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8 장 능동방어시스템
지이이잉~
강희가 쫓던 AWC의 모터가 온 힘을 다해 움직인다.
콰과과곽~ 타이어 또한 바닥과 마찰을 하며 옆으로 회피 기동을 한다. 강희 또한 AWC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같이 움직인다. 벌써 다섯 번째 능력의 사용이다.
퍼퍼퍼퍽~ 연기를 뿜어대는 AWC의 20mm 탄이 시멘트 바닥을 파낸다.
티티티팅~ 일부는 동료 AWC의 원형 다리에 맞고 상처를 낸 후 튕겨나간다.
픽~
붉은 피가 허공에 튄다.
“큭!”
강희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AWC의 다리에 맞은 후 튕긴 탄환이 강희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갑작스레 상황이 터지는 바람에 방호복을 입고 있지 못해 피해가 컸다. 위력이 강한 탄환이라 슬쩍 스쳤지만 피부가 뭉텅 쓸려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최탑의 입에서 욕지기가 튀어나온다.
“젠장!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
국장의 시선이 강희를 본다. 바닥을 슬쩍 밟자 그의 몸이 쭉 뻗어나간다. 강희의 근처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최탑은 바닥에 그대로 놓여 있는 고속유탄발사기로 접근한다. 뒤에 철퍽 주저앉는다. 국장과 강희만 없다면 무조건 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유탄도 손으로 만져 물질감응염동력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최탑의 시선이 엔진이 고장 나 연기를 뿜어대는 AWC를 본다. 분명 저 상태면 움직이지 못해야 맞는 상황이다. 그런데 움직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IUC의 기술력이 뛰어난 부분이 여기에 있었다. 모든 악조건을 상정해 유닛을 만들어낸 것이다. 국방부에서도 이 기동유닛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조건이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이다.
AWC는 엔진이 폭발하거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도 전장을 벗어나 정비할 수 있도록 UPS(무정전 전원 장치)와 비슷한 장치가 내장되어 있었다.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비들을 많이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최대 2시간 정도를 엔진의 구동 없이 전력으로만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런 것을 알 수 없으니 최탑의 입장에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쉬이이익~ 연기를 뿜고 있던 AWC의 뒤에서 흰 연기가 솟구친다. 내부에서 자동적으로 소화가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지이이잉~ 콰과과곽~ AWC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국장과 강희를 한쪽에 놓고 모두 한편으로 편대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미 모드 자체도 살상 모드로 바뀌었다. 그들이 노리는 목표는 국장이었으니 이제 방아쇠만 당기면 끝이다. 아니나 다를까 20mm 기관총이 불을 뿜는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림도 없다. 하나가 발포를 시작하자 이동 중이던 AWC들까지 모조리 쏘아댄다. 중간 중간 예광탄의 불빛이 보인다. 층간을 받치는 기둥이 탄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걸레가 되더니 중간부분이 뭉텅 사라진다.
AWC들의 상갑에 달린 렌즈가 좌우를 살피며 한쪽으로 움직인다. 열 감지 센서가 작동하는 모양이다.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건만 20mm 기관총의 총구가 돌아가고 AWC들의 상갑에 달린 납작한 포탑도 돌아간다. 지하 1층 벽에 바람구멍이 뻥뻥 뚫린다. 매설되어 있던 각종 관들이 터지며 물과 가스가 터져 나온다.
국장의 모습이 잠깐 잠깐 드러난다. 강희를 부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희 또한 이를 악물고 능력을 발현하고 있었다. 그들의 바로 뒤를 20mm 기관총탄이 따른다. 멈추면 곧 죽음이다. 쏘아대던 AWC 중 한기가 사격을 멈추고 몸체와 포탑을 빠르게 돌린다. 국장과 강희가 아직 도달하지 않은 지점을 노린다.
두두두두~ 기관총이 불을 뿜는다. 반대쪽에서 역으로 돌아온다. 인공지능이지만 이때만큼은 사람보다 더 뛰어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퓽퓽퓽퓽~
“우아아아~! 개자식들!”
