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97)
용은 조용히 그자의 마혈과 아혈을 짚은 다음에 깨웠다.
그는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상태를 알고는 아주 놀란 표정을 했다.
용은 그에게 바로 심혼술을 걸었다.
그의 눈이 몽롱해지면서 심혼술에 걸린 표정을 보였고, 용은 그에게 질문했다.
그자는 심혼술에 제압이 되어 질문에 답을 아주 쉽게 잘했다.
“ 너는 누구냐? ”
“ 저는 제갈세가 이비전(二秘殿) 중 하나인 서비전 소속의 가민(賈珉)이라고 합니다. ”
“ 네가 합비에서 하는 일이 무엇이냐? ”
“ 저는 물량넘기기조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
“ 물량넘기기조란 것이 무엇이냐? ”
“ 매수한 지분을 적당한 가격에 매도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조를 말합니다. ”
그의 말을 듣고 용은 대충 그가 하는 일을 알 수 있었다.
“ 너 말고 얼마나 많은 세가 사람들이 여기에 왔느냐? ”
“ 저도 잘 모릅니다. 합비에서 하는 일이 원래 서비전이 하는 일이 아니기에 제가 아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
“ 그럼 지휘는 누가 하느냐? ”
“ 동비전주님의 책임하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
“ 동비전은 누구에게 명령을 받느냐? ”
“ 그것은 저도 모릅니다. 저는 조원에 불과하여 제가 아는 부분은 사소한 것에 불과합니다. ”
“ 그럼, 누구에게 물어보면 되느냐? ”
“ 동비전주님이나 큰아가씨라면 잘 알 것입니다. 큰아가씨가 여기에 와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큰아가씨를 뵌 적이 있어서 큰아가씨를 잘 압니다. ”
“ 큰아가씨가 누구냐? ”
“ 제갈혜지 아가씨입니다. ”
“ 응, 그녀라면 무림맹의 군사가 아니냐? ”
“ 그렇습니다. ”
용은 깜짝 놀랐다.
제갈혜지가 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제갈혜지는 어디에 있느냐? ”
“ 그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
“ 누가 알고 있느냐? ”
“ 아마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저도 아가씨가 오신 것을 여기 와서 보고 알았습니다. ”
“ 그녀의 숙소를 알 수 있는 자는 누구냐? ”
“ 동비전주라면 알 수도 있을 것입니다. ”
“ 동비전주는 어디에 있느냐? ”
“ 모릅니다. ”
용은 허탈했다.
그렇지만, 일단 그녀가 와 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다.
“ 너는 오늘 나와 한 이야기를 전부 잊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아주 잘 잔 것으로 느낄 것이다. ”
그에게 일종의 최면을 건 다음에 수혈을 짚어 재우고 나서 마혈과 아혈을 풀어주었다.
다음날 다시 용은 다른 자를 조사하러 갔다.
그동안 마뇌는 청룡상단의 가격변화와 소문에 대한 보고를 받아, 연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름 정도가 지나자, 이번에는 부처님이 진신사리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청룡상단의 지분가격이 금 15냥을 호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마뇌도 많이 바쁜 모습이었다.
용은 이미 동비전주와 제갈혜지의 용모를 알고 있었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동비전주의 용모를 알게 된 것이었고, 제갈혜지의 용모는 마존방에서 무림맹의 주요 인물의 용모파기를 본 적이 있었으므로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용이 조사한 바로는 제갈혜지는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었고, 그래서 용은 외당을 통해 최근 합비에 들어온 사람 중 잘 돌아다니지 않는 사람들의 숙소를 알아 두었다.
보통 합비에 오는 자들은 상인들이나 낭인들이 많았으므로 대부분이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과객이라면 오래 머물지 않는 관계로, 용이 찾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저렇게 보고서 내의 용의자를 줄여가자, 실제로 알아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용은 그 사람들 전부를 조사해 보았다.
용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의심이 가는 사람들은 크게 두 집단이었다.
