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138)
심지어 섬서에서는 이동 중이던 관병들이 도적의 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조정에서 조사관들이 파견되었는데, 처음 온 조사관들은 장수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모든 것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보고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몇 번 지속하게 되자, 보수파의 거두인 위지성이 직접 조사하게 되었고, 일의 경위를 알게 되었다.
가벼운 조치로는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위지성은 당장 죄질이 심하면서 별 전공이 없는 장수를 본보기로 참수했고, 군사들에게 제대로 대접해 줄 것을 약속했으며, 우선 병사들에게 각각 은 열 냥이 주어졌다.
조정의 실세가 직접 조사를 나와 그렇게 약속하고 직접 돈을 하사하게 되자, 병사들의 생각이 달라졌고, 그다음부터는 병사들이 아주 열심히 토벌에 참여했다.
이렇게 정예병들이 토벌에 열심히 참여하게 되자, 산적들은 점차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강호인들이 참여한 도적 떼라고 하지만, 무장이 잘 되어 있고, 제대로 훈련을 받은 정예병들에게는 무리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각 지역에서 타격을 받은 도적 떼들이 점차 섬서 지역에 모이기 시작했고, 살아남기 위하여 자생적으로 커다란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섬서의 도적 떼들은 엄청난 규모의 단체가 되었고, 사실상 군대와 마지막 격전을 앞두게 되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사람이 여러 지역에서 모여들었으므로 위계질서가 서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도 그런 것에 대해 걱정했지만,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으므로 어떻게 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들을 토벌하기 위하여 각 지역에서 모인 토벌군의 숫자만 30만에 육박했다.
기병이 10만, 보병이 15만, 궁수와 포병이 5만이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눈은 전부 섬서에 집중하게 되었다.
*****
당경혜의 집무실로 당철우가 찾아왔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당철우가 이야기했다.
“ 막상 보내고 나니 초조해지는구나. 아무래도 사지(死地)로 보낸 것 같아 마음이 영 편하지가 않다. ”
차분하게 당경혜가 말했다.
“ 우리가 그렇게 설득을 했음에도 어쩔 수 없었잖아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 마음을 굳게 하세요. 제가 이미 말씀을 드렸지만, 이번 싸움은 달걀로 바위 치우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 중에서 몇 명이라도 살아 우리가 마련한 안전지대로 도망가기를 기원하는 것뿐이에요. ”
답답하다는 듯, 당철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휴~, 사람들이 어찌 그래 고집이 센 것인지. ”
“ 워낙 당했으니 그들의 분노도 이해가 되는군요. ”
당철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 문제는 우리 세가 사람들도 갔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그나마 우리라도 버텨야 강호인의 뿌리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데, 걱정되는구나. 휴~. ”
걱정하던 당철우를 당경혜가 안심을 시켰다.
“ 걱정하지 마세요. 그들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에요. 한 번도 외부에 나가지 않은 사람들만 보낸 것이니 자신들이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렇다고 그들이 자신을 밝히지도 않을 것이고요. 그들이 가지고 간 암기도 표시도 하지 않았고, 이미 전 중원에서 사용되는 암기이니 당문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봐요. 그것보다는 그들이 무사하게 돌아왔으면 좋겠군요. ”
그녀의 말에 다소 안심이 되었는지 당철우는 다른 것을 물었다.
“ 그래, 내가 부탁한 것은 잘 처리했느냐? ”
염려하지 말라는 투로 그녀가 답했다.
“ 그럼요. 남들에게 들키지 않는 장소로 골라 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두었어요. 문제가 발생하면 탈출을 하여 그곳으로 집결한 다음, 바로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두었어요. 토벌군의 이목에서 벗어나 탈출하여 그곳으로만 갈 수 있다면 충분히 안전하리라고 생각해요. ”
그녀의 말을 듣고 당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수고했다. 네가 있어서 항상 큰 도움이 되는구나. 그리고 항상 네게 미안한 감정이 있구나. ”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있는 당철우의 말에 당경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 괜찮아요. 제가 선택한 길인걸요. 마음 쓰지 마세요. ”
뭔가 다른 걱정이 생각난 듯, 다시 당철우는 한숨을 쉬었다.
“ 휴~, 그나저나 이번 토벌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강호가 완전히 말살될 것 같아 걱정되는구나. ”
“ 이번 토벌이 관군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면, 아마 백 년 이상을 조정이 좌지우지하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강호라는 것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음지에서 그 시간 동안 노력을 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강호는 정말 사라진다고 봐야죠. ”
당철우가 그녀의 말에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 말이 쉬워서 그렇지. 그 기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
“ 마존방을 보세요. 마도인들도 절치부심하면서 백 년 이상을 기다려왔는데, 그 기간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봐요. 그 정도의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그런 사람들이 다시 강호를 만들게 되면 그 강호 역시 오래가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되네요. ”
다소 신랄한 당경혜의 말에 당철우는 놀란 표정을 했다.
“ 네가 그렇게 신랄하게 말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구나. 그래, 네 말이 맞다. 그 정도의 인내심이 있어야겠지. 성질 급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마도인들도 참은 기간인데, 정도 문파의 사람들이 기다릴 수 없다면 말이 안 되겠지. 사람들이 돌아오면 그에 대해서 충분히 말을 해야겠구나. 그 정도의 기간을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우리가 보호해 줄 필요가 없겠지. 주로 보면, 그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리게 하지. 좋은 이야기를 해 주었구나. ”
“ 또 하나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
“ ? ”
“ 우리 세가 사람들이 무공수련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외부에서는 절대 모르게 아주 은밀하게 만들어 수련에 힘쓰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기회란 것은 항상 준비를 한 사람에게 오는 것이니까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올 때도 그 기회를 살리지를 못하죠. 그러므로 항상 올 기회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봐요. 무가가 무공을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니 수련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오라버니가 사람들을 독려하세요. 저도 요즘 계속 수련하고 있어요. ”
그녀의 말에 당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그래 맞는 말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마. ”
두 사람은 이후에도 당문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용은 사천에서 석지란으로부터 도적들과 군대가 섬서에서 충돌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금광을 개발하여 제갈혜지가 하는 일과 변경지역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가끔 여러 다른 일을 했고,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모았지만,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은 없었다.
