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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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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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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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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고려신사 2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얼른 돌담 안으로 몸을 숨기고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려 돌담에 기댔다.


혹 자신을 알아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바람 소리만 들렸다.


호흡을 가다금도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았다.


온몸이 긴장되고 떨렸다.


다행히 그자는 궁사와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휴! 날 보지 못한 모양이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어. 지독한 놈! 어떻게 알고······. 혹시······?”


호소인과 레이야의 관계를 생각하며 의문이 일어났다.


사이가 멀어졌다고 하니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세상일이란 모르는 것이라 마음을 놓지 않고 무리를 살폈다.



고려신사까지 찾아온 호소인이 궁사에게 무솔에 관해 물었다.


궁사는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둘러댔다.


호소인은 궁사와 이야기하다 마을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때 누군가 모퉁이로 숨는 것이 느껴졌다.


‘혹?’


호소인은 궁사를 넌지시 쳐다보며 다시 한번 묻고는 궁사를 협박하기도 하면서 무솔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궁사가 그런 사람을 모른다며 잡아뗐다.


“만약 그자를 숨겨두었다면 필히 재앙이 따를 것이오. 그자는 그만큼 위험한 인물이란 말이오. 내 말 명심하시오. 궁사!”


호소인은 궁사를 몰아붙이고는 휙 뒤돌아 갔다.


호소인은 고마마을로 들어간다고 해서 무솔을 잡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잘못하면 모든 일본인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확 짜증이 밀려왔다.


무리가 호소인을 따라 멀리 사라졌다.



고려신사는 대대로 천왕가와 막부에서 신성한 곳으로 지정하여 고마궁사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들어가게 되면 모든 일본인의 적이 되는 곳이었다.


그 연유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오랜 옛날, 아주 먼 옛날부터 내려오는 금기 중의 금기였다.


호소인이 돌아간 뒤 무솔을 만난 궁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누가 찾아온 것 같은데, 사실은······.”


“이곳은 신성한 곳이라오. 여기를 찾아온 사람, 특히 수호신이 허락한 자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궁사가 무솔의 말을 막고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한마디 말을 하고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으며 뒤 돌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궁사가 건물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비가 내렸다.


고려신사가 있는 산골짜기에 구름과 안개가 뒤섞여 낮게 깔렸다.


까마득히 어두운 밤에 하얀 안개로 이곳이 신성한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자욱한 어둠 속에서 비를 뚫고 검은 그림자들이 고마마을로 안개가 스며들듯 그림자를 신사로 들였다.


산을 내려와 신사 건물들 근처에 다가갈수록 짙은 안개가 감싸고 있었다.



호소인이 여각 이층에서 초조한 마음에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누군가 이층으로 올라오는 소리에 술잔을 내려놓았다.


“어떻게 되었느냐?”


“시, 실패했습니다.”


“뭐라?”


“그, 그게. 고, 고려신사라 잔뜩 겁에 질려서 침투한데다가 안개까지 짙게 깔려 그놈이 숨어 있는 곳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비가 오는데 안개가 낀 것이 불길하다고 들어가지 않으려는 놈들을 닦달해서 들어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안개가 짙어진데다가 갑자기 버, 번개가 치자 모두 놀라 나자빠졌습니다. 그 번개 속에 무엇인가 무, 무시무시한 어, 얼굴이 나타나자, 놀라 눈이 멍해져서는 시, 신이 노했다며, ······모두 버, 벌벌 떨며, 겁에 질려 모두 도, 도망갔습니다. ······어,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몸을 심하게 떨며, 말을 더듬었다. 그의 눈이 멍했다.


“바보 같은!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라고 하는 말이냐?”


“그······.”


대답하지 못하고 몸서리를 치는 부하를 보고는 호소인의 칼이 번쩍였다.


목 하나가 방바닥에 굴렀다.


‘아! ···진정 신성한 곳이란 말인가? ······젠장.’


무솔은 혹시나 호소인이 마을로 게닌들을 들여보낼까 긴장하며 거처를 계속 옮겨 다녔다.


여러 날이 지나도 호소인의 무리가 보이지 않아 마음을 편히 하고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무사도를 연마했다.


귀면이 있던 건물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가뿐해지면서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며 창을 휘두르기도 하고, 칼을 들고 수련하기도 했다.


마당으로 가 조금 전 떠 오른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 하며 수련에 매진했다.


