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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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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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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와키자카의 호승심 1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화기애애하던 다도회가 전령의 패전 소식에 싸늘하게 식어 들었다.


춤을 추던 무희들과 악공들은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갔다.


무장들은 다다미에 눈을 두고는 안절부절못하고 떨었다.


전령은 사천전투에서부터 시작하여 율포전투의 경과를 설명하며 온몸을 떨었다.


자꾸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끄집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잘못하다가는 자기 목이 달아나리라는 생각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정적이 흘렀다.


마른침 넘기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다 식은 차를 한 잔 마신 히데요시가 눈을 감고는 가만히 있었다.


눈을 떠 다시 차를 한 잔 마시고 전령을 지긋이 바라봤다.


‘이 순신! 어디 들어 보지도 못한 촌구석 장수 주제에 감히 나 태합의 수군을······. 바보 멍청이 같은 놈들. 그따위 조선 장수하나 처리를 못해 내 얼굴에 먹칠하는구나.’


“전령은 들어라! 구키 요시타카에게 똑바로 전하라. 나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이 순신과의 싸움을 피하라. 해안가에 성을 쌓고 웅천 일대와 부산포를 지켜라.”


히데요시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고함을 질렀지만,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공포가 스며들었다.


*


일본 수군은 안골포와 웅천에 성을 튼튼하게 쌓았다.


또한 굴강을 보강하여 배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경상도 일대에서 잡아 온 조선의 포로들을 일꾼으로 부렸다.


포로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갖은 학대와 핍박을 받으면서 눈물과 땀으로 노역을 했다.


“아니, 와키자카공이 아니오.”


“하하하, 잘들 계셨습니까?”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밝게 웃으며 막사로 들어섰다.


그의 미소에 안골포성의 수군 사령부 막사에 모여 있던 수군 대장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니, 육전에 참여했던 공께서 여기는 웬일이요?”


가토 요시아키가 여러 장수들을 대변하듯 물었다.


“하하하, 제가 왜 여기 왔겠습니까? 용인에서 조선의 대군을 맞아 대승을 거둔 뒤, 조선 왕을 붙잡아 전쟁을 끝내고 싶었는데, 우리 수군이 개 박살 났다고 저더러 원수를 갚아 주라고 태합 전하께서 친히 저에게 명을 내리셨소이다.”


와키자카가 제장들을 둘러보며 거만하게 웃었다.


수군의 대장들은 와키자카의 개 박살이라는 모욕적인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수치심에 아무도 말을 못 하고 잔뜩 찡그린 얼굴로 그의 눈을 피했다.


“와키자카공, 너무 우쭐대지 마시오. 이 순신의 조선 수군은 천하무적이오. 조선의 육군과는 다르단 말이오.”


가메이 시게노리가 점잖게 말을 했지만, 자존심이 상한 말투였다.


“그래요? 조선의 육군이나 수군이나 별반 차이가 없소이다. 이 와키자카가 단숨에 물속 귀신을 만들어 주겠소.”


“어허, 와키자카공. 단독으로는 이 순신을 이기기 힘듭니다. 태합 전하의 명도 있고 하니 여기 제장들과 합동 작전을 펼쳐야만 하오.”


와키자카는 구키를 비롯한 수군 제장들이 한심하다는 듯이 둘러보았다.


제장들은 그의 조롱 섞인 눈길을 피했다.


“와키자카공, 지금까지의 우리 수군의 전략으로는 이 순신을 이길 수가 없소이다. 적들은 근접전에 강한 우리의 강점을 알고는 원거리에서 대포나 불화살로 대응하고 있소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싸울 수도 없고, 대포가 없는 우리 수군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소이다.”


유월 초에 태합 히데요시의 명으로 안골포로 건너온 도도 다카도라가 와키자카와 대장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다가 적군과 아군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하하, 다카도라공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와키자카가 자리에서 일어나 갑옷 아랫부분을 툭툭 치고는 막사 밖으로 휙 나가버렸다.


제장들은 분노와 좌절감으로 와키자카의 그림자를 쫓았다.


수군 대장들은 자존심이 상한 상태라 와키자카의 출정을 그냥 못 본 척했다.


‘네놈도 당해 봐야 정신이 번쩍 들 거다!’


와키자카는 수군이었지만, 태합의 명으로 육군에 편입되어 불편한 옷을 입은 것 같았는데, 다시 수군으로 복귀하여 전공을 세울 수 있게 되자,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더더구나 다른 수군 대장들이 백전백패를 당한 상태라 전공을 세워 자신의 존재를 만천하에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났다.


마음이 급한 와키자카가 서진하기 위해 함대를 이끌고 칠천량을 지나 견내량으로 들어갔다.


다른 함대들이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출항한 것이다.


‘단 한 번이면 된다. 단 한 번!’


와키자카는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온전히 홀로 이 순신을 수장시키고 수군의 우두머리가 되고 싶었다.


그의 자만심은 태합도 인정할 정도로 해전에 능했다.


다카도라가 여러 정황과 정보들을 수집하여 얻은 결론은 아군의 함대가 절대적으로 우세하여야만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또한 다른 제장들의 함대까지 합류한다면 이 순신 함대를 포위 공격할 수 있다.


