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8 장 기대 이상이라…….
본 메이지의 두개골은 투구가 되고 스태프는 중첩되며 훨씬 커졌다. 그라이아가 스태프를 들어 땅을 친다.
콰앙!
쩌저저적! 스태프의 끝부터 진월을 향해 지면이 쩍쩍 갈라지며 주욱 나아간다.
갈라진 대지의 틈에서 날카로운 송곳 같은 바위들이 솟구친다. 어스 스피어라 불리는 대지의 창이다. 그라이아는 모든 속성의 마법을 구현하고 있었다. 그만큼 대단한 마녀라는 의미도 된다.
진월이 그를 향해 날아오는 어스 스피어를 본다. 위력은 이전의 공격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크기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영력을 이용해 방어를 할 경우 충격이 다를 수 있었다. 고민은 짧고 행동은 더 짧다. 시간을 오래 끌어봐야 좋을 것도 없었다. 진월의 특성 상 상대의 공격이 강하고 약하고를 따진 적이 없다. 우선은 부딪쳐 보는 것이 그의 장점이기도 하다.
뾰족한 사람 덩치만한 석순 모양의 스피어들이 진월을 향해 솟구친다.
콰과과과광~ 굉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부서지는 돌조각들에 의해 진월의 몸이 보이지도 않는다. 진월 주변으로 부서진 돌조각들의 무덤이 만들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그라이아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감돈다. 그녀의 양 손이 들린다. 스태프에서는 강력한 녹색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녀의 시선이 주변의 양자에너지 막으로 향한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약한 마나가…….”
그녀의 말처럼 대기 중의 마나가 양자에너지 막으로 인해 유입이 더욱 더 차단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더 급한 문제는 눈앞의 진월의 처리였다.
그녀의 팔이 허공으로 솟구치자 쩌적 소리를 내며 지면이 들썩인다. 잠시 후 지켜보던 팀원들의 입이 크게 벌어질 정도의 일이 발생한다. 진월 주변 대지가 쩍쩍 갈라지며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도로 위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까지 같이 떠오른다. 떠오르는 대지의 조각들의 크기는 거짓말 좀 보태서 컨테이너 크기만 했다.
어스 스피어를 계속 막고 있는 진월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고 있는지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그라이아의 스태프와 손이 진월을 향해 내리쳐진다.
쿠앙~ 쾅~ 콰아앙~
컨테이너 크기만 한 흙과 바위들이 진월을 짓뭉갠다. 그 사이에는 차량들도 섞여 있었다. 진월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모든 물체에는 그라이아의 마력이 기본적으로 실려 있다. 마력을 제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무게와 물리력이 있다. 아무리 진월이라 해도 몰아치는 충격의 폭풍 속에서 무사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지켜보던 강희가 움직이려고 움찔하다가 멈춘다. 진월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진월의 사전 명령이 그녀의 뇌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양자에너지 막을 발생시키는 장치 곁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이었다. 직접 부수지 않는 한은 무슨 일이 일어날 장비는 아니다. 진월이 강조한 것은 바로 자리를 지키고 싸움에 관여하지 말라는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끊이지 않을 것 같던 굉음이 멈춘다. 허공에 떠있던 모든 물체가 진월 한 명을 노리고 떨어져 내렸다. 모든 것이 한자리로 떨어졌으니 높은 언덕을 이뤄야 맞겠으나 정작 그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한 5미터 정도나 되는 높이의 동그란 봉분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만큼 강하게 압축이 되었다는 의미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고 현장은 침묵이 감돈다.
후두둑!
굴러 내리는 자그마한 돌 뭉치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그 공간은 고요했다.
“호호! 기대 이상이라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라이아는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웃으면서 말한다.
“자! 투첼, 네 차례다. 힘을 소비했으니 식사를 하셔야지.”
“크크! 그럴까?”