최탑이 악에 받쳐 욕을 내뱉는다. 그의 손가락은 고속유탄발사기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무조건 당겨놓고 그의 한 손은 허공을 지배한다. 허공을 부유하는 수십 발의 유탄들이 그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춤을 춘다. 최탑의 이가 입술을 깨문다. 그의 이마에는 순식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우악! 이거나 먹어라!”
콰과과과광~
유탄들이 폭발한다. 최탑이 날려 보낸 포탄은 모조리 AWC의 배기부를 향해 날아갔다. 가장 취약한 부위가 그곳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효과가 있었을까? 미친 듯이 쏴대던 기관총이 멈췄다.
뿌연 먼지와 불길만 있을 뿐 정적이 감돈다. 모두의 시선이 결과에 주목한다. 그때 창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에요. 어서 피해야 해요.”
“뭐라고?”
“능동방어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요.”
“…….”
최탑이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쳐다본다. 능동방어시스템은 대부분 3.5세대 이상의 전차에 장비되는 장치다. 레이저로 적을 탐색하고 다가서는 포탄이나 대전차 미사일에 대항해 대응탄을 발사해 적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시스템이다.
유탄이 날아들어 적중되려는 순간 탄막을 형성해 공중에서 폭발하도록 만들었다는 의미다.
국장도 잠깐 멈춰 섰던 발걸음을 다시 뗀다. 강희의 상태가 완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AWC들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한 기가 뒤로 빠진다. 최탑을 노리는 것 같은 모습이다.
뭔가 불길한 기운이 엄습한다. 국장의 움직임에 맞춰 돌아가는 AWC의 포탑 또한 뭔가 달랐다. 기관총으로 노리는 움직임이 아니다. 우측에 달린 미사일 발사대에 토우미사일 하나가 얹어져 있었다. 창민의 뛰어난 시력에 그 모습이 명확히 보인다.
“국장님!”
“…….”
국장 또한 창민이 부르며 가리키는 것이 무언지 봤다. 사람을 상대로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려 하고 있었다. 조종사가 사람이 아니니 인정사정이 없다.
국장의 표정이 굳는다. 강희를 보며 말한다.
“움직일 수 있겠느냐?”
“네.”
“뒤도 보지 말고 2층 통로로 가라.”
“하지만…….”
강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있어봐야 방해만 되는 상황이다. 강희가 빠른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간다. 사실 피가 너무 많이 흐르고 있었다. 지혈이라도 우선해야 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뛰던 국장이 갑자기 멈춰 선다. 토우미사일인 이상 뛰어도 그다지 의미가 없다. 센서가 있기에 추적해서 따라오기 때문이다. 모양으로 봐서는 그래도 최신 모델이 아닌 오리지널 버전으로 보인다. 최신 모델 같은 경우는 신관에서 전파를 발사해 목표물의 지근거리에 도착하면 폭발형 관통자를 폭사하는 모델도 있었다. 그 위력이 엄청나서 전차의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전차가 떡이 되어 버릴 정도였다.
토우미사일이 발사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대로 미사일을 맞게 되면 득보다 실이 많았다. 국장이 미사일을 장전한 AWC를 향해 치고 나간다.
펑펑펑! 대기 중이던 세 기의 AWC가 60mm 포탄을 발사한다. 국장이 지그재그로 너무 빨리 움직여 예측 사격을 했다. 두 발은 뒤쪽 벽을 향해 날아간다. 하지만 한 발이 정확하게 국장을 노린다. 국장의 몸 주위로 희뿌연 기파가 펼쳐진다.
따닥따닥
국장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운에 의해 대기가 몸살을 앓는다.
그의 손에는 방금 전에 보였던 동그란 기파가 형성되어 있었다. 포탄이 그의 신체와 손 하나 차이로 다가섰을 때 착시 현상이 생긴다. 국장의 몸이 순간 둘로 보인다. 하나는 포탄과 정면으로 하나는 포탄의 옆면에 서 있다. 정면의 국장은 포탄을 맞고 있었지만 측면의 국장은 포탄의 옆면을 손으로 때린다.
퍽! 피리리릭~
포탄이 회전력을 잃고 옆으로 튕겨나간다.
