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회차) 흰 소가 끄는 수레
이스타와 무진 자스링과 노암이 시공을 비틀었다.
“우마리를 데리고 루피 카페로 갈 테니 여긴 이스타가 처리해주게.”
“걱정 말고 어서 가라고.”
무진과 노암이 사라지고 자스링이 호리병을 찾아 이스타에게 전한다.
“빨리, 비루스를 담고 루피 섬 자갈과 모래로 어서!”
휘리릭
이스타가 호리병을 휘저으며 내리쳤다.
크으~윽
호리병 안으로 비루스가 들어간다.
자갈로 바닥을 막고 주둥이에 모래를 붙는다.
“잡았다! 이제 됐다고.”
거실이 환하게 밝아진다.
장미 브로치가 반짝거리며 조 여사가 눈을 비비며 조 여사가 달려든다.
“이스타님, 우마리 아가씨가 위험합니다. 반드시 지켜 주셔야 합니다.”
그가 조 여사를 밀며 쏘아붙인다.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하는군. 그게 당신이 할 소리인가. 우마리를 해코지하려 해 놓고.”
조 여사는 억울한 듯 매달린다.
“아닙니다. 어떻게 제가 아가씨를 그건 아닙니다.”
자슬링이 말리며.
“이스타, 비루스에게 조정을 당한 것을 알면서 그만하게.”
조 여사가 자슬링에게 속상함을 토로한다.
“아주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괴롭혔어요. 뜻대로 되지 않은면 화를 내는데 얼마나 무섭던지요. ”
자슬링이 조 여사에게.
“본 대로 이야기를 들려주시오.”
“처음엔 아주 작은 꼬마였고 늙은 여자가 보살폈지요. 하루가 다르게 컸고 노파가 시키는 데로 잘 따랐죠. 지금은 눈부신 미모를 가진 아가씨가 되었는데 성격이 불같아요."
이스타가 대뜸.
"그 빌어먹을 노파는 지금 어디지 있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예쁜 여자가 노파를 쥐 잡듯이 다그치며 재촉하기 시작했거든요.”
이스타가.
“자슬링, 그럼 어둠의 영체가 된 건가?”
“그건 아직 모르겠지만 독립체가 된 것은 확실하군.”
자슬링이 주변을 자꾸만 돌아보며.
“도미니크, 당신의 아들 도미니크는 어디 있소.”
그 말에 그녀가 허겁지겁 일어나 달의 정원 구석으로 달려간다
“여기. 나의 도미니크 왕회장님께서 여기 계십니다.”
검은 고양이가 축 늘어져 있다.
"신부님, 제발, 내 아들을 살려주세요."
자슬링이 서둘러 고양이를 품에 앉는다.
허어억 으윽
왕회장 승우의 모습이 나타나자 이스타가.
“회장님, 정신 차리세요.”
승우가 눈을 뜨며 가느다란 소리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막강하군.”
조 여사가 승우 꼬옥 안아준다.
“나의 도미니크, 모두의 희망!”
승우가 조 여사를 떼어낸다.
“이스타, 오해하지 말게. 나를 돕기 위해 악역을 대신한 것뿐이야.”
“알고 있습니다.”
“우마리는 어디에 있나. 내 딸이 없다면 리타 가문도 없네.”
“안전한 곳으로 잠시 보냈습니다. 염려 놓으십시오.”
“고맙네. 그 요물은 어디 있나?”
이스타가 당황하며 달의 정원을 본다.
“안전하게 호리병에 가뒀습니다.”
승우가 안심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윌 카슨을 통해 가상세계를 확장하면서 안정된 지점이면서 에너지가 모이고 만들어지는 자궁 샥티를 찾았지.”
이스타가 고개를 돌리고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흐느낀다.
“이토록 운명이 짓궂을 수 있다니 화가 납니다.”
