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74)
한참을 생각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위지진천이 이야기했다.
" 호법께서 말씀하신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
좌중을 한 번 둘러본 다음에 위지진천은 용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 그 문제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도록 하고,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과연 마존방이 우리가 떠나도록 용인을 해 줄 것인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진로에 대한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
용은 차를 마시면서 잠시 자기 생각을 정리한 다음 이야기했다.
“ 아무래도 마존방이 우리를 쉽게 놓아주지를 않겠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으니 다음에 자세하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시 모이기 힘들면 위지 당주님께 이야기를 할 것이므로 위지 당주님에게 들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진로문제는 제가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지 못한 점들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일단 제가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고, 다음에 모일 때는 자신들이 생각한 것을 가지고 모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오늘 이야기가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모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그 점은 걱정을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
용은 오른손 검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 첫 번째의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즉, 다시 용병이 되는 것이죠. 전부 용병이었던 사람들이므로 싸우는 것 이외에는 사실 할 수 없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두면 어쩔 수 없이 용병생활을 그대로 할 것입니다. 어쩌면 제일 현실적인 대안일 것입니다. 과거와 조금 다르다면, 용병단 전체가 하나의 조직으로 청부를 전체적으로 맡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너무 사람이 많다는 것인데, 돌아가면서 일을 한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전부 놀란 모습을 하였다.
다시 용병이 된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용병단 전체가 한 조직이 된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용의 말대로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들의 표정을 보며, 용이 오른손 손가락 두 개를 내보이며, 계속 말을 했다.
“ 두 번째의 것은 그동안 마존방에서 받은 것과 다른 돈을 모아, 그것을 가지고 상인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상단을 만드는 것이죠. 지금도 비밀 분타에서는 상술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교육을 받은 여인들을 몇 명 데리고 와서 그녀들에게 교육을 받는다면, 우리도 어느 정도 상술을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교역을 떠나는 상단의 경우에는 무공이 필수적이라 하더군요. 상술을 어느 정도 익힐 수 있다면, 이 방법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상술을 익히자는 말에 용병당 수뇌부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들은 상술을 배우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상술을 배우자고 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표정에 상관하지 않고, 용이 계속 말했다.
“ 세 번째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흩어지자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따로 용병 일을 할 것이 아니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용병을 하건, 상인이 되건, 하여간 할 수 있는 것을 해 보자는 것입니다. 단체로 무엇을 한다는 것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를 것이므로 어쩌면 마찰이 많이 발생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일을 하는 것이 좋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세 번째가 가장 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무공실력도 상당한 사람들이 많으니 과거를 알 수 없는 곳에 간다면 문파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세 번째 제안을 끝으로 용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세 가지 이야기가 모두 그럴듯했으므로 사람마다 의견이 달랐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위지진천이 용에게 다가와 살며시 물어보았다.
“ 호법께서는 저들이 용병 일을 하지 않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위지진천을 바라보며 용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 교육을 좀 한다면 어렵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그게 쉽지가 않겠죠. 아마도 그런 분들은 결국 용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
위지진천이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 후후, 호법께서도 잘 아시는군요. 저 같은 사람은 수십 년을 용병으로 살아왔습니다. 인제 와서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생각하기가 힘들죠. ”
그의 이야기를 듣던 용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 그렇게만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용병들을 가리키며 계속 자기 생각을 말했다.
“ 저들 중에는 위지 당주를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과 젊은 사람 중에서도 끈끈한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굳이 용병하지 않으셔도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면 같이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다른 분들에게도 한 번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위지진천이 살짝 미소를 보이는 것으로 동감을 표시하며 이야기했다.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 보도록 하죠.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요. ”
용병단 수뇌부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
은밀한 곳에서 혁신파의 수뇌부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백의의 노인이 먼저 말했다.
“ 오 대인, 마존방의 최고 수뇌부와 만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소. 대충 이야기를 들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으니 이야기를 해 보시오. ”
그러자, 오 대인이라고 불린 옅은 녹의를 입은 중년인이 대답했다.
“ 예, 마존방의 방주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자는 큰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습니다. ”
“ ? ”
그 말을 들은 백의 노인이 의아한 표정을 했고, 녹의 중년인이 계속 말했다.
“ 지금까지 무림맹에 해 준 정도만 자신들에게 해주면, 무림맹이 도와주는 것 이상을 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심각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가볍게 탁자를 치면서 백의 노인이 말했다.
“ 음, 그렇게 해 주는 것 자체는 별문제가 아니지만, 명분상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지요. ”
녹의 중년인이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은근하게 이야기했다.
“ 그래서, 제가 우리들의 입장을 은근히 이야기해 보았더니, 아주 좋은 제안을 하더군요. ”
“ ? ”
의아하지만 기대 어린 표정으로 백의 노인이 그를 쳐다보자, 녹의 중년인이 계속 말했다.
“ 자신들을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어느 정도 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
그의 말을 들은 백의의 노인은 탄성을 발하며 말했다.
