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1)
(1)
중원이 안정화되자 조정은 변경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에 들어갔다.
조정의 위정자들은 변경 근처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호전적(好戰的)인 부족들을 미리 제압하여, 그들이 중원을 도모(圖謀)하는 것을 방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변경을 토벌하여 서역으로 교역을 떠나는 상단이 좀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교역이 늘어날수록 조정과 위정자들의 이익이었다.
변경에 사는 호전적인 부족이나 도둑 무리를 토벌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지만, 관병들은 그런 자들뿐만 아니라 평화롭게 사는 변경지역 사람들을 토벌(討伐)이라는 명분으로 무차별 공격하여 살인, 방화, 강간 등을 저질렀다.
군부 지휘관들도 그런 행위를 하는 병사들을 막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한 짓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엄청난 피해를 보아야 겁을 먹고 다시는 중원을 공격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일종의 청야 전술(淸野 戰術)이었다.
이 토벌은 오랫동안 이루어졌고, 해당 지역을 초토화하여 더는 농사를 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으므로 변경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결국, 이런 토벌은 처음 생각과 달리 변경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유민이나 도적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어 버렸고, 또한 많은 종족이 단지 생존을 위하여 서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었다.
변경지역은 토벌로 인하여 어느 정도 안정화가 이루어졌지만, 변경 너머에서는 생존이 더욱 치열해져 많은 전투가 벌어졌고, 더욱 불안해지는 결과가 되었으므로 다소의 시간이 지나자, 결론적으로는 변경지역의 다른 부족들뿐만 아니라 중원사람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는 원인이 되었다.
반면에 이런 토벌은 상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서역과의 교역이 늘어나게 되면 큰 이익이 발생하므로 당연한 영향이었다.
다만, 서역과의 교역은 큰 위험을 동반하였으므로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시행되었고, 새로운 방식이 생겨났다.
그렇게 전체적인 부가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도 영향을 주게 되었다.
*****
고비사막 남단 근처에 통우리족이 있었다.
그 지역에 있는 약 30개가 넘는 종족 중의 하나였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제법 상당한 세력을 구축하였던 종족이었지만, 중원의 토벌이 이루어진 후 서서히 세력이 위축되어 가는 시점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가축들을 약탈하기 위하여 쳐들어온, 그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종족 중의 하나였던 유사족(流砂族)과의 전투에서 대패하여 지금은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연이 아주 극악한 이곳에서 종족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방목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가축이 제일 큰 재산이었고, 그것을 기르고 지키기 위하여 남자들이 많아야 했다.
그러나, 통우리족은 지난 전투로 인하여 많은 남자가 죽었고, 남아있는 남자라고는 대부분이 노인들과 어린아이들뿐이었다.
전투 중에 삶의 터전을 버리고 재빨리 대피한 족장 덕에 그나마 명맥이나마 유지할 수 있었지만, 사정은 악화하였다.
유사족을 피하여 움직이던 통우리족이 새롭게 마련한 삶의 터전으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으로 잘생긴 것이라 하기는 어려웠지만 날카로운 눈빛과 꽉 다문 입술로 인하여 강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막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상당히 지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족장이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뭔가 표현하기 힘든 그런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통우리족은 보통 낯선 사람에게 적대적으로 대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적대적으로 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새로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았으므로 족장은 그를 새로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의 힘이 되는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아쉬웠다.
어젯밤 족장을 비롯한 통우리족으로부터 성대한(?) 환영식을 받은 남자는 이곳의 문화에 대하여 잘 몰랐던 관계로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되리라 생각을 못 하고, 오랜만에 아주 근사한(?)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
다음 날, 오 시(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경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사막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피곤했던 그는 밤늦게까지 이루어진 통우리족의 환영식 때문에 더욱 피곤해져 아주 늦게까지 잠을 잔 것이다.
파오라 불리는 천막을 벗어난 그는 족장을 만나러 갔다.
어젯밤 자기 전에 족장이 일어나면 자신과 이야기를 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족장이 자신의 파오 앞에 앉아 있었으므로 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족장의 모습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햇볕을 즐기는 노인이라고 생각할 모습이었다.
