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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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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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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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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여우와 너구리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다카도라가 고야산으로 출가를 하자 마음이 급해진 히데츠구가 살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망연자실했다.


“관백 전하! 이대로 당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후시미성을 쳐야 합니다.”


태합 히데요시는 요도도노가 아들을 낳자 교토 우지강 연안의 후시미에 성을 쌓기 시작했다.


천수각과 일부 저택들이 들어서자 히데요시가 요도도노와 함께 오사카성을 나와 후시미성의 혼마루로 거처를 옮겼다.


“이미 승부는 결정이 났습니다. 오히려 후시미성에서 관백 전하를 유인하는 것입니다. 절대 말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마에노 형제가 강력하게 말렸다.


가신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히데츠구,


‘아아! 다카도라공이 있었다면······.’


“그렇지, 내가 왜 그것을 생각 못했을까?”


히데츠구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을 나갔다.


“어디 가십니까?”


시게코레가 불렀으나 무엇이 그리 급한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복도를 지나 자신의 서재로 갔다.


장지문을 열고 들어가 농의 문을 열었다.


“어?······.”


농 안에 아무것도 없자 정신이 몽롱했다.


있어야 할 자리에 황금 상자가 보이지 않았다.


미친 듯이 서재를 뒤졌다.


서책들과 보물처럼 아끼던 찻잔들이 다다미 위에서 깨지거나 나뒹굴었다.


“관백 전하! 무슨 일이십니까?”


“내 황금 상자. 내 황금 상자가 없어졌어.”


흥분한 히데츠구가 시녀장을 불렀다.


시녀장이 불려와 몸을 움츠렸다.


“내 황금 상자, 황금 상자를 어디로 치운 것이냐?”


“저, 저는 모르는 일이 옵니다. 다, 다, 담당 시녀들에게.”


극도로 흥분하여 칼 걸이에서 칼을 빼든 히데츠구가 시녀장의 목을 쳤다.


머리를 조아리며 말을 하던 시녀장의 목이 달아났다.


목에서 뿜어 나오는 피가 여기저기로 튀었다.


히데츠구의 얼굴과 옷에도 피가 붉게 스며들었다.


담당 시녀도 불려와 추궁당하고는 목이 달아났다.


붉은 피로 물든 광기 그 자체였다.


“관백 전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마음을 진정시키십시오.”


장지문을 부수고 거실과 다도실, 그리고 어전으로 건너가 정실과 측실들의 방을 돌아다니며 농을 뒤지다가 주변에 무서워 움츠리고 있는 시녀들에게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다.


그의 광기는 그 스스로 지쳐서야 중지되었다.


가신 대부분이 광기를 피해 천수각을 나가고 시게코레와 소수의 가신만이 히데츠구 앞에 부복하고 있었다.


“그것만 있었어도······. 아! 내 청동거울. 하늘이 내 것이었는데······.”


얼굴과 옷에 묻은 붉은 피로 인해 히데츠구의 두 눈동자가 붉게 폐였다.



많은 가신이 자신을 떠나고 상황이 악화하자 안절부절못하던 히데츠구가 후시미성으로 가 모반에 대해 변명하려 성문 앞에 섰다.


한 시진이 지나도 히데요시의 허락이 없자 낙담하여 후시미성 성문 앞에서 되돌아 그대로 고야산으로 들어갔다.


며칠 후 찾아온 마사노리가 태합 히데요시의 할복 명령을 전달했다.


히데츠구는 하늘을 원망하며 할복했다.


그의 시동들도 그들의 주인을 따라 할복했다.


‘황금 상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정녕 하늘이 날 버린 것이다.’


그 후 산조가와라에서 히데츠구의 가족들과 여인들이 처형당했으며, 고야산에서 할복한 히데츠구의 목이 교토의 장대에 걸렸다.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고야산으로 출가하면 목숨만은 살려 주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남도 아닌 조카를 할복시키고 그 머리를 효수하여 길거리에 걸어 백성들에게 보였다는 것은 공포정치 그 자체였다.


어린 아들 히로이마루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지만 백성들의 마음은 히데요시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히데츠구의 많은 가신도 역모죄로 사사되었으며, 그와 관련된 다이묘들의 목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히데요시는 거론된 모든 다이묘를 속 시원히 없애려 했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중재로 모리 데루모토와 도도 다카도라, 다테 마사무네 등을 살려 주었다.


특히 히데츠구를 주인으로 섬김 다카도라는 제일 먼저 목이 달아나야 했지만, 이에야스의 중재와 함께 히데야쓰 사건으로 이미 모든 것을 잃고 고야산으로 갔기에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다.


한바탕 칼바람이 불고 난 후 언제 그랬나 싶게 교토의 하늘이 맑았다.



후시미성 내 저택에서 이에야스가 차를 마시고 있는데 히데요시가 연락도 없이 그의 저택을 방문했다.


“부교, 저 저택은 누구의 저택인가?”


