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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그녀는-ing(그녀와 기사단의 나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2.11.22 16:34
최근연재일 :
2013.03.07 19:48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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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37
추천수 :
615
글자수 :
37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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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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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48화 슬슬 가동 준비중~ + 49화 오늘도 열심히~!

DUMMY

상태가 어떤가 싶어 의원실에 들른 레안은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저번에도 한번 대란이 온 적이 있었지만 확실히 이번의 규모가 저번보다 더 커서 그런지 의원실이 미어터지는 것은 기본이요, 밀려드는 환자에 짜증이 났는지 은월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원래부터 실수 하나에 예민한 그였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그 강도가 심했다. 실제 무언가 실수를 했는지 은월에게 혼나고 있던 다른 의원 하나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은월은 그 모습에 네가 뭘 잘했다고 우냐고 더 화를 내고 있었다.

냅둬도 상관없겠지만 저러다 폭발할 것 같은 모습에 레안은 무뚝뚝하게 은월을 끌어다 다른 환자의 앞에 놓았다.

“뭐야.”

순식간에 끌려간 은월이 인상을 찡그렸지만 레안 인 것을 알고선 그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장난 아니네.”

저러다 복도에까지 환자들 천지가 될 것 같은 생각에 레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환자들은 늘고, 의원들 수는 부족해서 계속해서 일은 밀리고 결국 빠져나가지 못한 환자들까지 그대로 의원실에 두려니 발걸음 하나마다 사람이 놓여 있는 꼴이었다.

“당연하잖아. 근위 기사단 전부가 날라온건데.”

물론 약간의 과장 섞여서.

차마 환자에게 뭐라고 할 수 없어 참고 있는 은월의 짜증이 목소리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녀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정말 기분이 최악일 것 같았기에 그런 은월의 짜증에 레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 왜 온 건데?”

안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미어 터지겠건만 굳이 멀쩡한 주제에 왜 온 것인지 불만을 담아 은월이 물었다.

“상황 파악.”

이내 미련 없이 돌아서는 레안의 모습에 은월이 또 무언가 불만인지 꿍얼거렸다. 그래도 상관없이 돌아서려던 레안은 아주 강렬하게 쏘고 있는 은월의 시선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녀의 솜씨는 의원 실력 10년 이상의 배테랑 은월도 인정할 만큼 훌륭했으니까.

확실히 레안이 도와줘서 일까. 환자들로 넘쳐났던 의원실의 상황은 다소 진정이 되었다. 여전히 의원실은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아까처럼 발 하나 떼기가 힘들 정도의 상황은 면하게 되었다.

이젠 슬슬 가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에 치료하던 기사 하나만 마저 치료하고 레안은 돌아섰고, 환자 치료하느라 바쁜 은월은 그녀가 사라진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열심히 치료를 하고 있었다.

내내 피만 봐서인지 눈의 피로를 느끼며 레안은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심각하다, 심각하다 했지만 보는 것과 듣는 것은 다르다고 실제로 확인하니 그 실태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게 느껴졌다. 근위 기사단 전체가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대략 부상자는 160~240여명이 된다는 건데. 그 인원들을 대신하여 임무를 수행해야 할 생각을 하니 뭔가 암담했다. 전에는 황실 기사단 녀석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치더라도 이번에는 그녀 역시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근위 기사단이 황실 기사단에 비해 그 실력이 낮고, 하는 임무의 수준이 낮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하는 일을 모두 황실 기사단이 처리하는 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체력과 운영의 문제이니까. 아무리 황실 기사단 녀석들도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한달 내내 마물 따라다니며 매일 마물 죽이는 것은 무리일 것이었다.

만약 그녀였다면 실력이니 체력의 문제를 떠나서 지루함과 짜증으로 인해 중간에 때려칠 것 같았지만.

어찌되었든 결국 근위 기사단의 복귀는 무리이고, 그나마 멀쩡한 이들이라도 꾸려서 그들이 처리해야 할 일의 몇 퍼센트를 분담하려던 레안은 그들의 모든 일을 황실 기사단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꽤 심각하네요.”

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 그래도 담담했던 라힌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사태에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전에도 힘들었건만 이번엔 그들의 임무를 다 처리해야 한다고 하니 앞으로 열심히 마물 죽이고 다닐 생각에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꼭 그래야 하나?”

그래도 혹시나 약간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라이너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싫으면 내가 손수 부상 입혀줄 수 있어.”

