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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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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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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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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동료를 베다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스키타를 노려보았다.


스키타가 료우타의 말에 당황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제,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러십니까? 조선 여자는 겁탈해도 된다는 명을 받았습니다.”


칼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불안한 눈길로 료우타를 바라봤다.


“스키타, ······더 이상 너의 이러한 행동을 두고 볼 수가 없다. 조선으로 건너 온 뒤 넌 무고한 조선 백성을 여러 차례 겁탈하거나 죽였다. 너의 악행은 여기 까지다. 자, 칼을 들어라.”


“아니, 저런 조선 놈들이 무어라고 저에게······. 그렇지. 조, 조선인! 네······, 네 놈도······, 타이요우님 말이 사실이었어. 젠장!”


스키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로 한 발을 뺐다.


“죽으랏!”


발을 뺌과 동시에 품에서 수리검 여러 개를 날렸다.


옆에 있는 큰 소나무 뒤로 몸을 날려 피했다.


수리검이 풀숲에 박혔다.


근접한 거리였기에 미리 예측하지 않았으면,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무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스키타가 처녀를 붙잡고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당장, 칼을 내려놓아라. 안 그러면 이년의 목이 달아날 것이다.”


“하하하, 이봐 스키타, 지금 날 협박하는 것인가? 정정당당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비겁한 자구만.”


“어, 어차피 네놈에게 실력으로 이길 수 없다. 이판사판이다.”

“하하하, 내가 그런 것을 무서워할 줄 알았나.”


나무 뒤에서 나와 스키타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


“더, 더 이상 다가오지 마. 주, 죽이겠다.”


스키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목숨을 먼지같이 여기는 닌자이지만 머나먼 타향에서 죽음 앞에 놓이자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를 감출 수가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칼을 처녀 목 깊숙이 찔렀다.


처녀의 목에서 피가 나왔다.


“악, 제발 살려주세요.”


처녀가 비명을 지르며 료우타를 간절히 바라봤다.


노인이 처녀를 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좋다. 스키타. 그 여자를 살려 주면 너도 살려 주겠다.”


“어림도 없는 소리, 너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아.”


“후후, 그럼 내가 물러나 칼을 버리겠다. 일각의 시간을 주지. 그 시간에 달아나라. 옛 동료로써 약속한다.”


무엇인가 생각을 하는지 불길한 눈동자가 료우타를 보며 흔들렸다.


료우타의 눈빛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은지 슬며시 도망갈 방향을 찾았다.


‘그렇지, 내가 더 오랜 세월 닌자의 세계에 있었다. 도망이라면 내가 한 수 위일 것이다.’


“크크, 좋다. 칼을 버려라.”


료우타가 칼을 버리자 스키타가 처녀를 앞세워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곳으로 사라졌다.


그러면서 힐긋힐긋 료우타를 살폈다.


소나무 숲으로 그림자가 사라지자 봇짐에서 활과 작은 화살을 꺼냈다.


“이, 이보게 젊은이, 내, 내 딸 꼭 찾아 주시게.”


두 사람이 왜말로 대화를 하는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분위기를 살핀 노인이 료우타를 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일 각이 지나자 노인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스키타가 사라진 곳으로 달렸다.


스키타의 흔적을 따라 달렸다.


풀이 쓰러져 있었으며, 간혹 피가 떨어져 있었다.


처녀를 데리고 도망가는 상황에서 뒤를 훔치지 않았다.


얼마를 달렸을까?


큰 소나무 아래에 처녀가 묶여 있었다.


달려가며 소나무 주위를 살폈지만 살기는 없었다.


소나무 가까이 다다랐을 무렵 처녀가 간절하게 료우타를 바라보다 아래를 봤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


소나무 바로 앞에서 하늘로 뛰어올라 처녀가 묶여 있는 소나무를 발로 차며 땅으로 내려앉았다.


묶여 있는 처녀의 앞을 유심히 살피자 수풀에 올가미와 뾰족한 수리검이 몇 개 꽂혀 있었다.


처녀를 보고 방심하여 다가오는 료우타를 노린 것이다.


‘올가미를 만들었다면, 분명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태연한 척 움직이며, 조용히 활에 통아를 걸었다.


처녀를 묶은 끈을 풀기 위해 다가가며 힐긋힐긋 주변을 살폈다.


억새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하얀빛이 반짝였다.


‘닌자가 저런 실수를.’


묶인 처녀를 풀어 주는 척하며 소나무 뒤로 몸을 가렸다.


스키타의 시선을 피하며 활을 겨누었다.


무엇인가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억새가 흔들렸다.


