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회차) 횃불을 입에 문 개
우마리가 김 실장 앞에 서며.
“김 실장님. 내가 다시 불렀어요. 이제 나갈 거예요.”
"아, 그러셨군요.“
”30분 동안은 본관에 아무도 올라오지 못하게 해 주세요.”
“네.”
김 실장이 나가고 우마리가 소파에 기대 잠든 리사를 보고 무진에게.
“어머니는?”
“아름답고 편안한 꿈을 계시는 중.”
별관으로 이동하려던 중 지황이 망설인다.
“별관에서 이상 신호가 잡혀 잠시만 다들 여기 있어 봐.”
그가 별관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조 여사 방 입구에 하나, 방안에는 네 개의 카메라가 별개로 설치되어 있더군.”
무진의 말.
“조치는 취했나.”
“당연하지 어서 가보자고.”
작은 금고 앞에 도미니크를 세우고 모두가 지켜본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죠. 난, 아무것도 몰라요.”
지황이 도미니크 손을 잡고 눈을 응시하자.
"머리가 너무 아파요."
“혜리, 내 말 들리지 들리면 눈을 깜빡여봐."
그녀가 눈을 깜빡거리자.
"좋아, 고모를 잘 떠올렸어. 이제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위해 감정 이입한다고 생각해. 아주 짧은 연극이 끝나고 당신은 무대에서 곧 내려올 거야."
“지황 씨, 몸이 눌려서 숨 쉴 수가 없어요.”
그가 그녀를 안아준다.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무겁다고 여기는 게 당연해. 처음이니까, 영혼이 아니야 기억이라고."
"기억?"
"그렇지, 그저 향기가 스민 정도로 가벼운 향기. 그 느낌을 표현하면 향기는 휘발될 것이니 혜리 조금만.”
걱정 가득한 우마리.
“혜리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잠시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지황.
"우마리 외할머니도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외할아버지 유 교수와 인연이 될 수 있었지. 혜리 씨가 향기를 거부한다면 나와 인연이 될 수 없어."
우마리가 부드럽게.
"혜리야, 사랑은 어렵고 복잡하다."
그 말에 혜리가.
"나, 지황 씨 사랑해."
혜리의 어깨를 잡은 우마리.
"차분하고 지적인 그리고 타인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너잖아. 그런 너를 내가 얼마나 존경했는지 알지.”
도미니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금고를 만진다.
"으음, 열고 닫는 모습 그리고 내 모습."
냄새를 맡고 얼굴을 비비는 그녀가 구슬프게 읊는다.
“첫째를 욕 하지마. 죽음 그 죽음에 이면을 아무도 모르지. 둘째를 용서해. 쌍둥이지만 별은 하나.”
주문처럼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도미니크.
지황이 시간을 체크한다.
“10분째, 같은 말 만하고 있어.”
“가만, 내 그림자 라나가 함께 느끼고 있다면, 숫자로 읽어보면?”
우마리가 무엇이 생각 난 듯 금고 앞에서 번호를 누르기 전.
“첫째 죽음이란 단어 두 번 둘째 그리고 쌍둥이 별 하나!"
: 14421442*
띠리릭 탁!
우마리가 누른 번호에 금고가 열렸다. A4 황 봉투와 검정 탭···
'저건!'
검정 탭을 든 우마리가 무진에게 전해준다.
"어서 서재로 이동하지."
정수리에 무진의 단추가 올려진 승우는 마네킹처럼 미동도 없다. 우마리가 승우의 손을 탭에 올린다.
“탭이 열렸어요.”
그 소리에 지황이 도미니크의 등을 묵직하게 누른다.
하~아!
혜리가 숨을 길게 내뱉는 자 지황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 쓰러지는 혜리를 안아준다.
"지황 씨!"
"자기야, 잘했어, 연극은 잘 끝났어."
지황이 무진에게.
“무진, 자네 그림자는 부탁대로 자슬링에게 보냈네.”
