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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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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4,608

작성
22.06.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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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운명인가?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완도에 볼일이 있어서 나간 영후가 왜구들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에 급히 고금도로 넘어왔다.


바로 처가로 달려가 왜구들이 쳐들어온 것을 알리고는 배를 타고 건너편 거북마을로 건너갔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앞을 잘 분간할 수가 없어서 뱃사공이 배를 띄우는 것을 꺼렸지만, 겨우 달랬다.


배가 중간쯤 갔을 때, 건너편 거북마을에 횃불이 안개 속에서 어지러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영후의 가슴이 두근거렸으며, 불길한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영후네 집 부근에서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왜구들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왜, 왜구들이 벌써 여기까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마음이 급해져 뱃사공을 채근하여 빨리 노를 젓게 했다.


마음이 다급해져서일까, 누군가 바닷속에서 배를 잡고 있는지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더디 가는 배를 탓하듯 발을 동동 굴렀다.


겨우 배가 뭍에 닿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다.


“이보게 사공, 김 진사 댁에 가서 거북마을에 왜구들이 쳐들어왔다고 알려주게.”


“어···? 네, 나리. 조, 조심허소잉.”


다급하게 말을 뒤로 던지고 달렸다.


뱃사공은 너무 무서워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몸이 얼어붙은 듯 멍하니 영후가 달려간 곳을 바라보았다.


안개 속 먼발치에서 영후와 왜놈들이 싸우는 것을 보며 온몸을 떨었다.


얼마 후 천둥소리보다 더 큰 소리에 혼비백산 넘어질 뻔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안개 속을 살폈다.


뱃사공은 왜구들이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지만 꼼짝달싹 못하고 멍하게 서 있다가 천둥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노를 저어 돌아왔다.


어떻게 건너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배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 벽장 속 깊은 곳에서 칼을 찾아 들고 밖으로 나와 왜구들을 뒤쫓아갔다.


마음이 다급해 급히 달려가다 보니 다리가 욱신거렸다.


이를 악물고 달려갔다.


앞에 자루를 하나 가득 들고 가는 왜놈 하나를 향해 칼을 들었다.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바로 꼬꾸라졌다.


왜놈이 들고 있던 자루가 떨어지며 장독 깨지는 소리가 안개 속으로 퍼져나갔다.


뒤돌아본 왜구들이 다급히 영후 식구들과 도공 한 명을 재촉하여 끌고 갔다.


‘서른 보!’


“아버지, 아버지!”


“여보, 무솔이 아버지!”


아이들과 아내의 비명에 더 바삐 뜀박질했다.


배가 있는 곳에서 왜놈 여러 명이 내렸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급히 배로 도망치던 왜구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달렸다.


움찔 놀란 왜놈 하나가 옆으로 피했다.


옆으로 피한 왜놈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내 달렸다.


배에서 내린 왜구들이 발버둥 치는 아이들과 아내를 강제로 배에 태우는 모습이 보였다.


뒤로 쳐진 왜놈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고함을 치자 배에서 여러 명의 사내들이 내려와 영후에게로 달려왔다.


영후의 칼이 춤을 추듯 왜구들을 베어나갔다.


순식간에 세 명의 왜놈이 나가 떨어 졌다.


“아버지, 아버지!”


“해솔아. 예솔아!”


다리가 경직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부르며 달려갔다.


더 많은 왜구가 배에서 내려와 영후 앞에 길을 막아섰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윽.”


아이들을 신경 쓰다 보니 뒤에서 순식간에 찔러 온 칼을 보지 못했다.


옆구리가 뜨끈했다.


영후는 뒤로 돌아 그 왜놈의 목을 베었다.


다시 아이들을 향해 앞으로 걸음을 옮겼으나 왜구들은 뒤로 조금 물러서며 대항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아이들과 아내의 울음소리가 애절했다.


댓일 곱 명이 영후를 둘러싸고 거리를 좁혀 왔다.


칼을 오른쪽 어깨 위로 들고 서서히 왼쪽으로 돌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 역부족이었다.


등에서 꿈틀, 화상 자리가 욱신거렸다.


칼에 찔린 옆구리에서 스멀스멀 뱀이 기어 다녔다.


눈을 부릅뜨고 칼을 휘둘렀지만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아 놈들을 벨 수가 없었다.


주춤한 영후는 다시 다리를 바로 하며, 둘러싼 왜구들과 대치했다.


오른쪽으로 도는 척하다 갑자기 왼쪽을 향해 칼을 휘둘러자 순간적으로 당황한 왜놈을 베었다.


그 옆 또 한 놈을 찔렀다.


칼과 칼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순간, 불편했던 다리에 쥐가 났다.


“윽!”


칼로 자기의 허벅지를 찔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눈앞에 아이들이 아른거릴 뿐이었다.


입술을 질끈 씹으며, 달려드는 왜구들을 베고 다시 칼을 휘두르며 아이들을 향해 달렸다.


