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황실기사단엔 만만한 사람이란 없다!
의무실에선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한 황실 소속 의원인 은월이 느긋하게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독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쾅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 레안으로 인해.
“이놈들 좀 처리해.”
가볍게 하륜 패거리를 은월의 앞에 집어던진 레안이 당당히 요구했다. 그런 뻔뻔한 레안의 모습에 은월의 인상은 험악해졌다.
“누구한테 명령하는 거야?! 이래뵈도 황실 소속의 가장 우수한 의원이라구!!”
“뭐래. 아무튼 저 놈들 치료나 해봐.”
자신의 말을 상큼하게 무시하는 레안의 행태에 은월은 당장이라도 큰 소리로 따지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돌아오는건 레안의 폭력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살포시 입을 닫았다. 하지만 불만은 사라지지 않은 듯 하륜 패거리를 치료하는 은월의 손길은 상당히 난폭했다. 그것을 레안도 느꼈지만 어차피 치료 당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그로인해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상당히 거슬렸지만.
“아악!!!”
“으아악!!!!”
“크윽”
은월이 소독약에 적신 거즈를 대자마자 하륜 패거리들은 일제히 비명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런 비명소리는 약초를 빻아 만든 약을 상처에 대는 순간 더욱 커졌다.
“좀 살살해주시면 안되시겠습니까?!!!”
매사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단 한번도 큰 소리를 내본 적 없는 카엘이 고통을 참다못해 은월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카엘의 행동은 그야말로 쓸데없는 짓, 정확히는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이었다. 카엘의 말에 기분이 더 나빠진 은월이 효과는 빠르나 그만큼 고통이 심한 약으로 바꾸어 카엘의 상처 부위에 발랐으므로.
겨우 치료인지 고문인지 모를 치료가 끝나고 한결 나아진 몰골로 자리에서 일어난 하륜 패거리들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멀끔해보였으나 하나같이 피곤에 찌든 몰골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일까. 의무실을 나서는 그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특히 리엔의 표정이 가장 심각했다.
“돌팔이같으니라고.”
문을 나서며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조그맣게 중얼거린 리엔은 머리를 강타해오는 갑작스런 고통에 눈물을 찔끔흘렸다. 무슨 일인가 하여 고개를 드니 은월이 문을 세게 여는 바람에 의무실의 강철같은 문이 문 바로 앞에 서있던 리엔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었다.
“지금 일부러 그런거죠?!!!”
“응? 내가 뭘?”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되물어오는 은월의 모습에 리엔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딱히 뭘 어찌할 수도 없었기에 리엔은 궁시렁 거리며 넘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 궁시렁을 들어버린 은월은 조심스럽게 리엔의 앞에 공을 굴렸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리엔은 공을 밟고 넘어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은월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뿐히 리엔을 밟고 지나갔다. 그리고는 리엔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레안과 함께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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