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화 그를 찾아 삼만리.
항상 세명이 쓰던 방은 단 한명이 비웠을 뿐인데도 심각한 허전함을 선물해주었다. 말은 많지 않다고 해도 그 존재만으로 존재감을 잔뜩 내보이던 존재였기에 그 허전함과 쓸쓸함의 크기는 컸다.
“하륜은.. 괜찮을까. 내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하던데.”
카엘과 리엔 역시 부상을 입었고, 그 후에도 훈련 및 임무로 인해 제대로 하륜 문병을 가지 못했기에 리엔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큭, 쉽게 죽을 녀석 아니잖아.”
덤덤한 척 말은 하고 있었지만 카엘 역시 얼굴에 걱정을 담고 있었다.
“안되겠다! 하륜 보러 가자!”
역시 생각보다 행동이 빠른 리엔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숙소 방을 나갔고, 그 뒤를 카엘이 따라갔다. 그러나 하륜을 보기 위해 의원실에 방문한 리엔과 카엘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리엔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전에 자신 및 기타 등등이 다쳤을때도 레안이 손수 자신의 방으로 모셔다 간호(?)를 해주긴 했지만 이렇게 또 다른 피해자(?)를 보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나선거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생각에 리엔은 당당히 레안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 당돌한 리엔의 행동에 카엘은 슬쩍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라도 레안의 방으로 직접 찾아가는건 좀 그런데. 그러나 하륜이 걱정되었기에 이번만큼은 저 무식하게 당돌한 리엔의 행동을 따르기로 했다.
똑똑똑.
그래도 매너 있게 리엔은 당당히 노크를 했다. 그에 귀찮은 목소리와 함께 레안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니, 들어오라는 말 한마디면 되는 것을 왜 굳이 본인이 직접 밖으로 나온다는 말인가.
“뭐야?”
융화가 시작 된 듯 고통스러워하던 하륜의 모습을 바라보다 나온 레안이 예상치 못한 방문객에 띠껍게 물었다.
“하륜 보러 왔는데요?”
이 시간에 연락도 없이 찾아온 주제에 참으로 당당하다는 생각에 레안이 아니꼽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면회 사절이야.”
현 상태를 타인에게 보일 수 없었기에 레안이 냉정히 답했다.
“하륜은 제 친구에요. 친구의 상태를 확인할 권리 있다고 보는데요?”
용케 말도 잘 하는 구나 싶어 카엘은 순간 방관 모드로 들어섰다.
“굳이 보고 싶다면 내가 친히 그녀석 다 나으면 방문 앞에 던져놓을 테니 그때 봐.”
레안의 단호한 대꾸에 리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안되는데요? 혹시 하륜에게.. 무슨 짓을 한 건..?”
도대체 어떡하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어이없는 질문에 레안이 말도 안된다는 듯 비웃었다.
“정 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으면 류한테 가서 부탁해. 여기 와서 달이 땅에 박혀 있어요 같은 별 거지 같은 헛소리 하지 말고.”
왜 여기서 류가 나오는데!
류의 이름을 듣자마자 좌르르 떠오르는 안 좋은 기억에 리엔이 울컥했다. 하지만 좀처럼 레안은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낼 것 같지 않았고, 더 이상 떼를 썼다간 한 대 쳐맞고 던져질 것 같은 생각에 리엔은 툴툴 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카엘은 계속 거기에 남아 레안을 바라보았다. 그에 겨우 쫓아보냈거니 하고 방으로 들어갈려던 레안이 걸음을 멈추곤 그를 바라보았다.
“할 말 있으면 해.”
“큭, 최근 하륜이 매일 어디를 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레안님의 집무실을 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설사 하륜이 레안님과 모종의 관계라고 해도 이해할 수 있으니....는 농담이었습니다만. 아무튼 거기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알게 모르게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말입니다.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궁금하면 하륜에게 물어. 니들 사이의 일에 내가 끼어들 필요는 없을테니.”
“그럼 현재 하륜의 상태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생사의 경계?”
생각보다 심각한 부상인가.
지금껏 그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은 하륜을 본 적이 없었기에 카엘의 표정이 자연스레 굳어졌다.
“죽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 그러니 기다리면 되겠지.”
딱히 그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뚱하니 말했다. 그에 카엘이 씨익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곤 그곳을 떠났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레안은 씁쓸한표정을 지었다.
역시 하륜이란 존재는 꽤 신경 쓰이는 존재였다. 요즘 들어 왜이리 유난히 신경을 갉아먹는 존재들이 많은지. 부디 살아야 할 텐데. 사실 카엘에게 한 말은 그녀 자신에게 말한 것이었다. 담담히 지내기엔 불안해서, 괜히 걱정이 돼서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 작가의말
향란지몽 님/ 펜그렘 님/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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