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조회수 :
13,834
추천수 :
30
글자수 :
1,064,608

작성
22.07.22 09:00
조회
61
추천
0
글자
9쪽

풍전등화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대부분의 상단에 소속된 무사들이 항복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타이요우의 명을 받는 것이라 서로 이해하고 용서했다.


상황이 정리되고 난 뒤 상단에 속한 무사들은 다카도라의 죠유지 아래 병사들로 편제되어 들어갔다.


죠유지, 아니 다카도라의 도움을 받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형, 정말 조선으로 갈 거야?”


“그래, 그곳에 내 동생이 포로로 잡혀 있어. 하루라도 빨리 갔어야 하는 건데 여기 사정 때문에 이제야 가는 것이야.”


“그럼, 라나님은 어떻게 하고······?”


“······.”


센이 안타까운 듯 무솔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렸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그녀의 운명에 맡겨야지. 뭐.”


무솔은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저택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무솔님과의 인연도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오늘 밤 저와 함께 있어 주세요.”


무솔은 라나가 딱하기도 하고 밉기도 했다.


그녀의 말처럼 후시미성의 내성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단호한 의지에 무솔은 더 이상 설득할 수가 없었다.


“성주께서 허락하실까요?”


“이미 허락받았어요.”


나란히 눕자 지난날 몰래 다카도라 성주의 교토 저택으로 잠입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라나와 무솔은 서로를 보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호롱불을 껐다.


무솔은 손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창을 통과한 달빛에 어렴풋이 비친 그녀의 눈동자가 사슴의 눈동자처럼 맑았다.


오사카 오마찌 상점에서 낭인으로 만났을 때 자신을 보던 그녀의 눈동자, 섬에서 죽어가던 자신을 보살피던 그 손길, 코카와 성벽에서 별을 헤아리고, 강가를 걷던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자 얼른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녀도 무솔의 품 안에서 소리 없이 흐느꼈다.


그런 그녀를 꼭 안고는 등을 쓰다듬었다.


섬에서 코카와성으로, 남자들의 야욕에 다시 주라쿠성에서 후시미성으로, 그녀는 오롯이 그녀일 뿐인데, 세상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무솔은 자신의 운명도 기구하지만, 그녀의 운명 또한 그 못지않은 삶이라 생각하니 안타까움과 애절함에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두 팔에 힘을 주며, 그녀를 꽉 껴안자 그녀가 무솔의 품 깊은 곳으로 들어오며 무솔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촉촉한 눈을 보며 살며시 입술을 가져갔다.


그도 그녀의 마음을 헤아렸을까?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


부드러운 손길과 뜨거운 입김에 온몸이 불덩이가 되는 것 같았다.


이 밤이 가면 다시 못 볼 마음에 그녀는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그를 계속 보챘다.


온몸에 뱀이 기어 다니는 것 같이 짜릿함이 전율로 변했다.


방안은 두 사람의 애절한 열기로 가득했으며, 새벽닭 우는 소리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목마름은 달이 서산으로 져도 해결되지 않았다.


창이 어슴푸레 밝아 올 때까지 장지문이 흔들렸다.


*


돛이 풍만하게 부풀어 오르며 거친 망망대해의 파도를 헤치고 군함들이 속속 부산포로 들어갔다.


멀리 부산포가 눈에 보였다.


‘다시 조선으로 왔구나! 아직도 나는 일본 병사인가?’




무솔은 이요의 칸베에를 찾아가 조선으로 함께 가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조선인인 자네가 왜?”


“네, 제 동생이 조선에 포로로 잡혀 있습니다. 당연히 형으로서 동생을 찾으러 가야 합니다.”


“조선 군사를 벨 수 있겠느냐?”


“······.”


“조선인인 너를 어떻게 믿고 함께 갈 수 있겠나?”


고개를 떨구고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부관님, 섬사람들이 모두 죠유지님의 병사들로 편성이 되었습니다. 두령패도 이제는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코카와성에서 도움을 많이 주신 것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섬사람으로서가 아닌 일본인은 더더구나 아닌 한 개인으로서 동생을 찾고 개인적인 복수만 생각하겠습니다.”


무솔의 말에 한참을 생각한 칸베에,


“너의 마음은 잘 알겠다. 성주님이 아시면 큰일 날 일이다. 네가 아닌 다른 네가 함께 가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다.”


칸베에는 물러가는 무솔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봤다.


“어찌 너에게 그런 것을 요구할 수 있겠나! 네가 조선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해도 관여치 않겠다. 다만, 적으로서 칼을 들고 마주 서지 않기를 바랄 뿐.”


장지문을 닫으려던 무솔이 칸베에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내가 아닌 다른 나와 함께······!’



조선이 다시 풍전등화에 놓였다.


이른 봄이 되자 기요마사가 병력을 이끌고 부산포로 건너갔다.