"자네가 뭔가 잘못 알고 있군. 지구 안에 또 다른 우주라는 뜻이야. 지구 밖으로 향했던 희망이 지구 안에 있단 말일세. 믿어지나."
"모두에게 희망이라면 어쩔 수 없군요."
승우가 일어나 앉으며 묻는다.
“왜, 그러는 건가. 뭐가 문제인지 말해 보게.”
“샥티··· 샥티는.”
“자네 답지 않게. 아무래도 내가 샥티에 가봐야겠어. 나를 그곳으로.”
“왜 하필 샥티 입니까.”
승우가 고집을 피운다.
"명령이야. 당장 나를 샥티 존으로 안내하라고."
이스타가 무릎을 꿇는다.
“샥티는 저와 우마리의 딸입니다.”
두 눈을 끔뻑이는 승우와 바닥에 주저앉는 조 여사.
***
타스는 흐느적거린다.
걸레 조각 같은 옷에 맨발로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내 탓인 것을 내가 사라져야······"
먹구름이 황궁 위를 뒤덮는다.
“공주님, 이상하게 수레가 빨라요. 저기 뒤를 보세요.”
시커먼 먹구름만 보이고 황궁은 보이지 않는다.
“유모 말처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황궁 앞이었는데.”
"얼마 가지 못해 붙잡히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이젠 안심입니다."
"흰 소가 고아로 나를 이끌었듯 이번엔 어디로 이끌지 모르겠지만 가보자 유모."
흰 소가 끄는 수레에 몸을 싣고 길을 떠나는 둘은 수레에서 잠이 든다.
“이게 무슨 일이지. 공주님, 일어나세요.”
“얼마나 잔 거야. 일어날 수가 없어. 왜 이렇게 몸이 무겁지.”
만삭이 된 배를 본 유모가 우마리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공주님께서 임신을 그것도 만삭이······"
배를 어루만지는 우마리가 놀라지 않고 의연하다.
“타스는 떠났지만 아기가 나를 찾아왔어.”
유모가 우마리를 부축해 앉히자. 수레가 멈춘다.
“어머머, 흰 소가 마법을 부리나 봐요. 수레 좀 보세요.”
수레는 스타티스 꽃으로 가득하다.
그 위에 앉은 우마리가 행복해하는 것도 잠시.
아, 아으으
"배가 아파."
그녀의 다리 사이로 양수가 터져 흐른다.
“아아! 큰일이네. 양수가 터졌으니 아기가 나올 거라는 신호예요."
우마리가 주변을 둘러보며.
"민가도 보이지 않고 사방이 온통 목화밭인데 그것도 한가운데에?"
"정말 이상해요. 어떻게 흰소가 수레를 끌고 들어왔을까요."
"수레 자국도 어떤 길도 없어. 그냥 이곳에 우리가 있는 거라고, 아! 아아."
"진통입니다."
우마리가 힘을 내며 목화밭 옆 제비꽃 군락지를 가리킨다.
“수레에서는 위험하니 유모, 우선 여기에 내려야겠어.”
유모가 공주를 수레에서 내려 제비꽃 우에 앉힌다. 우마리가 힘없이 바닥에 눕자마자 아기를 낳는다.
응애응애
“공주님, 아기씨가 건강합니다. 공주님을 닮아서 너무 예쁘십니다."
“어디! 나의 카울 샥티.”
“보세요. 막 태어난 아기 공주님이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지요.”
“여기 내 위 옷에 솜을 넣어서 아기를 따뜻하게 해줘.”
유모가 목화 꽃을 치마에 가득 따서 이불을 만든다.
"어설프지만 되었습니다."
"잘했어. 유모 고마워."
쑥스러워하는 유모가 땀을 닦다가.
“에구머니! 공주님, 피가 너무 많이.”
우마리 피가 보라색 제비꽃을 붉게 물들이고 주변 목화꽃에 스민다.
"이를 어째, 공주님 피가 멈추지 않습니다."
