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9 장 저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국장이 서 있는 곳은 다행히 아직 지하 1층을 벗어나지 않은 곳이다. 지상은 위로 가파르게 올라가야 하기에 토우미사일이 아래쪽에 맞으면 폭발의 여파는 공중으로 향하게 된다. 가파른 언덕을 휙 올라서는 국장의 몸에서는 흰빛의 기파가 팔랑인다.
그의 양팔이 넓게 펼쳐지며 기력이 옆으로 쭉 뻗어나간다. 병력의 전방에 일렁이는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넘실거린다.
파아앙~ 장력이 병력의 전면을 때린다.
“헉!”
“커억!”
최전방에 서 있던 병력이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가슴이 답답할 정도의 큰 힘이 그들의 몸을 훅 밀어내고 있었다.
우당탕탕~ 우루루루~
병력이 뒤로 나동그라진다. 그 순간!
콰아앙~ 국장의 뒤쪽으로 검붉은 불길이 터져 오른다.
폭발의 여력이 아무리 공중으로 향한다지만 주변으로 조금도 퍼지지 않을 리 없었다. 폭발에 의해 주변으로 폭발의 파동이 퍼진다. 하지만 국장의 장력이 오히려 방어막 역할을 해준다. 장력에 막힌 폭발력이 모조리 하늘로 솟구친다.
콰과곽! 타이어가 바닥을 긁으며 멈추는 소리다.
AWC는 이동 중 이미 국장을 향해 조준을 끝낸 상태다. 국장 또한 다음 공격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국장의 시선이 그의 뒤쪽에 있는 병력을 향한다.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기를 원한 것은 아니지만 AWC 입장에서는 아군이다. 아군이 자신의 뒤에 있다면 당연히 공격을 하는데 주저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정사정이 없었다. 목표물 제거가 최우선으로 세팅되어 있었던 것이다.
퍼엉! 60mm 포탄이 AWC로부터 발사된다.
퍼엉! 한발 더 발사된다. 거의 동시에 국장을 향해 날아간다.
포탄의 포속은 총탄과 거의 비슷하다. 발사되었다면 눈 깜박할 사이에 국장에게 이른다. 더구나 두 발이다. 지켜보던 중령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진다. 설마 아군 병력이 뒤에 있는데 AWC들이 공격을 바로 할지는 몰랐다.
“미, 미친…….”
국장의 몸은 그 순간 사라진다. 희뿌연 기파를 발하는 잔상만이 남아 있었다. 허공에 유령이 움직이듯 하얀 그림자들이 생겨난다. 국장의 그림자다. 오히려 포탄이 날아드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눈 깜박할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한 폭의 그림을 보듯 펼쳐진다.
터텅! 타격음이다.
꽈광~ 후두두둑~
포탄 두 발이 공중의 양자에너지 실드에 부딪치며 폭발한다. 포탄의 파편 일부가 기갑여단 병력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그것만으로도 기갑여단 병력은 큰 피해를 입는다. 다행이 방탄복을 모두 착용하고 있어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국장의 흰 그림자가 포탄을 쳐내며 약간 움찔한다. 그 틈을 노리고 다시 토우미사일 한 발이 날아든다. AWC 네 기의 움직임이 정말 유기적이다. 시속 100km까지 낼 수 있는 파워를 이용한 기동 또한 상당히 빨랐다. 국장은 바로 공격을 이어가려다가 다시 회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콰아앙~ 국장이 서 있던 자리에 다시 화염이 일어난다.
그 여파에 국장 또한 몸을 굴린다.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폭발파동에 의해 충격은 계속 받고 있었다. 진월이 있었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둘의 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국장은 기를 이용한 순간 충격파를 주 공격수단으로 사용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진월의 경우는 강화형의 물리력이 기반이 되는 타입이다. 그 위에 순간적인 충격파도 줄 수 있다. 강화의 수준에 현저한 차이가 있기에 진월이 더욱 더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추가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다면 AWC에 사람이 타고 있어 함부로 공격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격을 하는 자들이 정말 많은 부분을 고려해서 작전을 짠 것 같았다.
파견된 기갑여단의 중령은 중령대로 놀라고 있는 중이다.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이후 이래서 군에서 전설로 불린 남자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점은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음 문제는 통신장교의 말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답을 찾아야 하는데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응답을 하지 않습니다.”
