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킬재벌 개망나니 1
영민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수도권 맹지를 3종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면 언론에서 냄새를 맡을텐데..."
그가 말끝을 흐리며 일행의 좌장격인 찬수를 슬쩍 쳐다봤다.
"중앙언론도 문제고 중원일보를 비롯한 지역 신문도 문제에요."
성곤까지 그리 나오자, 찬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중앙 언론은 걱정하지 마세요. 법조출입기자단 대표인 김성록에게 말을 해놓을 테니까. 그리고 지역 언론사는 김 의원이 알아서 마킹을 하세요."
영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역 언론사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들 3명은 각자의 역할 분담이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강천을 화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성곤이 경외심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이 하늘을 한마리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장면을 내 두 눈으로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마술처럼 저를 깊은 수면 상태로 빠져들게 만들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정말 무서웠습니다."
성곤은 그리 말하며 온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런 때문일까.
찬수와 영민은 등줄기에 오싹한 한기가 돋아나는 기분이었다.
강천의 불가사의한 능력을 그들 역시 잘 아는 탓이었다.
성곤이 은근한 어조로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검장님과 의원님은 회장님이 초인적인 신력을 갖고 있는 걸, 이미 알고 계셨나요?"
찬수가 조심스런 태도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은 보통 분이 아니에요. 그러니 남들에게 회장님의 비밀에 관해서 말을 함부로 하지 마세요."
"의원님도 마찬가지에요. 절대 회장님의 신상을 남들 앞에서 입에 올리지 마십시오."
성곤과 영민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차례로 질문을 던졌다.
"회장님의 재력이 대단한가요?"
"회장님의 배경이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들은 아직 강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궁금한 점이 많은 모양이었다.
찬수가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은 초인적인 신체능력도 대단하지만, 배경도 엄청난 분입니다. 그 정도만 아시고 계세요."
그는 짐짓 자신이 강천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영민이 은근한 얼굴로 물었다.
"정 프로는 회장님을 믿는 겁니까?"
영민은 찬수의 검찰 선배였다.
허나, 나이는 찬수가 2살 더 많았다.
한마디로 그들은 불편한 관계였다.
검찰 라인도 달랐고, 나이도 어긋난 탓이다.
찬수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냉랭한 어조로 대꾸했다.
"김 의원의 목줄을 쥐고 있는 분이 회장님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세요. 회장님의 심기를 거스르면 그날부로 당신은 죽은 목숨이니까."
영민이 흠칫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찬수는 강천의 최측근이었다.
그가 보기엔 그랬다.
그런 상황에서 찬수의 눈밖에 나서 좋을 일이 없었다.
장내에 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그래서였을까.
성곤이 두명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만평에 달하는 맹지가 3종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된다면, 땅값만 최소 50배 이상으로 뛸 겁니다. 게다가 그 지역에 지하철이나 광역철도가 깔린다면, 100배 이상의 시세차익도 노려볼 수 있을 거에요."
찬수와 영민의 두눈에 숨길 수 없는 끈적한 탐욕이 스쳐 지나갔다.
"그곳에 2천세대 규모의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면, 30평 기준으로 10억 이상에 완판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성곤은 건설업자 출신이었다.
그런 탓으로 나름 돈 계산이 빨랐다.
"건설비용과 제반 인허가 비용을 모두 제한다고 해도, 5조 이상의 천문학적인 이득을 볼 수 있어요."
성곤의 그같은 말에, 찬수와 영민은 엄청난 희열감에 벅차 올랐다.
그의 예측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수천억대의 이익 배당금이 발생하는 탓이다.
영민이 찬수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정말 회장님이 우리 3명에게 각자 10%에 달하는 이익금을 배당해 줄까요?"
성곤 역시 그점이 가장 궁금했다.
그는 시장 임기가 끝나면 본격적인 사업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 탓으로 권력보다는 돈에 목을 매고 있었다.
영민과 성곤의 시선이 찬수의 입에 모아졌다.
그의 답변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찬수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회장님은 약속을 확실히 지킬 겁니다. 그럼 이만 자리에서 일어납시다."
그리 말하며 장내에서 재빨리 몸을 감췄다.
그가 눈 앞에서 사라지자 영민과 성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장내를 벗어났다.
*
레지던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한 뒤.
청바지와 가죽 자켓을 재빨리 차려입었다.
그 뒤, 백팩을 등에 매고 호텔을 나섰다.
내가 체류 중인 레지던스 호텔과 강천개발의 사무실은 빠른 걸음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했다. 나름 직주근접을 몸소 실천하는 셈이었다.