너무 평범한 모습이라 보통 사람들이라면 지나쳤겠지만, 용은 족장의 눈에서 예리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연륜을 느끼게 하는 눈이었다.
겉모습과 달리 아주 영리한 족장이라고 생각하였다.
“ 좋은 날씨군요. ”
그가 먼저 인사하였다.
족장의 인사 대신 말했다.
“ 자네를 우리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는 기억하나? ”
“ ··· ”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족장은 잠깐 아무 말 없이 그를 잠시 쳐다본 다음, 한숨을 쉬며 물었다.
“ 그러면, 우리네 일족을 지켜줄 생각은 없나? ”
그는 족장을 쳐다보면서 잠깐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통우리족의 가족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다.
받아준다고 하기에, ‘ 잠시 있는 것은 별문제가 없겠지. ’ 하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녔으므로 최소한 잠깐은 한곳에 정착하기를 원했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가 보기에는 통우리족도 여기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어수선한 상태였다.
남자라고는 추장을 비롯한 노인 2명과 열 살이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 10여 명뿐이었고, 나머지 40여 명은 전부 여인네들이었는데, 그중에서 소녀가 약 20여 명이었고, 노파가 한 명 그리고 나머지는 젊은 여자들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 집단은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다른 무리가 쳐들어오면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남자는 통우리족의 소년들이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스스로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시기까지 그들을 보호하기로 하였다.
" 제가 여러분들을 잠깐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족장은 그 말을 듣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 고맙네! 내가 인제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군. 자네는 이제부터 우리의 가족이네. 그리고 유일한 용사이기도 하다네. 원래 가족과 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의 형편으로는 그런 것을 모두 지켜달라고 하기는 어렵군. 그렇지만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줬으면 고맙겠네. ”
“ 알겠습니다. 제가 통우리족에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
그의 말에 살짝 고민하던 족장이 말했다.
“ 휴~, 원래 한번 우리의 가족이 되면 영원히 가족이 되는 것이네,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우리 부족에서 벗어날 수가 없지. 그러나, 지금 우리의 처지로서는 자네가 그렇게까지 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네. 다만, 용사로서 우리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라네. 그나저나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 ”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였다.
“ 용(龍)이라 하시면 됩니다. ”
족장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모든 인원을 불러보아 그와 나눈 이야기를 알려주었다.
그날 밤 다시 축제가 벌어졌다.
족장의 말로는 새로운 용사의 출현을 기뻐하는 의식이라고 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 유일하게 있는 노파가 그에게 다가와 자기를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였다.
노파는 그를 자신의 파오를 데려가 통우리족의 규범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통우리족이 있는 고비사막 남단 근처는 환경이 아주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생존이 가장 우선시 되었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을 위하여 그 가족들을 돌봐야 할 책임이 있었다.
고비사막 남단 근처의 부족 중 세력이 큰 유사족 등 소수의 부족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족들의 경우에는 큰 전투가 일어날 이유가 거의 없었으므로 싸움이 벌어져 상대방을 죽이면 죽은 사람의 가족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이런 의무가 없다면, 보호해 줄 용사가 없는 가족들은 금방 생존에 문제가 생기므로 이런 관례가 생긴 것이다.
만약, 부양의무가 있는 남자의 잠자리 시중을 하지 않는 여자가 나오면, 그 여자와 아이들은 부족에서 축출되었으며, 자연환경이 좋지 않은 이 근처에서 부족에서 축출되면 그 말로가 너무 뻔하였기에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런 이야기를 한 다음, 노파는 통우리족 여인들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 지금 현재 우리 부족에 있는 여인들은 모두 마흔두 명인데, 스물아홉 명은 열 살 미만의 어린아이들이고, 나머지 중 나를 제외한 열두 명이 젊은 여인들이네. 부족 용사로서 우리 부족을 위해 많은 아이를 낳아주게. ”
그녀의 말에 그는 고소를 지으며 이야기하였다.