“전혀?”
“송수신이 안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응답을 하지 않을 뿐입니다.”
“저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아마도 조종사들이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조종사들이 의식을 잃었을 때 발동하는 보호모드로 작동 중이란 뜻인가?”
“그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곁에 있던 작전 장교가 대답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그들에게도 의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들이 민서에 의한 의식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령은 뭔가 이상했다. AWC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공격을 가하고 오히려 국장이 그들을 지켜주었다. 지금도 지하에서는 불꽃이 만발하며 치열하게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근거리에서는 20mm 기관총이 점사처럼 발사되며 국장을 노리고 불을 뿜는다. 국장은 미친 운동 능력을 선보이며 그 화력의 불길 속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중령의 시선이 양자에너지 실드를 바라본다. 눈빛이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더불어 이 작전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통제되지 않는 기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는 잘 알고 있다. 정말 국장이 테러리스트라면 그들 힘으로 잡으면 된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양자에너지 실드를 걷으면 싸움의 여파가 주변에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이다.
터텅! 국장의 권이 AWC의 장갑에 박힌다.
강철로 만들어진 장갑이 오그라든다. 국장의 능력도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배기부를 노리고 파고들어 집중적으로 때린다. 시커먼 연기가 나오는 기체가 벌써 두 기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동력원을 부셔도 더 안쪽에 박혀 있는 보조전원장치가 기체를 기동시킨다는 점이다. 국장의 이마에도 슬슬 땀이 맺힌다. 그도 인간인지라 쉬지 않고 계속해서 기력을 소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숨도 슬슬 거칠어지고 있었다.
두두~ 두 발의 탄환이 발사된다.
국장의 몸이 세차게 휘돈다. 탄환 두 발이 국장의 얼굴 옆을 스쳐지나간다. 회피하면서 국장은 다른 기체의 다리 사이로 숨는다. 숨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의 손에 맺힌 기살이 힘을 이기지 못해 딱딱 거리는 소리를 낸다.
터엉! 기살이 AWC의 다리 관절을 때린다.
콰직! 관절의 주변이 부서진다.
관절의 회전을 위해 중심을 이루는 커다란 구슬이 삐죽 빠져나간다.
국장의 손에는 아직까지도 빠직 거리며 방전 현상을 발현하는 기가 맺혀 있다.
콰곽! 강철에 국장의 손가락이 박혀든다.
이까지 앙당 물고 있는 것이 그가 낼 수 있는 최대의 물리력을 동원하는 모습이다.
콰지직~ 다리 하나를 아예 뽑아든다. 그 상태로 그의 몸이 다시 빠르게 움직인다.
두두두두~ 사방에서 20mm 총탄이 날아든다. 손에 들린 다리로 일부를 막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기로 충분히 보호하고 흡자결로 바닥에 단단히 고정을 했음에도 중심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하지만 국장의 눈빛은 이글거린다. 이미 상당히 지쳐있음에도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기가 들끓는 것일까? 여기서 끝나더라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각오가 보인다. 그의 손에 들린 다리가 허공을 가른다. 마치 창을 던지듯 그 크고 무거운 다리를 던졌다. 물론 그 다리에는 그의 전신 전력이 실려 있다.
콰앙~ AWC 중 한기의 후면에 다리가 깊숙이 박힌다. 엔진이 있는 곳이고 그 뒤로 아마 보조전원장치도 있는 부분일 것이다. 다리가 박힌 AWC가 국장을 향해 급회전을 한다. 그래도 움직여? 라는 의문이 든다. 포탑까지 회전하며 국장을 노린다. 미칠 노릇이다.
그 순간 기체가 급살을 맞은 듯 한번 들썩한다. 작동이 멈춘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다. 저런 상태로 또 움직인다면 불사의 존재라 인정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국장은 그래도 쉴 수 없다. 다른 기체들이 또 다시 공격을 가해오기 때문이다. 국장이 바닥을 구른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그가 그만큼 많은 힘을 소비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후우~” 국장이 움직이며 긴 숨을 토해낸다. 전신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눈 속까지 흘러들어 시야까지 방해할 정도다. 이대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최대한 사람들의 피해가 없이 해결을 해야 했다. 물론 본인만 죽는다면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어떻게 장담한단 말인가? 지금 AWC들의 상태로 봐서는 그가 제거되어도 계속 살상모드로 움직일 것 같았다.
