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미러 속 인연들

95회차) 왕 회장 승우 일기

달의 정원 2층.

“지하 1층 창고에 고모가 있다고 해서 친한 메이드에게 우리가 온 것을 말하지 말라고 부탁해 놨어.”

“잘했네.”

우마리가 드레스 룸으로 향하고.

“찾으면 서둘러 나가자.”

달의 정원을 서성이던 혜리가 작은 연못 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가만 이게? 고모 목걸이 같은데 왜 여기에 있지.’

물기를 닦아 호주머니에 넣을 때 우마리가.

“붉은 드레스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

“아! 마순에게 부탁했다는 그 드레스를 그걸 찾으러 온 거였어.”

물고기 동상 주변 바닥을 훑는 우마리.

“브라 안쪽에 칩을 넣었거든. 찾아야 하는데.”

"네가 이렇게 서두르는 것을 보니 중요한 거구나."

혜리도 우마리를 따라 바닥을 훑으며 확인한다.

“세탁실에 간 거 아닐까?”

“세탁 통에 넣지 않으면 건들지 않거든."

황금물고기를 만지며 두리번거린다.

"이상하네, 거북이 달린 끈도 보이질 않아.”

그 말에 호주머니 속 목걸이를 만지는 혜리.

“거북이 달린 끈이라고 했니.”

“어 맞아. 찾았어.”

“아니, 난 여기 물속에서 고모 목걸이를 찾았거든. 이거.”

그녀가 목걸이를 우마리에게 건넨다.

‘황금 물고기 끈이 맞는데 목걸이라고!’

“혜리야, 분명히 이 끈이 고모 목걸이야.”

“으응, 거북꼬리를 빼면 이렇게 버클이 나와서 걸려.”

우마리가 머리를 뺀다.

“이렇게 하면 열쇠가 되고···”

툭!

바닥에 작은 금빛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진다.

“혹시 이걸 찾은 거야.”

우마리가 건네받은 칩은 붉은 드레스에 넣은 칩보다 작은 것이다.

“내가 찾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도 칩이네.”

“그러지 말고 탭 있으니까 확인해 보면 되잖아.”

우마리가 안방으로 들어가 탭에 칩을 올려놓고 혜리가 지켜본다.

“너무 불안한데 그냥 차에 타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확인만 하고, 떴어. 아버지 일기네.”

“왕 회장님 일기라고 그걸 왜 고모가 가지고 있었을까?”

“네 말처럼 어서 차로 이동하자.”

딩, 스르륵

혜리가 우마리를 보며.

“이 소리. 1층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야. 고모 같아.”

둘은 직감적으로 뛰어 드레스 룸으로 몸을 숨긴다.

“환기부터 확실히 하라고.”

청소 담당 메이드 둘과 방으로 들어온 조 여사.

“미스 연, 신비 꽃집 여자가 김 실장 집무실에 있던데 언제 왔지.”

“새벽에 이미 꽃이 들어와서 특별히··· 잘 모르겠는데요.”

메이드 둘을 보며.

“당장이라도 확 자르고 싶은데 뭐, 여자가 빈틈이 있어야지.”

“힘들 걸요. 저번에 정원 잡초 가지고 작품 만드는 것 보셨잖아요.”

“뭐야! 일들이나 해.”

괜히 신경질을 부리는 조 여사를 보고 메이드가 청소에 들어간다.

“달 정원 식물들은 이제야 생기가 도니까 손끝 하나 데지 말고. 말라 죽 던 지 말 던 지 그 여자가 소관이니까.”

“우리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여사님께서 영양제라며···”

“그래서 뭐, 내가 화초들을 일부러 죽게 했다는 거야.”

먼지 하마 핸들을 들고 움직이는 메이드가.

“그게 아니라 저흰 만지지 않았다고요.”

산소 발생기 산소 포화도 수치를 확인하는 조 여사.