뒤이어 임진년보다 더 단단해진 군사들이 밀물이 되어 조선의 땅으로 밀려들어 갔다.


히데요시는 바다를 건너간 모든 무장에게 조선의 전라도를 점령하라는 명을 내렸다.


또한 임진년과는 달리 점령군으로서 수탈을 명했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요시라를 이용하여 조선 조정과 조선 수군을 이간질 했으며, 가토 기요마사와의 관계를 이용해 더디어 이 순신을 수렁에 빠뜨릴 수 있었다.


고니시의 간계로 임진란 때부터 남쪽 바다에서 연전연승하며 일본 수군의 발을 묶어 일본군의 후퇴를 가져왔던 이 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었다.


모든 일본 수군들이 잔치라도 벌어진 듯 춤을 추고 술을 돌렸다.


무솔은 이 순신 소식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언덕에 올라 홀로 눈물을 흘렸다.


‘조선이 스스로 무너지는구나!’


초여름의 열기를 뚫고 일본 수군이 속속 부산포로 들어가고 있었다.


“형, 저기가 형의 나라야? 아름다워 보여.”


“응,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파.”


“미안해, 형.”


“네가 미안해할 이유야 없지. 히데요시의 야망이 많은 사람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게지. 조선이나 일본이나.”


“하이난님!”


센이 무솔과 이야기를 하다 바다 건너를 보고 있는 하이난을 불렀다.


하이난은 부산포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무솔의 두 눈에 들어왔다.


“무솔님, 저도 조선으로 같이 가게 해주세요.”


“안 됩니다. 그곳은 전쟁으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곳입니다.”


하이난이 무솔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저의 부모님은 조선 사람이에요.”


“네?”


너무도 뜻밖의 말에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는 하이난을 쳐다봤다.


“조선의 바닷가에 사시다가 왜구들에게 붙잡혀 오셨는데, 어느 상단의 노예로 팔려 와서 절 나으셨어요.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은 상단의 배를 타고 나갔다가 폭풍에 침몰해 돌아가셨어요. 그 뒤 저는 우여곡절 끝에 마천루의 주인인 레이 어머니의 눈에 띄어 여기까지 온 거예요. 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센 리큐 스승님께서 늘 조선을 동경하셔서 저도 조선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부모님의 고향을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그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하이난님도 아픔이 많으시네요. ···좋습니다. 함께 가죠.”



“저곳이 부산포라는 곳으로 일본군의 전진기지가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아마 부산포를 들렀다가 수군의 본거지인 안골포로 가게 될 것입니다.”


하이난은 무솔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마냥 조선의 바다와 육지, 그리고 아무 적대감도 없이 일본의 배들을 구경하고 있는 갈매기를 쳐다보았다.



일본 수군의 수장들이 안골포 다카도라의 막사에서 작전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 순신이 없는 조선의 바다는 유람하기에 딱 좋은 바다올시다. 우리의 정보에 의하면 원균이라는 자는 다혈질에 성미가 급하다고 들었소. 또한 이 순신 아래 있던 무장들과 불협화음이 많아 통제가 잘 안된다고 하더이다.”


다카도라가 특수부대가 수집해 온 정보를 간략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와키자카 야스히로가 거들었다.


“맞습니다. 이번 작전은 태합 전하의 명을 따르는 것으로 수군이 길을 열어야 육군이 전라도로 진격할 수가 있습니다. 지난날 이 순신에게 당했던 것을 되갚아야 합니다.”


와키자카가 지난날을 떠 올리는지 몸서리를 쳤다.


수장들은 앞에 놓인 술상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작전회의에 열중했다.


“이번만큼은 지난날의 수모를 되갚아 줍시다. 일본 수군의 자존심이 걸린 작전입니다. 제장들은 작전대로 잘 준행해 주시오. 이번 작전명은 호랑이 가죽 벗기기입니다. 하하하.”


요시아키의 말에 다른 수장들도 따라 웃었다.


“시마즈 요시히로 부대의 육지에서 활약이 중요합니다.”


요시아키가 다시 한번 육군과 수군의 협력을 강조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오자등 수정(2022.11.12) 22.06.16 82 0 -
공지 저의 공모전 작품 소개 22.05.13 131 0 -
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6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69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8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1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69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2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8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1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4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1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7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5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4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3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0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58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4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3 0 10쪽
» 풍전등화 22.07.22 62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8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58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3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1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5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5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59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7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2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6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59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2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4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6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4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58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5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4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5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3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3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4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5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2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8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1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3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5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5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2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1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0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7 0 9쪽
104 살동이 22.06.30 69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69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4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4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6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3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6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3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7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5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0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8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69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6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5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58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59 0 9쪽
83 조선 백성을 지켜라 +2 22.06.19 66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