“네, 에도 성주 도쿠가와 이에야스공의 저택입니다.”


미츠나리는 당황했다.


지난날 에도측과 저택의 위치를 정할 때가 떠올랐다.


“부교, 다이묘들의 저택 위치를 잡고 있다지요?”


“네, 태합 전하께서 하루빨리 성을 쌓도록 지시하셔서 서두르고 있습니다.”


“내가 머물 곳은 어디입니까? 설마 지난번처럼 저지대는 아니겠지요?”


‘이런 너구리 같으니라고. 선수를 치고 나오시겠다.’


“물론이지요. 지난번은 넓은 터가 그곳뿐이라 공을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곳은 터가 좁지만, 서쪽이 산이 높고 물이 흘러 경치가 좋습니다.”


‘부교 이놈이!’


이에야스는 알 수 없는 미츠나리의 속마음을 헤아리려 하자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래요? ······부교, 히데츠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시지요.”


‘왜 여기서 갑자기 히데츠구 이야기를······.’


“그야 뭐 히데츠구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역모를······?”


“하하하, 뭐 좋습니다. 부교께서 그렇다고 하시니······. 그래도 살릴 사람은 살려야 하지 않겠소.”


‘히데츠구가 돈을 다이묘들에게 빌려줬다는 것을 소문낸 게 누군데 인제 와서······. 괜히 너구리가 아니다.’


미츠나리가 이에야스의 음흉한 마음을 읽으며 평온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맞습니다. 히데츠구 개인의 문제를 확대해서는 안 되겠지요.”



후시미성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시찰하다가 경치 좋은 곳에 저택이 있는 것을 본 히데요시가 궁금증이 발했다.


“처남의 저택이 햇볕도 잘 들고 후시미성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마련되었어. 미츠나리가 수고를 했구만. 허허허.”


칭찬 아닌 칭찬과 히데요시의 웃음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끼친 미츠나리는 곤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어물쩍거렸다.


그런 미츠나리를 무시하고 긴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히데요시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이런, 처남께서 차를 마시고 계셨군요. 혹 방해가 되지 않았소? 나에게도 한 잔 주시구려.”


이에야스와 화해하기 위해 다 늙은 자기 여동생을 강제 이혼시켜서 이에야스와 부부를 맺게 했다.


이미 그 여동생이 죽었는데도 처남이라 부르며 살갑게 대했다.


이에야스의 다도실로 들어 온 히데요시가 다도 도구들을 보며 자리에 앉았다.


히데요시 소식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던 이에야스가 히데요시에게 인사를 하고는 윗자리를 내어 주었다.


덕담을 주고받은 히데요시가 찻주전자를 들고 사뿐히 다가와 찻잔에 차를 따르는 여인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런 모습을 힐긋 쳐다본 이에야스가 슬며시 웃었다.


히데요시가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잔을 내리며 다시 여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처남은 좋은 차를 마십니다. 그려. 내 지금까지 리큐의 차 맛 이후 이른 차 맛은 처음이오.”


“과찬이십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죽은 히데카스가 나고야에 들어 온 조선 차를 보내 준 것인데, 다른 사람이 끓일 때는 모르겠는데 저 아이가 끓이면 유독 차 맛이 좋습니다.”


히데카스 이야기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던 히데요시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


“아, 그래요? 부럽소. 처남······.”


“태합께서 원하신다면 아마도 매일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나 태합이 원한다는데 아마도 라니.’


“하하하······! 그렇소이까.”


히데요시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었다.


히데요시를 힐긋 쳐다본 여인은 늙은 영감이 얼굴도 쭈글쭈글한 게 꼭 생쥐 같아 보여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을 통일하고 조선을 정벌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치려 한 자라면 얼굴도 잘생기고 풍채도 훤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징그러워 몸서리가 쳐졌다.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온몸에 두드러기가 솟아나는 것만 같았다.


“태합 전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에야스가 태합에게 아뢴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물러가 있거라. 부교나리께서도 자리를 비워 주시지요.”


‘저놈이 또 무슨 꿍꿍이로·····. 혹시 히데츠구 이야기를·····. 아니야. 같이 죽으려고 하진 않겠지. 음.’


미츠나리가 자리에서 엉기적거리며 이에야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런 미츠나리의 마음을 읽었을까?


“태합 전하와 단둘이 있고 싶소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작가의말

제목을


코자루와 너구리? 라고 해야 했을까요?!


코자루 : 도요토미 히데요시

너구리 : 도쿠카와 이에야스

여우 : 이시다 미츠나리

능구렁이 : 도도 다카도라


꼬끼오 : 한림팔기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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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7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0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2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69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2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8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3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5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8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5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3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2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59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4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3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9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59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3 0 9쪽
»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7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6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7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2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6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0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2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5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6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4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59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6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6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4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4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4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5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2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1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3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5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3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2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8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5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6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3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7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4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7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5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8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0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6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5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59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6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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