한 집단은 합비에 와서 별 하는 일 없이 이십여 일을 머무는 소수의 자이었고, 다른 한 집단은 대부분은 무슨 일을 하는지 움직이는데, 소수는 그냥 숙소에 머무는 자들이었다.
용은 후자가 제일 의심이 갔지만, 전자일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용은 전자를 먼저 조사해 보기로 했다.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아 빨리 조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자시(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 사이) 경, 그는 얼굴을 변형한 후 그자들이 머무는 숙소에 잠입했다.
숙소에 머무는 자 중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자를 공략하기로 했으므로 그자의 숙소로 잠입했다.
숨소리가 고른 것이 깊은 잠에 빠진 것으로 보였다.
조용히 들어간 다음, 용은 그자의 마혈과 아혈을 점한 다음에 수혈을 쳐 깨웠다.
잠에서 깨어난 그자는 감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치며 움직이려 하는 것 같았으나, 소리도 나오지 않고 움직일 수가 없자, 자신의 처지를 금방 이해하는 것 같았다.
용은 그런 그자의 모습을 보고, 급히 심혼술을 걸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경우처럼 눈이 몽롱해지며 걸려들었다.
“ 너는 누구냐? ”
“ 저는 제갈혜지라고 해요. ”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나와 용은 다소 놀랐다.
남장한 여자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대답을 생각하고 다시 놀랐다.
제갈혜지 본인이었다.
“ 네가 무림맹의 군사인 제갈혜지냐? ”
“ 네. ”
순간, 용은 웃음이 나왔다.
찾기가 어려울 것 같은 사람이 금방 찾아지니 우스웠다.
순간 용의 머릿속에는 지난 지분가격 조작사건으로 인해 자살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급등락을 한 가격 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지나갔다.
그녀는 돈이 필요해서 한 짓이겠지만, 당한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그 때문에 자살하거나 화병이 나 죽은 사람들도 많았다.
용은 졸지에 가장을 잃고 거지가 되어 버린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그나마 마존방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다소 나았지만, 소문에 의하면 무림맹의 담당 지역인 강소의 경우에는 처참한 지경이라고 했다.
“ 네가 지난번에 강소 등에서 발생한 해룡상단 사건과 호북의 함안상단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냐? ”
“ 네. ”
“ 왜 그랬느냐? ”
“ 자금이 필요했으니까요. ”
“ 다른 방법들도 있지 않으냐? ”
“ 급하게 많은 자금이 필요하였으므로 가장 쉬운 방법을 사용했을 뿐이에요. ”
“ 그 사건 때문에 고통받을 사람들을 생각해 보지는 않았느냐? ”
“ 제가 아니더라도 그들은 전 재산을 날릴 사람들이었어요. 지분시장의 특성도 모르면서 소문만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당해도 자신들 책임이지 제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그녀의 대답을 들으면서 용은 화가 났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용도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보니 지분시장은 함부로 참가할 시장이 아니었다.
그저 돈을 좀 벌겠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덤벼든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런 사람 중 아주 운 좋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자신의 재산을 잃었으며, 더불어 화병 등이 생겨 건강까지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가 아니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재산을 잃었을 가능성이 컸다.
다만, 그녀 때문에 그 기간이 짧아진 것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자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 그럼, 네 책임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냐? ”
“ 그래요. 전 다만 그런 눈먼 자금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 위하여 지분시장을 이용한 것뿐이에요. ”
“ 네가 한 짓은 사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거짓말을 유포하고 그것을 이용하였다. 그래도 네 잘못이 없다는 것이냐? ”
“ 대의를 위한 것이죠. 대의를 위해서는 다소간의 희생을 감수해야죠. ”
“ 도대체, 네가 말하는 대의란 것이 뭐냐? ”
“ 마존방을 없애는 것이 대의죠. ”
“ 왜? ”
“ 그들을 마도를 지향하죠. 결국, 사람들에게 해악을 미칠 것이므로 그들을 소멸시켜야 해요. ”
“ 그럼, 정도는 항상 의협을 행했느냐? ”
“ 물론이죠. ”
“ 너는 아집에 빠져 있다. 내가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정도 문파는 교만과 아집, 그리고 욕심이 많은 곳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토사구팽(兎死狗烹)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이었지. 그런데도 그들이 의협을 행한다고 할 수 있느냐? ”
“ 천만에요, 정도의 문파들은 교만하지도 아집에 빠져 있지도 않아요. 그리고 욕심이 많은 곳도 아니에요. ”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달랐으므로 자신들만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 이런 식의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겠군. ’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해 보았다.
