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남태평양 한국 2
4천만 한국인들은 열광했다.
지상낙원으로 평가받는 남태평양으로 한국 자체가 이동한 것이다.
여름에는 동남아 수준의 더위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동토의 시베리아급의 혹독한 추위에 시달렸던 한국인들은 내 덕분에 지상낙원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탓일까.
한국인들은 내가 창조한 태양신 한울은 물론이고.
그의 독생자로 화신한 나를 열렬히 추종했다.
그 덕분에 날이 갈수록 태양교에 입교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났다.
그 즈음, 나는 청와대 춘추관으로 200명에 달하는 전직 국회의원들을 불러들였다.
그들은 이제 태양신교의 사제로서 맡은바 직분에 성심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들에게 쓸만한 당근책을 제시할 계획이었다.
200명에 달하는 전직 국회의원들은 운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감히 나에게 도전한 100명의 국회의원들이, 이름없는 고혼으로 전락하는 광경을 눈 앞에서 생생히 목도했다.
그런 탓이었을까.
그들은 춘추관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향해 오체투지의 예를 취했다.
온몸을 납작 엎드린 것이다.
마음에 드는 자세였다.
그들을 발 아래로 내려다보며 묵직한 중저음의 바리톤을 내뱉었다.
"당신들은 전국 200군데에 설립할 예정인 태양신교의 교회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 땅에서는 태양신교 외의 그 어떤 종교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당신들은 태양신교의 신도들을 관리하며 그들을 태양신의 아들 딸로 교화시켜야 합니다. 만약 태양신교에 저항하는 악의 무리들이 출몰한다면 그 즉시 계엄사령부에 연락을 취하십시오."
내 발밑에 엎드린 200명의 사제들이 고개를 맨바닥에 깊숙이 밀착시켰다.
나에 대한 절대복종을 여실히 드러내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당신들에게 연봉으로 10억을 지급하고, 휘하에 8명에 달하는 보조 사제들을 임명할 권한을 허용해 드리겠습니다."
"보조 사제들의 연봉은 각각 1억 5천만원을 지급할 예정이고, 고급 세단과 운전기사를 제공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일행을 대표해서 박수현 사제가 충성서약을 낭독했다.
"우리 200명의 사제들은 태양신인 라울님과 그분의 독생자인 교황 성하에게 죽을때까지 헌신할 것임을 맹세하는 바입니다!"
내 입가에 절로 흡족한 미소가 내걸렸다.
얼마 후.
춘추관을 나서자마자 국무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무회의장에 들어서자 정찬수 수상을 필두로 열대여섯명의 국무위원들이 나를 향해 오체투지의 자세를 취했다.
상석에 좌정한 뒤.
발아래 엎드린 국무위원들에게 나직한 어조를 내뱉었다.
"모두 제자리에 착석하십시오."
내 명령이 떨어지자, 국무위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테이블에 착석했다.
장내에 배석한 국무위원들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저는 한국의 인구를 1년 안에 10억 명 수준으로 증산할 계획입니다."
국무위원들이 하나같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고.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 말에 묵묵히 집중했다.
"신체건강한 성인남녀의 정자와 난자를 이용해서 10억 쌍의 인공수정을 할 예정이에요."
"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년 후에 한국에는 10억 명에 달하는 신생아가 태어날 거에요."
내 말이 끝나자, 찬수가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했다.
"10억 명에 달하는 신생아를 인공수정으로 태어나게 하려면, 인큐베이터 장비를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생아를 관리하는 간호사들의 숫자도 대규모로 늘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복지부의 이태동 장관이 찬수를 거들고 나섰다.
"수상님의 말처럼 인큐베이터 장비와 간호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관련 예산도 턱없이 모자른 형편입니다."
경제부총리 역시 마찬가지 견해를 피력했다.
"10억 명의 신생아를 인공수정 방식으로 출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150조 이상의 단기 예산이 필요한데, 지금 대한신국의 형편으로는 관련 예산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국토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국처럼 비좁은 국가에서 10억 명에 달하는 신생아를 인공수정 방법으로 출생시키는 건, 말이 안되는 말씀같습니다."
