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회차) 합동결혼식
‘정보 유출··· 일 시작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인데 첫 단추부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우마리, 뭘 고민하니, 김 서방이 일도 잘하고 해결했다고 하잖니.”
리사가 우마리를 툭치며 의자에 앉는다.
“알아요. 고민 안 해요.”
“엄마가 너를 모르니 근심이 생기면 습관처럼 관자놀이를 누르는 것을.”
“그런가?”
우마리가 겸연쩍어하며 리사의 손등을 쓸어내린다.
“김 서방은 안 내려오니.”
‘아버지가 일찍 깨셨는데도 못 보셨다면 일찍 나갔구나!’
“피티 짐에 들러 운동하고 바로 회사로 간다고 했어요.”
승우가 식탁을 두드리며 의아해한다.
"완벽하게 홈짐이 갖춰져 있는데 굳이 밖에서······"
"그곳에서 프로젝트 멤버들과 운동하면서 비즈니스도 병행하는 것 같아요."
리사가 우마리 머릿결을 만지며 흐뭇해한다.
"우리 김서방 보약 좀 먹여야겠다. 어쩜, 볼 수록 듬직한지 대견하다."
“김서방, 대견한 정도가 아니야. 아무래도 프로젝트 관련해서 내가 뒤로 빠져 주는 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확실히 젊은 피는 달라.”
"아버지 그 프로젝트는 아버지가 준비하셨는데······ 말도 안 돼요."
우마리가 승우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핀다.
“영생 프로젝트 임상 3상에서 약물 안정성 및 유효성 확인되었고, 부작용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결과와 상용화에 대한 남은 프로세스도 완벽하고. 성과는 이미 네이처 바이오 저널에도 98%로 증명으로 실렸어요. 아버지께서 현역에서 좀 더 도와주셔야 해요.”
“그래,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우선 네가 그룹에 들어오고 체계가 견고해졌어. 그룹이 김서방을 통해 엘리스와 퀀텀 합병으로 거대해진 만큼 이젠 내가 경영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아버지!”
승우가 리사 손을 잡으며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난, 이제 네 엄마랑 여행을 다니며 쉬고 싶다. 정말 그러고 싶어서 그래.”
리사가 승우가 잡은 손을 흔들며 장난을 친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일이 있어야 해요. 부부가 거리두기 없이 너무 찰싹 달라붙어 있으면 금방 질려서 늦바람이 난 데요.”
“당신! 또 날 가지고 장난치지. 여보, 이리 와요.”
리사가 행복한 미소로 승우의 뺨에 얼굴을 비비며 등을 쓰다듬는다. 우마리가 핸드폰을 폰을 꺼낸다.
“우마리, 아빠가 요즘 불면증이 점점 심해지고 계셔 걱정이다.”
“증상은 어떠세요. 악몽도 자주 꾸시는 것 같고 낮게 주무셔 무엇보다 자주 깨서 새벽에 앉아 계신단다.”
“쓸데없는 소리를, 요즘이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잠시 그런 거다.”
“당신과 함께한 날들이 얼마인데요. 척하면 아는 것을 이번엔 뭔가 다르다고요.”
“아니라니까···”
“아버지, 합병으로 거대해진 리타 그룹이 부담스러우신 거예요.”
“전혀 아니다, 그냥 그런 게 있어서 그래.”
“회장님, 정말 요즘 수상하다니까, 그렇게 노래 부르던 똑똑한 딸도 곁에 있고, 출중한 김 서방이 떡하니 있는데 도대체 뭐가 부족하고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어.”
“그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그러세요.”
“프로젝트마다 믿을 만한 인재들로 얼마나 공들여 뽑은 임원들인데 뭐가 불안하다고······”
“그런데 왜 그러세요?”
“나이가 들면 잠도 줄고 예민해지셨잖니. 둘 다 내 걱정은 그만.”
조여사가 웃으면서 식탁 앞으로 다가온다. 호박 수프를 내려놓는다.