“ 호오, 방해만 하지 마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군. ”
녹의 중년인도 백의 노인의 말에 동감을 표시하며 이야기했다.
“ 저도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상당한 기간을 준비해 온 것 같았습니다. ”
잠시 고민하던 백의 노인이 말했다.
“ 어차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권유지이니 끈만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쁠 것은 없지요. ”
“ 그렇습니다. ”
이미 결정을 한 것처럼 단호한 음성으로 백의 노인이 녹의 중년인을 보며 말했다.
“ 강호의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참견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해 주시오. 그리고 원하는 것은 필요하면 이야기하겠다고 하시고요. ”
“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
백의의 노인이 하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를 아는 중년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제갈세가는 호북상단과 정주상단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었는데, 외부에는 전혀 알리지 않고 비밀로 하고 있었다.
세가가 상단을 소유하는 경우는 많았고, 제갈세가 역시 자체 상단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이 두 상단을 은밀하게 보유한 것은 여러 가지의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세가의 상단이라고 알려지면, 보이지 않는 제약을 받았다.
예를 들어, 각 세가가 위치한 곳에서는 다른 세가의 상단이 상행위하기가 어려웠다.
서로 지역상의 이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 관례(慣例)였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있었지만, 그것은 정말 예외적인 경우였다.
둘째, 세가 소유의 상단은 이미 그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려져 있으므로 특별한 경우에 발생하는 세가 내의 비밀스러운 상행위를 하기가 어려웠다.
세가의 경우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한 상행위를 하는 예도 있었는데, 이럴 때 세가의 상단을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비밀스러운 일을 처리하는 것에 다른 상단을 이용하기도 곤란했으므로, 제갈세가처럼 그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하여 남들이 모르는 상단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는 사실상 거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때, 아주 은밀하게 소유권이 바뀌기 때문에 상단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일을 처리하다 보면 제법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제갈세가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무한상단(武漢商團)이라는 상단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비밀스러운 일은 타인들이 모르는 다른 상단을 이용하면서, 무한상단을 내세우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외에 타인들이 잘 모르는 상단이 필요한 경우가 다양하게 있었다.
일반적으로 다른 세가들은 세가 자체의 상단과 비밀 상단 한두 개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는 세가에서 직접 상행위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체 상단의 경우에는 주로 총관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비밀 상단의 경우에는 상단주는 따로 있고, 세가 내의 사람이 세가의 일만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일들은 해당 상단의 사람들도 모르게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물론 상단주는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제갈세가는 과거부터 상계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으므로 상단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이 외에도 많은 상단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제갈세가가 보유하고 있는 상단은 자체 상단과 두 개의 비밀 상단, 그리고 한 개의 준 비밀 상단이었다.
두 개의 비밀 상단은 정말 외부 사람이 모르는 상단이었고, 한 개의 준 비밀 상단은 소수의 사람은 소유주가 누군지 알고 있는 무한상단이었다.
이 외에도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았지만, 지분을 가진 상단이 있었다.
이런 상단들은 주로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밀실에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녹의(綠衣)를 입은 사람이 이야기했다.
“ 경과보고를 해 보시오. ”
자의의 중년인이 먼저 이야기했다.
“ 네, 저희 호북은 곡물류를 사들였습니다. 아주 은밀하게 움직였고, 물건도 그대로 이전 주인이 보관하도록 했으므로 눈치를 챈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형성되는 시세대로 팔고 있지만, 명령만 떨어지면, 매도물량을 줄여 가격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각 지역의 곡물류 중에서 평균 팔할(八割 : 80%) 정도를 매집했습니다. 다만, 사천지역은 당문의 입김이 워낙 강해서 많이 확보하지를 못했습니다. ”
호북상단의 책임자가 이야기를 다 하자, 청의를 입은 정주상단의 책임자가 이야기했다.
“ 저희 정주상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지역의 금속류 중 평균 구할(90%) 정도를 매집했습니다만, 사천에서는 별다른 수확이 없습니다. ”
그러자 제갈세가의 사람으로 보이는 녹의의 중년인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수고하셨소. 사천은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오. 만약의 사태에 대해서는 대비를 해 두었소? ”
이미 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처리를 한 것처럼 자신 있게 호북 책임자가 대답했다.
“ 이미 그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명령이 떨어지면 이미 확보해 둔 장소로 물량 대부분을 이동할 것입니다. 지역마다 그런 장소를 몇 군데 이미 확보를 해 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것은 저희 상단의 고수들을 투입할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에 몇 군데의 물건들은 없어져도 되니, 불을 질러 태워버릴 것입니다. ”
그러자, 정주 책임자도 이야기했다.
“ 철은 일단 매수한 것의 칠할(70%) 정도를 녹슬지 않도록 조치한 다음에 비밀장소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일할(10%) 정도는 비상시를 위해 보관 중이고, 나머지들은 명령이 떨어지면 즉각 매도할 생각입니다. 빈틈없이 했으므로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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