"10억 명은 한국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인구 규모입니다. 그러니 이번 계획을 재고해 주십시오. 교황 성하."
그후로도 국무위원들은 절대 다수가 내 계획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나는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
현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허나 나에게는 불가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단호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국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쓸모없는 산들을 모두 평탄화하고, 평탄화 작업이 끝난 산야 지역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로 구성된 신도시를 대대적으로 건설한다면 10억 명 이상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큐베이터 장비와 간호사의 숫자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부족하면 채우면 되는 거에요. 불필요한 예산의 사용을 자제하고 남는 돈으로 인큐베이터를 구입하고, 간호사를 대대적으로 확충하면 되는 일입니다."
"더 이상 여러분들의 반론을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내가 지시한 사항을 무조건적으로 이행하십시오. 이건 태양신인 한울님의 명령입니다!"
그제야 국무위원들이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엄숙한 태도로 복명을 외쳤다.
"예. 교황 성하!"
국무회의를 끝마친 뒤.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 후, 김승화 계엄사령관을 면전에 호출했다.
내 앞에 나타난 김승화가 오체투지의 자세를 취했다.
잠시 후.
면전에 공손히 시립한 승화에게 엄명을 내렸다.
"경찰과 국정원의 협조를 받아서 재벌회장과 그들의 일가족이 저지른 각종 범법행위를 면밀히 조사하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교황 성하."
"그리고 시민들의 활동 시간을 새벽 02시까지 허용하는 포고문을 발표하세요."
"예. 교황 성하."
그날 새벽.
나는 예전에는 휴전선이었던 지역을 남몰래 시찰했다.
한국은 이제 사면이 남태평양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섬나라가 되었다.
그 덕분에 휴전선은 화려한 백사장을 지닌 남태평양의 해안가로 환골탈태했다.
허나, 나는 쪽빛으로 짙게 물든 남태평양의 바다를 감상할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휴전선 지역 아래에 흐르는 유정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탓이었다.
이곳의 토지는 모두 정부 소유였다.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DMZ(비무장지대)가 바로 이곳이었다.
그런 탓인지 이곳에는 수백만 개에 달하는 지뢰가 매설된 상태였다.
내 입장에서는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나는 DMZ 일대의 토지를 스트롱 스카이 법인 명의로 모두 매입한 뒤.
석유개발회사를 설립해서 DMZ 아래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석유를 퍼올릴 계획이었다.
물론 한국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해외에는 높은 마진을 받고 팔아치울 심산이었다,
일단 그전에 DMZ 아래에 매장된 석유의 경제성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리버의 도움을 청하는 게 상책이었다.
미국의 석유 탐사 업체에게 석유의 매장량과 품질 조사를 의뢰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끗발 좋은 올리버를 통해서 일을 추진하는 게 상책이었다.
곧바로 백악관의 집무실을 목표로 불꽃같은 공간이동을 발현했다.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서자, 올리버가 벽면을 장식한 대화면 TV에 시선을 고정하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때마침 TV에서는 CNN의 국제뉴스가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었다.
-동북아에 위치했던 한국의 영토가 하루아침에 남태평양으로 이동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기사(奇事)가 발생한 탓일까요. 국제 기관과 지리학자들은 한국의 불가사의한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앞다투어 입국 신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각국 정부와 UN 에서도 한국 정부에 조사단을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남태평양으로 이동하기 전에 태양신으로 알려진 한울이 예언한 동영상을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한번 보시죠.
앵커의 말이 끝나자마자 1만미터 크기로 화신한 내 모습이 TV 화면에 생생히 드러났다.
그런 탓일까.
올리버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턱에 괴었다.
그 즈음, 녀석을 놀래키지 않기 위해 헛기침을 내뱉었다.
"콜록...!"
내 헛기침 소리를 들었는지 올리버가 TV에서 시선을 떼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그제야 나를 발견했는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말도 없이 갑자기 왜, 온 거야?"
"그냥, 심심해서. 그건 그렇고 TV에서 형을 본 소감이 어때?"
올리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은근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브로가 초거인으로 변신해서 사람들을 상대로 쇼를 한 게 사실이야?"
