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남태평양 한국 1
백악관 지하 핵벙커에 올리버 대통령을 필두로 국가안전보장회의 멤버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올리버는 상석에 착석한 뒤.
옆에 앉아있는 카를로스 국가안보수석을 슬쩍 쳐다봤다.
직후 카를로스가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태양신교라는 사교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한국 정부를 장악했습니다. 그들은 정찬수 대통령과 군부, 청와대, 국회를 하루아침에 완벽하게 수중에 넣었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정권을 장악하자마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으며, 1천여 명에 달하는 고위 법조인들을 광화문에서 총살형에 처했습니다."
"주한미군을 동원해서 한국의 정권을 찬탈한 태양신교의 무리들을 하루속히 일망타진해야 합니다."
올리버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한국은 주권 국가에요. 그리고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선진국이죠. 그런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건 우리 미국 입장에서 좋을 일이 없어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월프레드 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내정간섭은 우리 미국에 부담이 되겠지만, 한국같은 중요한 동맹국에서 발생한 신정(神政) 쿠데타를 수수방관한다면, 전세계 각국이 우리 미국을 비웃을 겁니다."
리처드슨 국무장관도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저도 부통령 각하와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주한미군을 동원해서라도 쿠데타 세력을 뿌리뽑아야 합니다."
자레드 국방장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국은 60만 대군을 상시 운용하는 국가입니다. 특히 지상병력이 미군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합니다."
쿠퍼 합찹의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레드 국방장관의 견해에 동조하고 나섰다.
"주한미군을 동원해서 쿠데타를 진압한다는 건,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진배없다고 생각합니다. 무력사용은 절대 금물입니다. 대통령 각하."
그후로도 안보회의 멤버들은 한국 정권을 장악한 신정 쿠테타 세력의 진압을 놓고, 치열한 난상토론을 펼쳤다.
허나 끝내 이렇다할 결론을 도출해내는데 실패했다.
한국의 막강한 육군 병력을 주한미군이 상대하는 게 용이치 않았기 때문이다.
올리버는 안보회의를 끝마친 후, 곧장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 뒤, 한국에 있는 강천의 대포폰으로 한통의 전화를 걸었다.
*
백악관 중앙 관저로 공간이동을 발현했다.
올리버는 관저 서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재 한켠에 조성된 홈바에서 마티니를 음미하며 녀석에게 넌지시 물었다.
"갑자기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녀석이 시니컬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걸 몰라서 묻는거야?"
"응. 모르겠는데."
"브로가 한국에서 깽판을 너무 심하게 치는 바람에, 내가 골치가 아파 죽겠다고."
올리버는 그리 말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녀석은 독한 위스키를 들이키며 나를 힐난하는 언사를 노골적으로 퍼부었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얌전히 살았어야지. 무슨 바람이 들어서 갑자기 한국 정치에 개입한거야? 미쳤어? 제발 제정신을 차리라고. 브로."
올리버는 내가 한국 정치에 관여하는 게 마음에 안드는 눈치였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소멸하는 꼴을 도저히 못보겠더라. 그래서 내가 전면에 나선거야."
"브로는 슈퍼맨같은 초인이라구. 그런 사람이 현실 정치에 개입하면 전 세계에 엄청난 평지풍파가 일어난다고."
고개를 저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미국은 한국 내정에 간섭하지마라. 한국은 내가 알아서 통치할 거니까."
"중국과 러시아, 유럽 각국이 수천명의 법조인들을 총살한 것을 문제로 삼을 분위기야. UN에 정식으로 한국 문제가 도마에 오를 분위기라고."
"미국이 알아서 막아. 그러라고 내가 너를 도와준 거니까."
"미치겠네. 정말! 브로는 너무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구."
"애처럼 칭얼대지말고, 너는 그저 중립이나 지켜. 그게 나를 위하는 길이니까."
그말을 끝으로 청와대 집무실을 목표로 불꽃같은 공간이동을 발현했다.