그녀 역시도 바빠질 것 같아 달갑지 않건만 저렇게 짜증어린 라이너의 시선이 보자니 더욱 짜증이 나 살벌하게 대꾸했다. 그런 모습에 같이 투덜댈까 싶었던 류는 상큼히 자신의 결정을 철회했다.

“이게 니들이 해야 할 몫.”

하다 죽으라는 걸까?뭔 놈의 임무가 저리도 많은지 산처럼 쌓아있는 임무 일지에 단장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건 임무의 난이도가 문제가 아니었다. 차라리 S급 한 마리 처리하는 것이 낫지 저 많은 것은 도대체 언제 다 처리해야 하는 건지.

“음, 그럼 저희 언제까지 근위 기사단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거에요?”

그나마 가장 수긍이 빠른 유란이 레안에게 물었다.

“글쎄? 오래 걸릴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나 했던 이들은 울지도 못할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임무 분담도 마친 레안은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직 부상자들에게서 뚜렷한 마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런 기형적인 마물 수의 증가 및 기사들의 부상은 그냥 일반적인 것이라고 보기엔 심각한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 마룡을 확실히 처리하지 못했으니, 그의 짓일 확률도 있었고.

하.

뭔가 복잡해져 오는 상황에 레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다 임무 입니까?”

음산하게 깔린 라이너의 부름에 라이너의 집무실에 들른 카렌은 급 정색을 하며 라이너에게 물었다. 그러나 라이너의 대답을 굳이 듣지 않더라도 라이너의 표정만 보아도 긍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원래 굳은 표정의 그이긴 해도 저렇게까지 살벌하진 않았을 테니까.

이제 겨우 무인도 생활도 끝나고, 피로도 풀렸을까 싶었더니 그새 자신들을 반기는 임무에 카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무인도만 떠오르면 치가 떨리고 피곤해지는 것이 좀더 휴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특히나 아직 몇몇 기사들은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아 새삼 걱정이 들었다. 그렇다고 임무 중에 사고를 칠 녀석들은 아니다만.

“........앞으로도 쭉 늘어날 예정이지.”

드물게 사족을 붙인 라이너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라이너의 말을 들은 카렌의 표정도 좋지는 않았다.


“이건 죽으라는 겁니까?”바론이 한가득 쌓여있는 처리해야 할 임무 일지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라힌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미소 속에 묘한 살기가 느껴지는 것이 그 역시도 이 방대한 임무가 달갑지 않은 듯 했다.

“어쩌다가 이런 겁니까?”

물론 얼핏 근위 기사단이 피해를 입은 것 같다는 사실은 듣긴 했지만서도.

“근위 기사단이 거의 전멸 수준으로 피해를 입어 임무 수행이 불가능이라고 하더군요.”

하아? 도대체 얼마나 심각하길래?

처음 겪어보는 상상 이상의 사태에 바론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 안 된다고 하면서도 묘하게 가라앉은 근위 기사단의 분위기를 보면 납득이 되기도 해서 바론이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지금 당장 바로 임무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제 휴식은 없겠구나.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주지 못한 채 이런 임무의 나락 속에 그들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차피 자신도 같이 그 나락에 빠질 것 같으니 쓸데없는 생각은 접고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기로 했다. 운 나쁘게 오늘 바로 임무에 나가야 할 이들을 향해 잠시 묵념을.

“큭, 이거 최악이군.”

오늘 바로 임무에 나가야 할 운 나쁜 이들로 선택된 카엘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훈련 끝나고 막 쉬려는 참에 바로 임무라니. 그것도 사전 예고도 없이. 거기다 이번 임무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라면 주어지는 목록을 보니 가관이 아니었다. 또다시 저번처럼 임무 한번에 원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카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분량은 아무리 그라도 해도 무리인데.

하지만 차마 저 뒤에 쌓여있는 임무 일지를 보고 곤란한데요 라고 말할 뻔뻔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분담 받은 다른 기사들과 함께 황성을 떠났다.


벌써부터 소란스러워진 분위기를 느끼며 레안이 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는 열심히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하륜이 있었다. 몇몇은 임무에 나갔는지 살짝 줄어든 인원을 느끼며 레안은 생각에 잠겼다.

말해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 말까.

혹시나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또 맞을 수도 있고.

어쩌면 하륜을 아예 임무 자체에서 빼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기에 레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겨우 적응하고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일이 터지다니.

