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3 장 무극상은 마음이다.
쑤욱! 용린의 발톱이 빠져나온다.
은빛의 육신이 상처를 입자 그 부위가 원래의 피부색으로 되돌아온다. 쉐인의 공격에 의해 상처를 입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출혈 또한 발생한다.
“크윽!”
용자룡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절룩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지금 그의 입장에서는 상처 부위의 변환이 풀린 것도 의문스러웠다. 다시 변환시키려 했지만 알 수 없는 힘이 상처 부위에 작용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뒤로 천휘연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 또한 옆구리를 잡고 있었다. 맨 처음 진월의 권이 파고들었던 그 부위다. 얄궂게도 같은 부위를 두 번이나 가격했던 것이다. 두 번째 공격은 날카롭게 들어갔는지 옷도 잘려 있었고 피도 배어나와 있었다. 천휘연 또한 회복이 뜻대로 되지 않는지 계속 그 부위를 손으로 누르고 있다.
진월이 그런 그들을 보며 마지막으로 권한다.
“여기까지 하지?”
하지만 둘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용자룡이 천휘연을 바라본다.
“가시지요.”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어딘지는 본인 스스로도 알고 계시잖습니까?”
“······.”
용자룡의 말 대로다. 그가 힘을 사용하면 할수록 그는 다른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쌍둥이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느끼는 것처럼 누군가가 계속 부르고 있었다.
용자룡이 천휘연을 종용한다.
“지금 이 상태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그분을 위해 제가 시간을 벌도록 하지요.”
“그 분이라면······?”
“······.”
용자룡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지키고 싶어 했던 자였다.
용자룡이 돌아서며 상처가 난 허벅지의 피부와 살을 뜯어낸다. 무서운 자였다. 살이 뭉텅이로 뜯겨져 나온다. 살이 뜯겨지자 그의 상처 또한 원상태로 회복되기 시작한다. 회복되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빨랐다. 그의 기도 또한 확 달라진다.
그 모습을 본 쉐인이 진월을 향해 말한다.
“생명력까지 태우는군요.”
“후우~! 저 자를 좀 부탁해.”
“세상일은 뜻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지요?”
“그러게.”
진월이 쉐인에게 부탁한 것은 천휘연이다. 어느새 상대가 바뀌어 있었다.
진월의 팔이 들리며 용자룡을 향한다. 거대한 칼날이 형성되며 떨어져 내린다. 그대로 맞는다면 용자룡이 두 쪽으로 갈라져 버릴 위력이다.
콰아앙~! 거대한 칼날이 바닥을 후려친다. 충격파와 굉음, 먼지가 뒤섞이며 주변은 보이지 않는다. 교회의 천장은 뻥 뚫렸고 벽은 두 조각이 났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 용해 보였다.
후두두둑~ 허공으로 떠올랐던 돌조각들이 떨어져 내린다. 칼날의 곁으로 희끗한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용자룡이 칼날의 바로 옆으로 피했다. 그의 손이 칼날의 옆면에 닿아 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떨어지는 칼날의 옆면을 때린 것 같았다.
쩌저적~ 거대한 칼날에 금이 간다.
파악~! 산산이 조각난 칼날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파편들을 꿰뚫고 검은 빛과 은빛이 허공에서 격돌한다.
콰아앙! 빛의 폭발이 일어난다.
교회 건물은 더 이상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건물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몸을 피하기 바쁘다. 양자에너지 실드가 아니었다면 그 지역 전체가 들썩였을 정도의 파괴력이다.
진월과 용자룡의 격돌은 순수한 힘의 대결이다.
한 번의 격돌 후 둘 다 똑같이 물러났다. 하지만 용자룡은 그의 우측 권을 내려다본다. 떨리고 있었다. 충분히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과 만족일 뿐이었나 보다. 눈앞의 인간은 이미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생명력까지 태우고 있는 중이다. 떨리는 주먹을 다시 움켜쥔다. 그의 우권이 옆구리에 가 붙는다. 자세 또한 낮아진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펼쳐본 적이 없는 기술이다. 팔태신술의 마지막 식인 무극상이다. 그가 바라본 이미지를 바탕으로 스스로 만들었다.
울분이 쌓여있었을까? 표정이 어두웠다. 용자룡은 진월을 보며 낮은 음성으로 말한다.
