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0 장 불사의 육신?
콰앙!
진월의 복부에 백염의 권영이 틀어박힌다.
쩌정! 복부에 형성된 영강에 금이 간다. 그 뒤를 이어 길쭉한 백염의 창이 날아든다.
퍽! 진월의 복부를 덮고 있는 용린을 파고든다. 그 모습이 마치 레이저가 철판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과 유사했다. 용린이 녹으며 주변으로 파문을 형성한다. 그대로 두면 아무리 진월이라도 복부를 관통 당한다.
서걱! 진월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백염의 창의 드러난 부분을 잘라낸다. 파고드는 부분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
진월이 움찔한다. 아주 작은 부분만 남겨뒀지만 진월의 신체에 파고들어 그의 힘을 갉아 먹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드득! 진월이 복부에 가해진 충격에 약간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투첼이 사라진다. 진월의 뒷골이 쭈뼛해 진다.
“티쓰(teeth)!” 투첼의 음성이다.
허공에 거대한 이 모양의 틀이 만들어진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것이 육식동물의 이빨과 같은 모양이다. 어쩌면 투첼의 이를 형상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법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 원천은 투첼의 백염이다. 만약 물린다면 치명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진월이 타격을 입고 물러난 바로 그 시점에 허공에 나타났다. 티쓰의 아가리 속에 몸을 집어넣은 형국이다. 기다란 위아래 송곳니가 진월을 문다.
콰악!
영강으로 만들어진 호신강기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 들어간다. 용린의 용갑 또한 뚫린다.
치이익~
용갑과 진월의 피부가 동시에 타들어간다.
“큭!”
진월이 신음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다. 둘의 움직임이 드디어 멈췄다. 진월이 무릎을 꿇는 장면은 대원들의 눈에도 보인다.
“팀장!”
“제기랄! 저 자식, 죽여 버릴 거야!”
강희가 뛰쳐나가려 한다. 하지만 국장이 강희의 팔을 낚아챈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고개만 젖고 있다.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조금 더 지켜보라는 뜻인지, 아니면 네가 가도 소용없다는 뜻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은 아니라는 의미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울컥!
진월의 입에서 한 움큼의 피가 토해져 나온다. 그의 내부가 상했다는 반증이다. 반면 투첼의 얼굴은 더 없이 충만해 보인다.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백염의 불길이 하늘을 뚫어버릴 것처럼 솟구친다.
“크하하하~! 대단하군. 이것이 바로 영력이란 것의 효능인가?”
투첼의 몸이 변화한다. 그렇지 않아도 좋은 체격이 더욱 더 부푼다. 팔뚝조차 울룩불룩 거리며 더 팽창하고 있었다.
반면 진월의 몸에서 퍼져 나오던 영력의 불길은 씻은 듯이 사라진다.
타악! 진월의 손이 바닥을 짚는다. 더 이상 몸을 가누고 있을 힘조차 없다는 의미다. 회복을 하던 그의 조직들의 재생도 멈춘다. 투첼이 계속해서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월의 몸에서는 급기야 백염의 불길까지 일어난다. 이제까지 백염의 불길이 옮아 붙는 것을 막던 영력의 불길이 사라져 버린 결과다.
진월의 생명력이 급속도로 빠져나간다. 그의 피부가 벗겨졌다가 회복하는 것을 반복한다. 마지막 발악으로 보였다. 진월의 몸을 덮고 있던 용린조차 들썩거린다. 흑천 또한 힘을 빼앗기고 있는 것 같았다.
투첼의 눈빛이 백염으로 가득 찬다. 급기야 백색광까지 내뿜고 있었다.
“오~! 이 정도의 힘이라면…….”
투첼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상황이 심각하게 변해간다. 진월의 회생은 더 이상 힘들어 보였다.
지켜보던 쉐인조차 인상을 구긴다. 좀처럼 그런 표정을 짓지 않는 이가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국장님!”
“자네라면 도와줘도 되겠지.”
“그러면 진즉 말씀하셨어야지요.”
“대신 나중에 날 탓하지는 말게.”
“그건 무슨 뜻입니까?”
“보복을 당할 테니까.”
“누구한테요? 저 덩치 큰 투첼이란 놈한테요.”
“아니. 진월한테.”
“다 죽게 생겼는데 말입니다.”
“저놈 죽게 생긴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래도 진짜 죽어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믿음을 가져 봐.”