"잘 알면서 뭐하러 묻냐."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한 뒤.
집무실 한켠에 조성된 홈바로 걸어갔다.
그러기를 얼마 후, 마티니를 병째 들이부으며 녀석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석유 탐사 업체를 소개해줘. 그리고 주한미군을 철수할 준비를 해라."
"안그래도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 브로에게 말하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석유 탐사 얘기는 왜, 꺼내는 거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탐사 업체 엔지니어들과 장비를 남태평양에 있는 대한신국으로 보내."
녀석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대한신국이 뭐야?"
"국명을 대한신국으로 바꿨어. 조만간 국제 사회에 공개적으로 공표할 예정이니까 그런줄 알아라."
그말을 끝으로 청와대를 향해 공간이동을 발현했다.
*
서울 여의도 경단련 사무실에 삼승그룹의 강학수 회장을 필두로.
성진그룹의 이태천 회장, 명성그룹의 오태일 회장, 장수그룹의 장필현 회장, 민성그룹의 김명철 회장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경단련 회장단 멤버였다.
상석에 좌정한 삼승그룹의 강학수가 두려운 얼굴로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우리들의 이익을 대변해준 언론사의 사주들과 간부들이 모두 총살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뜻대로 움직여주는 고위 법조인들 역시 광화문 사거리에서 총살을 당했어요."
"아마 다음 차례는 우리가 될 겁니다. 교황이라는 놈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개자식이에요. 아무튼 우리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하루빨리 한국을 떠야 합니다. 그 방법이 최선이에요."
성진그룹의 이태천이 맞장구를 쳤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안그래도 저 역시 그같은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장수그룹의 장필현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모든 공항이 막혀있어요. 그리고 선박을 이용한 탈출도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하루아침에 한국이 남태평양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일본이나 중국으로 도피할 길이 막힌 상태에요."
"그런 상황에서 무슨 재주로 해외로 탈출을 한다는 말씀입니까?"
민성그룹의 김명철이 장필현의 말에 동조하고 나섰다.
"해외로 탈출하자는 말씀은 무책임한 발언이에요. 애당초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그런 허황된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명성그룹의 오태일 또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탈출을 시도했다가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에요. 광화문 사거리에서 총살을 당할거라는 말씀입니다."
회장단 멤버들이 연이어 그리 말하자, 태천의 얼굴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나름 생각해서 한 말인데, 동료 회장님들이 자신을 격하게 비토한 탓이다.
바로 그때, 모임의 주재자인 삼승그룹의 강학수가 결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교황이라는 놈을 예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어요."
그러자 좌중이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정찬수 대통령의 소개로 만난 적이 있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강천이라는 놈이 그리 대단한 개자식인줄 미처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태천이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교황이라는 새끼의 이름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요. 13년 전에 파리에서 죽은 우리집 서자 새끼랑 이름이 똑같거든요."
장내에 배석한 회장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태천이 말하는 '서자새끼'가 누구인지 대충 아는 눈치였다.
학수가 못마땅한 얼굴로 태천을 쏘아봤다.
자신이 말하는 도중에 함부로 끼어들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는 한차례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환기시킨 뒤.
자신의 결정을 좌중에게 밝혔다.
"내가 재계를 대표해서 교황에게 면담을 신청할테니 여러분들은 각자 1천억씩 돈을 갹출할 준비를 하십시오."
그의 통큰 언사에 좌중이 일제히 고개를 완강히 저었다.
태천이 제일 먼저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한두푼도 아니고 무려 천억을 갹출하라니...! 천억이 뉘집 애 이름입니까? 저는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맞습니다. 백억도 아니고, 천억을 갹출하라는 말씀은 너무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강 회장님."
필현이 곧바로 지원사격에 나서자, 좌중의 분위기는 태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학수가 성난 얼굴로 좌중을 쏘아부쳤다.
"천억이 아깝다고, 구두쇠처럼 놀다가는 제명에 죽지 못할 겁니다."
그말을 끝으로 의자를 박차고 장내를 빠져나갔다.
- 작가의말
선작 추천 부탁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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