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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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 말경이 되자, 수적인 열세로 인하여 마존방의 세력들은 거의 괴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타격을 받았는데, 그나마 버틴 것은 흑의인들이 펼친 마왕재림진 위력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천기수사가 소리쳤다.
“ 여러분! 거의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금만 더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
“ 와 ”
“ 제마멸사(制魔滅邪) ”
정도 문파의 사람들은 함성과 함께 맹호당과 주작당의 남은 세력들에게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무림맹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존방 사람들은 비장한 모습을 했다.
바로 그 순간,
“ 와~ ”
“ 정파 놈들을 박살내자. ”
멸정당과 다섯 개의 친위부대가 나타났고, 곧이어 청룡당이 나타났다.
“ 와, 응원군이다. ”
“ 와, 하하하 ”
이로 인하여 마존방의 사기는 충천했고, 무림맹 사람들은 허탈해졌다.
결국, 두 집단은 부상자 구원 등의 이유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으며, 잠깐 휴전하기로 했다.
멸정당과 청룡당의 세력이 나타나자, 두 세력의 차이는 거의 없어져 버렸다.
여전히 정도 문파의 숫자가 많았지만, 질적인 면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무림맹은 속전속결을 원했으므로 반 시진(1시간) 정도의 휴식 후,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청룡당과 멸정당이 계속 이동해 왔기에 피곤할 것이라는 점이 고려되었다.
이미 소림사 나한들과의 전투를 거친 청룡당은 진을 펼칠 여력이 별로 없었지만, 멸정당과 친위대는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으므로 진으로 대항했고, 상당한 위력을 가진 진으로 대항하자, 무림맹은 고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흑의인들이 펼치는 진은 위력 면에서 대단하였으므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천기수사는 찡그린 얼굴로 고민했다.
‘ 큰일이군, 빨리 공격을 끝내고 철수를 해야 하는데,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되었군. 이런 상황이라면, 전면전이라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한데.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흑의인들의 모습을 본 천기수사는 그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항마 기운이 강한 백팔나한진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소림사의 승려들에게 흑의인들을 공격해 달라고 했다.
“ 스님들께서 저 진에 대항해 주십시오. ”
머뭇거리는 소림사 승려들을 보고, 두 중년인이 나서며 이야기했다.
“ 저희가 군사를 보호하겠습니다. ”
“ 아미타불, 군사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
전투상황을 승려들도 보고 있었으므로, 계속 밀리게 되면 무림맹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궁세가와 황보세가의 고수들이 천기수사를 지켜줄 것이라고 하여, 안심한 소림사의 승려들은 백팔나한진을 펼치며, 흑의인들의 마왕재림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마왕재림진의 위력이 다소나마 약해지면서, 한고비를 넘기고 있었는데, 백팔나한진이 한 개밖에 없었으므로 대세에는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청룡당주는 이미 백팔나한진의 위력을 봤으므로, 멸정당주에게 그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어, 멸정당이 백팔나한진을 맡을 수 있도록 했고, 친위대는 무림맹을 상대하도록 했다.
그 직후 청룡당주는 남궁세가와 황보세가가 호위를 한 듯한 인물을 보았다.
그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중요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마천강시로 하여금 그곳을 공격하게 했다.
한참 진행 중인 전투에 몰두하고 있었기에 천기수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알지 못했다.
적의 진영에서 한 사람이 천기수사가 있는 방향으로 갑자기 달려들자, 남궁세가와 황보세가의 고수들은 천기수사의 앞으로 나서며 보호했다.
마천강시가 장력을 펼쳤고, 미처 강시라 생각하지 못한 세가의 고수들은 그것을 막아갔다.
그러나, 아무리 그들이 일류고수 이상의 고수라고 하더라도 특급고수인 부방주를 막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 꽈 – 강. ”
“ 크악. ”
“ 으아악. ”
엄청난 소리와 함께 마천강시에 대항하던 남궁세가와 황보세가의 고수들은 피를 뿌리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고, 천기수사도 마천강시가 펼친 그 장력에 휩싸여 절명(絶命)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후로도 전투는 계속되었지만, 이번에는 점차로 무림맹이 불리해졌다.
마천강시가 설치고 다니자 상대할 사람들이 없었다.