다카도라가 와키자카에게 다른 함대가 합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자고 했지만, 와키자카는 웃으며, 출전 명령을 내렸다.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칸베에 부관에게 함대를 함께 출전하도록 명했다.


와키자카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다카도라가 수군 최초의 승전을 와키자카에게 뺏길 수는 없어 산하 함대를 와키자카 함대에 소속시켰다.


와키자가 함대가 견내량에 정박했다는 칸베에 부관의 소식에 안골포의 다카도라가 전령을 보내어 다른 함대가 합류할 때까지 견내량에서 대기할 것을 재차 요청하였다.


공은 공이고 또다시 이 순신에게 수군이 참패를 당하게 되면 그야말로 제장들의 목숨뿐 아니라 수군의 치욕이 될 것이라 와키자카를 설득하려 했다.


‘후후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나 와키자카가 아니지. 저런 병신들과 무엇을 하겠는가. 기다려라 이 순신! 일본 수군 아니, 나 수군의 살아 있는 귀신 와키자카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


와키자카 함대와 같이 견내량에 들어와 있던 칸베에 함대의 특수부대가 주변 섬들을 정찰 나갔다.


안골포에 남은 구모베에를 대신하여 타이요우가 모든 게닌들을 데리고 바다를 건너 주변 섬들을 정찰했다.


스키타가 적의 공격에 피살된 책임을 물어 료우타는 배에 남았다.


아타케부네 위에서 답답한 듯 이물과 고물을 왔다 갔다 하던 료우타가 칸베에 부관을 찾아갔다.


“어쩐 일인가?”


“부관님, 정찰을 나가고 싶습니다.”


“자네는 지금 근신 중이라고 들었네만.”


“물론 제 잘못도 있지만 닌자의 목숨은 먼지와 같습니다. 먼지가 사라졌다고 해서 전력을 허비한다면 그 또한 잘못된 것이라 봅니다.”


“공을 탐내는가?”


“아, 아닙니다. 동료들이 힘들게 작전하고 있는데 홀로 있으려니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후후, 좋아. 그런 마음이 중요하다.”


칸베에 부관에게 목례하고 누각 밖으로 나왔다.


‘조선 수군이 온다면 서쪽의 섬, 미륵도라 표시된 산 정상에서 관찰이 가능할 것이다.’


미륵도는 섬 가운데 높은 산이 있어서 주변 바다를 경계하기에 좋았다.


지도를 접어 품에 넣고는 달렸다.


이미 해가 머리 위를 지나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미륵도 바로 맞은편인 육지에 다다라 주변을 샅샅이 훑었으나 주변에 타고 건너갈 만한 것이 없었다.


한참을 허탕을 치다가 바닷가 한 귀퉁이에 버려져 있는 작은 배 하나를 겨우 찾았지만, 바닥에 구멍이 나 있었고 노가 없었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어 대충 윗옷을 벗어 구멍을 막고 노 없이 손으로 배를 저으며 바다를 건넜다.


바닷물이 조금씩 스며들었지만, 무시하고 아니 앞만 보고 바닷물을 손으로 저었다.


힘겹게 미륵도에 닿았을 때 물이 반쯤 차올랐다.


배에서 내려 근처 갈대숲에 배를 가라앉혀 놓았다.


멀리 민가가 보였다.


혹시나 사람들이 있을까 달려가 보았지만 살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돌아 나오려고 하는데 폐허가 된 마을 입구 선착장에 작은 배가 한 척 보였다.


배 근처에 사람들 서너 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들은······. 정찰대가 타고 간 배다.”


노군들이 배를 지키고 있었다.


선착장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누군가 자신들에게로 걸어오자 칼을 빼 들거나 조총을 들었다.


“이봐, 나 료우타다. 타이요우님은 어디로 갔는가?”


누군지를 확인한 노군들이 긴장이 풀린 듯 칼을 허리에 차며 나이가 조금 있는 자가 앞으로 나왔다.


“아! 료우타님. 타이요우님은 저기 앞에 보이는 거제섬을 살피시고, 요 앞에 있는 작은 섬으로 가신다고 했습니다."


"모두 함께 갔는가?"


"아, 쥰세이님은 저기 보이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몇 명이나 갔나. 그리고 얼마나 되었나?”


“쥰세이님과 게닌 스이키가 올라갔습니다. 두 시진 조금 안 됩니다.”


“음, 하루토조는 어디로 간 건가?”


“하루토님은 저기 건너편 육지를 정찰하기 위해 내렸습니다.”


잠시 망설였다.


‘저들의 생명도 소중한 것을.’


노군들을 죽이고 배를 바다에 가라앉히고 싶었으나 불필요한 살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가 풀고는 뒤돌아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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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7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1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2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70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2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9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3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5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8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6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3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2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59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5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4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9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60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3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8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6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7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2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7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0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2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5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6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5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59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6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6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4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5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4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5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3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2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3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5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3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2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8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6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7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3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7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5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7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5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9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0 0 9쪽
»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7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5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59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60 0 9쪽
83 조선 백성을 지켜라 +2 22.06.19 6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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