“ 이해하시기가 어렵겠지만, 저는 몸에 문제가 있어서 지금은 아이들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아예 여인들과 사랑을 나눌 수도 없습니다. 대신에, 제가 몇 년간 부족을 보호해 주면, 지금의 아이들이 성장하여 부족의 장래는 밝을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분들에게 이야기를 잘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익히고 있는 무술 자체가 여인과 사랑은 나눌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십시오. ”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하였다.
‘ 뭐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니까. ’
노파는 그의 말을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표정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 그렇더라도 같이 자는 것은 받아들이게, 그렇지 않으면 자네에게 거부를 당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네. 자네의 이야기도 미리 이야기해 두긴 하겠네. ”
“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두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를 끝냈다.
*****
다음 날부터 그는 통우리족의 유일한 용사로서의 일을 하였다.
고비사막에서는 평상시 용사들이 하는 일은 아이들이 기르기 힘든 가축을 방목(放牧)하여 기르는 것이고, 전시에 적들과 싸우는 것이었으므로 지금처럼 아이들이 기르기 힘든 가축이 없는 때에는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용은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을 수련했다.
아직 완전히 대성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중원 사람들이 보면 놀랄만한 무공들이 그의 손에서 펼쳐졌다.
구파일방의 무공은 물론이고 과거 마도에서 절기라고 알려진 무공들이 그의 손에서 나타났다.
그가 무공을 수련하는 근처에서 아직 일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모여 그의 수련 모습을 구경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용이 수련하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으므로 신기한 것을 보는 것처럼 구경하였다.
용은 근처에서 하나의 큰 바위를 구해 수련하였고, 그 때문에 그 바위에는 여러 가지 선이 있었는데, 용이 수련을 마치면, 아이들이 그곳으로 달려가 그 바위에 선을 그어보며, 용의 실력에 놀라곤 하였다.
아무리 해도 자신들의 힘으로는 선은커녕 줄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용은 존경스러운 어른인 셈이었다.
용이 부족에 합류한 후, 이틀이 지나자 근처에 살던 무리가 통우리족에 용사가 용 하나인 것을 알고는 그를 경시하여 가축을 탐내어 공격해 들어왔다.
그러나 익힌 무술도 없으면서 겨우 나무로 만든 창 등으로 무장한 그들은 무공을 지닌 용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덤벼든 그들을 모두 죽일 수도 있었지만, 겁만 주어도 되리라 판단한 용은 대충 손을 봐줬고, 엄청나게 얻어터진 다음부터 그들은 통우리족을 자신들의 이웃으로 인정하고 덤벼들지 않았다.
이 사건 덕분에 통우리족은 그곳에서 자리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
용이 무위(武威)를 보여 주자, 통우리족이 그를 대하는 것이 달라졌다.
그를 진정한 용사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용도 여인들에게 이름을 하나씩 정해 주었다.
그가 아는 것이 별로 없었으므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중원식으로 그냥 일, 이, 삼, 이런 식으로 정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황당하다고 생각했겠지만, 골치 아프게 복잡한 이름을 정해주는 것보다는 이런 방식이 더 외우기 쉽고 편했으므로 그렇게 했다.
통우리족이 모르는 발음이었기에 통우리족은 그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노파의 이야기를 받아들여 밤마다 여인들과 같이 자긴 하였지만, 사랑을 나누지는 않았다.
여인들은 노파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용의 태도를 보고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비록 사랑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같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었는지 밤마다 그에게 오려고 하는 여인들이 많아 노파가 여인들의 순서를 정해 줄 지경에 이르렀다.
덕분에 용의 애무 솜씨는 점차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애무하는 부분에 따라 여인들이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2명의 여인이 있었지만, 전부 느끼는 것이 달랐다.
가슴, 목, 중요한 부위 등 다양했는데, 특이하게도 칠(七)은 발가락에서 가장 큰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그곳만 애무하면 자지러졌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용은 여자의 몸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는 여성의 몸이 또 다른 신세계였다.
그러나, 그런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시들해졌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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