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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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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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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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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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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한산섬 남쪽 적의 망루를 확인한 타이요우가 조심스럽게 해안으로 올라가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세 개의 조로 나눈 올빼미들이 각자의 능력으로 목표 지점까지 가야 했다.


하루의 시간이 주어졌기에 급한 것은 없지만 조선 수군의 경계병들이 도사리고 있기에 작은 섬에서 목표 지점으로 가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해가 뜨려는지 하늘이 어슴푸레해졌다.


은폐물에서 나온 타이요우가 멀찍이 숨어 있던 무솔에게 눈짓하고는 홀로 조선 수군의 진영으로 숨어들었다.


멀어져 가는 타이요우를 보았다.


‘날이 밝아 오는데, 적지로······, 간자를 만나러 가는 것일까?’


무솔은 눈으로 익힌 지도를 떠올리며 감옥이 있다는 건물 뒤편으로 그림자를 숨겼다.


감옥 앞에 경계병 두 명이 좌우로 서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백여 보 아래에도 망루가 보였지만 경비병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밝아 오자 조선 수군들이 영내를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조도 무사히 숨어들었는지 조선 수군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감옥 뒤 숲으로 물러나 땅을 조심스럽게 파서는 은폐하여서 한 낮을 보냈다.


긴 하루가 지나고 어둠이 몰려왔다.


지난밤 조선 영내로 간 타이요우가 언제 돌아왔는지 상수리나무 위에서 내려왔다.


올빼미 소리가 작게 들리자 땅속에서 나온 무솔을 타이요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넌 여기서 꼼짝하지 말고 기다려. 혹 우리가 실패하면······.”


말을 하다 말고는 복면 뒤 무솔의 눈을 노려보았다.


“······.”


“아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여기 있도록.”


“네? 저도······.”


무솔이 말을 하려다 복면 뒤에서 쏘아 보는 타이요우의 눈빛을 보고는 입을 닫았다.


타이요우가 게닌 한 명과 함께 숲을 지나 조선 영내로 숨어들었다.


조용히 그들의 그림자를 지켜보던 무솔은 영내 건물들을 떠 올려 보았다.


‘어떻게 하지? 타이요우가 나에게만 장군의 동선을 알려 주지 않았어.’


하늘을 보니 이른 술시가 지나고 있었다.


건물 처마 아래에서 지붕 위로 내려앉은 달그림자를 확인하고는 지붕 위로 올라가 어둠 속을 살피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지붕 위에서 내려가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는데 멀리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누군가 감옥이 있는 건물로 오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이었다.


그 뒤로 무장을 한 병사 대여섯 명이 따라왔다.


움직임을 멈추고 몸을 낮춰 그들을 유심히 살폈다.


어딘지 모르게 한 사람의 형체가 낯이 익었다.


‘누구지?’


두 사람이 경비병 근처에 오자 좌우에 서 있던 경비병들이 인사를 했다.


인사를 받은 두 사람이 경비병이 열어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무솔은 지붕에서 내려와 건물 처마 아래로 숨어들어 갔다.


빛이 흔들리며 빠져나오는 감옥 창문으로 안을 살폈다.



횃불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흐느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어떻게 보냈느냐?”


“······.”


“어제 읽어 준 구절은 익히고 생각해 보았느냐?”


조선말 다음에 왜 말이 흘러나왔다.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통역을 하는 자의 목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인데···.’


의아하게 생각한 무솔이 다시 귀를 기울였다.


왜 말이 너무도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계속 누구의 목소리인지를 생각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다른 것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맹자 말씀에 사람의 도리가 있는데 먹기를 배불리 하고, 옷을 덥게 하여 편안하게 지내고 교육이 없으면 짐승에 가까울 것이라 하였습니다.”


깜짝 놀랐다.


감옥에 갇힌 포로가 대답하는 것 같았다.


때로는 어설픈 조선말로도 답을 했다.


포로를 칭찬한 조선의 장수가 통역하는 사람을 통하여 소학의 구절들을 읽어 주었다.


감옥 안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열 보 앞에 있는 또 다른 창으로 다가갔다.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보자 감옥 안에 있는 포로 한 명이 어슴푸레 보였다.


횃불 그림자에 가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포로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포로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얼굴이 무솔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어? 낯이 익다···. 누구지? ···아직 어려 보이는데.’


무솔은 눈을 감고 생각을 하다 포기하고 눈을 떴다.


‘헉.’


무솔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포로 앞에, 아니 조선 장수 옆에 있는 자가 바로 쥰세이였다.


‘살아있었구나! 그런데······.’


기쁜 마음에 겨우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다시 쥰세이를 보았다.