고개를 끄덕이는 무진.
“혜리 씨는 그림자 여운이 남아 있어서 잠을 자야 할 걸세.”
“내가 집에 누이고 멤버들을 데리고 오겠네."
우마리가 지황에게
“이제부터가 진짜예요. 서재 문 옆 거울 액자가 통로인 거 알고 있죠.”
무진이 지황과 눈으로 사인을 준다.
“그럼, 우마리와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자네는 멤버들을 데리고 서둘러 오라고.”
“알았네.”
급하게 돌아서는 우마리.
“잠시만요. 우리 모두가 6시 전에 반드시 이곳에 돌아와야 해요. 가상세계는 다들 처음이라 실수가 없으려면 같이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난 무기를 장착해야겠어요."
지황이 불안해한다.
"무기라니?"
우마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윌의 약점, 옷 좀 갈아입어야겠어요.”
무진이 뭔가 생각이 난 듯.
“아, 마순 씨가 알려준 의상실!”
*
크리스가 거울 앞에 선 우마리를 보고.
헉!
“우마리 옷이? 어디 누구 꼬시러 가는 것도 아니고.”
베제로가.
“이거 너무 과한데. 어디에다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군.”
키득거리는 범수.
“그만들 해. 우마리가 다 생각이 있어서 준비한 무기라는데. 이 모습을 이스타가 보면 생 난리가 나겠군.”
무진이 범수 입을 가린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 과거를 되돌리는 것은 별 소멸이야.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절대 되돌리게 하지 말자고.”
가슴을 내밀고 흔들자 모두가 얼굴을 가린다.
"우마리, 그 무기는 우리한테 쓰지 말라고."
“부탁한 대로 일을 하다가 이 신호를 주면 모습을 드러내세요.”
베제로가 지황과 크리스에게
“둘이 먼저 거울 속으로 들어가 주파수를 찾아줘. 그리고 그것을 범수에게 전하면 거울에 비친 지점을 무진과 내가 우마리에게 안내하겠네.”
크리스와 지황이 먼저 범수 다음으로 베제로가 무진을 따라 우마리가 거울 세계로 들어간다.
*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가며 지황이 신호를 준다.
“쉽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지황의 말처럼 3중 구조야. 2차원은 열었고 3차원은 범수와 베제로가 열어.”
범수가.
“3차원도 열었네. 무진에게 비춰줘.”
무진이 거울 빛을 보고.
“찾았네. 4차원도 열렸고··· 아, 눈부셔. 맞겠지. 우마리, 괜찮나?"
"네."
바닥은 다이아몬드로 사방이 온갖 버섯으로 둘러싸여 있고, 높은 층고에 천장은 거울이다. 우마리가 커다란 우산버섯 하나를 우산처럼 쓰고 빠르게 걷다가.
‘끝내, 단풍나무를 쓰러뜨렸군.’
거대한 크기의 죽은 나무에 큰 평평귀버섯 책상 위에 누운 사내가 보인다.
부스럭!
우마리가 천장 거울에 비친 남자를 엿본다.
‘한쪽 눈을 뜨고 감시하고 있어. 이쯤이면 중간 지점까지는 온 것 같은데···’
우산버섯을 쓰고 잠시 움직이지 않는 그녀가.
“윌! 언제까지 자는 척하면서 나를 여기에 세워 둘 거야.”
그가 일어나 우산버섯 쪽으로 다가온다.
“명령한 대로 하라고 했는데, 이딴 식으로 장난치면 버섯돌이 너 디버깅이다.”
사내가 다가와 버섯을 만지려 하자 우마리가 우산버섯을 던져버린다.
“윌, 반가워.”
“우··· 우마리?”
“왜, 이렇게 놀라지.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땀이 나는지 윌이 양손을 허벅지에 닦으며.
“반가운 정도가 아니지. 얼마나 그리웠다고.”
그가 손을 내민다.
“윌, 여전히 사람을 믿지 못하는구나.”
