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6 장 목표물은 누구?
철컥! 철컥! 철근과 비슷하게 생긴 기둥 몇 개가 도로와 인접한 인도 위에 세워진다. 국방색으로 만들어진 것이 군용이다.
차르르륵! 길게 말린 셔터 문처럼 생긴 금속 조각들이 기둥들 사이로 올라가 방호벽을 만든다. 도로 상에서 인도 쪽을 본다면 10여 미터의 방호벽이 만들어져 그 뒤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완전무장을 한 병력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시가전 훈련을 많이 했는지 그들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했다. 특정 건물의 주변에 뭔가를 빠르게 설치한다. 열린 곳은 뒤쪽의 야산이 있는 곳 외에는 없었다. 1분도 안 되어 모든 설치가 끝났는지 병력들이 뒤로 우루루 빠진다. 뭘 설치한 것일까?
증증증~ 양자에너지 실드와 같은 장막이 건물 주위를 감싼다.
NSCT에서 개발한 양자에너지 실드와 거의 유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에너지 실드가 카키색이다. 조금 더 어둡고 밝은 색들이 어우러지며 물결치듯 움직인다. NSCT가 만일 정부의 뜻에 반해 다른 움직임을 보일 때를 대비해 군에서 준비하고 있던 비밀 무기 중 하나 같았다. 능력자들을 구속하기 위한 덫으로 개발했으나 지금은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뿐이다. 물론 이 기술도 IUC측에서 제공했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진월이 그라이아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했을 때 전철 부장 이하 IUC측은 양자에너지 실드를 외부에서 뚫고 통제를 할 정도의 기술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자 건물 내부에서도 동요가 발생한다. 보안카메라에 의문의 병력들이 움직이는 것이 포착된 것이다. 더구나 밖이 갑자기 어두워지니 주거지역에 있던 요원들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통제실의 모니터에 바깥의 풍경이 모조리 들어온다. 매수 실장이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란다. 창민은 진월과 작업 중이라 그곳에 집중하느라 캐치하지 못한 순간이다.
“차, 창민아!” 매수 실장이 창민을 부른다. 바깥 상황을 파악하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다.
즉~ 즉~ 웅~
전원이 나가고 서버가 멈추는 소리가 연이어 들린다.
“뭡니까?”
창민이 각종 전자 장비가 헬멧처럼 붙은 헤드셋을 벗으며 묻는다.
지잉~ 본부 내 비상 전원이 다시 들어온다. 서버도 다시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보여야 할 바깥 풍경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에 바깥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카메라가 먹통이 되어 있었다. 매수 실장의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묻는다.
“위성은?”
“통제권 잃었습니다.”
“밖으로의 통신은?”
“먹통입니다. 개인 통신도 차단되어 있습니다.”
매수 실장이 스마트폰을 빼서 확인한다. 안테나에 줄이 가 있다. 심지어 WI-FI까지 끊겨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국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무실에 앉아 있던 국장조차 심각함을 느낀 것이다.
“입구를 봉쇄한다. 보안단계는 최상! 전 요원은 완전무장 후 소산 대기한다. 별도의 명령이 없는 한 절대 위치를 이탈하지 않도록 한다.”
“…….”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이후 각 실과별로 관리자들의 명령에 의해 개인 화기가 지급된다.
비상 시 대처 요령이 정해져 있기에 국장이 지하 1층에 도착하자 기동 부대가 대기 중이다. 목영호와 마명이 대원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최탑과 강희가 국장의 곁으로 다가온다. 창민 또한 뒤늦게 도착한다. 국장이 그들을 보며 말한다.
“또 진월이 없는 틈을 노렸다. 혹시 진월 또한 개별적으로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 양동작전일 가능성이 높아.”
“도대체 누가 온 거지요?” 강희가 묻는다.
“서버에 남은 영상 자료를 보니 군부대였어요.” 창민이 대답해 준다.
“네가 여기로 오면 어떻게 해. 백업을 해줘야지.”
“뭐가 보여야 하지요. 완전히 깜깜한데. 차라리 여기서 제 감각으로 모든 것을 보는 것이 더 명확합니다.”
“전부 다 끊긴 거야?”
“네. 모조리 다 끊겼습니다.”
“상황은?”
“뚫린 곳은 이 뒤쪽뿐입니다.”
“뒤쪽이라면 산이잖아.”
“토끼몰이를 하는 것 같구나.” 국장이 말한다.
“그것도 아니에요. 뭔가 오고 있어요. 산을 넘어서…….”
