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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그냥 끄적끄적


[그냥 끄적끄적] 이상한 엘리시아?

조용한 밤하늘 속에서 유유히 빛을 흘리고 있는 환한 보름달과 촘촘히 박혀 있는 별무리들. 그 빛들 속에서 보여지는 광경은 차마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했다.

피로 만든 연못이라고 할 만큼 바닥에 잔뜩 고여 있는 핏물과 사람의 시체인지 동물의 시체인지 구분이 안되는 시체들의 더미.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짓이겨진 시체들은 어지간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헛구역질을 참을 수 없을 만큼 징그러웠고, 끔찍했고, 무서웠다.

그런 참혹한 살육의 현장을 바라보며 엘리시아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반드시 죽일 것이다.

스스로 죽여 달라고 말을 할 때까지 괴롭히고 괴롭힐 것이며, 죽지도 못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잔인한 생각을 하며 엘리시아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느 한곳에서 걸음을 멈춘 엘리시아는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시체 하나를 곱게 들어올렸다.

비록 이리 된 탓에 쉽게 알 수 없었지만, 이 시체의 주인은 분명 아르한이었다.

아르한이 시체를 끌어안은 엘리시아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단 한번도 흘리지 않은 눈물이었다.

그녀의 어미가 죽었을 때에도, 암살자에게 쫓겨 죽기 직전의 상황에 몰렸을 때에도 결코 울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녀의 볼을 타고 조용히 흐르는 눈물은 달빛에 비춰지며 엘리시아의 슬픔을 확연히 드러나게 했다.

그렇게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엘리시아는 옆에 놓여있던 또다른 시체 하나에 손을 뻗어 잡았다.

카얀.

이리 될 줄 알았다면 잘해줄 것을.

그러나 이미 늦어버린 일이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누구보다 잔인하고, 슬픈 빛을 띠며 엘리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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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음침한 분위기의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엘리시아 한번 끌어들여봤습니다.

본편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 없습니다.

 

 


댓글 1

  • 001. Lv.54 레드러너

    13.10.24 10:25

    우와!!! 이런 분위기의 엘리시아라니...
    완전 색다릅니다...
    또다른 결말 버전인가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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