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경제 초강대국 등극 4
청와대 본관의 옥상 전망대의 벤치에서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피터슨과 대담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는 커피를 음미하며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기를 잠시 뒤.
그가 진중한 태도로 질문을 던졌다.
"대한신국을 20년 만에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 초강대국으로 성장시킨 비결을 알고 싶습니다."
그에게 즉답했다.
"사회 혼란만 야기하는 빌어먹을 민주주의 체제를 버리고, 신인(神人)이 직접 통치하는 신정일치 체제를 도입한 덕분이죠."
그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내 노골적인 발언에 심히 당황한 눈치였다.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 할 말에 묵묵히 집중했다.
"한국은 태양신인 한울님의 은총 덕분에 지상낙원으로 알려진 남태평양으로 국토의 거점을 이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동시에 내수경제를 폭발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전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했으며, 그 결과 한국의 인구는 20년 만에 11억 명 수준으로 폭증했죠."
"그 덕분에 양질의 교육을 받은 20세 청년들이 국가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피터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질문을 해왔다.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들을 거의 모두 평탄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게 자랑하듯 대꾸했다.
"말씀하신대로 한국 정부는 평탄화한 산야 지역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을 50만 채 이상 건설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인들은 저렴한 가격에, 정부의 임대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는 혜택을 받고 있죠."
피터슨이 머리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산을 평탄화 한 덕분에, 한국의 자연경관이 심각한 훼손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탓으로 국제 환경 단체에서 한국 정부를 연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는데, 그점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호한 어조로 그에게 대꾸했다.
"환경단체 나부랭이들은 대다수 위선자에요. 그자들의 말은 귀담아 들을 가치조차 없죠."
씹어뱉듯이 말을 내뱉은 탓일까.
그가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교황님은 환경단체를 적대시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책의 수정을 꾀할 필요성을 못느끼십니까?"
고개를 저으며 심드렁한 어조를 내뱉었다.
"그건 내 알 바 없습니다. 그러니 환경단체고 나발이고, 그런 쓸데없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마십시오."
그제야 피터슨이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다른 주제를 꺼내들었다.
"10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인공수정한 탓에, 전 세계적으로 교황님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합니다. 비윤리적인 일을 아무 거리낌없이 자행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후, 전면에 펼쳐진 광화문 사거리에 시선을 모으며 그에게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한국은 국가소멸의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인구가 급감하는 추세였죠."
"그같은 상황에서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은, 인공수정을 통한 인구 증산 정책이었습니다."
그리 말하며 고개를 돌리자, 피터슨이 머리를 끄덕이며 커피 한모금을 음미하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었다.
내 답변에 대해서 어느 정도 납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10억 명에 달하는 사람을 인공수정으로 출산시킨 행위는 너무 지나친 일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의 내수 시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에,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다른 주제에 대해 질문을 해왔다.
"이제 10억 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할텐데, 그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피터슨은 내 아픈 곳을 건드리는 질문을 해왔다.
그런 탓인지 내 얼굴에 절로 곤혹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말씀하신대로 저 역시 그 문제에 관해서 고민이 많습니다. 아무튼 최선을 다해서 그들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집중할 계획이니 질문은 그 정도로 끝냅시다."
그말을 끝으로 옥상 출입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더 이상 피터슨과 인터뷰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
과천 외교부 청사 건물에 아르데일 호주 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외교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탑층에 위치한 장관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현일은 면전에 나타난 아르데일 대사에게 성난 어조를 내뱉었다.
"대한신국은 호주의 최대 무역 교역국입니다."
"게다가 호주는 한국을 상대로 연간 1,000억 달러(140조)에 달하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감히 한국 여행객을 상대로 인종범죄를 저지르다니...!"
현일이 격노한 고성을 내뱉자, 아르데일이 당혹한 얼굴로 사죄를 표명했다.
"호주 정부를 대신해 피해자들과 한국인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확실한 재발 방치책을 마련하겠습니다."
허나 현일은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말로만 그러지 말고, 확실한 조치를 취하십시오. 인종 범죄를 자행한 악마같은 놈들을 한달 안에 모두 사형에 처하세요."
아르데일이 고개를 저으며 항변했다.
"죄송하지만 그 문제는 호주의 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할 일입니다. 귀국이 간섭할 사항이 아닙니다."
현일이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한달 안에 인종 범죄자들을 사형에 처하지 않는다면, 그 즉시 무역 금수 조치가 취해질 겁니다."
아르데일은 현일의 발언이 외교젹인 엄포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 탓인지 직업 외교관 특유의 유들유들한 표정을 지으며 외교적인 수사를 내뱉었다.
"본국 정부에 귀국이 원하는 바를 가감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말을 끝으로 장관실을 유유히 나섰다.
한달 후.
호주 법원은 한국 여성을 2명이나 살해하고 3명에게 심각한 중상을 입힌 인종 범죄자들을 징역 3년 형에 처하는 경미한 형벌을 내렸다.
그런 탓일까.