“진월이 무슨 종교라도 됩니까? 신을 모시는 나도 신을 믿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건 자네가 모시는 신이 사이비라 그런 것이고.”
“사이비는 아니고 등급이 조금 딸리는 것이지요.”
“소고기도 아니고 신한테 무슨 등급이 있어?”
“지금 말장난 할 때입니까?”
“글쎄?”
국장이 피식 웃는다. 그의 눈에는 뭔가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진월에 대한 믿음이 너무 큰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들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진월은 이를 악물고 저항하고 있었다.
저벅저벅!
투첼이 진월의 바로 뒤로 다가온다. 끝까지 저항하고 있는 진월이 기특해 보일 지경이다. 더구나 흡수해도 계속해서 제공되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특이하군. 너무 궁금해. 내가 흡수를 다하지 못할 정도의 힘을 몸에 품고 있다는 뜻이군.”
“…….”
후두둑~ 진월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투첼이 진월의 몸을 돌려 허공에 띄우고 있었다. 손도 대지 않은 채 염력으로 띄운다.
“위험해. 위험한 자야.”
투첼의 음성이지만 여인의 음성이 더 짙다. 아마도 그라이아가 의견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지금 제거해야 돼.”
“아까운데…….”
“저 자의 피만 취하면 되잖아.”
“이미 취할 만큼 취했어.”
“그러면 끝내.”
투첼 한명의 입에서 약간은 다른 음성 둘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된다. 투첼과 그라이아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네 의견이 정히 그렇다면…….”
투첼의 손가락이 진월의 심장 부위를 향한다. 그의 손끝에서 기다란 백염의 칼날이 만들어진다. 기다란 곡도 형태다. 곡도의 칼등을 타고 백염의 불길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다.
“쩝!” 투첼이 아쉬운 듯 혀를 찬다.
그와 동시에 그가 만든 칼날이 진월의 심장을 향해 날아간다.
티잉!
총알이 금속에 맞고 튕기는 소리와 같았다.
칼날을 날린 후 고개를 돌리던 투첼이 다시 진월에게 시선을 준다. 만약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백염의 칼날이 진월을 뚫지 못했다면…….
“…….”
진월의 모습을 본 투첼은 어이가 없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의 티쓰가 박힌 곳만 빼고 모두 원상태로 회복이 되어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린 그 짧은 순간 이루어진 변화다. 진월의 전신으로 담흑빛의 불길이 피어오른다.
진월의 시선이 투첼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흠칫!
투첼이 순간 섬뜩함을 느낀다.
“너, 넌 누구지?”
“…….”
대답은 없다. 다만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는 인간의 것과 약간 달라보였다.
검은 영사의 가닥이 얽히며 영사의 팔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근 섬유 한 가닥 한 가닥이 세밀하게 표현된 것처럼 보인다. 만들어진 영사의 팔이 투첼이 구현한 티쓰를 움켜쥔다.
우두둑~ 티쓰가 부러진다. 진월의 몸에 박힌 이빨도 뽑혀나간다. 마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형체가 부서지자 소멸한다.
진월의 신형이 서서히 떨어져 내린다. 숨을 한번 크게 내쉬자 용갑을 이룬 용린들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일어났다가 가라앉는다. 그 와중에 티쓰가 박혔던 부위의 피부도 복원된다. 이제까지 보여준 치유능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 위로 용린들이 다시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그 모습조차 약간은 달랐다. 몸에서 일어나는 검은 영사들이 마치 연결고리가 되듯 용린들을 얽어맨다. 검은 영사들은 용린의 내부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용린의 형태도 더 각이 지고 날이 선 것처럼 보였다.
진월의 발이 바닥에 닿는다.
숨을 들이쉰다. 용갑의 용린이 모조리 일어난다. 용린이 이어진 부위들에 검은 영사들이 연결된 것이 보인다. 그 사이로 담흑빛의 영력의 불길들이 영롱한 빛을 뿌린다.
숨을 내쉰다. 용갑의 용린이 모조리 제자리를 찾아간다. 부서진 육체가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부서진 조각들도 복원된다.
큐웅~ 진월이 검은 빛살이 되어 대기를 가른다.
