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회차) 암바리 가문의 미녀
3층 펠리스는 비즈니스 공간으로 1층과 2층 경관을 내려다보며 소수의 VVIP들이 연회를 즐기는 곳이다.
“피곤하지!”
아우룸 9 미네랄워터를 마시던 우마리가 수석 큐레이터에게 귓속말을 전한다.
“네, 알겠습니다.”
“리앨퀀 엄청 바쁘다고 마순한테 들었어.”
물 잔을 내려놓으며 그녀가 수지와 마순에게.
“어서 앉아, 어딜 가나 바쁘고 매일이 그렇지 뭐. 그보다는 우리 수지 이사장님 대단하십니다. 작품과 내빈 참여 게다가 세계 유명 전시관과 협업해서 동시에 영상 송출하고 있다고 들었어."
"대단하긴 하지, 미순이 아이디어를 냈고 용용이한테 부탁했더니 컴사 총괄 수석 크리스가 도와준 거야."
"전 지구적 미술 전시회 아이디어가 이렇게 탄생했구나.”
수지가 마순을 끌어안으며 애교를 부린다.
“곁에서 보니까 마순 감각이 보통이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리타 인재교육원에서 추천이 있었어.”
“몰랐는데 누가?"
수지가 마순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가!"
"아직은 곤란해, 임신하면서 일하기엔 몸이···”
수지가 불룩하게 나온 배를 만진다.
“맞아, 김 닥터가 마순은 출산하고 외부 활동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
우마리가 걱정스럽게 마순을 바라보며.
“어제 그룹 임원 회의에서 잠깐 권 사장 만났는데 아빠 된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러면서 네 걱정 많이 하더라.”
“뭐야, 우리 용용이도 만났지 나는! 뭐래.”
“용수 사장도 아~주 좋아하셨고 수지 씨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하, 하, 하
혜리가 웃음으로 가득한 자리에 나타난다.
“안녕하세요. 수지 씨, 마순아!”
마순이 혜리를 일어나 반긴다.
“이제 올라온 거야. 언제 올라오나 기다렸는데, 우마리와 리앨퀀 전용차에서 내리는 거 봤어.”
수지가 혜리를 보고 알쏭달쏭한 얼굴로 어떤 표정을 지을지 망설이고 있다.
“얘들아, 정식으로 소개할게. 리앨퀀 스페이스 다크 G 사장으로 취임한 타스 아레 한국 이름 지황의 피앙세 혜리야.”
수지의 표정이 단박에 선택되면서 밝아진다.
“다크 G(우주항공) 사장으로 타스가 아니 지황이 낙점되었구나. 게다가 혜리 씨가 피앙세라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던 거야."
마순이 엄마 미소를 지으며 수지에게.
“저번에 함께 있는 거 봤잖아. 내가 사귀는 것 같다고 그러면서 우리가 술 샀잖아."
"암튼 마순이 눈썰미는 귀신같다니까."
“혜리 씨, 혹시 지황과 가까워지는데 우리 지분도 좀 있나요?”
혜리가 숨을 고르며 편안해한다.
“있지요. 아주 많이.”
미순이 수지를 혜리 옆으로 보낸다.
“수지야, 동갑인데 서로 말 놔도 되잖아. 뭘 그렇게 어색해해.”
우마리가 나서며.
“오해가 생겨 서먹했지만 이젠 다 풀자. 한솥밥 먹는 리앨퀀 멤버인데.”
"그건 분명히 하자, 오해는 아니 었잖아, 당시 이스타의 태도나 혜리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안 그래?"
혜리가 드레스 치마 주름을 편다.
"맞아요.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했어요. "
음료수가 테이블에 놓이며 우마리가.
"그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어. 한 번 자리 만들어서 풀고 나를 봐서라도 수지야."
“풀기는 뭘 풀어 내가 뒤끝이 없잖니. 보라고 서먹하지도 않은데 그렇지 혜리야.”
혜리가 쿨하게 나오는 수지에게 살짝 기대며 마순에게 손을 흔든다.
“맞아, 서먹하긴··· 마순아, 수지 씨 고마워요!”
네 여자가 모인 테이블이 유독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부러움이 담긴 시선들이 오가며 현악 4중주 연주 하이든의 '종달새'가 울려 퍼진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아랍 공주로 보이는 아가씨가 올라와 머리에 두른 히잡을 푼다.
“어머!”
수지의 시선을 따라 마순과 혜리도 아가씨를 쳐다보며.
“어디 왕족이야. 혜리야, 아랍은 아닌 것 같은데.”
“응, 확실히 아랍은 아닌 것 같고 명단을 보면 알 수 있잖아. 대단한 미녀다.”
수지가 혜리 말에.
"미인은 무슨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아라. 우리 옆에 하늘이 내린 미인을 두고 할 소리가 아니지."
혜리가 엄지를 치켜들고 마순이 손뼉을 친다.
"두 말하면 잔소리지. 그래도 보기 드문 미녀는 맞잖아."
가재 눈을 뜬 수지.
“얼 듯 보니까 여기저기 만진 것 같은데 성형미인 아닐까?”
날 선 눈으로 미녀를 보는 마순.
“아니야, 자연 미인이야.”
마순의 단호함에 혜리가 놀라자 수지가.
“네가 그렇다면 자연 미인일 거야. 마순이 성형 쪽에 일가견이 있지. 아암!”
“뭐야. 이 꿀꿀한 기분은 너, 나 비웃는 거지?”
“어, 섭섭한데 너 눈썰미가 장난 아니잖아.”
혜리가 수지 말에 수긍하다가 바쁘게 탭을 눌러가며 일하는 우마리를 본다. 고개를 살짝 내밀어 마순과 수지에게 속닥인다.