“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보자. 너와 시비는 같은 사람이다. 너는 네 시비를 존중해 주느냐? ”
“ 그게 무슨 소리죠. 어떻게 저와 천한 시비를 똑같다고 할 수 있죠? 그들은 원래부터 천한 출생이고, 천하게 타고난 아이들이죠. 그런 아이들과 비교를 하다니, ···. 그리고 왜 내가 그런 천한 아이들을 존중해야 하죠? ”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제갈혜지 역시 그가 지금까지 보아 온 전형적인 정도인이었다.
그는 고민했다.
‘ 그냥 군사에게 데리고 갈까? 아마도 그렇게 되면, 큰 욕을 보면서 알고 있는 모든 비밀을 다 이야기하고, 결국 부방주의 노리개가 되겠지? 그렇게 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말하는 것을 보니 당해봐야 자신의 잘못을 알 것 같은데, 아니야 오히려 나를 원망만 할 수도 있겠군. 사마미연와 비슷한 경우가 될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놔줄 수도 없다. 그냥 보내주면 또 전과 같은 일을 벌일 것이고, 또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것이다.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고, 골치군. ’
이 각(30분) 정도 그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용은 그녀에게 기회를 한 번 주기로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고, 그런 것은 주로 환경의 영향이 큰 편이었다.
그녀에게 잘못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 정당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녀가 그것을 원한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성의 기회도 주지 않고 그녀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는 우선 쇄면법을 이용하여 그녀의 얼굴을 변형시켰다.
그녀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데리고 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나서 심혼술을 사용하여 그녀의 과거를 일단 봉인해 두었고, 그녀를 데리고 비밀 분타로 돌아왔다.
그녀를 데리고 오면서 입고 있던 옷을 태우고, 누더기를 구해서 입혀두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흙을 발라 거지처럼 보이게 했다.
의심스러운 자들을 심문하기 위하여 간 용이 여자를 데리고 오자 마뇌를 비롯한 사람들은 의아한 생각을 했는데, 시비로 쓸까 하고 데려왔다는 용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해했다.
평소에 용이 없는 사람들에게 잘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
다음 날, 제갈혜지가 있던 객잔에 같이 있던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간밤에 제갈혜지가 사라져 난리가 났다.
전 인원이 그녀를 찾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무림맹과 마존방의 이목을 피해야 했으므로 은밀하게 수색할 수밖에 없어, 수색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었다.
몇 일간 그녀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곧 제갈세가로 연락을 보내 명령을 기다렸다.
그녀의 실종은 동비전과 제갈세가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동비전은 급히 가지고 있는 청룡상단의 지분을 매도하고 그녀의 행방을 찾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열흘 동안 그녀를 찾았지만, 조그마한 실마리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연락을 받은 제갈세가에서는 동비전 및 세가 사람들에게 안휘에서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행여나 마존방이나 무림맹에 그 사실이 알려지면, 그동안 제갈혜지가 해 온 일이 발각되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일단, 그녀의 실종은 비밀사항으로 두기로 했다.
무림맹에는 제갈혜지가 몸이 좋지 않아 잠깐 요양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녀가 이행하던 모든 것들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무림맹에서는 제갈세가의 이야기를 듣고 황당해하였으나, 세가에 무슨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하는 수 없이 군사 직을 잠시 비워두고, 부군사로 하여금 군사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녀가 하던 일이 주로 자금과 관련된 것들이라 무림맹 전체의 업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제갈세가에서 군사가 보낸 것이라 하며 금 100만 냥을 보내 왔으므로 당분간 자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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