고민하던 레안은 결국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에게 말하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왜인지 그의 불안감에 싹을 튀우고 싶지 않았다. 굳이 그녀가 말하지 않더라고 흘러가는 분위기 상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그가 눈치 챌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 스스로가 나서 그 불안감을 심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일어날 최악의 일을 대비해서라도 조금은 더 지금의 그 여유와 행복을 누리기를 바랬다. 만약 이것이 마룡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고, 그가 폭주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더 이상 그가 그에게 주어진 삶을 누릴 수 없게 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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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기사단의 기사들이 열심히 급격히 늘어난 임무량을 감당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을 무렵, 레안은 꼼꼼히 서류를 살피며 지도를 점검하고 있었다. 서류와 대조하며 지도를 체크하고 있는 레안의 모습은 상당히 진지했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리며 하륜이 들어왔다.

“앉아.”

흘낏 본 레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소파를 가리켰고, 하륜은 익숙한 듯 소파에 앉았다.

하륜이 들어오고 나서도 열심히 지도를 살피던 레안은 이내 작업을 다 마친 듯 기지개를 피며 몸을 풀었고, 그리고 나서야 하륜이 앉아있는 소파로 다가와 앉았다.

“나 잠깐 자리 비운다. 혹시 몰라 약은 또 은월 편에 준비해뒀으니 꼬박 꼬박 챙겨 먹고.”

“흐음, 이번 근위 기사단 때문입니까?”

레안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꽤 큰 사건이니 그녀라고 평소와 같을 수는 없겠지. 하륜이 피식 웃었다. 새삼 그녀가 자리 비울 것을 생각하니 살짝 아쉬웠다. 무인도 지내면서 떨어진지 아직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하륜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말없이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륜을 레안이 빤히 바라보며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안 나가냐?”

그럼 그렇지.

할 말이 끝났음에도 나가지 않는 하륜에게 레안이 툭하니 말을 던졌다. 그에 하륜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작별의 인사는 없는 겁니까?”

하륜의 말에 레안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사라진다든? 며칠 자리 비우는 것 가지고 얼어 죽을 작별의 인사. 굳이 듣고 싶다면 잘 지내라.”

귀찮은 듯 손을 훠이 저으며 레안이 말했고, 결국 하륜은 쫓겨나듯이 레안의 집무실을 나왔다.


이건 도대체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니야!

견딜 수 없음에 도움을 요청하러 레안의 집무실을 찾은 바론은 허전한 집무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레안 님이 있어야 하는데.

불안감에 쓱쓱 레안의 책상 쪽에 다가가니 책상 위에는 사뿐히 메모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일하러 간다. 잘 지키고 있어라. from.」

하? 왜 하필 지금입니까~!

워낙 불쑥 출장 가는 레안이라지만, 참으로 빌어먹을 타이밍에 바론이 인상을 구겼다. 물론 어쩌면 저 일이 근위 기사단 관련된 일일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지금 우리는 뼈가 휠 것 같은데. 좀 도와주고 가면 안되나.

하지만 이미 레안은 사라진 후였고, 바론은 실망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되돌아갔다.

“임무에요, 바론.”

훈련장으로 돌아가는 중 라힌을 우연히 만난 바론은 재수 없게도 다른 임무를 받아야 했다. 방금 임무 끝내고 돌아왔는데, 기어코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임무에 바론은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잠시의 틈도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기에 라힌이 바론을 향해 한마디 했고, 바론은 짐을 챙길 틈도 없이 바로 임무를 수행하러 떠났다.


도대체 몇 마리냐!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수에 리엔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쉬고 싶었지만 그럴 틈도 없이 다른 마물 한 마리를 죽여야 했다. 마물 자체의 실력만 따지고 보면 황실 기사단과 비교하여 한참 아래였기에 죽이는데 별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수도 많고, 특히나 연달아 마물만 죽인 탓에 그들의 체력에 슬슬 한계가 왔다.

분명 눈 앞에 있는 마물은 C급이고, 검 한번 쓱 휘두르면 나가 떨어지는 놈들이건만. 숫자는 왜이리 많은지. 오늘 하루 동안 죽인 마물의 수는 몇 마리며, 종류는 얼마나 되는지 세기도 힘들 정도였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이동하면서 먹기를 수차례. 처음에는 이동 중에 급하게 먹느랴 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도 처음 단 한번이지 토하는 것도 체력 고갈의 한 원인이요, 그렇게 체하고 나면 몇 끼를 못 먹으니 그건 그것대로 시련이라 이제는 이동 중에 요리도 하고, 국도 마실 수준이 되었다. 역시 사람이란 고난 속에 놓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체해서 못 먹을 상태가 되도 꾸역꾸역 살기 위해 쳐 넣으니 이젠 위도 단련이 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저놈의 마물들은 좀체 적응이 되지 않았다. 무슨 마물 죽이는 기계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진짜 내내 마물만 보고, 마물만 죽인 것 같았다.

