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데제로스와 우마리
승우가 김 실장을 보며 묻는다.
“산하야, 조 여사라니. 여길 왜.”
머뭇거리는 김 실장이.
“조 여사가 이곳으로 안내해 줬습니다.”
범수가 거울을 보며 씁쓸한 얼굴로.
“구렁이 무당을 조 여사가 찔렀습니다. 무당이 몸을 빌려 숨었지만 보랏 빛 칼날에 소멸되었고요.”
승우의 표정이 창백해지며.
“소멸했다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리타 가문을 생각했지. 나를 늘 미안하게 만드는 군. 더 잘해 줄 것을 조 여사가 리타 가문을 살렸어.”
우마리가 그 말을 듣고.
“조 여사님은 누구보다 제게 좋은 분이셨어요.”
오한을 느끼는 우마리가 몸을 떨며 범수를 본다.
“그래 맞아, 그 보랏빛은 그분이셨어.”
“난 이스타를···그분이라면 누구?”
베제로가 우마리에게 차분히.
“스스로 선택하셨어. 원래 모습으로 말이야. 사실 이스타는 최고 상위 나프타로 데제로스 님이셔."
“데제로스!”
"보다시피 비루스를 먼지로 흩어지게 하고 구렁이를 소멸시켰어. 바로 멜리에 라나 품에 안긴 샥티를 보호하며 떠나셨다고.”
범수가 거울을 만지자, 김 실장과 신비 사장 그리고 혜리의 시공을 멈춘다.
“태초 옴의 쌍둥이 무무가 아닌 첫째, 아드님.”
그 말과 함께 우마리 몸이 변한다.
휘리릭~ 후유.
푸른빛과 보랏빛 물결이 흰빛으로 바뀐다.
"아! 눈부셔."
승우와 멤버들이 보는 세상은 온통 하얀 세상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고난과 헌신으로 영구한 삶을 바꾸었으니 그와 모두에게 자유를.”
멤버들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듯 하늘거리다 이내 차분해진다.
범수 손에서 거울이 사라지며 모두가 빛에서 깨어나자 승우가.
“실리 님이셨어!”
멤버들이 별들이 반짝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목소리, 들었냐고.”
지황이.
“다들 들었네. 우리가 실리 님을 영접하다니.”
벅차오른 크리스가 두 손을 모으고
“바로 별이 되지 않고 이곳에 머물도록 허락해 주신 거 맞죠.”
베제로가 눈물을 훔치며.
“내 생전에 이런 날이 있을 줄이야.”
범수가 빈손을 보여준다.
“그러게, 거울이 사라져 시원 섭섭 하지만 너무 홀가분한데.”
신비 사장이 움직이며.
"조 여사가 죽은 거예요."
김 실장이.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믿어지지 않아. 욕심은 많았지만 너그러운 분이셨는데."
혜리가 깨어나 어리둥절하다
“무슨 말씀이세요. 고모가 죽었다고요."
지황이 혜리 이마에 입을 맞추자 호흡이 안정된 혜리.
“자기야, 고모님의 희생이 헛 되지 않게··· 경건하게 보내드리며 추모하자."
“지황 씨.”
"알아, 가여운 나의 혜리. 돌아갈 때 흙이라도 담아가자고."
승우가 흙 한 줌을 집어 호주머니에 넣으며 돌아서서 흐느낀다.
"아버지."
승우의 등을 안아 주는 우마리.
"알아, 엄한 어머니 같은 분이셨지. 마지막 인사는 해야지."
멤버들이 승우를 따라 고개를 숙인다.
크리스가 조용히 속삭인다.
"근데요. 이스타 회장도 죽었잖아요. 우마리가 불쌍해요."
베제로가.
"으이구, 데제로스 님이라고."
"그니까요, 사라졌잖아요."
범수가 크리스 어깨를 어깨로 친다.
"최고 상위 나프타는 영생의 존재야. 지구에 있다 보니 다 잊었어."
"아, 맞다. 그래서 우마리도 왕회장님도 차분하구나."