“먼저 속을 편안하게 하는 호박 잣 수프와 스트레스를 낮추는 주전부리로 미역 쑥 현미찹쌀 부각입니다. 아가씨는 가볍게 오디 샐러드 준비했습니다.”
조 여사가 승우 옆에서 정성껏 수발을 든다.
“두 분 다, 조식 드시고 저랑 리앨(리타앨리스: 영생 치료 센터)로 가세요. 바이탈과 수면을 파동 수치로 확인해 봐야겠어요.”
“아니다. 엄마가 유난스럽게 구는 거야. 괜찮다니까.”
“방금 리앨에 영상 찍어 보냈으니 예약됐어요.”
조 여사가 식사를 준비하는 메이드의 속도를 손짓으로 조절한다.
“조 여사님, 요즘 아버지 식사 어떠세요.”
“한결같으세요. 어제는 오 닥터가 다녀갔는데 별다른 말씀 없었습니다.”
리사가 깜짝 놀란다.
“난, 모르고 있었는데 오 닥터가 다녀갔어요?”
“어제 벨라인 에스테틱 가셨을 때 오셨습니다. 사모님께 말씀드린다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아, 맞다. 그랬지. 다음에 올 때는 내게 알려줘요.”
“네 알겠습니다. 사모님.”
“우마리, 리앨 센터 같이 가줄 거지.”
“함께 가봐야겠어요.”
승우와 리사가 리앨을 가기 위해 일어나고 조 여사가 찻잔을 정리한다.
‘조 여사님, 요즘 들어 수척해 보이네. 얼굴에 붉은 기미도 많이 올라오고.’
“많이 피곤해 보이세요. 조 여사님.”
“그렇지 않아도 화장을 안 했더니 오늘따라 미스 한도, 메이드들도 그러네요. 조식 정리 마치고 화장을 하겠습니다.”
“늘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리앨에 함께 가실래요.”
조 여사가 놀라 찻잔에 남은 허브티를 엎지른다.
“제가 요! 아닙니다. 저는 잘 먹고 잘 잡니다.”
“조 여사님은 리타 가문 최고의 일원이고 어른이시잖아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최고의 일원은 원장님이 시죠.”
“죄송해요. 여사님도 남편도 다 가족이죠.”
조 여사가 눈물을 훔치며 우마리를 안아준다.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답니다.”
조 여사가 기분이 졌는지 살짝 굽은 허리를 펴며 우마리 허리를 터치한다.
“아가씨, 좋은 하루 보내세요.”
우웅웅우웅웅
(우마리) 어, 수지야!
(수 지) 잘 지냈어. 바쁘지, 나 회사 근처인데 얼굴 볼 수 있나. 해서 곧 점심시간이잖아.
(우마리) 리앨 센터 들렸다가 조금 전에 도착했거든. 확인할 게 몇 가지 있는데 잠깐이면 될 것 같아. 점심 먹자.
(수 지) 으응 그래, 너무 보고 싶었쪙!
(우마리) 목소리가 밝은 것 보니 신혼여행 재미있었구나. 궁금했는데 그러지 말고 올라올래.
(수 지) 잘 지내다 왔지. 우마리 사장님, 정말 올라가도 되나요.
(우마리) 1층 데스크에 연락할 게.
(수 지) 저기, 형님이랑 같이 왔어.
(우마리) 응?
(수 지) 아주버니랑 결혼한 최 실장, 마순 씨.
(우마리) 최 실장! 그래, 잘됐네. 둘 다 보고 싶었는데 어서 올라와.
(수 지) 그럼, 올라갈게.
수지와 마순이 비서의 안내에 따라 우마리 사무실에 들어온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달항아리가 멋스럽고 품위 있는 한옥 분위기에 입이 떡 벌어진다. 우마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가 조용히 문을 닫는다.
“이~야! 세상에나, 만상에나!”
우마리가 수지의 감탄을 보며 사무실을 둘러본다.
“100년 된 청송재 한옥, 화려한 치장과 기교를 버린 무미(無美)로 서재 같고 안방 같은 공간을 연출했어.”
“역쉬, 우마리 취향은 넘사벽이다.”
