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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조회수 :
14,007
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8

작성
22.07.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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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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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소원 하나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무솔은 천수각의 한 방에서 차를 마셨다.


관백에게 차를 따르고 있는 라나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녀는 이제 머나먼 꿈이 되어 버린 것일까?’


연서의 얼굴이 라나와 겹쳤다.


자신을 따르고, 기다리고 있는 연서,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했다.


하지만 무솔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라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도 라나와의 추억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창문이 흔들렸다.


‘바람이 거세군. ······히데츠구가 나에게 어떤 명을 내릴까?’


라나의 생각에 찬 기운이 들면서 히데추구의 기회를 준다는 말이 떠올랐다.


방안이 싸늘했다.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갔다.


천수각 앞 혼마루에 있는 연못가에 서서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를 바라봤다.


‘언제나 푸름을 간직하고 우직하니 서 있는 네가 부럽구나!’


무솔은 그윽한 눈길로 소나무를 보다가 멀리 누군가가 어전 건물에서 나와 천수각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자는······. 구, 구루시마 미치후사! 저, 저 원수 놈!”


무솔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그, 그런데 저자가 여기에 왜 왔지?······. 그렇구나! 동생 예솔이······.”


무솔이 머물고 있던 방으로 들어 온 관백의 참모인 시게코레가 자리에 앉았다.


“방이 싸늘하군. 여기 화롯불 하나 가지고 오느라.”


시게코레가 밖을 향해 소리쳤다.


“음, 차향이 그윽한 게 정말 좋구나. 자네도 맛을 느껴보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네.”


“그렇습니까? 제 마음처럼 떫기만 합니다.”


시녀가 화롯불 하나를 들여다 놓고 나갔다.


“너도 나가 보거라. 주위에 아무도 얼씬하지 못하게 하고.”


차를 따르고 있던 시녀가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마룻바닥의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멀어졌다.


“료우타!”


“네, 말씀하십시오.”


“지금부터 나누는 대화는 무덤까지 가져가야하네. 그 누구와도 상의해서는 안 돼. 주군께서도 모르는 일. 알겠는가?”


“넷? ······넷”


“이 일본 하늘 아래에 머리가 둘이네. 머리가 둘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


“머리는 하나가 되어야 나라가 태평성대가 되지 않을까?”


‘머리가 둘이라면, ······하나는 관백, 다른 하나는 오사카에 있는······? 이것이 히데츠구의 명이구나! 내가 실패 시 히데츠구는 모르는 일이라 잡아뗄 것이다. 직접적으로 그 머리가 무엇인지 말을 하지 않았으니······.’


“왜 말이 없는가? 이해를 못 했다면 다시 설명하겠네.”


“아닙니다. 이해했습니다. 다만,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라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 하나를 제게 주십시오.”


“사람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혹 라나를 말하는가? 쉽지 않은 부탁이야.”


무솔은 속으로 뜨끔하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 내가 라나를 좋아하는 것을 알았을까?’


“아, 아닙니다. 저···, 구루시마 미치후사공이 관백 전하에게 바친 여자 하나가 있습니다. 그 여자를 저에게 주십시오.”


시게코레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허허, 그 소원은 들어줄 수가 없을 것 같네. 라나를 달라는 것보다 더 어려워. 미치후사공이 충성의 대가로 바친 여자라서 말이야.”


“이 단도를 관백 전하에게 바치겠습니다.”


무솔이 내민 단도를 본 시게코레가 난감한 표정이었다.


지난날 관백이 쿠니요시에 타다츠구 글자가 박힌 단도를 무솔에게 주면서 어떤 소원이든 말하면 들어 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다른 소원은 없는가? 내가 알기로는 라나님을 좋아한다고 들었다만.”


“······.”


무솔은 안간힘을 썼다.


그녀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괴로움이 배가 되고 있었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생각을 깊게 하지 말게. 미카가 아닌 라나님를 원한다면 들어 줄 수도 있어.”


