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1 장 물건들은 어디로 배달할까요?
지장 일행은 둘로 나뉘어 움직였다. 혼미스트는 원래 혼자 움직였으니 그 혼자 따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진월이 쉐인을 보며 말한다.
“내가 저 둘을 맡지. 쉐인이 하나를 맡아주면 좋겠군.”
“쫓기만 하면 됩니까?”
“어차피 만나게 되어 있어. 들키지만 않으면 될 거야.”
“그러면 하나만 쫓으면 되잖아요.”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쉐인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와 동시에 진월은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 지장과 아크와는 꽤 떨어진 거리다. 이 정도 거리면 진월조차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거리였다. 진월은 뛰어난 그의 모든 감각과 추적술을 이용해 지장과 아크의 뒤를 쫓는다.
진월이 창민에게 연락을 넣는다.
“이동 경로 근처에 큰 산이나 저수지 같은 것이 있나?”
[있습니다. 3킬로미터 전방에 건달산이 있고 남쪽으로 덕우 저수지가 있습니다. 건달산은 330미터가 넘고 작은 산도 주변에 있어 숨어들면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빠져 나갈 곳도 많고요.]
“대원들 준비는?”
[대기 중입니다.]
지장과 아크는 CCTV가 없는 산길을 택해 이동하는 것 같았다.
“산 속에 은신할만한 건물 같은 것은 없나?”
[산 주변으로 건물은 많습니다. 그런데 가장 의심이 가는 것이라면 규모도 있고 연관성도 있어 보이는 기도원 건물이 여러 채 있습니다. 빌라 같은 숙소 건물까지 갖춘 영성기도원이란 곳도 있네요.]
“음! 혹시 그 기도원의 명의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나?”
[이미 파악해봤습니다만 교회와는 연관 지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 특이한 점은?”
[주인이 바뀐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네가 가장 의심스럽다고 지목한 건가?”
[그렇습니다.]
흔적을 찾던 진월이 창민의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쉐인! 지금 위치는?”
[저 자, 천천히 걸어갑니다. 어? 택시 잡아타는데요.]
“하나만 부탁하지.”
[이미 하나 부탁했잖습니까? 저 자를 감시하라고 말입니다.]
“하나 더 부탁하지.”
[저도 몸이 하나인데 말입니다.]
“그러면 다시 분리하던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부탁하려는 것이 뭡니까?]
“배달 좀 해줬으면 하는데······.”
[배달이요? 내가 중국집도 아니고 무슨 배달이요?]
“우리 요원들.”
[이것 참, 내가 수송기도 아니고 정말······.]
“가능하잖아.”
[하지요. 해요. 그런데 저 자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택시를 탔다면 창민이 얼마든지 추적 가능해.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갈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고.”
[그렇군요. 물건들은 어디로 배달할까요?]
진월이 장소를 불러준다. 대원들에게는 창민이 목적지에 도착한 후의 행동 요령을 전파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택시 한 대가 정말로 영성기도원 근처에 멈춰 선다. 기도원으로 직접 들어가지는 않고 이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정차한다.
[도착했습니다.]
진월의 블루투스로 창민의 음성이 흘러들어온다. 그들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진월은 아직까지 지장과 아크의 뒤를 쫓고 있었다. 지장의 행로를 봤을 때 분명 건달산을 넘을 것 같았던 진월의 육감이 적중한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지근거리에 다른 아지트를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점을 노린 것 같았다.
[위성 영상도 확보했습니다. 적외선 영상에 이동 중인 둘의 모습도 찍혔습니다.]
“수고했다.”
[어떻게 전할까요?]
“모두 철저히 은신한 채 대기한다.”
[알겠습니다.]
대원들은 모두 기도원 주변에 은신 비트를 만든 채 잠복한다. 숨소리조차 죽이며 대기한다.
혼미스트는 기도원 정문을 향해 걸어간다. 주변을 살피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걷다가 주변을 돌아보는 것을 최소한 네댓 번은 하는 것 같다. 정문에 도착했다. 그런데 들어가지 않고 한참을 그대로 서 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주변을 돌아보며 킁킁거리기도 한다.
주변에 CCTV가 설치되어 있지만 사실 모두 먹통이다. 촬영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창민은 오로지 위성 영상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고 있었다.