국장의 손에서 칼바람이 일어난다. 태기손바람이다. 2식에 불과한 기초식 중 하나지만 국장이 펼치면 또 다르다. 중첩에 중첩이 가해진다. AWC의 시각센서인 렌즈를 노린다.
슈카각~ 날카로운 기운에 단단한 물체가 잘리는 소리가 들린다.
기동하던 AWC 세 기의 시각센서가 가로 세로로 잘렸다. 움직이던 세 기가 급하게 정지한다. 분명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 이제 봉사를 만들었으니 요리하는 방법만 남았다. 국장이 지체하지 않고 그들 중 한 기를 향해 몸을 날린다.
부우웅~ 엔진이 시끄럽게 울리며 AWC가 기동을 한다. 마치 국장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움직임이다.
“어떻게?”
국장의 의문을 해결해주는 반짝임이 있다. AWC의 시각센서는 하나가 아니었다. 하나가 손상되자 반대쪽에서 덮개가 열리며 나타난다. 꼭 거미처럼 눈이 여러 개 달려 있는 형태다. 뒤쪽에도 후면을 보기 위한 시각센서가 달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밖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센서가 총 8개나 달려 있어 정말 거미와 똑같았다. 조종사가 직접 밖을 볼 수 있는 작은 창도 있으니 9개나 된다. 모든 이미지는 조종사의 헬멧 고글로 보내지니 전후좌우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기동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기종이다.
국장이 미간을 구긴다. 완전 괴물을 만난 것이다.
국장은 이미 달리기 시작했고 멈출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국장이 다가서는 곳을 향해 뭔가 발사된다.
쉬익~
국장이 발의 지면을 밟는다.
쿵! 발이 시멘트 바닥을 파고든다. 그만큼 강한 힘이 실려 있다. 국장의 몸이 다가서던 속도만큼 빠르게 뒤로 빠진다.
퍼엉! 허공에 도넛 모양의 폭발 파형이 만들어진다. 능동방어시스템에 의한 대응파괴탄이 폭발하며 생긴 현상이다. 파괴탄의 파편이 주변으로 퍼진다. 그렇게 넓은 범위로 퍼지는 탄이 아니다. 국장이 빠른 회피를 했기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폭발의 충격파만 조금 미쳤다.
AWC의 포탑 상부에서 윙윙 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바로 능동방어시스템의 대응파괴탄이 들어있는 곳인 것 같았다. 세 기 모두 국장의 근접을 막기 위해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국장이 물러나는 지점을 향해 나머지 두 기 중 한 기가 뭔가를 발사한다.
슝~ 묵직한 물체가 날아간다. 국장의 발이 뒤로 무르며 지면에 닿는 순간이다. 국장은 보지도 않고 손을 들어올린다. 무조건적인 반응이다. 보는 것이 오히려 더 늦다. 국장의 손에는 기살을 위한 기파가 실려 있다. 다가오는 힘은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고 느껴진다.
파앙! 다가서던 물체가 기파에 부딪치며 튕겨 오른다. 그 순간 다른 무언가가 또 다가온다. 국장의 눈이 찡그려진다. 연계 공격이었다.
날아와 부딪친 것은 AWC의 하단부에 붙어 있던 로봇 팔이었다. 떠올랐던 로봇 팔은 와이어에 의해 순식간에 다시 당겨진다. 압축기에 의해 발사한 후 다시 회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파로 쳐낸 팔에 다시 날아드는 물체 또한 로봇 팔이었다. 국장의 몸이 휘돌며 다가서던 로봇 팔도 쳐낸다. 그때 그의 팔이 휘둘러진 후 도착할 곳에 다른 물체 하나가 떠 있다.
마치 국장의 움직임이 이미 시뮬레이션 된 후 행하는 공격 같았다. AWC의 빠른 연산 장치는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까지 가능했던 것이다.
콰악! 쩍 벌어진 세 가닥의 금속 손아귀가 국장의 팔목을 구속한다.
지이이잉~ 잡힌 순간 와이어가 당겨진다. 국장이 그 힘에 딸려가지 않을 재간은 없어 보인다.
나머지 두 기의 포탑이 국장의 움직임을 따라 같이 움직인다. 20mm 기관총이 국장을 노리며 조준이 된다.
두두두두~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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