한국에서는 연일 호주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예상된 수순이었다.
*
늦은 밤.
청와대 관저의 서재로 정찬수 수상을 호출했다.
면전에 나타난 그가 나를 향해 오체투지의 예를 표한 뒤.
면전에 시립했다.
나는 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찬수는 지난 20년 동안 수상직을 나름 충실하게 수생했다.
그런 탓일까.
그의 나이는 이제 70대 중반에 달하고 있었다.
허나 찬수는 여전히 건강한 신체상태를 유지했다.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한 덕분이었다.
그가 혈색 좋은 얼굴을 과시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호주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무역제재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물었다.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이죠?"
"일단 한국인들의 호주여행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고, 호주산 육류를 전면적으로 수입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외교부를 통해서 무역 제재 조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세요."
"예. 교황님."
다음날 오전.
나는 집무실의 책상에 좌정한 채.
벽면을 장식한 대화면 TV에 이목을 집중했다.
TV에서는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정부의 공식 성명을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발표하고 있었다.
"대한신국 정부는 오늘 자정 00시를 기해, 한국인들의 호주 여행을 금지한다."
"대한신국 정부는 호주산 육류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
"대한신국 정부는 인종범죄를 자행한 범죄자들이 전원 사형을 당할 때까지 호주 정부를 대상으로한 무역 금수 조치와 여행 금지를 전면적으로 시행한다."
속이 시원한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이었다.
그날 자정 무렵.
청와대 관저 서재에서 운기행공에 매진할 찰나.
문밖에서 노크소리와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졌다.
똑똑똑!
"교황님의 부르심을 받고 찾아왔습니다."
그에게 나직한 어조로 대꾸했다.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교황님."
문이 열리고 태진호 보건복지부 장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향해 오체투지의 예를 취한 후, 면전에 공손히 시립했다.
태진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아원을 퇴소하는 10억 명에 달하는 친구들의 진로를 조사하셨나요?"
"네. 진로 조사를 얼마전에 끝마쳤습니다."
"그 친구들의 진로에 대해서 보고를 해보세요."
진호가 긴장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10억 명 중에서 5억 명 정도는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며, 나머지 절반은 사회에 바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흐으음...!"
내 입에서 옅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나는 내심 그 친구들이 대다수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랬다.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진호가 우려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5억 명에 달하는 친구들이 한꺼번에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일자리 쟁탈전이 극심해질 겁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창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대한신국의 대학교를 모조리 국립대 시스템으로 전환시켰다.
내가 의도한 대로 일사불란한 의무대학 교육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함이었다.
그 덕분에 한국의 모든 대학은 무상 교육이 정착된 상태였다.
더불어 5만명 이상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캠퍼스를 전국 각지에 1만 개나 건설했다.
최소 5억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무상 교육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난망한 형국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북한산의 울창한 수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탓인지 어느 정도 걱정이 가라앉았다.
그 즈음, 등 뒤에서 진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억 개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를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교황님."
북한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뭐죠?"
그가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해외 취업을 활성화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어느 정도 취업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겁니다."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곧바로 반박했다.
"다른 국가들도 취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그들이 미쳤다고 한국인들에게 취업 시장의 문을 열어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제야 진호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사죄를 표명했다.
"송구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교황님."
"앞으로는 생각을 하시고 의견을 제시하십시오."
"예. 교황님."
그를 내보낸 뒤.
서재의 홈바에서 마티니를 병째 들이부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창문을 통해서 야밤의 창공으로 몸을 날렸다.
공덕동 인근의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
식당의 키오스크에서 카드로 결제를 하려는 찰나.
중년 남성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한 얼굴로 우왕좌왕하는 광경이 보였다.
키오스크의 복잡한 결제 절차에 정신을 못차리는 모양이었다.
반면 카운터에 앉아 있는 식당 주인은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폰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심한 노릇이었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키오스크를 가져다 놓은 주제에.
손님들이 결제를 못해서 헤매고 있음에도, 그자는 세월아 네월아 하며 폰질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문득, 대한신국의 식당과 상점을 점령한 키오스크를 모두 철거한 뒤.
그 자리를 알바들이 대신하는 광경이 뇌리를 번갯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한국은 일자리가 시급했다.
최소 5억 명 이상의 20세 청년들이 대거 사회로 진출한 예정이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키오스크 따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이 필수였다.
*
이른 아침.
호주 수상의 관저가 있는 시드니의 더 롯지에 내각의 각료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 표정이 어두웠다.
한국 정부의 전격적인 무역, 여행 금수 조치 때문이었다.
키머런 호주 수상은 장내에 배석한 내각의 각료들에게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발표한 여행과 무역 금수 조치로 인해, 호주가 입을 피해액이 얼마죠?"
딕 페니 외교통상부 장관이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단기적으로 미화 300억 달러(42조)의 피해액이 예상되고 있으며, 해가 넘어갈 경우 1,000억 달러(140조) 이상의 엄청난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장내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 작가의말
선추코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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