“아니, 미, 미카는 왜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혹시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긴장된 모습의 무솔이 시게코레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숙였다.


혹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까 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미카와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미카는 지금 연금 중이라네. 여기 온 후로 주군께 시중을 들지 않겠다고 거절해서 말이야. 어제 미치후사공이 와서 한 번 더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네. 그녀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어. 포기하게나.”


깜짝 놀란 무솔은 마음이 저려 오는 것을 참으려 했지만 밀려오는 아픔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동생을 죽게 만들 수 없어. 예솔아! 내가 꼭 널 살릴 거야. 꼭!’


“부탁드립니다. 미카를 주십시오.”


“허허허, 자네의 뜻을 잘 알겠네. 하지만 주군께서 자네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게 되면 라나님도 잃어버리는 게야. 그래도 괜찮은가?”


무솔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창틈으로 들어 온 바람에 무릎이 시렸다. 자신도 모르게 다다미를 손가락으로 움켜 지고 있었다.


‘만약 예솔이를 구하지 못하면 라나님도 구하지 못하게 된다. 차라리 라나님을 달라고 할까? 아니야, 아니야.’


시게코레가 담담한 얼굴로 가만히 무솔을 바라보며 기다려주었다.


“시게코레님, 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관백 전하께 아뢰어 주십시오.”


시게코레가 무솔이 내민 단검을 손으로 슬쩍 밀었다.




오마찌로 찾아갔지만, 지난번 불탄 이후로 버려져 폐허가 되어 있었다.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오사카로 가는 배를 얻어 탔다.


오사카의 오마찌로 들어갔다.


상점에서 일하는 아이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료우타! 어서 오게. 살아오다니 꿈만 같군.”


작은 오마찌 스스무는 료우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잘 계셨습니까? 건강한 모습을 뵈니 기쁩니다.”


“하하하, 그런가? 여기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 자 우선 별채로 가 있게.”


무솔은 별채의 거실로 들어와 차를 마시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스스무님은 나의 정체를 안다. 그러고 보니 촌장님과 라나도······. 또 누가 알고 있을까? ······그 물건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


오사카에 온 타이요우와 마주쳤다.


심기가 불편한 듯 타이요우가 무솔을 째려보고는 없는 사람 취급했다.


그를 따라온 하루토도 애써 무시했다.


무솔 또한 그들과 마주치기 싫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네.”


코카와성에 와 있던 칸베에 부관이 무솔을 기쁘게 맞이했다.


“네, 감사합니다.”


칸베에가 관백으로 부터 자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너무도 자신을 아껴주고 배려해 주는 칸베에 부관이 꼭 아버지 같았다.


무솔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형!”


“오! 센, 아니지 도도 요시카쓰님, 그동안 별일 없이 잘 계셨습니까?”


무솔이 자리에서 일어나 센에게 절을 하려 했다.


“아이 씨, 형마저 이르면 나 다시 안 볼 거야.”


“요시카쓰님, 이것이 현실입니다. 도도가에서 살아남으시려면 강한 남자가 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철없는 닌자로 살아가시면 안 됩니다.”


“어이구, 알겠습니다. 형님,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예전처럼 형으로써 대해줘요. 네?”


무솔은 센, 아니 요시카쓰의 눈을 바라보았다.


맑고 티 없는 눈이었다.


“좋습니다. 아니. 하하하. 그럼····, 험험.”


무솔이 어색한지 헛기침했다.


“·····좋아. 센, 신수가 훤해졌다. 대충은 들었지만 궁금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봐.”


“하하하, 이래야 내 형이지. 이야기하자면 길어. 나도 이제 어른이라고. 술 한잔합시다.”


“하하하.”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밤이 깊어 가는 줄 몰랐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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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7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1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3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70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3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9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4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6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9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6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3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3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60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5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4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9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60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4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8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7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8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3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7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1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3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6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7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5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60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6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6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5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5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5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 소원 하나 22.07.07 76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3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3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4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6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4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2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8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6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7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4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8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6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8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6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9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1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7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6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60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6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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