묵념을 끝내고 돌아보는 승우가 모두를 보며.
“다들 우리 집으로 가세. 희생이 헛 되지 않도록 새로운 리앨퀀을 만들어야지.”
*
김 실장과 신비 사장이 예식을 올리고 이후 지황과 혜리가 결혼했다. 6개의 샥티 존 중에 서울과 태백, 안반데기가 공중 도시로 동시에 이루어진다.
혜리와 지황 신혼집 집들이 모임이 한창이다.
우마리와 수지 그리고 마순과 신비 사장이 결혼 영상을 보며 클릭한다.
수지가.
“혜리야, 예쁘게 잘 나왔다. 이 부분과 저 부분들이 좋은데 스크랩 앨범으로 딱이야.”
영상을 통해 각자 원하는 장면을 탭을 통해 사진으로 받는다. 옆에서 교수 수첩을 만지작 거리던 마순이 사진 한 장을 꺼낸다.
“여기 있네. 쌍둥이 고모 모습이 담긴 유일한 사진인데 잘 보관해야지.”
혜리가 사진을 받고 조용하다.
지황이 앞치마를 두르고 과일을 내오며 사진을 본다.
“이건 보기 드문 흑백사진이네.”
“그게 나도 이상해요. 인화지도 독특하고.”
지황이 사진을 들어 조명에 비춰 본다.
“어! 글씨가 보이는데.”
수지가 박수를 치며.
"우와, 몽골인 시력을 가지셨어요."
손톱으로 사진 귀퉁이를 만지자 겹친 종이가 벌어지며 글씨가 보인다.
: 찾았구나. 사진에 향수를 뿌리면 알아볼 수 있지.
지황이 글씨를 혜리에게 보여주자.
“향수? 이게 무슨 말이지.”
우마리가 글씨를 얼핏 보고 핸드백에서 미니 향수를 꺼낸다.
“장미 향이야, 적힌 대로 뿌려봐.”
우마리를 보고 지황을 보며 망설이는 혜리.
“못하겠어. 유일한 사진인데 상할까 봐.”
“자기야, 상하면 내가 꼭 복구해 줄 테니, 뿌려봐요.”
수지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황 씨가 약속했잖아.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하다.”
마순도.
“그래 걱정하지 말고 뿌려 봐. 마법을 보여줘.”
혜리가 우마리 향수를 사진에 뿌린다.
칙칙 칙
그 모습을 보고 수지가 일어나면서 목소리가 올라간다.
“두구두구! 어디서 보니까 사진을 흔들던데 흔들어봐.”
매우 조심스러운 혜리가 사진을 지황에게 내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지황이 가볍게 사진을 흔들다가.
“이 정도면 사진이?”
사진을 살짝 확인한 지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혜리에게.
"곱고 단아하셨네. 쌍둥이 고모님 얼굴이 더 또렷해졌어.”
혜리가 사진을 받아 든다.
“어머나, 컬러 사진이 되었네. 아니, 고모가··· 헉!”
사진을 떨어뜨린 혜리가 손으로 입을 막는다.
“내가 여태 뭘 한 거야. 어쩌면 좋아.”
우마리가 떨어진 사진을 주워 본다.
“왜 그렇게 놀라서 그래. 임신한 분이 잠깐··· 눈 밑에 점, 점!”
“나를 돌봐준 고모를 의심했어.”
사진을 잡은 우마리 손이 떨리자 지황에게.
“조 여사님이 아버지를 낳아주신 친할머니라니.”
수지와 마순이 동시에
"친할머니!"
지황이 사진을 건네받아 다시 보며.
“조 여사님은 왕회장님 말씀처럼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리타 가문을 생각하셨군.”
*
주말 광장시장.
우마리가 장미와 스타티스. 우슬초와 벵갈 나뭇잎 그리고 매리골드가 섞인 꽃다발을 들고 걷고 있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가, 기름 향이 진동하네.’
찹쌀이 튀겨지는 고소한 냄새.
사람들이 찹쌀 도넛 가게에 줄 서 있다.
