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화 그들의 사정.
레안이 나간 후 레안의 넓은 침대에 나란히 셋이서 누워있던 리엔이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저..저기 죄송해요.”
설마 그 자신이 류에게 저 말을 하게 될 줄은 절대 꿈에도 몰랐었지만 이 모든 사건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리엔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리엔의 진심이 담긴 사과에 류가 눈을 감고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응? 그거, 별로 미안해하지마. 물론 너 때문에 개고생 하긴 했지만. 뭐 그만큼 갚아주면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부디 빨리 나아, 알았지?”
뭐, 그래 물론 아니야 괜찮아 하는 흐뭇한 대답은 생각하진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저 대답은 너무하잖는가!!
하긴 원래부터 그랬으니 새삼 그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만 그래도 거기서 더 심해진다는 뜻이라면 곤란하단 말이닷!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한 채 리엔이 속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그것을 느끼며 류는 꽤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예 안 나았으면 좋겠다...’
겨우 근위 기사단의 부상자들이 복귀하고 폭발적인 임무에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 모처럼의 여유를 느끼며 각자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기던 단장들은 문을 열고 등장한 레안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절대 기사들의 숙소엔 발도 닿지 않던 그녀였건만, 무슨 일이지?
라힌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불렀다.
“레안님?”
“류 방 어디야?”
아아, 류가 며칠 안 보이더니 그 때문인가?
“저쪽, 트리 달린 방입니다.”
흐음.
고민하는 표정으로 레안은 류의 방으로 들어갔다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나왔다.
“저거 쓰레기 방이 아니라 진짜 류 방인거 맞아?”
일명 쓰레기-장난감-들로 난잡스럽게 가득 차 있는 방에 레안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네.”
“진짜? 진짜 맞아? 네가 말해봐.”
정말 신용이 안 간다는 듯 레안이 되물으며 바론을 가리키며 물었다.
“맞다잖습니까. 거기 들어 가서 자는 걸 봤으니 맞습니다.”
굳이 자신을 향해 물어보는 레안이 얄미워 바론이 툴툴 거리며 대답했다.
“빌어먹을.”
설마설마 싶어 재차 물었건만 맞다는 그들의 말에 레안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류 성격 상 방이 깨끗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방의 모습에 레안은 차마 그곳에서 잘 수가 없었다.
원래부터 심플하고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레안이었기에 레안의 방이나 공간은 딱 필요한 것들만 있었고 별다른 장식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온갖 장난감들과 온갖 사진들과 무기들이 가득한 류의 방은 산만하고 정신 사나운 절대 안정을 취할 수 없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이안.”
“방에서 자는데요?”
이안의 부름에 바론이 불퉁거리며 대답했다.
“그럼 어쩔 수 없네. 네가 류 방에서 자.”
연대책임으로 류의 잘못을 이안에게 물어 이안을 류의 방에 재우고 자신은 이안의 방에서 잘려던 레안은 이미 방에서 자고 있다는 말에 차마 이안을 깨워 내쫓지 못하고 바론에게 류의 방에서 잘 것을 명했다.
“제.. 제가 왜그래야 됩니까?”
멀쩡한 자신의 방을 놔두고 류의 방에 가서 자라는 레안의 말에 바론이 펄쩍 뛰며 반발했다. 어디든 똑같은 구조였고, 똑같은 가구들이 있었기에 자는데 아무런 불편함은 없었지만 남의 방에 가서 자야 한다는 찝찝함, 특히 류의 방이라서 더 찝찝한, 그리고 괜스레 거기서 잤다가 류에게 뭔 해코지를 당할 것 같은 불안함에 바론은 절대 수락할 수 없었다.
“그럼 나보고 거실에서 자라고?”
“네?”
아니 자신이 류의 방에서 자는 거와 레안이 거실에서 자는 거와 무슨 관련이 있는 지에 대해 이해가 안 간 바론이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때 라힌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류가 레안 님 침실에서 자고 있는 건가요?”
아아.
그 말을 들은 바론이 그제서야 대략적인 수긍을 했다.
“그녀석 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도. 그러니까 무조건 네가 류 방에서 자. 난 저기서 절대 못자.”
물론 그렇다면야 어느정도 레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신도 그닥 류 방에서 자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그 방이 류 방이라는 것 자체가 편안함을 주긴 그른 방이었다.
“다른 사람도 있잖습니까.”
바론의 말에 레안이 그렇다는 듯 수긍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라이너와 유란, 카렌, 제나, 라힌 등등.
라이너와 유란은 부부니까 패스.
제나는 여장남자라 패스.
라힌이랑 카렌은....
“있는데 귀찮아. 네가 건의해서 바꾸던가.”
어이없는 거절에 바론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냥 제 방에서 주무세요. 제가 류 방에서 잘 테니..”
솔직히 라힌도 류의 방에서 딱히 자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의 방에서 자는 레안을 보는 것도 꽤 재밌겠거니 싶은 생각이 들어 흔쾌히 제의했다.
“그래? 그러지 뭐. 그럼 잘자라.”
혹시나 거절할까 초조함을 느끼던 바론은 쉽게 수락하는 레안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레안이 흘낏 쳐다보곤 자신도 라힌이 알려준 라힌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자리가 예민한 그녀였기에 다른 방에서 자기 불편하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며.
그리곤 다른 이들도 각자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왜인지 자신들도 자야할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