그라이아가 투첼이 있는 손을 앞으로 내밀자 입술이 크게 벌어진다. 입술로 주변의 대기가 쑥 빨려 들어간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 입을 향해 발생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입술의 앞으로 검은 홀이 만들어진다. 흡입하는 힘의 집중이 중력 홀을 만들어낸 것이다. 작은 중력 홀의 흡인력은 진월이 묻혀 있는 곳에 집중된다.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흡입을 한다. 거대한 바위 뭉치가 뜯겨져 나온다. 중력 홀의 크기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무리 없이 중력 홀의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간다. 그런 식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둥근 언덕처럼 형성된 바위더미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완전히 떡이 된 차들 또한 쑥쑥 빨려 들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라이아가 고개를 갸웃한다.
“모습이 보여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우물우물~ 투첼은 중력 홀을 통해 들어오는 바위조차 우물거리며 먹고 있다.
사실 물체를 먹는다기 보다는 사물에 함유된 마력을 다시 재흡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곧 나올 거야. 저놈의 힘이 섞여 있다.”
“살아 있어?”
“글쎄?”
드드득~ 거대한 바위 덩어리 하나가 다시 치워지려 한다. 바위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들 하나하나가 사실은 컨테이너 크기만 한 흙과 바위더미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정도의 크기가 사람 덩치만한 바위덩이로 압축되었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것들에 의해 진월이 타격을 받았다면 진월이 무사하리란 보장은 전혀 없었다.
바위 덩어리가 투첼의 입술 앞의 중력 홀로 쑥 끌려간다. 그 뒤로 검은 광택을 지닌 물체가 보인다. 뭔가 하고 확인을 하려는 찰나.
차르르르 착~ 뭔가 펴졌다가 접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의 뒤를 이어 뒤쪽의 남은 언덕 부분이 들썩거린다. 마치 산이 들린다는 표현을 써도 될 것 같다.
크두두두둑~ 압축된 거대한 봉분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흙과 작은 바위들이 떨어져 내린다. 봉분의 밑에는 사람이 서 있다. 중력 홀이 빨아들이는 힘을 버티고 서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이글거리는 영력의 불길도 영사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일렁이는 아지랑이 같은 무형의 힘만 보일 뿐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 영력의 힘은 그의 신체를 강화시키고 있었다.
화아아악~ 진월의 몸에서 영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다.
꾸두둑~ 진월의 신발과 옷들이 근육이 팽창하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을 토한다. 강화복 재질로 만들어진 방호복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찢어져 걸레가 되었을 것 같았다.
“이건 선물로 받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니 반납하도록 하지.”
진월이 말을 끝냄과 동시에 그라이아를 향해 반쯤 남은 봉분을 던져 버린다.
퍽! 중력 홀에 처박힌다. 너무 큰지 빠르게 빨아들이지 못한다.
“컥! 컥!” 투첼의 입에서 고통스런 소리가 난다.
“뱉어!”
“컥! 아, 안 돼!”
“미쳤니?”
휙! 그라이아가 손을 휘젓자 반쯤 남은 봉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날아간다. 향하는 방향은 양자에너지 막이다.
즈증~ 뚫리지 않기 위해 양자에너지 막이 거센 저항을 한다. 하지만 이미 절반이나 막을 통과한 상태다. 다행인 점은 그 상태로 더 이상은 뚫리지 않고 있다.
증증증~ 양자에너지 막이 불안한 상태를 보인다. 방해물이 끼어 있어 보이는 증상이다. 그 모습을 본 그라이아가 씩 웃는다. 약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진월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라이아는 보지 않고도 그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녀의 스태프가 허공을 찍는다. 그에 따라 파동이 허공에 만들어진다.
둥~ 둥~
공간이 흔들리는 것처럼 허공에 물결 모양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지점에 정확하게 틀어박히는 물체가 있다.
콰광~ 폭발과 굉음이 터진다.
주변으로 폭발의 여파가 퍼져 나간다. 보호 장비를 모두 착용한 팀원들조차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진월의 양팔에서 발생한 영사의 팔들이 물결 모양의 방어진과 부딪치며 생긴 현상이었다.