울음이 터진 유모.
수레에 실린 보자기에서 옷을 꺼내 우마리를 덮고 흰 소에게.
"당신께서 마법을 부렸잖아요. 우리 공주님을 살려주세요. 제발!"
두 손을 싹싹 빌며 흰 소에게 엎드린 유모에게
“유모, 잠이 쏟아지네. 샥티에게 젖을 물려야 하는데.”
“카울 샥티······”
눈물을 닦으며 유모가 달려와.
“공주님! 정신 차리세요."
우마리의 몸을 주무른다.
"절대 보낼 수 없습니다. 샥티 공주님과 저는 어찌하라고 이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으흐흑 엉엉···”
삼라트 황제와 모리아 황후는 우마리를 찾기 위해 군사를 총동원해 인도 전역을 뒤진다. 우마리가 없는 황궁은 빛을 잃었고 가뭄과 홍수 그리고 전염병이 창궐한다.
“소문 들었어. 벵갈루루에는 가뭄도 홍수도 없고 전염병도 없다지.”
“그곳에 소녀가 사는데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하더군.”
벵갈루루 장미꽃이 만발한 작은 집을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다.
“할머니, 좁은 집안이 너무 숨 막혀요.”
“샥티, 너의 미모를 가릴 수도 없고, 네가 밖으로 나가 사람들의 손을 타는 순간 꽃이 시들 듯 죽는단다.”
황궁에서도 그 소식을 신기하게 여긴 황후 모리야가 우두머리 기사를 내보낸다.
“어서 가서 그 소녀를 데려오라.”
우두머리 기사는 단박에 유모를 알아보았고 샥티와 유모를 마차에 태워 황궁으로 향한다.
“샥티 공주님, 저는 휠 휠 날고 싶습니다. 우마리 공주님처럼 황궁으로 돌아가지 않으렵니다.”
“엄마도 황궁이 싫어서 도망쳤다고 했지.”
“네, 저는 우마리 공주님 외에는 아무도 따르고 싶지 않습니다. 용서하세요.”
유모는 칼을 꺼내 스스로 자결한다.
"이제 저는 우마리 공주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붉은 피가 흐르고 샥티가 피를 만진다.
“내가 키운 붉은 장미꽃보다 고운 빛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내 엄마 우마리라고 했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다음 난 엄마와 다른 세계를 가질 거야. 강하고 안전한 그곳이 샥티 존이야.”
샥티가 유모의 심장에 박힌 칼을 뽑아 자신의 심장에 꽂는다.
쿠우~욱!
“이, 이것 좀 봐. 붉은 장미 꽃잎이 떨어지고 있어. 정말 곱다.”
마차가 달리며 붉은 꽃잎이 벵갈루루에 뿌려진다.
"이곳에 꽃이 가득하길··· 바래."
***
조 여사가 훌쩍거리며
“부모의 사랑도 받지 샥티 공주님이 너무 불쌍해요.”
승우가 몸을 떨며 다시 고양이로 변한다.
야옹!
조 여사가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를 잡으려 했지만 사라진다.
“왕 회장님이 다시 고양이로 변하셨어요.”
이스타가 검은 반점으로 얼룩진 자슬링을 보고.
“조 여사는 별관으로 돌아가세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제가 도와드릴 일이.”
"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그녀의 얼굴이 어둡다.
자슬링이 입에 거품을 물고 손을 내민다.
“이 흔적은···”
발작이 점점 심해지고.
“조금만 참게 자슬링 당장 루피 카페로 가겠네.”
말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몸이 검은 재로 흩어진다.
“이럴 수가 내가 지금 무엇을 본 거지.”
이스타가 뭔가 생각난 듯 서둘러 호리병을 찾는다.
“어디 갔지. 분명 여기에 둔 것 같은데.”
- 작가의말
마차가 달리며 붉은 꽃잎이 벵갈루루에 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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