집무실의 육중한 책상에 앉자마자 곧바로 내선을 연결했다.
"커피 한잔을 가져다 주세요."
인터폰에서 여비서의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교황 성하.
잠시 뒤.
검정색 정장룩 차림의 여비서가 커피를 쟁반에 받쳐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여배우를 뺨칠 정도의 비쥬얼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몸매 역시 팔등신 글래머 스타일이었다.
완전히 내 취향이었다.
책상 위에 커피를 내려놓고 조신하게 문가로 다가가는 그녀의 아찔한 뒷태에, 절로 시선을 모을 찰나.
김승화 계엄사령관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오체투지를 발현했다.
나는 면전에 납작 엎드린 그를 무심한 얼굴로 내려다보며 커피 한모금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잠시 후.
승화에게 나직한 어조로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감사합니다. 교황 성하."
그가 오체투지를 해제하고 공손히 시립하는 자세를 취했다.
승화에게 단호한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기득권 언론사의 사주들과 고위 간부 500명을 전원 체포한 후, 이번주 토요일 저녁 7시에 광화문 사거리에서 총살형에 처하십시오."
김승화가 우려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주한미군 사령관인 란스데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주한미군의 전병력을 평택으로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 7함대도 인천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그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인 올리버와 내가 어떤 관계인지 전혀 몰라서 그런 것 같았다.
"주한미군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허나 승화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사람이 보기보다 담이 작았다.
"한국은 태양신 한울님이 지키고 있어요. 그러니 김 장군은 태양신을 믿으세요,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모든 공항의 출입국을 금지하세요. 당연히 선박을 이용한 출입국도 철저히 차단하십시오."
그제야 승화가 제정신을 차렸는지, 나를 향해 군기가 번쩍 든 얼굴로 복명했다.
"예. 교황 성하!"
그를 내보낸 뒤.
찬수에게 전화를 연결했다.
"국무회의를 진행할 거니까 국무위원들에게 긴급 연락을 돌리세요."
-네. 교황 성하.
그에게 국무회의를 소집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A4 용지에 내가 추구하는 사항을 차례로 적어내려갔다.
[대한민국의 국호를 대한신국으로 변경한다.]
[태양신교의 율법이 대한신국의 헌법을 대체한다.]
[대한신국의 신민들은 태양신 한울님과 그의 독생자인 이강천 교황 성하를 신으로 섬겨야 한다.]
[태양신 한울님과 이강천 교황 성하를 비난하고 모욕하는 자는 신성모독의 죄를 범한 관계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사형에 처할 것이다.]
[앞으로 대한신국의 사법 시스템은 태양교의 율법심판소가 대체할 것이다.]
[기존의 법원과 검찰을 모두 폐쇄한 뒤, 태양교의 사제들이 사법 정의를 실현할 것이다.]
[앞으로 대한신국에서는 무전유죄, 유전무죄같은 법조 비리가 일체 근절될 것이다.]
[대한신국의 신민들은 태양신 한울님과 그의 독생자인 이강천 교황 성하를 하늘처럼 믿고 섬겨야 할 것이다.]
[대한신국은 국민 혈세를 좀먹는 지방자치제와 국회 시스템을 모두 폐지할 것이다.]
1시간 후.
청와대 국무회의실에 들어서자 정찬수 대통령과 김재현 국무총리를 필두로 각부의 장관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국무회의실에 진을 친 계엄군인들을 휘 둘러본 뒤.
상석에 좌정했다.
그 후, 내 의중을 국무위원들에게 노골적으로 피력했다.
"앞으로 한국의 헌법은 태양신교의 율법으로 대체될 겁니다."
그리 말하며 내가 작성한 긴급 포고령을 찬수에게 내밀었다.
그는 곧바로 수십장의 포고령 복사본을 출력했다.
그 후, 국무위원들에게 재빨리 포고령의 복사본을 돌렸다.