콰광~ 국장을 지나쳤던 포탄들이 후면 벽을 때리며 폭발한다. 포탄이 터지며 발생한 열기에 국장의 모습이 AWC들의 센서에서 잠깐 사라진다. 토우미사일을 쏘려했던 AWC도 목표물을 잃고 잠시 주저한다. 일어났던 불길이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초.
국장의 모습이 다시 열화상 카메라에 잡힌다. 토우미사일을 발사하려던 AWC 바로 앞이다. 국장의 손에는 뭔가 들려있다. AWC가 발사했던 60mm 포탄이다. 국장이 토우미사일을 향해 60mm 포탄을 던진다. 국장은 포탄을 던진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피한다.
신관과 신관이 부딪친다.
콰아아앙~ 검붉은 불길이 지하 1층을 뒤덮는다. 폭발의 여파는 엄청났다. 폭발한 지점의 주변 30미터 정도는 초토화되는 분위기다.
후둑~ 후둑~
불길과 함께 뭔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연신 난다. 천장의 시멘트까지 폭발의 여파로 인해 녹아내리고 부서져 내린다. 창민을 비롯한 요원들은 이미 지하 2층으로 이동했다.
화르륵~ 따닥! 딱 딱~
불길이 일어나고 뭔가 타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기가 다 가시지 않아 정확한 상태는 알 수 없었다.
푸화아악~ 슈욱~
하얀 분무 같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불길이 삽시간에 잡힌다. AWC에는 기능이 살아있는 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하얀 분무가 가라앉자 전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토우미사일을 발사하려던 AWC의 경우 상단 포탑이 사라졌다. 몸체의 일부도 녹아내렸다. 안에 잠들어 있던 조종사들의 생명 또한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였다. 나머지 네 기의 몸체도 피해가 있어 보였다. 폭발 파편에 의해 장비나 장갑의 손상이 조금 보였다. 열기에 의해 도료의 색 또한 검게 그을려 원래의 색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기동을 못할 정도의 피해는 절대 아니었다. 무기 또한 멀쩡했다. 더 중요한 점은 싸움을 할수록 국장의 전투 타입에 대한 데이터가 누적이 된다는 점이다.
그들의 눈 역할을 하는 렌즈가 징징 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국장의 위치를 찾기 위한 모습이다. 원래 있던 자리에는 당연히 없었다. 전체를 탐색하던 그들의 렌즈가 한곳으로 향한다. 지하에서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의 방호벽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철컹! 드르르륵~
방호문이 올라간다. 빛이 새어 들어온다.
국장은 목표가 그가 확실한 이상 지하 2층으로 내려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요원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가 희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싸움터로는 그래서 밖을 선택하는 것이 맞았다.
방호문이 올라가자 찰칵거리는 금속음이 연신 들려온다. 국장의 시선도 뒤를 돌아본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병력이 국장을 향해 각종 화기를 조준하고 있었다. 국장이 병력들을 향해 돌아선다. 물론 항복을 의미하는 두 손 번쩍 또한 잊지 않는다. 국장의 시선에 지휘관의 모습이 잡힌다. 뒤쪽에 서 있는 무궁화 두 개 중령이다. 국장이 중령을 향해 말한다.
“난 항복을 하고 싶은데 받아주지를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 뒤를 좀 보지? 이게 원래 자네들 의도라면 할 말은 없지만…….”
방호문이 활짝 열렸다. 지하 1층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쿵쾅 거리는 굉음이 계속 들리고 진동이 발생해서 일이 벌어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도가 심했다. 더구나 상대는 단 한명이다. 그 또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사실 고 국장이 테러리스트라는 말 자체가 믿기지 않는 상황이기도 했었다.
“…….” 중령이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상황을 살핀다.
부우우웅~ 콰과과곽~
AWC들이 힘차게 기동한다. 기세가 마치 더 이상의 용서는 없다는 듯한 움직임이다. 두 기는 포탄이 장전되고 두 기는 토우미사일이 발사대에 장입된다.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국장의 말대로다. 국장의 뒤에 아군이 있건 없건 무조건 공격을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투학~ 토우미사일 한발이 국장의 다리 쪽을 노리고 대기를 가른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