다리가 돌을 매달아 놓은 듯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뱃머리에 서 있는 왜놈을 행해 뛰어올랐다.


“탕.”


공중에서 털썩 땅으로 떨어졌다.


오른쪽 어깨가 불에 덴 것같이 아팠다.


“아악, 아버지, 아버지!”


“무솔이 아버지!”


정신이 없다.


멀리서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천둥소리에 쓰러진 자신이 의아한 듯 겨우 고개를 들어 어깨를 봤다.


피가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멍하니 들려 오는 아이들의 비명을 붙잡으며 다시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뭐야 저놈은? ······이런 곳에 무사가 있다니.”


다카키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영후를 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자자, 빨리 서둘러라! 관군이나 신사부로가 오기 전에 빠져나가자.”


다카키가 부하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그제야 배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내, 즉 뱃머리에 서서 뱃길을 찾던 사내가 기어 나왔다.


영후가 바동거리며 일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힘겹게 일어나 칼에 의지하며, 뱃머리에 서 있는 왜놈을 바라보았다.


긴 막대기를 들고 서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흔들리는 횃불에 오른쪽 뺨의 큰 칼자국이 붉게 움직이며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아이들 모습이 흐려졌다.


눈물에 흐려졌는지 안개에 흐려졌는지, 영후는 눈을 크게 뜨려고 온 힘을 다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왜구들의 손아귀에서 발버둥 치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귓가에서 환청처럼 들렸다.


칼로 힘겹게 지탱하며 일어서던 몸이 땅바닥으로 털썩 떨어졌다.


아이들의 비명인지 청동거울이 우는 소리인지 영후의 귓가에 웅 하는 소리가 아득하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와 천둥번개가 쳤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그래, 그때다. 남쪽 하늘에 천둥번개가 치고 먹구름이 땅 아래까지 덥혔을 때, 가슴이 먹먹하고 아려 왔던 그때···. 난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인가.’


태평하게 바위에 앉아 아버지가 외롭게 죽어 가고 있는지도, 어머니와 동생이 잡혀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죄책감에 무솔은 고개를 떨구고 하염없이 흐느껴 울었다.


배달처사와 종하, 그리고 연서는 무솔보다 하루 늦게 고금도에 도착했다.


무솔은 날이 밝으면 느티나무 아래 아버지 묘에 가 종일 울다가 돌아왔다.


오늘도 아버지에게로 달려갔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울다 지쳐 잠이 들었는지 꿈을 꾸었다.


어머니와 동생들이 자신을 간절히 부르는 소리에 흠칫 놀라며 잠을 깼다.


“스승님, 지금은 제가 어려 왜구들을 찾아 아버지 원수를 갚고 어머니와 동생들을 구할 힘이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스승님으로부터 무예를 배워 꼭 찾으러 가겠습니다. 스승님! 그러니 내일 바로 두륜산으로 함께 떠나겠습니다.”


아버지를 보내드린 다음 날 스승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북받치는 설움을 참으려는 듯 눈에 힘을 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버지! 저 무솔이 아버지 곁에 머물지 못하고 산으로 갑니다. 불효를 용서하십시오. 하루라도 빨리 무예를 익혀 어머니와 동생을 찾아 오기 위해 지금 떠납니다. 부디 어머니와 동생들을 지켜 주십시오.”


아버지를 향해 큰절을 올리고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앞만 보고 걸어갔다.


두 볼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청동거울이 품어져 있었으며, 아버지 영후가 왜구들과 싸운 칼이 그의 왼손에 들려 있었다.


무솔의 등 뒤로 가지에 새순을 틔우기 시작한 느티나무가 바람에 흔들렸다.


고금도에서 지리산으로 가지 않고 바로 두륜산 옛 거처로 갔다.


얼마 후에 두 명의 제자가 더 늘어 다섯 명이 배달처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무솔은 무예수련 중 특히 검술에 집중하였다.


종하와 연서에게 부탁해서 수련 시간을 저녁 늦게까지 하곤 했다.


무솔의 마음을 잘 아는 두 사람은 군말 없이 수련을 도와주었다.


때로는 상대가 되어 주기도 하며, 무솔을 격려했다.



“꾸, 꿈이었어.”


잠을 자다 벌떡 일어난 무솔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아버지! 어? ······누구지?”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던 사람이 아버지라고 여기며 너무나 기뻐서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아버지를 외치며 달렸는데 자신이 잘못 본 것인지 머리가 이상한 사람으로 변하면서 갑자기 멀리 사라졌다.


헛소리하며 잠에서 깼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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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8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1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9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3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70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3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9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4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6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9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6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4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7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3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60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6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4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8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60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61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4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8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7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8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3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7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1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3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6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7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5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60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60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5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7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7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5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5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6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9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6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3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3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4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6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4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4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3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9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9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 운명인가? 22.06.28 66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6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8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4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8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6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5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8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6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9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1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7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6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60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61 0 9쪽
83 조선 백성을 지켜라 +2 22.06.19 6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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