“우마리가 일할 수 있도록 잠시 자리 좀 비켜주자. 전용차 타고 오는 내내 비서실에서 연락 오고 계속 일하면서 왔거든. 뭔가 바쁜 일이 있는 것 같더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마순.
“맞아, 리앨퀀 요즘 엄청 바쁘데 장난 아니라니까.”
수지가 정신없이 일하는 우마리를 보고 울컥한다.
“바쁜 거 알면서 참석해 달라고 조르기만 했으니··· 애들아 우리 저쪽으로 가자.”
손으로 일어나라는 시늉을 모두 하며 작은 소리로.
“우린 저기 옆에서 수다나 떨면서······”
자리를 이동한 세 여자가 간단한 디저트를 먹으며 미녀를 관찰한다.
“명단을 보니까, 공주는 아니고 암바리 가문이라고 나와 있네.”
마순이 미녀의 야시시한 옷차림에 자신의 드레스를 보면서
“암바리라면 인도 최고 가문이잖아?”
수지가 블랙베리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그런데 5대 프로젝트에 인도랑 체결될 계약이 있었나?”
미녀를 보고 주변을 둘러보던 혜리가.
“얘들아, 나 너무 추하지.”
“너, 이런 곳에 처음 와봐서 무척 낯설구나. 나도 처음엔 그랬어.”
마순이 혜리의 등을 쓸어준다.
“사실 너무 이질적이라 두려워. 솔직히 우마리와 함께 전용차를 타고 오면서도 그랬고 여길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왔거든. 고급지고 럭셔리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 상상이 미치지 못했어. 처음 보는 유형의 사람들과 차원 높은 공간이라 겁이 나서 그러나 봐.”
수지가 마순을 툭툭 친다.
“큰일 났다. 앞으로 이런 생활이 일상이 될 텐데, 네가 혜리 놀란 가슴 진정시켜줘야지. 이러다 지황 씨 두고 혜리 도망치겠다.”
“수지 말처럼 그럴지도 모르겠네. 너 많이 두려웠구나.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고.”
“으응, 고아원 원장님이 내게 항상 그러셨어.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다른 것을 탐하다 배탈이 나 죽을 수 있다고 말이야.”
접시를 포크로 건드리는 수지.
“송충이 눈에는 송충이만 보인다더니. 원장이 송충이었네.”
마순이 혜리의 손을 잡아주며.
“현실을 똑바로 보고 너 자신을 봐야 해. 예전의 네가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란 말이야. 과거를 지나온 지금 여기 네 모습이 진짜 너라고.”
수지가 둘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과거를 투영하되 과거에 매몰되지 마.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미래는 없어, 그냥 내가 만들어가는 거야. 그리고 나도 너희들도 지금의 자신을 만든 거라고.”
고개를 돌려 우마리를 보던 수지가 중얼거린다.
“너희들 우마리가 부럽지.”
마순이 머리를 가로젓고 혜리 역시 고개를 젓는다.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
“다행이네. 그렇게 생각해서.”
말을 주저하는 수지가 높은 천장에 매달린 웅장한 샹들리에를 보며.
“겉으로 보기엔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마리는 결정된 멋진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나라면 미쳐버렸을지도 몰라. 숨 막힐 정도로 엄청난 무게를 감당했어.”
힘이 잔뜩 들어간 혜리의 어깨가 펴지고 디저트 접시에 놓인 파이를 집어 먹는다.
“수지 말에 진심으로 동의해. 리타 가문에서 살아본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어. 리타 가문이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존경받는 가문이 될 수 있었던 것과 우마리가 견뎠던 것과 다르지 않거든."
“어어···! 저 아가씨.”
수지가 손짓을 하자 마순이.
“왜 그래.”
암바리 가문 미녀가 우마리에게 다가간다.
혜리가 바로 일어나 움직이려 하자 수지가 말린다.
“잠깐만, 간단한 인사 정도일 수도 있잖아. 진짜 미인 대 깐족대는 미녀의 만남이라고 비교 되잖아, 투샷 좀 감상하자.”
마순이 혜리를 앉히며.
“저 미녀가 우마리에게 할 말이 많은 듯 보여 에스컬레이터를 내렸을 때도 누군가를 찾았어. 우마리를 보고는 계속 주춤거렸고 눈치를 봤다니까. 지켜보자.”
“마순이 네가 그렇게 봤다면 틀림없으니까.”
탭에 진동 이어폰 연결을 이용해 통화하면서 몰입해 일하던 우마리의 통화가 끝나자 미녀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우마리 님!”
매혹적인 목소리에 이끌리듯 우마리가 결제 버튼을 누르며 자신의 앞에 붉은 실크 드레스 자락을 본다. 옆트임 선에 드러난 매끈한 다리 선이 고혹적이다 못해 지나치게 섹시하다. 커브를 돌 듯 유연한 허리선과 반 이상이 드러난 가슴선에서 장소에 걸맞지 않은 노출에 조금 실망하면서 목선을 지나 얼굴을 본다.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데 누구?”
긴 속눈썹이 바람을 일으키는 듯 부채질을 한다.
“서운하네요. 저는 우마리 님을 잘 아는데.”
우마리가 탭을 닫으며 허전한 소파를 본다.
앉아 있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아 둘러보다 근처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찾았다.
'미안하네. 나 일한다고 피해 줬구나.'
“서운해하지 마세요. 머리가 좋지 않고 기억력이 나빠서 실수가 잦답니다."
그녀가 서둘러 일어나려 하자 미녀가 소파에 앉는다.
“잠깐이면 됩니다. 제 꿈이 우마리 님을 똑같이 닮아서 진짜 우마리가 되는 거라서요.”
- 작가의말
과거를 지나온 지금 여기 네 모습이 진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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