“난 신경 쓰느라 영양제를 뿌려 준거라고 말했지. 그 입으로 엉뚱한 소리 해서 불란 일으키지 말고 청소들이나 잘해. 쫓겨나기 싫으면.”

조 여사가 나가고 메이드 둘이.

“주인 행세를 한다니까. 누구 마음대로 우릴 쫓아내겠데 야, 그때 흰 가루 맞지.”

“흰 가루였어. 김 실장님께 꼰지를까."

"우리한테 하는 거 봐서 약점은 쥐고 있다가 잘 써야 약이 되지."

"아니, 지가 정원 망가뜨려 넣고 우리한테 뒤집어 씌우잖아.”

침대를 정리하며.

“근데 오늘따라 왜 저래. 저기압이야.”

“모르겠냐, 신비 꽃집 사장 보고 열받았잖아.”

“왜?”

“너 눈치를 은행에 담보 맡겼냐. 김 실장님.”

“김 실장님이 왜.”

머리를 쥐어박는.

“너 모르는구나. 저 나이에 감히 김 실장님을 마음에 뒀다는 것 아니냐.”

“헐! 미쳤따. 노망난 거 아냐. 넘볼걸 넘봐야지.”

걸레질을 하면서.

“김 실장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미스 연 너도.”

“너도 마음에 두고 있는 걸 내가 모를 줄 아냐. 난 이미 마음을 다 줬다 하지만 내 차례는 까마득하지.”

메이드 둘이 장난을 치며 속삭인다.

“솔직히 내가 견적을 보니까 신비 사장 하고 김 실장님 그림이 좋더라.”

"아~ 너무 부럽다. 신비 사장 좋겠다. 그 돌아이 미스 한만 아니었으면 우리도 한 번은 끼를 부려 볼 수 있었는데."

"맞아, 어디라고 감히 사기를 쳐서 요즘 어떻게 지낸데."

"강 기사랑 시골에 내려갔다나 뭐라나 소문만 들었어."

커튼을 조정하는 메이드.

"하여튼 사람 섞인 곳에 꼭 돌아이들이 끼어 있다니까."

“솔까말! 김 실장님 우리랑은 다른 레벨이잖아.”

“그건 그래. 김 실장님과 결혼하는 여자는 얼마나 좋을까.”

“아~~으으, 상상만 해도 간지럽다.”

호호호

“드레스 룸도 열어서 환기할···”

미스 연이 소리 지른다.

“야! 거긴 건들지 마. 조 여사 입회하에 청소해야지. 뭐 하나라도 없어지면 다 우리가 뒤집어쓴다고.”

“왕 회장님 룸부터 리사 사모님 룸까지 다 청소하는데 왜 아가씨 드레스 룸은 열지도 못하게 하는지 몰라.”

“너 아가씨 센스 모르는구나. 그만큼 귀중품이 많다는 거 아니냐.”

발소리가 멈추며.

“하기야, 조 여사가 리타 가문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분이 아가씨잖아.”

“아가씨 앞에서 어설픈 건 다 들키잖아.”

“그니까, 우마리 아가씨처럼 태어나려면 전생에 뭘 해야 하는 걸까.”

“아서라, 중생아.”

“이게, 우린 뭐 꿈도 못 꾸냐.”

“아서라, 망상이니라. 뱁새여.”

“야, 죽을래.”

"다 된 것 같으니 나가자. 오래 있다가 노망난 조 여사한테 또 한 소리 듣는다."

하하하하

조용해진 방안.

“혜리야. 우리 나가자.”

우마리가 원피스 행거 사이에서 나와 혜리를 찾는다.

“나, 여기.”

외투 행거 사이에서 부스스한 얼굴로 나오는 혜리.

“깜빡 잠이 들었나 봐.”

“많이 피곤했구나. 어서 가자.”

막 6시가 넘어서 차를 타고 리타 가문을 빠져나온 우마리와 혜리.

“우마리, 배고프지 않아.”

“좀 출출하긴 하다.”