창민의 예민한 청각에 뭔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엔진소리는 제법 컸지만 방음처리가 잘 되어 있었다. 묵직한 것이 큰 차에나 들어갈 엔진으로 느껴졌다. 그만큼의 파워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면 바퀴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았다. 스쿠터 타이어 사이즈 정도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문제는 바퀴 두 개가 아닌 여러 개가 한꺼번에 굴러가는 소리다. 더 이상한 것은 산악지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토끼몰이가 아니고 병력을 투입하기 위한 문을 열어둔 것이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최탑이 국장에게 묻는다.
“막아야겠지.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지휘관을 잡아야겠군요.”
“…….” 국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국장의 시선이 우선 요원들의 무장 정도를 살핀다. 기본 화기 K-2C부터 K-11, 머신(개틀링)건, MK-19 고속유탄발사기, 칼구스타프까지 다양했다. 훈련만 잘 되어 있다면 전차도 잡을 수 있는 화력이다. 거기에 더해 특수철갑탄까지 지니고 있으니 그 어떤 부대의 전투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자부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가오는 자들이 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군인이며 함부로 살상을 했을 경우 슬퍼할 가족이 많을 것이란 사실이다.
“난감하구나.”
“저들의 목적이 뭘까요?”
“그걸 모르니 답답한 것 아니겠느냐?”
그때 창민의 귀가 쫑긋거리며 움직인다. 이미 인간에게는 퇴화된 기능이지만 창민에게는 가능한 기능이다. 저들의 교신 내용이 창민의 뛰어난 청각에 잡히고 있었다.
“목표물 발견 후 제압 또는 힘들시 제거라고 합니다.”
“…….”
“방해물들에 대해서는 되도록 제압을 원칙, 반항이 심할 시 상황에 따라 제거…라는 방침입니다.”
“허참! 목표물이 누군지는 몰라도 된통 찍혔구나.” 국장이 어이없어 한다.
“팀장님일 확률이 가장 높은데 안 계시니 국장님일 확률이 거의 백퍼센트입니다.”
“그 말은 결국 나만 잡혀가면 이 상황 끝난다는 말이냐?”
“그런 것 같은데요.”
“그런 것 치고는 밖에다 한 짓이 너무 요란해서 그런다.”
국장의 말대로다. 전부 다 쓸어버리겠다는 의사가 아니라면 저렇게 꽁꽁 싸맬 필요까지 있을까 싶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 작전 자체가 밖으로 소문이 나서 좋을 것이 없다는 뜻도 된다. 과연 무엇일까? 고민해도 당장에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고민을 깨끗이 씻어줄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온다.
콰앙! 두드드~
굉음과 함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건물에 진동이 느껴진다.
모두의 고개가 뒤로 돌아간다. 입구를 향해 포진하고 있었는데 엉뚱하게 1층 뒤쪽이 뚫린 분위기다. 국장이 창민을 보며 묻는다.
“지금 1층 후면 벽을 뚫었느냐?”
“네. 그것도 포탄으로 뚫었어요.”
“포탄?”
“소리로 느껴지는 것은 분명히 그랬어요. 지금 또 겨누고 있어요. 이번에는 저쪽 천장입니다.”
국장이 바로 손짓한다. 그쪽에 포진하고 있던 병력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빠진다.
콰아앙! 우루루루~ 쿠웅~ 쿵쿵~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시멘트 덩어리들이 쿵쿵 떨어져 내린다. 자욱한 연기와 먼지가 피어올라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라이트 빛이 먼지를 뚫고 정확히 사람들이 있는 곳을 비춘다. 아마도 열 감지 센서가 장착되어 있는 것 같았다.
징~ 지잉~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먼지와 연기가 가라앉을 즈음 모두의 시선에 들어온 장갑을 보며 다들 놀란다. 천장에는 가로 세로 4~5미터는 됨직한 구멍이 뻥 뚫렸다. 한발만 쏜 것이 아니라 여러 발을 동시에 사격한 것 같았다.
구멍을 통해서 개미처럼 다리가 여섯 개 달린 장갑차가 머리를 내민다. 장갑 상단에 달린 동그란 렌즈가 증증 거리며 움직인다. 그 외에도 바깥을 볼 수 있도록 네모난 강화 유리창도 보인다. 안이 들여다보이지는 않지만 안에서 바깥은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명이 기동 장갑 차량을 보더니 입이 떡 벌어진다.
“젠장! 저건 뭐야? 로봇이야? 장갑차야? 뭔 저따위 것을 다 만들었지? 우리나라 물건 맞아?”
“하나만 물어라. 그렇게 많이 물으면 답을 어떻게 해주겠냐?”
목영호가 핀잔을 준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물건들이다. 하지만 똘것 둘한테는 그런 것도 통하지 않나 보다.
