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화 그녀와 그의 은밀한 만남.
기사단 녀석들을 두고 홀로 유유히 빠져나온 레안은 머리 속 깊숙이 자리 잡은 기억을 되새기며 어디론가로 향했다.
한참을 좁다란 골목길을 끼고 돌고 돌며 레안은 한 조그만 집 앞에 도착했다.
대충 노크 몇 번과 함께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레안의 눈에 별로 달갑지 않은 모습들이 보였다.
‘하긴.’
변함없는 그의 모습에 레안이 한숨을 쉬며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처음엔 서로 즐기느라 느끼지 못했지만 점점 레안의 시선이 강해지자 여자의 고개가 레안을 향해 돌려졌고 예상치 못한 레안의 모습에 여자는 놀래 남자를 밀어냈다. 순순히 당하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자신을 밀어내며 거부를 하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여자에게 뭐야 라고 중얼거리듯 물었고 여자는 고개짓으로 레안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남자의 시선이 레안을 향했고, 레안을 발견한 그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끝내야 할 것 같네. 그만 가.”
“으..응?”
당연히 저 꼬마애를 내쫓을 줄 알았는데 자신을 내쫓자 여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납게 집을 나갔다.
여자가 집을 나가자 남자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왠일이야?”
반가운 듯 또 달갑지 않은 듯 남자가 내뱉었다.
“온 김에 들렀는데 싫으면 가고. 그래도 저번에 도와준게 고마워서 한번 들르라는 말 기억해내고 왔는데 말이지.”
떨떠름한 그의 표정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레안이 뚱하니 내뱉었다. 그 모습에 남자가 레안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아. 진짜 형님 딸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귀엽네.”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그의 표정은 아까완 달리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애 취급은 관두지?”
답지 않게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행동을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가만히 내비둔 레안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애지. 아직 한참 애지. 이제 겨우 성인식 끝냈으니..”
“성인식 끝낸 순간 어른이거든?”
“아니지. 적어도 내 기준에선 아직 애야.”
그 말엔 할 말이 없는지 레안은 그저 입을 다물고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그녀 역시 남자를 만난 것이 기쁜지 볼에 아주 살짝 미세하게 홍조가 서려 있었다.
어찌되었든 그는 그녀의 삼촌이었으니까.
“며칠 전에 마룡을 만났어.”
담담한 그녀의 말에 그의 표정이 굳었다.
“다친 데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가 레안의 몸 구석 구석을 훑었다. 그러다 이내 레안에게서 상처의 흔적을 찾지 못한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다 나았지.”
아. 없는게 아니라 다 나은 건가.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혹시 마룡의 피나 하트를 먹은 녀석의 폭주를 막기 위한 방법 알아?”
응?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노망 난 것도 아니면서 들었으면서 왜 못 들은 척이야.”
“주변에 그런 녀석이라도 있는 거야?”
“알아, 몰라?”
대답하기 싫다는 듯 레안이 재차 물었다.
“그럼 그냥 죽여. 있다고 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고, 그럼 뒤처리하기 힘드니까.”
“그냥 말해주지?”
“소중한가봐?”
자꾸만 딴지를 거는 그의 모습에 레안이 짜증난다는 듯 그를 노려보았다. 차마 때릴 수도 없는 게 저러니 레안은 그저 입을 삐죽일 뿐이었다.
애초에 죽일 거면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냥 죽였지.
죽이지 않고 살려둔 거 보면 모르나?괜스레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리는 레안의 모습이 귀여워 그는 레안을 품에 꼭 안았다.
역시 아직 성장 중인 녀석이라 그런지 품에 쏙 들어왔다.
하아. 새삼 그는 걱정이 되었다.
이리 조그맣고 여린 아이를 그 위험한 황성에 두어도 괜찮을런지.
괜히 다치지는 않을지.
형님도 참 우유부단하시지. 반대할 거면 끝까지 반대할 것이지 어쩌자고 허락해 가지곤.
새삼 형에 대한 분노가 싹 트는 그였다.
“우리 레안이 소중히 여기는 녀석 같으니까 특별히 말해주는 거야.”
그녀를 품에 안고 볼에 얼굴을 부비던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고, 이에 레안이 비교적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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