화살을 날림과 동시에 신속히 달려가 보니 억새 뒤 상수리나무에 옷 조각이 화살에 꽂혀 있었다.


옷 조각을 살폈다.


옷 조각에 피가 조금 묻어 있었다.


“화살촉이 살을 스쳤다. 그렇다면······.”


다시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마른하늘에 천둥이 칠 리가 없다.


분명히 조선 수군의 대포 소리일 것이다.


조선 수군이 승리하길 기원하며, 처녀의 묶인 끈을 풀어 주었다.


멀찍이 따라온 노인이 처녀를 안으며 울었다.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료우타가 노인에게 알약 하나를 주며 처녀에게 먹이라고 주었다.


“이것을 먹이십시오. 독이 퍼지는 것을 조금은 늦출 수 있을 것입니다. 빨리 치료해야 할 것입니다.”


독을 감할 수 있는 약초를 알려주고는 노인과 처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스키타가 사라진 산 능선을 따라 달렸다.


노인은 딸의 몸을 여기저기 살피고는 다친 곳이 없자 안도하며 료우타를 돌아보았다.


감사 인사를 전하려 그를 찾았다.


조금 전 자신 앞에 있던 무사가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히 앞에 있었는데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료우타가 준 알약을 처녀에게 먹였다.


스키타를 쫓다 보니 북쪽 칠천량으로 가지 못하고 동쪽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스키타가 지도가 없다 보니 동쪽으로 길을 잡은 것 같았다.


북쪽으로 가 구모베에와 만나게 되면 골치 아팠는데, 다행이었다.


해가 머리 위를 지나 서쪽 섬 위로 달려가면서도 강렬하게 내리꽂고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들었다.


작은 봉우리가 눈앞에 보였다.


처음에는 스키타의 추적이 쉽지 않았다.


도망을 가면서도 닌자 특유의 흔적 지우기로 료우타를 힘들게 했다.


반 시진을 추적하자 도망자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니 갈수록 흔적들이 뚜렷했다.


'반에 반 각의 거리다.'


풀이 누인 상태를 보며 료우타가 혼잣말을 했다.


허리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내달렸다.


눈앞에 바위 몇 개가 상수리 숲에 햇빛을 반짝였다.


“저기다.”


칼을 내리고 걸어서 다가갔지만 어떤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바위 사이에 조그마한 틈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 보고는 바위 틈으로 들어가자 사람 하나가 모로 누워 있었다. 잠든 모습이 평안해 보였다.


화살촉에 독이 묻어 있었기에 상처를 살짝 입은 스키타는 처음에는 흔적들을 지우며 도망을 갔다.


하지만 점점 독 기운이 퍼지면서 지운다고 지운 흔적들이 조금씩 남게 되었고 결국 바위 근처에 와서 은신처를 찾아 숨어들었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졌다.


“해독약이 있었을 텐데······. 대단하군. 스키타. 그 정신으로 쓰러지기 전 엄폐할 곳을 찾다니.”


스키타가 아이를 죽이고 처녀를 겁탈하려 할 때 처녀가 반항하는 바람에 주머니 속에 두었던 해독약이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나쁜 행동에 결국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허탈한 마음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단검을 빼 들었다.


“목숨을 거두는 것이 고통을 들겠지만.”


동료를 베어야 하는 료우타의 심정이 아려왔다.


지난날 섬에서 함께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조선 백성들을 유린하고 강간하던 모습이 겹치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절로 한숨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한참을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뜨고 단검을 쥐고 있는 손을 보았다.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무수히 일어 날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의 운명이란.'


한참을 망설이다 죽어 가고 있는 스키타를 보고는 단검을 내려놓았다.


주위에서 나뭇가지를 베어 스키타의 몸을 덮어 주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짐승의 먹이가 될 것이다.


“······ 미안하다. 영혼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멀리 남쪽을 바라 다 보았다. 비릿한 바닷냄새가 온몸을 감싸고 지나갔다.


바위 위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조선을 위한 것이라도 오랫동안 함께 한 동료를 죽게 만들었다는 것에 눈물이 핑 돌았다.


바다 위 점점이 박힌 섬들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위 사이로 들어가 조용히 잠들어 있는 동료를 보며, 옆에 누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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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7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1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3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70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2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9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4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6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9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6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3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3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60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5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4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9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60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4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8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6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8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3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7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0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2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5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6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5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60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6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6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5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5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5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5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3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2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3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5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3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2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8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6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7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4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8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6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8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6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9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0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7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6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60 0 9쪽
» 동료를 베다 22.06.20 61 0 9쪽
83 조선 백성을 지켜라 +2 22.06.19 6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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