실험 삼아 인적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화차와 화탄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
혹시나 하여, 상당량의 화차와 화탄을 만들어, 외부 사람들 모르게 보관해 두고 있었다.
가끔 소량을 풀어서, 그 성능을 실험해 보기도 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워낙 극소량이라, 조정의 관심을 끌지는 않았다.
사천은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지역보다 안정적이다 보니, 용과 여인들이 일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다.
금광개발에는 사천 전장을 앞세워 일하다 보니, 별 어려움 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금광개발에 혹하여 나름대로 다양한 힘이 있다고 자신하던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덤벼들었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나자, 금광에 귀신이 붙어 함부로 덤벼들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고, 그다음부터는 아무도 덤벼들지 않았다.
그런 일에 대해서는 용 혼자만이 자세한 것을 알았지만, 아무에게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여인들이 궁금하여 그에게 물으면, 그냥 미소만 지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여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였지만, 답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투덜거리면서 여인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석지란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용은 바로 섬서로 이동했다.
두 세력이 충돌할 것으로 이야기되는 지역 가까이에 있던 마을로 들어가 보니, 이미 관병들이 그 마을에 들어와 있었으며 또한 여러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와 있었고, 그만큼 많은 소문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관병들은 수상한 자가 있으면 검문했고, 그 때문에 가끔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투가 길어질 것으로 생각했으므로 구경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용은 주루에 들어가 간단한 음식을 먹으면서 건량과 같은 것들을 구해 달라고 점소이에게 요청했다.
용이 들어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들어온 두 사람이 용의 자리 옆에 앉아서 요기할만한 것을 시킨 다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관병은 아니었지만, 관과 연관이 있는 자들인 것 같았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 중에서 청의 중년인이 말했다.
“ 자네 구 노인 이야기 들었나? ”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있던 용은 옆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다.
“ 구 노인이라니? ”
“ 아, 이 사람아. 자네도 절강에서 일했다며, 근데 구 노인을 몰라? ”
“ 절강이 애 손바닥인가? 구 노인이라면 내가 어떻게 알아. 구 노인이 한 둘인가? ”
“ 아, 왜 절강 화탄 제작소에 있는 구 노인 말일세. ”
“ 아, 진작 그렇게 말하지 않고? 조금 알지. 그 노인 화탄 제조에서는 최고라고 항상 자랑하던 사람 아닌가? 사람이 인색하고 욕심이 많은 것이 문제지. 화탄 제조에서는 중원에서 손꼽히는 사람이잖아. 그러고 보면, 세상 참 불공평해. 어떻게 그런 욕심 많은 자에게 그런 기술이 있을까? ”
화탄이라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긴 용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용은 여전히 화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 아, 자네는 그 사람이 어떻게 그 기술을 얻었는지 모르구먼. 아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 ”
청의를 입은 40대 중반의 염소수염을 한 자가 거들먹거리면 이야기했고, 비슷한 연배인 녹의를 입은 사람이 궁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재촉했다.
“ 아, 알았네. 내가 음식과 술값을 계산할 테니, 어서 이야기해 보게. ”
“ 내가 그 구 노인 제자인 양가 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구 노인이 화탄 종류를 만드는 것에는 타고났다고 하더군. 근데, 성격이 별로 안 좋아 사고를 치고 자신의 사부에게서 쫓겨날 형편이 되자, 글쎄 자신의 사부와 두 명의 사형과 사제를 죽이고는 비법을 챙겨 나와서는 그것을 연구하여 자신만의 화탄 제조법을 만든 것이라고 하네. ”
자기 일도 아닌데, 녹의의 사람은 분개했다.
“ 아니, 천하에 그런 배은망덕한 놈이 있나.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런 놈들이 있으니 천하가 이 모양 이 꼴이지. 에휴~. ”
그 사람의 흥분에 미소를 지으며 청의를 입은 사람이 말했다.
“ 자, 자. 그렇게 흥분하지 말게. 흥분할 필요가 없네. 역시 하늘은 무심하지 않지. ”
녹의 중년인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 그게 무슨 말인가? 구 노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
청의 중년인 야릇하게 웃었다.
“ 자네도 파천뢰가 뭔지는 알지? ”
“ 그럼, 나도 그것은 알지. 별 소용없는 것 아닌가? 구 노인이 그것을 만들어 놓고 얼마나 자랑했는데, 근데, 나중에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통쾌해했는데. 하하하. ”
“ 크크, 그건 나도 알지. 근데 말일세. 그자가 그것을 누군가에게 팔았나 보더라고. 그리고는 엄청난 돈을 받았는데, 그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집에 강도가 들어 식구가 모두 횡액을 당했다네. ”
“ 그럴 수가? ”
“ 집에 있던 돈 될 만한 것들이 전부 사라져서 사람들은 강도를 당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 ”
“ 무슨 이야기? ”
그러자, 청의 중년인이 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 다른 사람들에게는 입을 조심하게. 잘못하면 큰일 난다네. ”
그러자, 녹의 중년인도 은밀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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