10분 정도 발걸음을 옮기자 강천개발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이 보였다.
빌딩 1층에는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 봉다리 커피믹스 박스, 종이컵, 생수 등을 구입한 후.
사무실이 있는 15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썰렁한 실내가 보였다.
사람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사무실을 거의 비워놓다시피 했다.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컵라면과 김밥, 커피믹스 박스, 생수, 종이컵을 사무실 구석에 놓여있는 미니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푹신한 사장님 의자에 좌정한 채.
백팩에서 노트북과 전기 포트를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할 일은 웹서핑 밖에 없었다.
1시간 정도 웹서핑을 즐기자, 갑자기 배가 출출해졌다.
컵라면과 커피를 마시려면 전기 포트를 이용해서 물을 데워야했다.
미니 냉장고에서 꺼낸 생수를 전기 포트에 적당량 쏟아부었다.
그 뒤, 전기 콘센트에 전기 포트의 전선을 연결했다.
3분 정도가 지나자 전기 포트의 물이 펄펄 끓기 시작했고.
나는 곧바로 콘센트에 연결된 전기 포트의 전선줄을 제거했다.
전기 포트 안에 들어있는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나머지 물로 커피를 타마셨다.
식후에 입가심으로 커피를 즐길 생각이었다.
사무실에서 먹는 컵라면과 김밥, 그리고 봉다리 커피는 진심으로 천하의 진미였다.
둘이 먹다가 한명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았다.
확실히 내 입맛은 저렴한 모양이었다.
속으로 그같은 생각을 하며 식후 뒷정리를 할 찰나.
문밖에서 노크 소리와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졌다.
똑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회장님."
정찬수 지검장이었다.
"들어오세요."
내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조용히 열리며 정찬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내 면전에 도착하자,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회장님에게 보고드릴 사안이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극진한 태도였다.
눈 앞에 공손한 태도로 시립한 찬수에게 넌지시 물었다.
"보고할 사안이 뭐죠?"
그가 기다렸다는 듯 보고를 올렸다.
"저와 이성곤, 김영민이 각자 역할 분담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역할분담이요?"
찬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세부사항에 대해서 보고를 올렸다.
"네. 제가 중앙 언론을 전담하고, 김영민은 지역 언론을 전담 마크하기로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성곤은 시의회 의장인 김영수에게 현금 3천만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나름 쓸만한 역할 분담 같았다.
"김영수가 돈을 원한 건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으셨죠?"
"김영수의 사촌형인 김영민이 그리 말하더군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재차 질문을 던졌다.
"중앙 언론을 마크할 자신이 있나요?"
그러자 찬수가 자신만만한 태도로 답변했다.
"법조출입기자단의 대표 기자인 김성록이 제 대학 후배입니다. 제 말이라면 껌벅 죽는 놈이죠."
"법조출입기자단 대표가 파워가 강한가요?"
"네. 거의 편집국장에 맞먹는 파워를 갖고 있습니다."
찬수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지검장이었다.
나에게 허튼말을 할 위인이 결코 아니었다.
"김성록을 통해서 중앙 언론을 단속하세요."
"그래서 말인데, 조금 돈이 필요합니다. 회장님."
"얼마나 필요하죠?"
"워낙에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그가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좋습니다. 현찰로 1억을 드릴테니까 그 돈으로 작업을 하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돈이 준비되는 즉시 문자로 연락을 드릴게요."
"예.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찬수는 그리 말하며, 나를 향해 다시 한번 허리를 정중하게 숙였다.
그 후, 사무실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다음날.
합정역 개찰구 옆에 위치한 5번 사물함에 현찰 1억이 들어있는 백팩을 집어넣었다.
합정역을 나서며 찬수의 대포폰으로 문자 한통을 보냈다.
[합정역 사물함 5번 박스에 물건이 있어요. 비번은 0411XX 입니다. 알아서 찾아가세요.]
문자를 전송한지 1분이 지났을까.
아이폰에 찬수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그의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삭제했다.
*
늦은 밤.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 찬수를 필두로 법조출입기자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거의 모두 찬수의 S대 후배였다.
그중에는 법조출입기자단의 대표를 맡고있는 김성록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VIP룸에서 아가씨들과 음주가무를 즐기는 한편.
속깊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찬수가 대학 후배들로 구성된 법조출입기자들을 향해 나직한 어조를 내뱉었다.
"중원시에 관련된 기사가 있으면 무조건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해줘."
그러자 김성록 대표 기자가 은근한 어조로 되물었다.
