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고생 끝 낙...이 오나?
레안과 떨어져 둘씩 마력석 찾기에 나선 일행들은 새삼 그녀가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둘씩 떨어져 죽음의 숲에 덩그러니 내던져 있자니 여간 살벌한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레안이 있을 때는 그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존재들을 알아서 처리해줘서 눈에 보이는 것들만 우선적으로 처리해주면 되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씩 짝을 지은 것일까? 레안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앞뒤로 나누어서 집중적으로 공략하자니 혼자 하는 것보다야 썩 나았지만 그래도 힘든 것은 힘든 것이었다. 뭐, 그래도 솔직히 역시 가장 큰 공헌은 마력석 탐지기랄까? 몸이 반응하기도 전에 마력석 탐지기가 알아서 반응을 해주니 그나마 나았다.
“그 놈의 마력석은 도대체 언제 나온대?!”
더 이상 마물 처리하기도 귀찮다는 생각에 리엔이 짜증을 부렸다. 그것은 카엘도 마찬가지였지만 짜증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도 아닌지라 그저 피식 웃으며 이리저리 걸음을 놀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헤매니 드디어 마력석 탐지기가 까맣게 변하는 것이 마력석이 있는 근처로 온 것 같았다.
“큭, 좀만 더 가면 될 것 같은데?”
“쳇.”
그래도 그나마 근처에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리엔이 짜증을 부리면서도 순순히 카엘의 뒤를 따랐고, 둘은 드디어 마력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째 참 애매한 것이. 물론 마력석이라고 해서 막 커다랗고 눈에 띄는 그런 것일 필요는 없지만 조그만 돌멩이처럼 바닥에 박혀있는 모습을 보자니 살짝 허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몰골에 비해 능력치는 장난이 아닌 것인지 느껴지는 마기가 어마어마했다. 살면서 마룡을 제대로 볼 일이 없던 그들이었기에 애초부터 마기를 접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고, 거기다 마룡의 마기를 담은 마력석이야 두말 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저거.. 어떻게 부셔?”
일반 돌이야 대충 검으로 뚜드려 패던 아니면 다른 큰 돌로 찧어내던 할 텐데 저건 마력석인지라 그렇게 해도 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리엔이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카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레안에게 마력석 찾아서 파괴하라는 말만 들었지 어떻게 파괴하라고는 말하지 않지 않았는가.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던 카엘은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검을 들어 돌을 찍을려는 찰나, 갑자기 돌에서 마기가 급격하게 뿜어져 나오며 주변에서 괴상하게 일그러진 마물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아마 저 돌이 SOS를 요청해서 돌을 구해주러 마물들이 등장한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둘이 처리하기엔 많은 숫자에 카엘이 인상을 찡그렸고, 리엔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그 시각, 다른 일행들도 저마다 돌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 역시 그냥 무작정 검을 들어 돌을 파괴하려다 속속 들어 등장하는 마물들과 조우했다.
“꽤. 좋지 않군요.”
보나마나 마력석이 내뿜는 마기에 기형을 일으킨 것이 분명한 마물들의 몰골에 라힌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그나마 운이 좋아 마력석 찾을 때 까지 마물들을 만나지는 않았건만.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라힌이 검을 들어 휘둘렀고, 바론 역시 암담한 표정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가히 파괴적인 그 검술에 마물들이 추풍낙엽처럼 쏙쏙 쓰러졌다. 확실히 괜히 그들이 황실 기사단의 단장, 부단장이 아니었다.
“아마 올해 가장 기억 남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오늘이라고 말할 겁니다.”
평소 책만 읽느라 말 한마디 잘 안하던 카렌이 이제 끝이구나 싶었더니 등장하는 마물에 살기를 뿌리며 말했다.
“..나 역시.”
왠만해서는 카렌의 말에 동조하지 않는 라이너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다시는 이놈의 죽음의 숲, 근처라도 오나봐라. 아니, 죽음의 숲 있는 방향도 보지 않을테다.
나름 그 인생 최고의 살기를 흩날리며 라이너가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정말 잘도 저런 자세로 검을 휘두를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마물들 사이를 끼어들어 마물들을 베는 것이 현무단의 단장다웠다. 그리고 그 못지 않게 카렌도 메뚜기 떼가 덮쳐오는 달려드는 마물들을 잘도 피하며 그들을 한두마리씩 처리했다.
“이안... 나 이렇게 네가 고마웠던 적은 없던 것 같아.”아무리 둔한 이안으로서도 이 험한 죽음의 숲에서 조차도 내내 자고 있을 수는 없는지, 특히 이 상황 속에서는 졸린 표정도 지을 수 없는지 거의 매우 드물게 또랑또랑한 시선으로 이안은 류를 도와 마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 덕에 류는 생사의 위기를 넘기며 이안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하긴 애가 좀 잠이 많아 툭하면 자서 그렇지 실상 꽤 실력있는 기사였다. 다만 그것이 그의 성격 덕분에 두드러지지 않아서 그런 거지.