‘사람들은 추억을 느끼는 향기에 저렇게 이끌리는데 난 아직도 그를···’
시장을 구경하며.
“내 감정과 어울리는 노래 틀어줘.”
생각을 감지한 이어폰이 음악을 켠다.
: 스카보로 시장에 가나요. 파슬리, 샐비어, 로즈메리, 백리향 거기 사는 한 여인에게 안부를 전해주세요. 한때 그녀는 나의 진실한 사랑이었어요······
“뭐야, 시장에 나왔다고 스타보로 페어 노래를 AI 맞아. 너무 뻔하잖아.”
길을 걷던 우마리 갑자기 울음이 터진다.
‘정말 나와 이스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나?’
손에 든 꽃다발을 가만히 보며.
“그와 내 사랑은 축복받을 수 없는 거야.”
발걸음을 멈춘 우마리가 꽃다발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우마리, 울지 마!'
익숙한 음성에 우마리가 멈칫한다.
"난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 우리 사랑은 영원하니까!”
천천히 얼굴을 드는 우마리.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 앞에 이스타가 서 있다.
“우마리,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눈을 계속 깜빡거리던 그녀가 꽃다발을 내민다.
“당신이 주니까 받지만 난 당신을 원해.”
이스타가 그녀를 부드럽게 안는다.
“샥티는 뭄바이에서 파르시들의 신이야. 흙에 스며 건강하게 붉은 꽃대를 올리고 흰 목화를 키워내자 생명의 신이 돌아왔다며 축제를 하더군.”
우마리가 중얼거린다.
“파르시!”
“우리가 리타 가문을 이룬 것처럼 샥티도 그곳에서 뿌리를 깊게 내렸어."
"그래서 샥티는 요?"
"평온하게 안식하며 당신에게 빨리 돌아가라고 하더군.”
“외로울 텐데.”
“멜리에 라나가 정화시켜 기쁘게 꽃들의 탑으로 돌아갔지.”
우마리가 손을 모으며 고개를 깊게 숙인다.
“데제로스 님, 저는 아주 작고 낮은 별입니다.”
그가 그녀의 말에.
“고귀한 것은 낮은 곳에 있지. 아무나 알아보지 못하는 당신이 흐름인 것을.”
우마리 눈빛이 빛난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군요.”
“가늠할 수 없는 사랑 안에서 잠시 머무는 자유가 사치일까.”
“아니오, 나를 가둘 수 없지만 자유, 이곳에서 충분히 느껴져요.”
이스타가 우마리 손을 잡는다.
“모든 우주 계를 통틀어 지구만 너무 편애하는 것 같은데.”
“이곳은 태초 옴의 고향이에요.”
그가 우마리를 안아 빙그르르 돌며.
“퀘렌시아!”
“아이~ 사람들 시선이 모이고 있어요. 어서 내려주··· 으웁!”
그가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숨을 밀어 넣는다.
‘이제 내가 도저히 열어 볼 수 없었던 합방 식에 대해 말해봐요.’
우마리의 혀는 이스타에게 말려 말할 수 없지만 생각을 전한다.
‘루피 섬 모래와 자갈로 넘어설 수 없도록 했어요. 그리고 합방 식에서 원초적 여인은 나였어요.’
우마리가 이스타의 게슴츠레한 눈빛을 마주한다.
“그랬단 말이지. 이제 우리 신혼생활도 강렬하게 시작이군. 당장 태백으로 가지.”
“안반데기로 가요.”
하하하
이스타가 우마리에게
“그대가 좋다면 어디든···”
“태백으로 가요. 샥티 존 오픈으로 안반데기에서 모임을 가질 거예요. 우울해하는 멤버들을 놀래 켜 줘야죠.”
데제로스가 실리를 다시 빙그르르 돌리며 광장시장에 웃음이 퍼진다.
하하하~
- 작가의말
루피 섬 모래와 자갈로 넘어설 수 없도록...
그리고 합방 식에서 원초적 여인은 나였어요.
: 여러분 안녕! 리베라타는 숨 고르고 다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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