한 번 칼을 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취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서야 잠시 쉬었다.


그러다 다시 빈손으로 머릿속의 동작들과 백의선사께서 알려주신 여러 동작을 떠 올리며 땀을 흘렸다.


“무솔아, 검술이 올곧이 네 것이 되게 하려면 무심하여야 한다.”


갑자기 눈물이 나려 하자, 자리에 가만히 앉아 단전호흡했다.


두륜산과 지리산에서 보낸 지난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또한 일본에서 겪었던 일들로 기가 흐트러지자 얼른 자세를 바로 하며 무상무념의 세계로 자신을 보내려 노력했다.


잠자고 먹는 시간 이외에는 항상 수련했다.


언제 어디에서 다시 호소인이나 주조를,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자를 만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일본 곳곳에 숨어 있는 고수들을 생각하며, 수련에 집중했다.


고려신사에 밤이 찾아오면 무솔은 조용히 눈을 감고 지난날의 일들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많은 기억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또 웃다가 멍하니 있기도 했다.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은 어머니를 생각하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럴 때마다 신궁을 찾았다.


많은 사람이 보고 싶었다.


라나와 하이난, 센, 자신을 아껴준 칸베에 부관, 그리고 조선에 갔을 때, 뵙지 못한 스승님과 연서, 여러 형제들, 예솔이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특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해솔이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버지, 어머니, 반드시 해솔이가 살아있어서 꼭 만나게 해주세요.”


잠자리에 들 때마다 포로로 잡혀 있던 동생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레이야가 간혹 고마마을에 들러서 교토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교토에서 들려 온 소식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어 마을 사람들에게 하직 인사를 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잘 가게. 무솔 무사! 자네는 분명 천손일 게야. 사루타히코노미코토가, 아니지, 저 귀면이 자네를 지켜 줄 걸세. 부디 우리를 잊지 말게.”


‘천손이라···? 귀면, 수호신···?’


고마궁사가 한 말을 되새기며 인사를 하고 마을을 떠났다.


떠나가는 무솔을 보고 있던 궁사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솔 무사가 여기에 온 것도 하늘의 뜻일까?”



무솔은 교토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힘차게 뻗어 나가던 그의 발이 자꾸만 느려졌다.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머뭇거리던 그의 발걸음을 멈추고는 신사와 마을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서 있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곳이었다.


조선으로 가게 되면 영영 이별이었다.


고향 같고, 따스한 어머니의 품 같았던 곳을 떠나려니 허전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여기에 머물 수는 없었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


어둠이 내리고 달이 지자 담을 넘어 어느 깊숙한 건물의 방으로 숨어들었다.


장지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의 주인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잠자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무솔이 일어나 장지문으로 향했다.


“무솔님!”


등 뒤로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무솔은 자신의 잠행이 들킨 것이 못내 부끄러웠다.


“제가 레이야님의 잠을 깨웠군요.”


“아니에요. 며칠째 잠을 설쳐서 뒤척이다 그림자가 복도에 내려앉는 소리에 긴장했지요. 호호호.”


그녀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웃었다.


그녀 앞에 가만히 앉아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동자를 찾았다.


“이제 가면 다시는 못 만나겠네요.”


어둠 속에서 무솔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빛났다.


“그동안 보살펴 주시고 신경을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자리에서 일어나 되돌아서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슴푸레한 그녀의 모습에 무엇인가 말을 하려는 듯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았지만 더 이상 말이 없어 걸음을 장지문으로 옮겼다.


“저······, 오늘 밤만, 아니 하, 한 시진이라도 같이 있고 싶습니다.”


모기만 한 목소리가 무솔의 귓전을 때렸다.


두 사람 다 얼굴이 어둠 속에서 발그레해졌다.


무솔은 머뭇거렸다.


더 이상 인연을 만든다는 것은 그녀에게도 무솔에게도 불행이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쉬 지워지지 않았다.


아니, 지난날 그 밤이 그리워 찾아온 것은 아닐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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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7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1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2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69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2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8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3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5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8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5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3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2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59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5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4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9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59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3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 고려신사 2 22.07.18 68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6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7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2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6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0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2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5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6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5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59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6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6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4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5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4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5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2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2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3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5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3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2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8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6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7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3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7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5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7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5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9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0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6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5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59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60 0 9쪽
83 조선 백성을 지켜라 +2 22.06.19 6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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