“하아! 도대체 언제 끝이 나요!”

참다못한 리엔이 류를 향해 물었지만 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전이었다면 싱글 싱글 웃으면서 놀렸을 류이건만 그조차도 이번 사태에 한해서만큼은 여유가 없었다. 특히나 류의 경우는 C급 마물뿐 아니라 원래 황실 기사단 임무인 S급 및 A급 마물도 처리해야 했기에 리엔 이상으로 정신이 없고, 체력이 딸렸다. 정말 체력 하나 만큼은 레안을 제외한 황실 기사단 누구보다 자신 있던 그였는데. 하지만 그런 그의 상태를 인지하고 기뻐할 만한 정신 상태는 리엔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둘은 드물게도 삭막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마물 처리에 나섰다. 진짜 맘 같아선 올해 연금술사 최고의 발명이라는 불도저로 쫙 다 밀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정말 진심 만약 그 불도저를 만든 연금술사를 만나면 마물들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불도저를 만들어달라고 빌고 싶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리엔이 죽인 마물 수는 어느새 100마리가 넘었고 류는 300마리를 죽였다.

아아, 진짜 역대 최고라.

시간 당 죽인 마물 수만 따져도 얼마나 될 것인지.

그나마 끝이 보이는 마물들에 리엔은 겨우 숨을 내쉬었다.


체력적으로 지친 탓일까.

평소라면 한번에 가볍게 해치울 D급 다람쥐이건만 지얀은 어이없게도 다람쥐에게 부상을 당했다. 어떡하면 다람쥐에게도 부상을 입을 수가 있는 것인지. 하지만 지얀과 같이 임무에 나선 카엘은 그런 그를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지금 이 상황은 감히 A급 기사인 그들이 D급 마물에게 상처를 입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닌 체력과 정신력의 문제였다. 물론 그동안 그들이 해왔던 임무가 그렇다고 정신력이 덜 소모되고, 체력적으로 여유가 넘쳤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훈련을 통해 체력 및 기타 요소 들을 단련한 터였다. 그럼에도 이 사태만큼은 가볍게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동안 짜증 한번 낸 적 없는 카엘과 지얀이 짜증어린 표정을 지을 정도로 이 상황은 속된 말로 Shit 였다.

“큭, 잠깐 쉬는 거 어떻습니까?”

평소라면 씨도 안 먹혔을 얘기였지만 지금 이 상황이라면 설사 레안이 와도 고개를 끄덕일 거라는 생각에 지얀이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하아.

겨우 잠시 마물들을 피해 숨어둔 카엘은 지쳐서 얕아진 호흡을 고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직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잠깐의 쉼만으로도 긴장이 풀리는지 온 몸이 풀려왔다. 만약 그 누군가가 네 생애 가장 힘든 훈련은 뭐였냐고 물어본다면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크큭, 얼마나 남았습니까?”

“이제 반입니다.”

허. 진짜 이건 욕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진심 이 순간 동료들이 너무 그리웠고, 레안이 그리웠다. 뭔가 레안이라면 지금 이 상황을 단번에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달까.

하지만 레안은 이미 황성을 떠난 터였다.


뭐하자는 걸까.

근위 기사단 겨우 진정시켜 놨더니 이제는 황실 기사단이냐?

연신 찾아오는 황실 기사단 녀석들에 은월이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그들이 딱히 부상을 입고 찾아온 것은 아닌지라 치료를 요하지는 않았지만 도대체 뭔 일들을 그리 하는지 오는 족족 체력 보충제와 에너지 드링크를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확실히 몰골을 보면 왜 그러는지 알 것도 같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황실 기사단 전원이 몇 번씩 들락날락 거리며 요구를 해오니 슬슬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특히나 체력 보충제나 에너지 드링크의 경우 각각 개인에 맞춘 어찌 보면 개인별 약이라고 볼 수 있었고, 하나하나 일일이 제조를 해야 했다. 물론 그냥 일괄적으로 표준치로 제조를 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황실 기사단의 임무 상 약간의 위험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제어하자는 것이 그들의 원칙이었다. 그러니 혹시나 체력 보충제 잘못 먹어 부작용 일어나거나 임무에 지장이 오면 안됐기에 일일이 제조를 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레안이라도 있으면 좀 도와줘서 다행이라지만 지금은 레안도 없으니.