주저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거대한 영사의 권이 대기를 가른다. 아니 영강의 권이라 표현해야 맞다. 그런데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영력의 불길이 일렁이지 않고 있었다. 윤기가 도는 용린으로만 만들어진 거대한 팔이다. 용린 자체가 진월의 영력을 품고 있었다.
훙~
콰앙! 용린의 권이 투첼을 가격한다.
더욱 거대해진 투첼이 팔을 들어 용린의 권을 막았다. 하지만!
휘청! 한쪽으로 몸이 꺾일 정도의 위력이다. 다시 하나의 권이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날아든다. 이번에는 반대쪽이다.
콰앙!
다행히 가드를 한 팔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투첼은 그 위력에 밀려 다시 한 번 휘청 인다.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팔을 통해 얼굴까지 그 타격이 전해진다. 투첼의 입술 끝에서는 선혈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눈가가 꿈틀거린다. 그의 몸에서 백염의 불길이 크게 일어난다. 그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었다.
“크아아아~”
포효하듯이 몸을 일으킨다. 백염의 불길이 확 퍼진다.
진월의 용갑 위로도 투첼의 백염의 불길이 번진다. 조금 전만 같아도 불길이 옮겨 붙으면 힘을 흡수했다. 하지만 옮겨 붙은 불길이 바로 꺼져버린다. 진월의 용갑 위로 담흑빛의 영력이 슬쩍 모습을 보인다. 백염의 불길에 대한 파훼력이 생성된 것 같았다.
진월에게서 전혀 반응이 없자 투첼이 약간 주춤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기가 꺾일 투첼이 아니다. 주저하지 않고 백염이 이글거리는 권을 날린다.
진월 또한 맞선다. 진월의 팔에는 몸통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의 용린의 권이 생성되어 있다. 용린의 위로는 아주 미세하지만 진월의 담흑빛 영력이 흐르고 있다.
둘의 권과 권영이 격돌한다.
쩡!
깔끔한 금속의 충돌음이 울린다.
두 권이 충돌한 중심으로부터 날카로운 파동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파파파팍~ 파동은 원형으로 퍼져나가며 지면까지 가른다. 이후 침묵이 자리한다. 격돌한 둘 또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백중세다. 하지만!
픽~ 피픽~
투첼의 팔에서 불꽃이 밖으로 튀겨 나간다.
쩍~ 쩌적~ 그의 팔이 일직선으로 쩍쩍 갈라진다.
퍼억! 토마토가 터지듯 투첼의 팔이 폭발을 한다.
“…….”
투첼 본인도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는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이 없다. 그런 그의 품속으로 검은 그림자가 들어간다. 매끈하고 검은 윤택이 흐르는 용갑을 걸친 진월이다. 쇄도하던 진월의 발이 들린다.
퍼억! 투첼의 무릎을 강타한다.
우직! 투첼의 무릎이 기형적인 각도로 꺾인다.
투첼의 무릎을 찬 다리가 지면을 밟는다. 진월의 몸 또한 달려들던 속도가 있으니 앞으로 기울었다. 한쪽으로 쏠렸던 몸무게를 두 다리가 지탱한다. 투첼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오기 전의 행동이다. 그만큼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투첼의 내부에 자리한 그라이아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지 않은 상태다. 그녀가 위험을 알아차리고 마력을 돌린다. 투첼의 몸에 푸른 마력이 휘돈다.
콰곽! 진월의 두 다리가 땅을 파헤칠 정도로 지면을 강하게 밟는다.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을 한다. 두 다리의 힘과 허리의 근육이 실을 수 있는 모든 힘을 주먹으로 보낸다. 강한 용수철의 탄성과도 같은 몸놀림이다. 힘이 실린 권이 투첼의 복부를 향한다.
푸욱! 진월의 권이 투첼의 몸을 꿰뚫었다.
너무 강한 지름에 권이 검이나 창과 같은 날카로움을 선보였다.
“…….”
투첼의 움직임이 멈춘다. 등을 뚫고 나온 진월의 권에는 투첼의 피로 보이는 물체가 묻어 있다. 살점으로 보이는 물체도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라이아 또한 피해를 본 것 같았다. 투첼의 몸에 일렁이던 푸른 마력이 사라진 것만 봐도 유추할 수 있다.
투첼의 몸이 앞으로 기운다. 쓰러지려고 하는 동작이 아니었다. 그대로 얼굴을 숙이더니 진월의 눈을 주시한다.
“크큭!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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