“역시 마물들에게 여자에 대한 예의를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
기껏 입은 옷은 여기저기 마물들 공격에 찢긴 채로 유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것은 제나 역시 마찬가지인지라, 근원적인 성은 남자일지라도 여자라고 볼 수 있는 제나는 유란의 말에 별탈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위 하급 마물들이 여자가 얼마나 섬세한 종족인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래뵈도 단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한 제나였건만.
“하긴. 빨리 얘네들 처리하고 나서 우리 귀여운 레안님 도와주러 가야 되는데.”
“흥, 혼자 갈 생각하지 마세요. 레안 님이라도 나 역시 매우 좋아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실상 그녀들이 사이가 안 좋아진 것은 레안 때문이었던가. 둘다 귀여운 것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지라 레안을 보고 어찌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좋아하던지. 결국 서로 레안 님은 자신의 것이라고 싸우다 현재의 사이가 되었다는 그런 비사가 있었다. 웃기게도 레안이 들었다면 가볍게 코웃음 치며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각각 열심히 마물들을 상대하던 일행들은 힘겹게 마물들을 처리하고, 마력석에게 다가가 돌을 향해 검을 아래로 찍어내렸다. 과연 이렇게 부수는게 맞을까 싶던 일행들은 검에서 빛이 나는 것을 느끼며 잠깐 눈을 감았다 뜬 순간. 조각이 나다 못해 가루가 되어버린 마력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검을 내려찍었다고 이렇게 되었다고 보기엔 상당히 수상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찌 되었든 임무는 완수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 마력석을 부술 수 있었던 것은 레안이 그들 모르게 그들의 검에 자신의 기운을 흘려 넣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기운은 검이 마력석을 파괴한 그 순간, 사라져버렸지만.
크흑.
아무리 그가 마룡의 하트를 가지고 있고, 또 마룡과 용족의 피를 받아들여 몸에 융합시켰다고는 하나 그래도 여전히 인간인 그가 레안과 발을 맞춰 마룡과 상대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었는지 기어코 마룡이 휘두른 꼬리에 맞아 하륜은 구석에 쳐박히며 피를 한움큼 뱉어냈다. 꽤 심한 부상에 레안이 흘끗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에게 다가가 치료를 해줄 만큼의 여유는 현재 그녀에게 없었다. 하지만 다소 짜증이 나는 것이 자신이 하륜을 너무 과대평가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가 싸우자마자 융합된 피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마룡과의 싸움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저건 공격도 하나 먹히지 않고 묘하게 방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차라리 저거 내다버리고 혼자만 싸웠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어쩌면 마룡에게 가장 원한이 깊은 것은 하륜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굳이 하륜을 이 싸움에서 빼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그녀가 마룡을 싫어하는 것이 그저 그녀를 귀찮게 했기 때문이었지 별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큭. 설마 이것이 끝은 아니겠지?”
잠시 호흡을 고르기 위해 공격을 멈춘 레안을 보며 마룡, 에비루스가 비웃듯 말했다.
‘지도 상처 투성이이면서.’
레안이나 에비루스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상태건만 잘도 지가 우위에 선 것 마냥 구는 꼴이 우스워 레안이 미친놈 하는 표정으로 에비루스를 바라봐주었다. 그에 레안의 시선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선 에비루스가 다시 거칠게 공격을 해들어왔다.
어째 기운이 넘치는 것이 연신 마룡은 용의 불꽃을 토해내었다. 물론 그 불꽃에 레안은 단 한번도 제대로 맞은 적이 없었지만 덕분에 용의 불꽃이 지나간 자리에는 썩어들어가는 나무와 풀들이 존재했다.
그렇게 마룡과 공방을 주고 받으며 다시 레안이 흘끗 하륜을 바라보았다. 저게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놔야 그녀도 용의 불꽃을 쓰든 할 텐데. 여기저기 마력석을 흩뿌리고 이상한 짓을 하며, 마룡의 하트를 반 떼어낸 덕분에 본래 용의 불꽃의 위력의 10분의 1도 제대로 못 내는 마룡에 비해 레안의 경우, 오랫동안 거의 한번도 쓴 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에 청룡족의 수장인 하르시안의 딸인지라 그녀의 용의 불꽃은 마룡과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다. 다만 문제라면 그녀의 몸은 현재, 마룡처럼 용의 상태가 아니라 인간인지라 용의 불꽃을 내뿜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좀처럼 벌 수가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 그녀가 성장하거나 이 용의 불꽃에 익숙해지면 좀 다르겠지만 현재 그녀는 그랬다. 그래서 솔직히 하륜을 끌어들인 이유가 그 용의 불꽃을 내뿜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용도로 쓸까 싶었는데. 마룡의 거친 앞발을 막으며 레안이 슬쩍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거의 대등하던 둘의 싸움은 점점 마룡에게로 기울어졌다. 애초에 마룡의 근거지라고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이만큼 싸운 것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이 마룡에게는 더없는 최상의 지역일 수 있겠지만 그랬기에 청룡인 레안에게는 더없이 최악인 지역이었다. 결국 레안은 마룡의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해 옆구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마룡의 발톱이 그대로 스쳐지나가는 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 세 개의 선은 깊게 박혀져 상처를 드러내며 피를 줄줄 흐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룡의 발톱이었기에 그 발톱에는 독이 있었는데 레안은 독에 중독되어 검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차라리 꼬리에 맞았으면 빨간 피라도 흘리지.