“댁도야?"

이젠 하다하다 현무단 단장까지도 찾아오냐 란 생각에 은월이 띠껍게 물었다. 그에 라이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하아. 대충 뭘 요구하는 것인지 그냥 봐도 알 것 같았기에 은월은 능숙하게 체력 보충제와 에너지 드링크를 만들어 그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약을 받았고, 다소 힘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진짜 그놈의 마물이 뭐라고 모든 이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인지.

은월은 진심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빨리 이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레안님은 언제 오시는 걸까요?”

정말 이토록 레안이 그리워지기는 처음이라는 생각을 하며 라힌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게요..... 레안님... 우리 귀여운 레안님...”

원래부터 레안을 좋아하던 유란이었지만 평소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레안을 생각했다. 그러한 상황은 레안과 가장 사이 안 좋은 라이너도 마찬가지였는지 은근히 그들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난 이제 죽었어...”

뒤늦게 문을 열고 들어온 류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바닥에 몸을 드러누우며 말했다. 역시나 평소라면 그런 류의 행동에 한숨을 내쉬거나 어떠한 생각을 품을 그들이었지만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쓸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 못했기에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했다.

황실 기사단 들어와서 이렇게 개고생한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이렇게 쉬지도 못하고 내내 마물만 죽일 바에는 차라리 레안과 대련해서 죽도록 얻어터지는 것이 낫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그나마 그것은 맞고 나서 쉴 수라도 있지.

암담한 현실에 황실 기사단 단장들은 일제히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힘든 임무에 쫓기며 잠깐의 여유 속에서 하륜이 바람을 쐬러 황성 뒤쪽의 정원으로 나갔다. 유난히 달이 밝은 것이 괜스레 레안 생각이 났다. 특히나 쉬지도 못하고 내내 임무만 수행하고 있자니 더욱더 레안이 생각 났다. 그녀가 나타나 제발 이 상황을 정리해주길 바라는 마음 반, 괜히 그냥 보고 싶은 마음 반으로.

그러고 보니 레안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은 지도 몇 달이 지났던가?

처음의 당황스럽던, 그리고 다소 침울했던 기분은 이젠 제법 사라져 있었다. 레안이 딱히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왜인지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괜히 안심이 되고, 의지가 되던 그였다. 어쩌면 드러나지 않는 그 행동 속에, 그리고 그 미묘한 시선 속에 담겨진 그 작지만 깊은 따뜻함을 가진 온기 때문일까?


작가의말

 

 

 

다음화는 하륜 과거 이야기 편!

이라고 해봤자, 그냥 한화에 우겨넣은 격이랄까요.