손을 잡은 그가 그녀를 끌어당겨 향기를 맡듯 그녀의 입술에 입 맞춘다.
“진짜, 내 첫사랑 우마리잖아. 이게 얼마만이야.”
“그래 나야, 너의 주인.”
“아! 주인. 남은 모든 생은 리타 가문을 위해 산다고 약속했었지.”
장난스럽게 윌이 콧방귀를 뀌자 우마리가.
“아버지는 너와 한 약속과 계약을 알고 너를 불러서 보는 앞에서 계약서를 찢어 버렸지. 그리고 넌 시키지도 않은 충성맹세를 리타 가문을 위해서라며 했고.”
윌이 빠르게 움직인다.
죽은 단풍나무를 만지작거리자, 엄청난 규모의 슈퍼컴으로 바뀐다.
“회장님은 정말 백지처럼 순수하셔 그 계약서가 어떤 계약서인 줄도 모르고 그치!”
윌이 작은 버튼을 누른다.
“아버지는 사업 수단에 사람을 절대 이용하지 않고 한없이 너그러운 분이지.”
“순수함이 지나쳐, 그래서 정신이 번쩍 나게 뒤통수를 쳤지.”
“그러게, 조 여사에게 준 자금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붉은 드레스 사이로 팬티라인만 가려진 트임 선에 허벅지까지 훤히 드러난 다리. 요염하게 걸으며 다가와 윌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헉!
움찔하는 윌.
“횃불을 입에 문 개처럼 절대 입을 열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어기다니. 인간은 믿을 게 못 돼.”
“인간의 감정은 수시로 변해. 그래서 게임 세계는 계속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그래서?"
"왕회장님은 멍청함이 지나쳐, 그러니까 일개 조 여사한테 뒤통수나 맞지.”
“뭐, 나야, 돈 몇 푼으로 얼얼하지만 리타 가문은 망조가 들었잖아.”
하하하
“리타 가문을 내 발아래에 두고 우마리가 나를 주인으로 섬기는 날이 몇 시간도 남지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여길 들어왔지?”
“날 기다렸다면서 네가 수고스럽지 않게 찾아왔더니 추궁이나 하고.”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선과 허리선을 그려가며.
“미쳐버릴 정도로 좋지. 넌 아무리 봐도 정말 신이 사랑으로 만든 최고의 작품이야.”
윌의 눈과 손이 따로 논다.
시선은 우마리를 보고 있고 자판을 치는 손놀림은 피아노를 연주하듯.
“프레스티시모! 산만해 졌는네. 내 아버지를 그리고 리타 가문을 욕보였다 이거지.”
“아다지시모! 난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고 쉽지 않았어."
그녀가 가슴을 내밀고 흔들며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랬구나! 이제 더는 리타 가문은 너를 배려하지 않기로 했어.”
우마리 가슴을 훔쳐보던 윌 무표정하고 컴퓨터 투명 자판을 치던 손이 미끄러진다.
지황이 윌을 붙잡고 범수가 거울을 크리스에게 비춘다.
“이 자가 버튼을 누르고 비밀 인증서를 눌렀어. 이걸 보고 빨리 크리스···”
“안단테! 감사하게도 모든 것을 열어준 윌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제부터 윌에 농간에 넘어간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 주겠습니다.”
크리스가 명단을 찾았고 우마리의 신호를 기다리자 그녀가 자판을 만진다.
“이제야, 지분 70%를 넘겼어요. 정확히 24분 주세요. 그다음은 종료.”
베제로가 우마리에게 묻는다.
“왜, 24분이지?”
“프로젝트 관련한 핵심 인사는 총 서른 명 물론 생각할 시간 1분씩은 줘야겠지만.”
크리스가.
“어디 보자. 우마리와 이스타 그리고 사모님과··· 왕회장님. 방금 내가 윌을 대신 사인했고 도미니크?
- 작가의말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무겁다고 여기는 게 당연해.
처음이니까, 영혼이 아니야 기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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