목영호와 마명은 진월의 행동에서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낀다. 진월의 성격 상 이런 상황이라면 여유 시간을 줄 리가 없었다. 그들이 당해봤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점이다. 폭풍처럼 몰아치고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다. 틈만 보이면 파고들었다. 깨어보면 항상 천장과 하늘이 보였다.
진월의 모습이 평소와 약간 달랐다. 더구나 그들이 느끼기에 진월은 힘을 아끼고 있었다. 그가 낼 수 있는 힘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무리 삼 할의 힘은 아낀다지만 지금은 그 이상 절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그가 본 힘을 발휘했다면 양자에너지 실드가 출렁이며 건물이 무너졌어야 했다.
* * *
“빛이 번쩍입니다.”
누군가 망원경을 이용해 창고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서현실업의 조직원이다. 그가 창고를 멀리서 바라보다가 무전기로 연락을 넣었다.
딸깍!
스위치를 넣는 소리다.
징~ 화면에 창고 내부의 모습이 네 방향에서 비춰진다.
전 사장이 다리를 꼰 채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의 입술은 질끈 깨물린 채 오기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RPG는 구했냐?”
“네. 4정 준비해 뒀습니다.”
“그래. 잘했다.”
전 사장의 시선이 다시 화면 속으로 향한다. 화면에서는 진월과 지장이 서로 격돌하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빛의 번쩍거림과 굉음만이 들릴 뿐이다. 충격파에 화면이 ‘지직’거리기도 한다. 둘의 대결을 바라보는 전 사장의 손이 꽉 쥐어진다.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히 고인다. 마치 본인이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젠장! 저게 어떻게 인간들이야!”
“그러니까 말입니다.” 부사장이 동조한다.
“RPG로 될까?”
“전차라도 가져와야 할 것 같습니다.” 황 차장이 자신 있게 말을 한다.
그의 머리카락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진월이 제공한 큐어 덕분이다. 팔에 생겼던 기존의 상처 또한 더 좋아진 모습이다. 그에게 있어 진월은 또 다른 신이 되어 있었다. 일이 끝나면 감방에 가야 할 입장이지만 우선 진월이 이겼으면 좋겠다는 속없는 생각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전 사장은 황 차장의 입에서 전차까지 나오자 발끈한다.
“그래서 저것들을 그대로 두자고? 자지 달고 태어난 것들이 가오가 있지. 그냥 확!”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너! 이 새끼, 이 생활 계속 하고 싶으면 주둥이 간수부터 잘해라.”
그때 화면에서 흰 빛이 폭발한다. 굉음과 함께 지장이 물러나고 있었다. 단단한 시멘트 바닥이 쩍쩍 갈라진다. 지장의 앞쪽에 서 있는 진월의 모습이 정확하게 보인다. 검은 용린에 뒤덮인 채 영력의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는 진월의 모습은 마치 마신의 모습처럼 보인다. 전 사장이 경기를 하듯 중얼거린다.
“인간일 수가 없어. 인간이 어떻게 저런 모습을…….”
“젠장! 우리 팰 때와는 완전히 다른데요.”
“전차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도 저런 것은 못 봤는데, 어떻게 현실에서…….”
“혹시 조작한 것 아니냐?”
전 사장의 결론은 빨랐다. 어떻게 해서든지 진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때!
똑똑!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한다.
“누구야?” 황 차장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방해하지 말라고 분명 말을 해뒀었다.
“커피 시키셨지요?”
조금 굵었지만 여자 목소리다. 아마도 다방의 레지 같았다. 하지만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음에도 분위기가 흉흉하다. 전 사장이 드디어 폭발한다.
“어떤 미친 새끼가 이런 분위기에서 커피를 시켜?”
전 사장이 목소리를 높이자 다들 자라목이 되어 침묵한다. 그때 밖에서 차분한 여인의 음성이 다시 들려온다.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예쁜 목소리다.
“시키셨잖아요?”
“그러고 보니 제가…….”
“저도 시켰는데…….”
갑자기 부사장 이하 이 전무, 황 차장 모두 시켰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전 사장이 사악하게 웃는다.
“무슨 말들이냐?”
“누가 시켰는지 물어보셨잖습니까?”
“크흐흐! 바로 내가 시켰다.”
전 사장이 사악하게 웃으며 본인이 시켰다고 자백을 하고 있었다.
콰앙! 그때 문이 부서진다. 들어선 여인은 바로 강희다.
“꼴값들 한다.”
강희의 뒤로는 민서가 등장하고 있었다. 전 사장 이하 수하들은 모습을 드러낸 민서란 다방종업원을 본 후 황홀함에 눈이 풀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현혹이 발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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