꿈을 꿨다 식으로 짧게 요약정리한 하륜의 과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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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55화 그렇다고 내가 봐줄 줄 알았어? +2 13.02.12 752 9 10쪽
66 54화 자, 선택해봐. +3 13.02.11 953 6 13쪽
65 53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지. +3 13.02.08 701 4 11쪽
64 52화 이럼 안되는데.. +2 13.02.06 742 7 11쪽
63 51화 어디 있나, 응답하라 오바. +2 13.02.05 720 6 11쪽
62 50화 외전 : 그의 과거 +2 13.02.01 672 5 12쪽
» 48화 슬슬 가동 준비중~ + 49화 오늘도 열심히~! +1 13.01.31 836 9 21쪽
60 47화 이런 엿같은 일이!+47.1화 각양각색, 그들의 위로 +2 13.01.30 771 11 16쪽
59 46화 가끔 피는 물보다 연할 수도 있다 +2 13.01.29 808 6 13쪽
58 45화 복수는 또다른 원망을 낳는다. +2 13.01.28 712 4 11쪽
57 44화 우리는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1 13.01.26 839 6 12쪽
56 43화 당신을 위한 특별한 여행 패키지 13.01.25 697 7 12쪽
55 42화 황제 님은 낚시질의 대가+ 42.1화 만약 그들이 1등이 된다면? +1 13.01.24 645 8 12쪽
54 41화 너희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승급심사. +1 13.01.23 604 6 12쪽
53 40화 이제 우리는 화해해야 할 시간~! 13.01.22 817 6 11쪽
52 39화 안녕, 만나서 반가워. 13.01.21 886 6 15쪽
51 38화 가끔 싸우는 것도 좋지. 13.01.19 818 8 11쪽
50 37화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13.01.18 980 8 12쪽
49 36화 우리 한번 놀아볼까? (2부) 13.01.17 852 4 12쪽
48 34화 하늘은 언제나 맑음! +35화 우리 한번 놀아볼까?(1부) +1 13.01.16 897 8 20쪽
47 33화 하아, 집 나가면 개고생. 13.01.15 774 9 12쪽
46 32화 축제, 축제닷~! 13.01.14 898 11 13쪽
45 31.1화 그녀와 그의 은밀한 만남. 13.01.13 767 7 4쪽
44 31화 그녀와 함께 하는 나들이! +2 13.01.12 878 6 12쪽
43 30화 그녀와 함께 하는 나들이 시작? +1 13.01.11 776 7 9쪽
42 29화 너희를 위한 선물. 13.01.10 1,003 9 12쪽
41 28.1화 그들의 사정. 13.01.10 954 7 6쪽
40 28화 지금 실컷 쉬어라? 13.01.09 862 6 13쪽
39 27화 삐뚤어질테다~!! +1 13.01.08 1,079 6 13쪽
38 26화 돌아와요, 근위 기사단!! +1 13.01.07 839 7 11쪽
37 25.1화 그들의 속사정 +1 13.01.05 828 8 6쪽
36 25화 그들 사이엔 무언가가 있다! +1 13.01.02 1,296 7 10쪽
35 24화 돌아온 그녀의 사건일지. 12.12.29 684 7 9쪽
34 23화 빌어먹을 마룡 새끼! +1 12.12.26 1,006 7 10쪽
33 22화 이 무슨 복잡미묘한 날인가! 12.12.23 901 7 12쪽
32 21화 레안의 나들이! 12.12.20 1,012 7 13쪽
31 20화 삐삐, 긴급상황입니다. +1 12.12.19 864 6 10쪽
30 19화 뭐든 네들 맘대로냐? +1 12.12.17 1,019 6 9쪽
29 18화 저게 황제라고? +2 12.12.16 1,180 6 14쪽
28 17화 그들의 오붓한 외출. +2 12.12.11 919 7 12쪽
27 16.1화 그녀는 놀라웠다. +1 12.12.10 934 8 3쪽
26 16화 이거 뭐임? +2 12.12.08 1,022 10 13쪽
25 15화 아아, 재미없네~ +2 12.12.07 620 8 8쪽
24 14화 본격적으로 시작. +1 12.12.06 1,111 9 9쪽
23 13화 3인3색 그들의 사정 +1 12.12.05 890 8 14쪽
22 12.1화 세상에 이런 일이!! +1 12.12.04 1,056 6 4쪽
21 +간단한 설명 +1 12.12.03 845 4 1쪽
20 12화 안녕, 나의 친구들~ 12.12.03 1,095 8 9쪽
19 11.1화 그들의 점수는 10점 만점에 몇점? +1 12.12.02 987 8 4쪽
18 11화 쓸 때는 승급심사, 읽을 때는 지옥 훈련. 12.12.01 1,017 10 8쪽
17 10화 이제부터 시작! 12.11.29 1,370 10 11쪽
16 9.1화 세상 살기 참 힘들지? 12.11.28 1,042 6 4쪽
15 9화 그와 그가 만났을 때 +1 12.11.27 1,092 9 10쪽
14 8화 리엔, 그대에게 드리리~ 12.11.25 875 5 10쪽
13 7화 그래도 우리는 뛴다. +1 12.11.24 1,055 8 11쪽
12 6화 우리는 백호단~~입니다!! 12.11.24 1,113 4 12쪽
11 5.1화 사는게 사는게 아니야 12.11.22 1,285 5 1쪽
10 5화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1 12.11.22 1,098 6 9쪽
9 4.1화 황실기사단엔 만만한 사람이란 없다! 12.11.22 995 8 3쪽
8 4화 후회해봤자 늦었지요. 12.11.22 1,042 8 11쪽
7 3.1화 그들의 반응 +1 12.11.22 1,157 7 1쪽
6 3화 그들의 백호단 승격! +1 12.11.22 1,705 10 11쪽
5 2화 대망의 견습기사 생활! +1 12.11.22 1,578 11 13쪽
4 1.1화 그들의 정체는? 12.11.22 1,502 10 3쪽
3 1화 그녀의 정체는? +2 12.11.22 2,081 13 11쪽
2 서장 +2 12.11.22 1,629 5 1쪽
1 기본적인 세계관 +2 12.11.22 2,151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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