“ 와! ”
“ 당문이다. ”
그러나, 이것도 잠시 태청에서 군산 방향으로 오던 마존방의 현무당을 독과 암기로 사실상 괴멸시킨 사천당문이 도착하자 또 상황이 달라졌다.
당문이 독과 암기로 마존방을 공격하게 되자, 마존방도 그에 대응하기 쉽지 않았다.
“ 와 - 아, 백리세가다. ”
“ 무영검군 호법이시다. ”
여기에 백리세가가 나타나게 되자 상황은 마존방에 더욱 불리하게 되었다.
마천강시는 무림맹의 호법인 백리세가의 무영검군(無影劍君) 백리태준(百里泰俊)과 싸우기 시작했는데, 둘 다 특급고수인지라 엄청난 기세를 보이며 싸움을 하고 있었다.
“ 꽈 - 가 – 강. ”
마천강시가 내공 면에서 우수했으나, 강시였으므로 움직임에 있어서 둔했고, 결정적으로 임기응변이 떨어져 파괴될 뻔한 상황이 여러 번 나와 청룡당주를 놀라게 했다.
두 특급고수 간의 싸움에서 나오는 예기와 기파가 주위에 너무 큰 피해를 주고 있었으므로 백리태준은 자신이 먼저 움직여 마천강시를 유인했고, 이 때문에 청룡당주가 이동을 하게 되어 싸움터에는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들의 싸움이 진행되었다.
왕안두는 될 수 있는 대로 흑의인과의 싸움을 피하고, 멸정당의 사람들과 싸우고 있었다.
흑의인들의 경우에는 진이 파괴된 다음에 아예 제대로 반항을 하지 못하거나 일류고수 이상의 공격을 퍼붓는 자들이라 종잡을 수가 없었지만, 멸정당의 경우에는 수준이 거의 비슷하여 안심하고 상대할 수 있었다.
비록 멸정당의 인물들과 비교하면, 그의 무공수준은 떨어졌지만, 멸정당원들은 진이 파괴된 이후에 개별 싸움을 했으므로, 이미 내상을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왕안두가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당문이 개입하게 되자, 독의 위협도 거의 없어졌고, 암기를 많이 사용했으므로 무림맹 측에 유리한 점이 많았다.
특히, 일류고수 이상으로 보이는 흑의인에게는 암기통을 발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상당한 충격을 주어 재기불능으로 빠지게 하는 경우가 많아, 무림맹 측에 큰 희망을 주었고, 마존방에게는 상당한 정신적 타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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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호남 쪽으로 달려오던 총호법과 광마당 일부와 다섯 개의 친위부대는 군산에 이르기 전에 소림사의 승려들과 조우(遭遇)하게 되었고, 그들 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 꽈 - 가 – 강. ”
“ 끼 - 이 – 익. ”
다섯 개의 친위부대가 펼치는 마왕재림진은 항마의 기운을 퍼뜨리며 다가오는 나한진을 막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나한진이 서서히 백팔나한진으로 변화하게 되자, 그 항마의 기운이 담긴 백팔나한진의 기파에 마왕재림진은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총호법이 생각했다.
‘ 역시 소림사야. ’
다행스럽게도 독마당 일부가 있었고, 광마당이 있어서 그나마 겨우 버티는 실정이었다.
소림사 승려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속인들이나 다른 부류의 인물들도 보였으므로 정도 문파의 사람들도 같이 모여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 속인들은 나한진과 달리 친위 부대에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었다.
항마의 기운이 센 나한진과 달리, 그들은 친위대가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마왕재림진은 나한진이나 백팔나한진을 상대하기 어려웠으므로 시간이 갈수록 마존방은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었다.
“ 그 - 그 – 극. ”
“ 꽈 – 강. ”
총호법의 정면에 마왕재림진 다섯 개가 있었는데, 백팔나한진 세 개가 다가와 두 진의 기파가 부딪치게 되자, 백팔나한진의 기파에 마왕재림진이 파괴되면서 정면에 있던 흑의인들은 피떡이 되어 사방에 흩어졌고, 뒤에 있던 흑의인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은 듯 쓰러지고 있었다.
회생불능이 된 것이다.
그나마 움직이는 것은 실혼인들이었으나, 그들로서는 진을 이길 수 없었다.