“스승이란 자, 나에게 무극상을 전수할 생각이 없었다.”
“마음이 문제였겠지.”
“······.”
용자룡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는다. 어쩌면 진월의 말이 사실이고 그도 동의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마냥 착한 것은 싫었다. 그저 가진 힘을 과시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연후 회장의 능력은 대단했기에 그를 추종하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용자룡의 몸에서 무형의 기운이 일렁인다. 아지랑이 같은 것이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기가 형태를 갖춘다. 마치 향의 연기가 휘어지며 공중으로 흩어지듯이 그의 몸에서 발생하는 기운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허공으로 올라간다. 그의 신체에서 미세한 떨림도 감지된다. 마치 몸이 진동을 하는 것처럼 두 겹 세 겹으로 보이고 있었다.
진월이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스스로 노력한 결과인 모양이군.”
“당신네 국장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그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
진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용자룡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국장의 무극상과는 많이 달랐다. 흘러나오는 기운은 분명 국장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 진월이 그렇게 느끼는 순간 용자룡의 기운이 폭발한다. 대기에 전해지는 충격이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시선이 흔들리며 복시 현상까지 생기는 것이 보통 강한 공격이 아니다. 진월은 섬뜩함에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한다.
콰곽! 진월의 들려진 두 팔에 깊은 상처가 생긴다.
뭔가 느낀 순간 그의 갑옷에 생긴 상처다. 만약 팔을 들지 않았다면 흉갑이 그대로 절단이 되었을 공격이다.
두득~ 진월의 신형이 약간 밀려나기도 했다. 날카로움과 힘이 겸비된 공격이었다. 보이지도 않았는데 공격이 날아든 것은 무극상과 비슷했다. 파워 또한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공격 속도 또한 놀라웠다. 진월이 방어를 한 후 신색을 회복하기도 전이다. 용자룡은 이미 진월의 우측 허공에서 다시 공격을 행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무거움이 실린 공격인지 웅후한 공력이 느껴졌다. 근거리이니 최대한 강한 힘을 실은 것 같았다.
진월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용자룡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와 동시에 그의 측면으로 엄청난 힘이 실린 권이 날아든다. 직접적인 타격이 아니더라도 그 권이 스치는 궤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루로 변할 정도의 힘이 실려 있었다.
콰앙! 괴력이 실린 권이 진월의 뺨을 가격한다.
진월의 얼굴이 돌아가고 그의 몸도 그 충격에 돌아간다. 허공에는 혈화(血華)까지 핀다. 진월의 안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로 만들어진 꽃이다.
진월의 얼굴을 지나친 기운이 대지에 박힌다.
콰아앙~! 지면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며 폭발이 일어난다.
콰광~! 연이어 굉음이 터진다.
그 짧은 순간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진월은 강한 공격을 받았음에도 그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았었다. 그의 안면을 스치고 지나간 공격을 이용해 휘돌았다. 용린으로 만들어진 투구까지 깨졌고 피까지 흘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휘돌면서 팔꿈치를 이용해 바로 반격을 가했다. 용자룡 또한 그 공격을 막아냈다. 굉음이 터진 이유다. 그런데 진월의 팔꿈치가 용자룡의 손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둘의 대치가 팽팽하게 이어진다.
마치 그 균형이 깨지면 힘의 균형도 깨질 것 같았다. 그런데 진월이 슬쩍 떨어져 나온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볍게 움직였다. 진월의 몸에서는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다만 백색의 영력만이 용린의 갑옷 위로 슬쩍 흘렀다가 사라진다.
진월이 무심한 눈으로 용자룡을 바라본다.
“이것이 무극상이지.”
“······.”
진월의 음성과 함께 그의 모습도 사라진다. 그의 권이 허공을 가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용자룡의 눈이 경악을 담은 채 팔을 들어올린다. 무조건 막아야 할 공격이라고 느껴졌다.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권영이 팔에 스며든 그 짧은 찰나가 마치 영겁처럼 느껴졌다. 찰나의 영겁이 지난 후!
쩌엉~
아다만타이트와 미스릴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팔에 진월의 권영이 선명하게 찍힌다. 그리고 외부와 내부에서 동시에 폭발하듯 터지는 힘에 의해 용자룡의 몸이 날아간다.
