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세상 살기 참 힘들지?
“네가 여기 전세냈어?”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보게 된 리엔을 향해 은월이 띠꺼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그래도 일이 많아서 짜증나 죽겠는데, 매일 찾아오며 귀찮게 하니 말이 좋게 나갈 수가 없었다. 물론 그가 언제는 좋게 말 한 적이 있긴 하냐만은 싶지만.
“나도 오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라구요!!”
이미 류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리고 있는 리엔인지라 노골적인 짜증에 리엔은 버럭 화를 냈다. 그 모습에 치료실 한 구석에서 조용히 티타임을 즐기고 있던 레안이 비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리엔의 입에선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리엔의 짜증에 화가 난 은월이 리엔이 상처 입은 부위에 약병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아니, 무슨 의원이 이따구야!!”
리엔은 진정 멍청한 것일까?
이미 전에 은월에게 개겼다가 온갖 괴롭힘 섞인 응징을 받았음에도 이렇게 다시 또 은월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것을 보면.
저러니 류가 좋아하지.
레안은 그런 리엔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무슨 상관이 있겠냐 싶다만은. 오늘 보니 아주 살짝 안쓰럽긴 했다. 그런 생각에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리엔을 처리하러 나섰다. 그리고 그녀의 리엔 처리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리엔에게 다가간 레안은 아주 산뜻한 동작으로 리엔의 뒷통수를 후려 갈겼다. 동시에 친밀감 섞인 퍽 소리와 함께 리엔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꽤 아팠는지 리엔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그 모습에 레안은 힘 조절을 잘못 했네,라고 중얼거리며 리엔의 멱살을 잡고 침대에 눕혔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는 진정 멍청한 것일까?
자신에게 대드는 녀석을 절대 봐준 적이 없기로 유명한, 그리고 황실 기사단뿐만 아니라 제국에서 가장 무섭기로 유명한 레안에게 대드는걸 보면.
물론 리엔이 레안에게 한두번 대들고 개긴 것은 아니지만. 이젠 슬슬 몸으로 깨달을 때도 되었는데.
“멍청하면 몸이 고생이라지?”
레안이 리엔을 보며 아주 진한 비웃음을 지었다.
그런 레안의 표정에 울컥하며 리엔이 막 반박하려던 찰나, 은월이 리엔에게 다가와 약병을 통째로 리엔의 상처에 부었다.
소독으로 인한 거품과 함께 리엔은 고통에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그 소음에 레안은 친절히 리엔의 입에 천을 마구 쑤셔 넣었다.
“적당히 해. 그거 불쌍하잖아.”
어느새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레안이 은월을 향해 툭 던지듯 말했다.
“흥, 상관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굳이 네가 안 괴롭혀도 류가 괴롭혀주는데 새삼 너까지 그럴 필요 없잖아. 내가 봤을 땐 저건 때린다고 괜찮아질 성격이 아니야.”
“내가 이래서 황실 기사단 녀석을 싫어한다고. 좀 적당히 굴리란 말이야. 뭐가 적당히 놀면서 할 수 있는 일이야.”
은월이 삐죽 거리며 말했다.
“아악, 아프다구요!!”
어느새 입에 문 천을 빼낸 리엔이 과격해진 은월의 손길에 소리를 질렀다.
하아, 역시 멍청한 건가. 레안은 리엔을 존경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렇게 멍청하기도 쉽지 않은데.
“뭐래?”
적당히 하라는 레안의 말로 인해 차마 다시 또 응징을 가하진 못하고, 은월은 그저 무시하며 더욱 꽉꽉 상처를 누르며 치료할 뿐이었다.
‘저 반항적인 성격만 고치며 세상 살기 편해질텐데.’
은월과 리엔의 모습을 보며 레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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