총호법은 검에 내력을 주입했고, 검은 검명을 발하며, 검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조심하라! 상당한 고수다. ”
그 모습을 본 무호대사(無護大師)는 상대가 특급고수라는 것을 알아챘고, 급히 백팔나한진 전체에게 위험신호를 보냈다.
다행스러운 것은 특급고수가 한 명이었으므로 현재와 같이 백팔나한진이 많은 경우에는 큰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급고수에게 백팔나한진 한 개로는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두 개 정도면 충분히 접점을 펼 수 있었지만, 제압은 어려웠고, 적어도 세 개 이상은 되어야 특급고수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것도 이대 제자 이상이 펼치는 경우였다.
“ 과 - 기 – 깅. ”
“ 꽈 – 앙. ”
총호법 옆에 있던 마왕재림진 다섯 개가, 다시 세 개의 백팔나한진과 충돌했으나, 결과는 앞에 있었던 충돌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소리만 요란했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백팔나한진도 타격을 받아, 구성원 중에는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발생했고, 일단 총호법에게서 멀어졌다.
이 때문에 총호법은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얻었고,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영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곧 호마단이 올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그 시각까지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급하다고 판단한 총호법은 최대한 내기를 검에 실어 마왕재림진과 충돌 전인 백팔나한진을 향해 검강을 날렸고,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백팔나한진은 잠시 휘청했다.
“ 꽝! ”
“ 꽈 - 가 – 강. ”
“ 크윽. ”
바로 그 순간 마왕재림진과 충돌했고, 두 진은 동시에 괴멸되어 버렸다.
백팔나한진 구성원들이 총호법의 검강에 내기가 흔들린 순간, 마왕재림진과 충돌하여 일어난 현상이었다.
두 진의 구성원들은 거의 모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버렸고, 마왕재림진의 구성원 중 아주 일부만 일어나지 못하고 바둥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 모습을 본 무호대사는 다른 일보다 특급고수를 먼저 제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급히 세 개의 백팔나한진을 총호법에게 보냈다.
세 개의 백팔나한진을 맞이한 총호법은 피할 생각도 했지만, 자신이 도망가면, 자신은 살 수 있지만, 다른 부하들은 전부 죽을 가능성이 컸고, 곧 호마단이 올 것으로 생각해 피하지 않았으며, 결국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고수라고 할지라도, 세 개의 백팔나한진을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가 위기를 맞게 되자, 다섯 개의 마왕재림진이 그를 구원하기 위해 이동해 왔고, 이를 보자 무호대사는 세 개의 백팔나한진을 다시 그쪽으로 보냈다.
“ 끼 - 이 – 익. ”
“ 꾸 - 과 – 강. ”
처음에 상대한 세 개의 백팔나한진은 총호법을 구원하기 위해 온 마왕재림진과의 연합으로 막을 수가 있었지만, 뒤이어 온 세 개의 백팔나한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꽈 - 강! ”
“ 으악! ”
처음의 세 개는 괴멸시켰지만, 뒤이어 온 세 개를 괴멸시키면서, 다섯 개의 마왕재림진도 모두 괴멸되어 버렸고, 총호법 역시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이 상태에서 일대 제자로 구성된 백팔나한진이 그에게 공격을 가하였고, 결국 총호법은 그 공격에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상태로 즉사했다.
공격한 백팔나한진의 구성원들도 상당한 내상을 입어, 수개월은 요양할 상황이었기에, 사실상 양패구상(兩敗俱傷)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총호법이 백팔나한진과 충돌을 한 직후, 마존방의 호마단이 싸움터에 나타났다.
호마단은 나타나자마자, 공격을 시작했는데, 그들이 펼치는 진은 마왕재림진과 달리 나한진의 항마 기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실력 면에서도 상당하여 나한진 역시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 꽈 – 강. ”
“ 크악. ”
두 진의 기파가 부딪치면 내공이 약한 진의 구성원들이 큰 피해를 봤고, 소림사의 삼대 제자나 사대 제자가 펼치는 진들은 호마단의 진을 이길 수가 없었으므로 많은 승려가 죽거나 다쳤다.
두 시진(4시간)에 걸친 싸움이 끝나자, 양측 모두 엄청난 사람들이 죽거나 다쳐 사실상 양패구상이었다.
워낙 격렬한 싸움이었고, 부상자들이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해 부상자들보다는 사망자들의 숫자가 많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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