내가 작성한 포고령을 확인한 국무위원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경악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가 할 말에 집중할 뿐이었다.
"앞으로 한국은 신정일치 제정일치 시스템으로 운영될 겁니다. 기존의 대통령직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수상이 차지할 거에요."
"그리고 나는 내치와 국방, 외치를 모두 전담할 계획이니 여기 모이신 국무위원들은 내 명령에 반드시 따라주십시오."
그리 말하자, 국무위원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복명했다.
"예. 교황 성하!"
허나 내 지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불순한 세력들이 시민들을 선동해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국정원과 기무사, 경찰 병력을 총동원해서 불순세력을 발본색원 하십시오."
그러자 찬수가 좌중을 대표해 복명했다.
"교황 성하의 명을 반드시 이행하겠습니다."
믿음직한 대답이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국무위원들이 나를 따라서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 뒤, 허리를 90도 각도로 숙이며 내가 국무회의실을 나갈때까지 극진한 태도를 드러냈다.
국무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남태평양 상공으로 공간이동을 발현했다.
내 발아래 솔로몬 제도가 드러냈다.
솔로몬 제도는 영연방에 속한 섬나라였다.
나는 솔로몬 제도의 동쪽에 위치한 곳으로 몸을 날렸다.
솔로몬 제도에서 1,500킬로 정도 떨어진 동쪽으로 이동할 찰나.
갑자기 코끝에 진한 석유 냄새가 느껴졌다.
곧장 바다 속으로 몸을 던졌다.
나는 3,500미터 지점까지 무작정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난 규모의 유정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검은황금이 수면 밑바닥에서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런 탓일까.
나는 반드시 이곳으로 한국땅을 이동 시키기로 굳게 다짐했다.
수면 위로 쾌속하게 솟구쳤다.
그 뒤, 주변 섬들을 매의 시선으로 관찰했다.
대다수 영국과 미국령에 속한 작은 섬들이었다.
한국을 이 근방으로 이동시키더라도 석유의 소유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대규모 유정 위로 한국땅을 이동시키기로 굳게 다짐했다.
석유의 소유권 분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한국땅 안에서 석유가 발견되도록 나름의 조치를 취한 탓이다.
다시 바다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 후, 유정 주변을 매의 시선으로 관찰했다.
유정의 사이즈는 아무리 못해도 50만평 정도로 보였다.
그곳 바로 위에 한국땅을 이전시키고, 그 부지를 내가 보유한 스트롱 스카이 인베스트먼트가 매입하면 될 것 같았다.
한마디로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케이스였다.
마음을 정하자마자 곧바로 한국을 목표로 공간이동을 발현했다.
한국에 도착한 뒤.
내 몸을 1만미터 크기로 확대했다.
그 후, 서울 상공에 좌정한 채.
지상에서 놀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서울 시민들에게 우렁찬 사자후를 토해냈다.
"내일 03시에 한국의 영토를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에서 1,500킬로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시키겠노라."
"본신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적성국에 둘러싸인 한민족의 안위를 위해 남태평양으로 한국 영토를 이전시키기로 결정했노라."
"본신은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니, 한국인들은 본신의 말을 하늘처럼 섬겨야 하느니라."
곧바로 부산으로 공간이동을 발현했다.
나는 그날, 한국의 대도시를 순회하며 내 결정을 널리 알렸다.
그런 탓일까.
*
새벽 03시 정각.
나는 한국땅을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 인근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38선 밑둥에 1만 갑자에 달하는 전신공력을 모조리 투사했다.
그 덕분일까.
38선을 기준으로 한국땅이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며 뿌리채 뜯어졌다.
직후 한국땅을 온몸으로 받치며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에서 1,500킬로 떨어진 장소를 마음 속에 떠올랐다.
순간 공간이 아지랭이처럼 일그러지며 한국땅이 꿈결처럼 남태평양으로 공간이동했다.
내가 원하는 일이 드디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 작가의말
선작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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