[정문에서 대기 중입니다. 뭔가 느낀 것 같기도 합니다.]
“······.”
창민의 연락에 진월도 멈춘다. 형태변형자로 추정되는 자가 느꼈다면 지장과 아크는 더 쉽게 느낄 수도 있었다. 잠복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짓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혼미스트가 정문으로 들어서지 않고 되돌아 나온다.
[다시 나갑니다. 아무리 봐도······.]
창민이 상황을 계속 보고한다. 그때 혼미스트가 품에서 뭔가를 꺼낸다.
위성으로 그것도 밤에 보고 있으니 상황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창민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절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든 것 같습니다.]
“전파 방해!”
진월의 명령이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은폐하고 있던 대원 둘이 총구에 포탄처럼 생긴 물체를 꽂는다. 휴대용 EMP탄이었다.
타앙! 타앙!
두 발의 총성과 함께 EMP탄이 허공을 가른다. 탄환이 추진체를 가격하면 작동하게끔 만들어진 구조였다. 동시에 대원들은 모두 뭔가를 켠다. EMP탄이 폭발하면서 발생시키는 전자기파로부터 자신들의 장비를 보호하는 차단막을 발생시키는 장비였다.
콰앙! 콰앙!
산 속에서 때 아닌 폭죽놀이가 시작된다.
혼미스트는 휴대폰을 빼들자마자 총성이 들리자 깜짝 놀란다. 느낌이 이상해 주저했었다. 뭔가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그의 느낌은 맞았고 다시 집결장소를 통보해주기 위해 연락을 넣으려 했었다.
그의 주변에서 EMP탄이 폭발하며 전자기파가 퍼진다.
지이이잉~
파팍!
들고 있던 휴대폰이 스파크가 튀더니 먹통이 된다.
“젠장!”
혼미스트가 탄이 날아온 방향을 본다. 건물의 뒤편이다. 그의 시선이 그 주위를 빙 둘러본다. 방금 전까지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물체도 보인다. 바로 강희였다.
혼미스트는 확인하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달려 나간다. 그의 움직임도 꽤 빨랐다. 예전의 형태변형자와는 그 능력의 차이가 확연했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 강화된 체력을 부여한 것 같았다. 그래도 강희가 훨씬 빨랐다. 거리 차이는 20여 미터다. 그 정도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질 수 있었다.
혼미스트가 뒤를 슬쩍 본다.
우두둑~
그의 몸에서 뼈가 어긋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그와 동시에 그의 팔이 넓게 펼쳐진다. 팔 자체가 마치 행글라이더의 날개처럼 넓게 변하고 있었다.
펄럭! 후웅~
힘찬 날갯짓과 동시에 그의 몸이 붕 떠오른다. 단번에 10여 미터는 떠오른다.
쉐인이 있었다면 더 쉽게 잡을 수 있었겠지만 그는 지금 진월의 근처로 이동해 있었다.
다시 한 번 더 강한 날갯짓이 이어진다.
쉬익! 앞으로 쏘아져 나가는 모양새가 마치 매와 같다. 그래도 쫓는 속도는 강희가 더 빨랐다. 문제는 서로의 거리는 좁혀지지만 높이 차이가 생겼다는 점이다. 강희가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구긴다.
“쳇!”
강희의 몸이 슬쩍 멈추는 것 같았다. 5초로 늘어난 능력의 발현 시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이어 바로 다시 능력이 전개된다. 심장 박동이 배가되고 혈류의 흐름도 빨라진다. 거기에 더해 다시 한 번의 능력이 추가로 전개된다. 신체에 무리를 주는 방법이지만 능력 또한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쿠앙~
강희의 발이 지면을 강하게 밟으며 솟아오른다.
펄럭! 슈욱~
혼미스트 또한 강한 날갯짓을 하며 앞으로 튀어나간다. 그가 느끼기에도 강희의 쇄도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혼미스트가 슬쩍 뒤돌아본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아래를 향한다. 보이지 않았다.
“무, 무슨······.”
혼미스트가 당황하고 있었다.