"중원시에 뭔가 있는 건가요?"
순간 좌중의 시선이 찬수의 입에 모아졌다.
"그건 아니고, 아무튼 오늘 술값은 내가 낼테니까 중원시에 관련된 민감한 기사가 데스크에 들어오면, 무조건 나에게 먼저 알려달라고."
그리 말하자, 법조기자들이 반색하는 얼굴로 건배를 제창했다.
그날, 찬수는 하루 술값으로 무려 3천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찬수는 수천만에 달하는 술값을 물쓰듯이 쓰며.
법조출입기자들을 회유하는데 전심전력했다.
대다수 S대 출신으로 이루어진 법조출입기자들은, 3일 연속으로 학교 선배인 찬수로부터 향응을 접대받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은 중원시에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찬수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늦은 밤.
영민 역시 중원시의 룸살롱에서 지역 기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 덕분에 1천만원이 넘는 술값을 써야 하는 신세로 내몰렸다.
허나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강천이 추진하는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경우, 수천억대의 이익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으로 영민은 지역 기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접대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비슷한 시각.
성곤 또한 시의회 의장인 김영수를 접대하고 있었다.
그는 한강 공원의 주차장에서 김영수와 만남을 가졌다.
성곤은 비타 500 박스를 품에 안은 채.
김영수의 차에 올라탔다.
그가 품에 안고 있는 비타 500 박스에는 5만원권 현찰 3천만원이 가득 담겨 있었다.
"현오동에 있는 맹지를 3종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할 계획입니다. 그러니 의장님이 시의회에서 힘을 써주세요."
그리 말하며 김영수에게 비타 500 박스를 내밀었다.
"형님한테 얘기를 들었는데, 배후에 미국 세력이 있다면서요?"
김영수는 그리 질문하며, 비타 500 박스를 운전석 바닥에 내려놓았다.
성곤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김영수가 탐욕스런 눈빛을 내비치며 넌지시 물었다.
"나도 지분 참여를 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그러자 성곤이 단호한 어조를 내뱉었다.
"3천만원에 만족하십시오. 거대한 세력들이 뒤에 있어요. 함부로 끼어들었다간 목숨이..."
성곤은 그리 말하며 모가지를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노골적인 엄포였지만, 김영수는 진심으로 겁 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사촌형인 김영민도 얼마전에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의장님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드십시오."
성곤은 그말을 끝으로 차에서 재빨리 모습을 감췄다.
*
7월 달이 시작되자마자 한국 전역이 열대야에 휩싸였다.
새벽 시간대에도 온도가 27도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그런 탓일까.
에어컨이 없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환경으로 접어들었다.
물론 나는 예외였지만.
나는 한서불침지신이었다.
추위와 더위를 전혀 타지 않았다.
전신 대주천 덕분에 알아서 신체 온도가 자동적으로 조절된 탓이다.
허나 일반인들은 내가 체류 중인 레지던스 호텔의 2층 식당가에서 시원한 팥빙수를 즐기며, 한여름 더위를 나름 슬기롭게 극복하는 장면을 연일 연출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식당가에서 디저트로 나온 팥빙수를 음미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찰나.
찬수의 전화가 걸려왔다.
-현오동 맹지의 입찰에 성공했습니다.
"낙찰가가 얼마죠?"
-평당 25만원입니다.
"낙찰 총액이 정확히 얼만가요?"
-27억 5천만원입니다.
현오동 맹지의 부지 넓이는 대략 1만 1천평 내외였다.
"이성곤한테 말해서, 낙찰가를 분할 납부 할 수 있도록 강천개발에 편의를 제공하라고 전하세요."
-회장님의 말씀을 이성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계약금이 마련되는 즉시 지검장님에게 연락을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전화를 끊은 뒤.
달달한 팥빙수를 음미하는데 전심전력했다.
팥빙수로 배를 채운 후, 내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호텔방에 들어서자마자 서재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 후, 책상 위에 놓여진 노트북을 이용해 우라은행에 예치된 자금을 확인했다.
우라은행의 스트롱 인베스트먼트 계좌에는 한화로 7억이 예치된 상태였다.
그중에서 5억은 강천개발의 출자금 용도였고, 나머지 2억은 업무추진비에 사용할 돈이었다.
나는 이미 업무추진비로 1억을 사용했다.
찬수가 법조 기자들에게 사용한 로비자금이 업무추진비였다.
물론 돈이 그리 아깝지는 않았다.
중앙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 작가의말
선작 추천 부탁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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