마순이 두 눈이 휘둥그레져 둘러보며 말한다.
“와, 진짜 우아해요. 이 벽지는 영국 드고네이 벽지 같은데.”
마순의 말에 수지가 벽지를 만져 본다.
“맞네, 박물관에서 한지로 복원작업 체크하면서 복원사들에게 유럽 벽지에 대해서도 등 넘어 알게 되었지. 마순이 넌 어떻게 알았어?”
“신혼집 회장님이 꾸미셨잖아, 벽지 질감이 똑같아서.”
“마순아, 아직도 남편을 회장님이라고 부르냐.”
“그게, 입에 붙어서 넌 도련님을 뭐라고 불러.”
“용용이! 우리 용용이라고 부르지. 가만히 있자. 아주버니가 권이니까 으음. 꿩, 꿩 서방 어때?”
마순이 재미있는지 크게 빵 터진다.
“크큭큭, 꿩 서방님! 나쁘지 않은데”
하하하
우마리가 수지와 마순을 보고 노트북을 닫으며 다가온다.
“두 사람 보기 좋은데······ 앉아. 그런데 그렇게 서로 이름 불러도 괜찮아.”
“우리끼리 있을 때만. 마순이가 우리랑 동갑이더라고 어른들 계실 때는 형님, 동서 하다가 둘이 있을 땐 편하게 말 트기로 했어.”
“부럽다. 마순 씨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가워요.”
“저도 반가워요. 요즘은 모든 게 얼떨떨해서요.”
수지가 달력을 가리키며 너스레를 떤다.
“진짜 믿어지냐. 우마리는 일주일 만에, 우리 둘은 한 달 만에 합동결혼식을 올렸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니었어.”
“수지, 너 후회하는 거야?”
“아니야, 긴장하면서 말똥말똥하게 살다가 요즘은 행복에 취해서 알딸딸하니까 좋아서 그러지. 꿈꾸는 것 같아서 제발 깨지 말라고 빈다니까.”
“저도 그래요. 꿈을 꾸듯 붕 떠서 기분이 말랑말랑해요.”
“둘 다 신혼의 단꿈에 푹 빠졌네.”
“야, 우마리. 말투가 요상하다. 넌, 신혼 아니야. 네가 일주일 만에 결혼이란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욕심 많은 퀀텀 형제가 동참한 거잖아. 그것도 합동결혼식으로 정말. 말 다했지.”
“수지야, 난 합동결혼식 너랑 함께해서 좋았는데 싫었어.”
“미쳤어. 진짜 재미있었잖아. 원래 시끌벅적한 거 좋아하는데 무슨 놀이공원 퍼레이드 하는 것처럼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
우마리가 수지와 마순을 번갈아 보며 크게 웃는다.
“둘 결혼식은 이미 제계 쪽에서 전설이 되었어. 사실 처음에 합동결혼식 기사 난 걸 보고 오보가 난 줄 알았다니까.”
셋이 서로를 보며 깔깔 웃는 웃음이 달항아리에 담겨 출렁거린다.
“차, 마실까.”
우마리의 말에 수지가 정색한다.
“밥 먹기 전에 물배로 채우면 많이 못 먹어서 안 돼. 웨딩드레스 핏 살려 보겠다고 굶고, 비키니 수영복 섹시하게 입겠다고 어~얼마나 다이어트를 했는지 우마리 넌 모른다. 신혼여행 끝나고 인천 내리니까 비행기가 크림빵으로 보이더라니깐.”
수지가 아랫배를 만지며 함께 투정하자 마순이 우마리의 허리를 본다.
“나도, 모든 게 음식으로 보여서 폭식으로 한풀이할까 봐 두려워요.”
“우리 둘은 합동으로 시작했더니 모든 게 세트야 세트, 우마리! 너는 일주일 만에 모든 사람 혼을 빼놓고 바로 결혼했잖아. 그런데 신혼여행도 못 가고 어떻게 된 거야?”
- 작가의말
웃음이 달항아리에 담겨 출렁거린다.
오늘 하루 당신의 웃음이 달항아리를 채울 만큼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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