후웅!
다시 한 번 진월의 양팔에서 영사의 팔들이 거대한 갑옷처럼 일어난다. 검은 빛의 영사의 팔들에는 금빛과 흑빛의 영력의 불길이 이글이글거린다. 생겨남과 동시에 그라이아를 향해 꽂힌다.
콰과광~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양자에너지 막이 출렁이며 뻗어나가는 에너지를 해소하기 위해 열심이다.
여유롭던 그라이아의 얼굴이 굳어 있다. 그녀의 발도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스태프를 들지 않은 그녀의 손이 허리 쪽으로 향한다. 뭔가를 들어 올리는 것 같은 동작이다. 붉은 구슬 하나가 따라 올라온다. 그녀가 입을 벌린다. 붉은 구슬은 갈 곳을 찾았다는 듯 그녀의 입술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그녀의 눈빛이 더 붉어진다. 마치 레이저라도 쏘게 생겼다. 그녀의 고개도 젖혀진다. 뭔가를 음미하는 듯한 태도다. 그녀의 신체에 붉은 불길이 미약하게 일렁인다. 뭔가 힘이 되는 약을 먹은 것 같았다. 사실 그녀가 취한 것은 인간들의 정기였다. 목내이가 된 인간들의 정기를 모두 흡수한 것이 아니라 지금 그녀가 취한 것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섭취를 했었던 것이다.
방어만 하던 그라이아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다. 진월처럼 팔을 휘두른다. 일렁이며 물결치듯 생성되던 방어막이 회색빛을 띤다. 그리고 진월을 향해 날아간다. 아니 진월이 휘두르는 영사의 팔에 정면으로 맞선다.
콰과과광~ 굉음과 폭발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지켜보는 자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대결이 펼쳐진다. 그라이아의 눈이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 만들어지는 회색빛 모양은 진월이 만들어내는 영사의 팔과 비슷했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스산하고 음침하게 느껴졌다. 깡말라 보이는 손과 팔 모양은 스치기만 해도 생명력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콰앙! 격돌음이 아닌 타격음이다.
놀랍게도 진월이 한 방 맞았다. 진월의 고개가 휙 돌아갈 정도의 공격이다.
주루룩~ 진월이 뒤로 죽 밀려난다. 그러나 진월의 모습은 그 순간 사라진다.
그라이아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순간 진월의 모습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녀는 왼쪽 관자놀이에 뜨끔한 느낌을 받는다. 고개가 획 돌아간다. 진월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녀의 눈에는 빛살이 보인다. 검은 빛살이다.
퍼억! 우직!
“커헉!”
그라이아의 입에서 핏물이 튀어나온다.
그녀가 입고 있는 본 아머의 굵은 뼈대가 박살이 났다. 그녀의 몸이 많이 밀리지도 않았다. 그만큼 진월의 주먹은 빨랐다. 엄청난 스피드로 본 아머를 박살내고 안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갈비뼈 몇 대는 부러졌을 타격이다.
후두둑! 진월의 권이 본 아머에서 빠져나온다. 검은 용린으로 덮여있다.
그라이아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려 한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진월을 잡는다.
턱!
잡힌 순간 진월이 미간을 구긴다. 그의 우완을 잡고 있는 그라이아의 손으로 시선이 향한다. 바로 투첼이 있는 손이다.
콰득!
진월의 팔에서 피가 배어나온다. 영력의 보호를 받고 있어 웬만해서는 진월의 피부를 뚫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가 배어나온다는 것은 투첼의 이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꿀꺽! 진월의 피를 시원하게 빨아먹는 소리가 들린다.
그라이아는 진월의 피가 투첼을 통해 공급되자 전율하듯 몸을 떤다.
“아~! 청량해.”
그녀가 입은 상처가 무색하게 목소리가 밝다. 마치 진월의 피를 취함으로써 모든 고통과 상처가 다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목소리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