혜리가 창문을 열어 먹거리 장터 간판을 가리킨다.

“광장 시장 주차장에 차 데고 뭐 좀 먹자.”

“그럴까, 얼마 만에 나오는 시장이야.”

우마리 말에 혜리가.

“시장에 와보기는 했고.”

방긋 웃는 우마리.

“못 믿는구나? 내겐 수지라는 친친이 있잖아.”

“그렇지, 수지가 우마리 인간 세상 생활 쌤이지.”

“아주 좋은 쌤이시지. 그나저나 혜리야, 얼굴이 창백해 보여.”

혜리가 얼굴을 만지며.

“그래? 나 지금 너무 배고파서 다 먹는 걸로 보인다니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서둘러 먹거리 장터로 향하는 두 사람.

“순대 너무 맛있다. 아줌마, 한 접시 더 주시고 간도 섞어 주세요.”

우마리가 물을 건넨다.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시장이 천국이다. 맛있는 게 너무 많아.”

걱정스럽게 혜리를 보는 우마리.

“오면서 핫바와 씨앗 호떡 두 개씩 치즈 핫도그까지 먹었어. 그리고 지금은.”

“달거리 시작하려나. 간에 기별도 안 갔어.”

혜리를 가만히 보던 우마리가 다른 가게들을 본다.

“아무래도 신비 사장님이 우릴 찾으실 것 같은데 포장해서 가자.”

“좋은 생각이야. 맛있는 것 사 가지고 가서 함께 먹자.”

차 안 뒷좌석에 포장한 전과 치킨 그리고 족발과 만두, 김떡순 세트 냄새로 가득 차 우마리가 창문을 열고 달린다.

우우웅 우우웅

우마리 : 여보세요

신비사장: 아가씨 어디세요. 혜리 씨도 함께 있나요.

우마리 : 화훼단지 주차장 입구예요.

신비사장: 네, 알겠습니다.

우마리 : 저녁거리를 샀어요. 평상에서 함께 먹고 올라갈까요.

신비사장: 출출하시면 말씀을 하시지.

우마리 : 아니, 그게 아니라!

신비사장: 어서 올라오세요.

차가 멈추자 안전 벨트가 자동으로 풀리고 혜리가 내린다.

“내가 음식 내릴게.”

“너 혹시, 임신 아니지?”

“아니야, 몸 회복해야 한다고 지황이···”

포장한 음식을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혜리가 콧노래를 부른다.

“저렇게 좋을까.”

평상위 상에 펼친 음식을 보고 신비 사장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렇게 많이, 잔치 벌여도 되겠어요.”

포장 용기를 포개는 우마리.

“말도 마세요. 시장에서 1차로 걸으며 먹고 2차는 떡볶이 골목에서 그리고 이렇게 사 온 거예요.”

“혜리 씨 혹시 임신 가능성이?”

“아까도 말했지만 전혀 없고요. 지황이 몸 회복 전까지 손 하나 까닥하지 않겠다고 해서.”

손으로 닭다리를 잡은 혜리를 보고 신비 사장이.

“덕분에 오늘 포식하겠는데요.”

우마리는 물을 마신다.

“냄새를 하도 맡아도 그런지 난 입맛이 없어요.”

“그럼, 저는 먹겠습니다.”

두 사람이 식사하는 동안 우마리는 탭을 켜며 일어난다.

‘아버지의 일기를 왜 조 여사가 가지고 있었던 거지.’

일기를 읽는 동안 얼굴이 굳어진 우마리가 마지막 장을 읽는다.

"··· 샥티가 우마리의 딸이라니, 그녀와 거부할 수 없는 거래를 통해 그곳을 얻었지만 몹시 불안하다. 샥티가 진화하고 있고 윌 카슨을 통해 샥티 존으로 모두를 불러 알려야 한다."

아아~악!

등 뒤에서 신비 사장의 비명이 들린다.

작가의말

··· 샥티가 우마리의 딸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