강희는 그가 날고 있는 높이보다 훨씬 높게 뛰어올랐다. 게다가 그의 등 위쪽에 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데이터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에게 주입된 강희의 능력은 이렇게까지 뛰어나지 않았었다. 혼미스트가 당황하고 있는 순간, 강희가 허공에서 몸을 휙 돌린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유탄발사기처럼 보였다.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허공을 향해 당긴다.
퍼엉~
화염이 총구에서 뿜어져 나간다. 유탄이 발사되는 것이 아니라 화염자체가 뿜어지도록 개조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반동과 화염을 이용해 추진력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기를 사용하는 것이 자유롭다면 아마도 기를 이용해 반발력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희의 수준이 장풍을 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만든 방법이다.
후웅~ 강희가 고고도에서 낙하하듯이 일자로 몸을 쫙 편다.
혼미스트는 피하기 위해 몸을 뒤튼다. 날개 또한 그에 따라 말리며 방향을 급하게 선회한다. 하지만 강희의 손이 더 빨랐다. 강희의 손이 닿으려는 찰나다.
“끼아아아~!”
괴음이 혼미스트로부터 흘러나온다.
“윽!”
손을 뻗어 잡으려던 강희가 귀를 틀어막는다. 고막이 터져버릴 것 같은 기음에 온몸에서 소름이 돋아나며 심박이 흔들렸다.
기음은 혼미스트의 능력 중 하나로 공포심을 일으키는 외침이었다.
펄럭! 그 사이 한 번의 날갯짓이 더 행해진다. 앞으로 훅 치고 나가는 것이 십여 미터는 떨어진다. 강희는 아쉽게도 혼미스트를 놓친다. 입술을 꽉 깨무는 것이 엄청 억울한 표정이다. 한마디로 말해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셈이다.
[걱정하지 마.]
강희의 블루투스로 민서의 음성이 흘러든다.
강희의 시선이 민서가 있을만한 방향으로 향한다. 민서의 곁에는 라이플을 들고 조준을 하고 있는 목영호가 보인다. 목영호의 라이플에서 불이 뿜어진다.
퓩! 소음기가 장착되어 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탄환은 불을 내뿜으며 빠르게 날아간다.
* * *
지장과 아크가 이동하고 있는 산중에도 폭발음은 들린다. 그들이 접근하고 있는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둘의 움직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춰 선다.
“뭘까요?” 지장이 묻는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연락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크가 휴대폰을 빼든다. 아마도 혼미스트에게 연락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안 받으실 겁니다.”
갑자기 들려온 사내의 목소리에 둘 모두 깜짝 놀란다. 그들조차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을 건 사내가 앞쪽의 아름드리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누구냐?” 지장이 묻는다.
“말씀드려도 모르실 겁니다.”
지장과 아크가 나타난 자를 유심히 살핀다. 혼미스트가 말한 주의해야 할 대상이라 했던 자 중 하나와 인상착의가 비슷했다.
“혹 쉐인이란 자인가?”
“오호~! 나를 알아보시네. 내가 그렇게 유명 인사였나?”
“그렇다면······.”
“창고에서 나올 때부터 보고 있었다는 말이지요.”
“······?”
“궁금증은 나중에 풀도록 하시고 조용히 나와 갑시다.”
“너 혼자인가?”
아크가 주변을 살피며 묻는다.
“혼자면 어떻게 해보시려고?”
“우리 둘이면 충분히 해볼 만하지.”
“그건 모르지요. 진월 팀장이 많이 봐준 것 같던데?”
“큭! 정말 우리를 무시하고 있군. 방심만 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진월 팀장에게는 방심해서 당했다 이 말인가요?”
“그런 것도 없지 않다.”
아크는 호승심이 상당히 강한 자였다.
“쯧쯧! 분수를 알아야지요? 그렇게 자신 있으면 왜 도망을 갑니까?”
“뭐, 뭐라고? 이 자가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군.”
“제가요? 전 헛소리는 절대 안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조만간 그 붙어 볼만한 분께서 오실 겁니다. 지금 오고 있는데, 소리도 안 들리지요? 인간이 하여튼 귀신같아졌다니까.”
“······?”
쉐인의 비아냥거림에 지장과 아크의 시선이 좌우를 살핀다. 쉐인이 그렇게 말을 할 자는 진월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