옆의 장수가 한 말을 일본어로 통역을 해서 앞의 어린 포로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미륵섬에서 자진해서 적의 포로가 되어 와키자카와 자신을 구해 준 쥰세이가 조선의 진영에서 통역의 일을 하고 있었다.


횃불에 역으로 서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입고 있는 옷은 조선 수군의 군복 같아 보였고 목소리는 편안해 보였다.


‘어떻게 된 걸까? 무사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혹, 우리 측 간자가 쥰세이······?’


“그만 가지, 준사!”


“네, 장군.”


‘준사?’


무솔이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는데 말소리가 들렸다.


다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쥰세이가 장수를 따라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안도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지붕 위로 올라와 두 사람이 건물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뒤로 건물 앞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뒤를 따라갔다.


“울 통제사는 하루도 안 빼먹고 와서 글을 읽어 주고 있으니 참 대단하셔.”


“으따, 저런 왜놈이 뭐가 좋다고 글을 읽어 주냐고. 왜놈들은 저런 어린 병사가 허벌나게 만당께.”


“누가 아니래, 근데 저 어린놈은 다른 왜놈들하고 좀 달러. 그래서 통제사가 안타까바서 그런 겨”


“으메, 그래 봐야 거시기고 거시깅께. 당장 목을 쳐 부려야 한당께. 저런 어린 자슥들에게 얼매나 마는 조선 수군이 주건는디.”


“맞제, 하지만 울 통제사는 다르지. 암, 울 대장님이 우리와 같을 수는 없제. 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는가? 적이지만 사람으로 아끼는 저 맴을.”


경비병은 두 손을 모으며 말을 했다.


“믄 소리여! 저 어린것들이 돌아서면 칼을 휘둘러 아군을 죽일 텐데, 통제사를 이해할 수가 없당께.”


“그래서 글을 읽어 주고 있는 거 아닌가베. 준사도 여러모로 아끼며 활용 하시넝거 보이!”


무솔은 경비병들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지금 내가 어렴풋이 본 사람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통제사 이 순신 장군이라니. 이런 바보! 멍청이!’


깊은 탄식을 한 무솔이 멀리 이 순신이 사라진 어둠 속으로 눈을 두었다.


‘큰일 날 뻔했다. 장군이 여기로 온다는 것을 타이요우가 몰랐다니.’


안도의 한숨을 몰아냈다.


이 순신과 조선의 준사를 생각하던 무솔이 정신이 들어 어둠 속에서 이 순신을 노리고 있을 섬사람들을 생각했다.


‘언제 어디서 장군을 향해 칼이 겨누어질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고개를 살며시 뒤로 돌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게닌의 위치를 확인했다.


타이요우가 자신을 감시하려 게닌을 몰래 딸려 보냈다.


진작부터 게닌의 존재를 눈치채고는 모른 척하고 있었다.


나무 위 어슴푸레한 나뭇잎 사이로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게닌이 얼핏 무솔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나무 뒤로 그림자를 숨겼다.


게닌의 움직임을 살피며 지붕 아래로 내려와 처마 밑으로 그림자를 숨기고 활을 꺼내 통아를 걸었다.


게닌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용히 처마의 그림자를 따라 움직였다.


건물 끝에 도달하자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나무 뒤 게닌을 살폈다.


게닌은 무솔이 처마 아래로 사라지자 여기저기로 고개를 돌리며 찾고 있었다.


조용히 활을 들었다.


얼마 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를 따라 아직 떨어지지 못한 나뭇가지의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졌다.


게닌은 선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솔이 신호를 보내도 아무 반응 없이 나무를 붙잡고 그대로 있었다.


건물 뒤로 물러나 게닌이 있는 나무로 올라가 게닌의 숨을 확인하고는 단도를 꺼냈다.


게닌의 복면을 내리자 모르는 얼굴이었다.


애기살에 박혀 나무에 꽂힌 게닌 위에서 멀리 배들이 정박해 있는 곳으로 가는 이 순신과 쥰세이를 내려다보았다.


‘위험하다!’


올빼미 소리에 희미한 달빛 아래 바닷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단도에 게닌의 피를 묻혀 나무에서 내려와 다시 처마 아래로 숨었다.


단도에 묻은 피를 손가락에 묻혀 헝겊에다가 무엇인가를 썼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글이 잘 쓰여지지가 않았다.


건물 아래로 돌아 무솔이 굴강으로 달렸다.


마음이 급했다.


한 건물에서 병사들의 소리가 새어 나오자 달음질을 잠시 멈췄다.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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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7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1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3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70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3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9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4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6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9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6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3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3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60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5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4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9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60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4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8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7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8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3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7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1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2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6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7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5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60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6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6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5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5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5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5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3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3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3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6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4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2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8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6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7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4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8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6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8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6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9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1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7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6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60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61 0 9쪽
83 조선 백성을 지켜라 +2 22.06.19 6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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