콰아앙~ 퍼버버벅~
용자룡의 몸이 지면과 부딪치며 굉음을 낸다. 바닥에는 그의 몸이 만들어 놓은 기다랗고 널찍한 도랑도 만들어진다. 아무리 강한 자라도 이 정도의 충격이면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력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때도 있었다.
콰앙!
진월의 무릎이 용자룡의 복부를 노리며 지면에 박힌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용자룡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대신 죄 없는 땅만 폭발하듯 파인다. 움푹 파인 구덩이의 모습을 봤을 때 피하지 않았다면 용자룡은 세상과 작별인사를 했어야만 할 것 같았다.
용자룡 또한 멀리 피한 것도 아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바로 옆으로 회피했을 뿐이다. 합금으로 변해 있는 그의 두 팔이 아직 회복되지도 않았다. 피하긴 했지만 그가 공격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몸을 던지던가 발로 공격하는 수밖에는 없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기에 다리로 온 기력을 보낸다. 이 한 수에 모든 것을 건다.
그 순간 진월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의 흉부를 노리고 용자룡의 발이 파고든다. 카포에라의 발차기처럼 전신의 힘이 실린 채 발이 휘돌아 들어간다.
콰앙! 용자룡의 발이 멋지게 진월의 겨드랑이 아래 흉부를 가격한다.
용린의 갑옷도 처참하게 깨진다. 진동하듯 떨리는 용자룡의 발차기 위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우뚝! 용자룡의 발이 나아가다가 멈춘다.
카포에라의 발차기 자세는 누워 있다가 일어나는 자세다. 자세의 완성은 공격자가 몸을 일으켜야 멋지게 끝난다. 하지만 용자룡은 완전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크둑! 진월의 팔이 용자룡의 발을 구속한다.
갑옷이 산산이 부서졌건만 그다지 타격을 입은 모습이 아니다. 다리를 구속함과 동시에 그의 권이 용자룡의 무릎 관절을 향한다.
콰앙! 우득!
“······.”
용자룡의 입이 쩍 벌어진다. 금속으로 변환된 그의 신체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진월의 권이 다시 한 번 대기를 가른다. 그의 권에는 세 가지 빛깔의 영력이 뒤섞이며 오묘한 빛을 발한다. 권을 내지름과 동시에 그 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쩌엉!
“헉!”
용자룡의 손이 심장 부위를 향한다. 은빛 신체의 안쪽에서 진월의 영력이 빛을 발한다. 단단한 외부가 아닌 내부를 파괴해버린 것 같았다. 진월은 정말 소리 없이 움직이고 소리 없이 영기를 날렸다. 상대가 느끼기도 전에 진월의 공격은 상대의 내부를 부쉈다.
사실 지장이 펼쳤던 격공의 기술과 비슷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음이 움직이면 기운이 움직인다는 점이 달랐다. 진월 또한 얼마 전까지는 펼칠 수 없었던 기술이다. 주변의 양자에너지를 변환시킬 수 있게 되면서 그 오의 또한 같이 깨달은 것이다.
“이것이 진짜 무극상이다. 네가 부순 것은 내 껍질일 뿐이다. 무극상에 이른 자는 몸도 같은 경지에 이른다. 너처럼 인위적으로 변환시키지 않아도 되지.”
“그, 그럴 리가······.”
진월은 의문을 품는 용자룡에게 답을 해주지 않는다. 굳이 해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한으로 남게끔 남겨두는 괴팍함을 보여준다. 용자룡의 몸이 서서히 원래의 빛깔로 돌아온다. 가슴의 기복 또한 사라진다. 그의 가슴에는 시커멓게 변색된 자국만 남는다. 바로 심장이 있던 부위다. 강화형 인간들도 심장이 파괴되면 회복을 할 수 없었다.
진월의 시선이 서서히 식어가는 용자룡의 육신에 머문다.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였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어떤 인생을 사느냐도 결정된다. 용자룡 또한 본인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이연후라는 큰 파도에 휩쓸린 경향이 있었다. 그것 또한 그의 선택이었다. 만약 국장의 밑에 그대로 있었다면······.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었다.
진월이 애잔한 시선으로 용자룡을 바라보다 먼 곳을 본다.
천휘연이 사라지고 쉐인이 쫓아간 방향이다. 진월은 바로 뒤를 따를 수 없었다. 밖에서는 아직까지 대원들이 혼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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