콰곽! AWC(Armored Weapon Carrier)의 상단부에서 와이어가 발사되어 1층 천장에 박힌다. 박힌 와이어는 3톤이 넘는 AWC의 하중을 견뎌낸다. 그대로 지하 1층으로 떨어져 내린다.
투웅~ 무거운 덩치가 가볍게 안착한다. 여섯 개의 바퀴 달린 다리가 충격을 감소시키고 있었다. 드러난 모습을 보게 되자 이건 장난이 아니고 물건이란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전차의 포신 두께 정도 되는 다리가 여섯 개 달렸다. 몸체에서 기역 자로 뻗어 나온 다리의 끝에는 휠 크기 30센티 정도의 튼튼해 보이는 타이어가 달려 있다. 떨어지자마자 슬쩍 옆으로 움직이는 기동력을 봤을 때 사람의 움직임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이 정도면 장갑 차량으로는 괴물이다. 절정은 바로 몸체다. 다리의 상단에 달려 있는 바디에는 정 중앙에 길이 80센티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포신이 달려 있다. 자체 개발한 60mm 활강포다. 고폭탄을 사용할 경우 한 발당 15미터 원형의 살상 범위를 자랑한다. 철갑탄을 사용할 경우 30mm의 강철판을 관통할 수 있었다. 충분히 전차도 잡을 수 있는 화력을 자랑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포신의 좌측으로는 길쭉한 총신이 보인다. 제법 두껍다. 20mm 기관총이다. 분당 최대 600발의 화력을 자랑한다. 포신의 오른쪽으로는 대전차 미사일인 토우까지 장착되어 있다. 7발을 적재하고 있어 전차 7대는 기본으로 잡고 들어갈 화력이다. 기동력까지 뛰어나니 전차 킬러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추가적인 장비는 더 많이 달려 있지만 특별히 눈에 띠는 것은 좌측 하단에 달린 로봇 팔이 하나 있다. 물건을 집거나 작업을 할 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았다. 과연 지금의 기술력으로 어떻게 이런 괴물을 만들었는지 의아할 뿐이다.
요원들 중에는 군의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다. 무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 또한 많다. 목영호와 마명의 경우는 조장이니 더 당연하다. 둘은 드러난 AWC의 위용에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런 AWC가 하나씩 차분히 내려선다. 마명의 입에서 자연스레 불만이 튀어나온다.
“지금 장난해?”
“좀 심하긴 하다.” 목영호가 맞장구를 친다.
“국장님! 항복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마명이 국장을 향해 소리치듯 묻는다. 그런데 그의 손은 뒤의 조원을 향해 뭔가 가져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국장은 짐짓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대답한다.
“나만 항복하면 되냐?”
“네. 빨리 가세요. 우리 좀 살게 말입니다.”
그들의 대화 소리가 상대에게도 모두 들린다. 내려선 AWC만 벌써 다섯 대다. 더 이상은 없는지 내려오는 것은 멈췄다.
국장이 AWC를 향해 말한다.
“이곳은 정부 시설이다. 쳐들어온 이유를 밝혀라.”
“정부 시설? 당신들은 테러 집단으로 지목되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만으로도 당신들은 구속감이다.”
“이곳은 정부 시설로 NSCT라 불리는 곳이다. 상부에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난 군번 77-76XXXXXX번으로 대령 출신이다.”
“…….”
AWC에서 잠깐 동안 응답이 없다. 그때 삐삐 거리는 소리가 AWC에서 난다. AWC에서 나오는 음성 또한 기계음이다. 바로 AWC의 인공지능이다.
[군번 77-76XXXXXX번 고명철 대령 신원 확인 완료됨. 고명철 대령은 국회의원 암살 지령을 내린 자로 일급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자입니다. 저항을 할 시 사살 명령이 내려져 있으니 항복하시기 바랍니다.]
“…….”
AWC에서 나오는 기계 음성에 모두 어이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잉! 지잉! 철컥! 찰칵!
AWC의 상단 장갑에 달린 무기들이 모두 고 국장을 겨눈다. 상단 장갑에 달린 네모난 강화 유리창의 색깔이 모두 붉은 색으로 변해있다. 마치 괴물의 눈처럼 보인다. 탑승하고 있던 조종사들이 모두 조종 권한을 빼앗긴 상태였다. 안에 탑승하고 있던 조종사들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진다. 인식된 조종사가 타지 않거나 패스워드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방어기제가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인공지능이 일부러 조종사들을 수면 단계로 유도했다. 아마도 누군가 AWC에 손을 댄 것 같았다.
AWC에서 마지막 경고가 나온다.
[항복하십시오. 시간은 10초를 드립니다. 10, 9, 8…….]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