상처가 욱신 욱신 쑤셔오는 것을 느끼며 레안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때 구석에 쳐박혀 잠시 정신을 잃고 있던 하륜이 눈을 떴고, 레안의 상처를 보고는 놀라 크게 눈을 떴다. 설마 그녀가 저렇게 부상을 당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어째 한번 정신을 잃고 났더니 상쾌해진 몸을 느끼며 하륜은 레안의 목숨을 끊기 위해 다시 한번 더 앞발을 휘두르며 용의 불꽃을 내뿜으려는 마룡의 앞을 막아섰다.
죽이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앞전 것보다 한층 강해진 용의 불꽃 속에서 하륜이 검을 들어 그것을 막으며 되돌려주었고, 인간의 몸으로 용의 공격을 막은 탓인지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하지만 그래도 운신에 문제는 없었기에 하륜이 지면을 박차며 마룡을 향해 날카롭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공격을 느낀 마룡이 꼬리를 휘둘렀고, 그 꼬리는 하륜이 휘두른 검에 싹둑 잘라졌다. 졸지에 꼬리를 잃은 마룡이 분노를 표출하며 이성을 잃고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고, 그 탓에 공격에 담긴 위력은 세나 그만큼 빈틈이 많았다. 그랬기에 하륜은 전에 비해 쉽게 마룡과 싸울 수 있었다. 물론 그 저변에는 하륜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융합된 피가 하륜의 몸 곳곳에 퍼져 완전히 그의 것이 되었다는 사실이 실상 매우 크게 그의 싸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하륜의 공격 덕분에 시간을 번 레안은 하륜이 마룡에게서 벗어날 타이밍을 계산하며 용의 불꽃을 쏠 준비를 했고, 드디어 하륜이 마룡의 공격에 맞아 잠시 마룡과 떨어진 그 순간, 레안은 청색의 아름다운 그녀만의 용의 불꽃을 마룡에게 내뿜었다.
“저..저게 뭐냐.”
슬슬 일을 끝내고 레안을 찾아 나선 일행은 워낙 격하게 싸우고 있는 탓에 쉽게 그녀를 찾아낼 수 있었고, 그들이 겨우 레안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레안의 몸에서 푸른 책 불꽃이 마룡을 향해 덤벼들고 있을 즈음이었다.
생전 보도 못한 것에 리엔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엘을 돌아보았고, 그 역시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단장 및 부단장들이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그들 중 라힌과 카렌의 표정이 더 묘하면서도 복잡했는데 그들의 눈에는 설마 하는 놀라움이 담겨져 있었다.
그런 복잡한 상황 속 레안의 마지막 공격은 마룡에게 치명타가 되어 그의 목숨을 앗아갔고, 드디어 마룡과의 질긴 싸움은 끝이 났다.
- 작가의말
드디어 마룡 끝!!!! 마룡이 죽었다!!!!
향란지몽 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따뜻한 생일 축하 메시지가!!!
펜그렘 님/ 댓글 감사합니다!!
레드러너 님/ 우오오, 감사합니다. 오늘 드디어 어제 못 먹은 미역국도 먹었습니다. 원하신다니 인물 설정 완결 기념으로 올리겠습니다.!!!
이제 슬슬 끝이...정말 끝이..다가오네요/
이건 여담으로, 나중에 그녀는 -ing 2부도 완결한 후에.. 아니면 그 쯤에, 그녀는 -ing의 레안이 은퇴 후에 2세대 황실 기사단 이야기도 한번 올릴까 합니다..
푸하하. 그래서 보면 레안네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세계관은 그대로 공유하면서 가끔 레안네들 이야기가 전설처럼 흘러내려오고 있는..
뭔가 혼자 하는 생각. 저는 그런거 좋아하거든요.
그 작가의 작품을 읽을때 가끔 익숙한 등장인물들이나 그에 대한 내용 나오는거 보면 이거 전 작품에서 나왔던 애들이잖아 하면서 나 홀로 뿌듯해하는거.
뭐랄까 뿌듯하잖아요. 나 그 작가 소설 다 읽었어. 그래서 얘도 알아. 막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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