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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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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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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무솔이 되다 2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긴 숨을 뱉어 내며 땀을 닦았다.


자리에서 겨우 일어났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뒤를 돌아 보다 호랑이의 수상한 행동에 용기를 내어 소나무 아래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혹시나 호랑이가 되돌아올까 잔뜩 웅크리고는 언덕을 힐끔 힐끔 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 디뎠다.


눈앞에 시커먼 물체가 꿈틀거렸다. 깜짝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호랑이보고 놀란 가슴, 움직이는 것만 봐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또 다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자신의 꼬라지를 보며 허탈한 웃음으로 잘못 보았나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다가가 몸을 굽혀 살펴보니 시커먼 것은 사람이었다.


“이, 이보게? ·····죽었는가? 호랑이가 해코지를 했을라나?”


대충 훑어보았지만 호랑이에게 당한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쓰러져 있는 사내를 흔들었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자 혹시나 해서 목에 손을 대어 보았다.


“오! 가늘지만 맥이 뛰고 있어.”


가슴에 작은 화살이 박혀 있었고 목과 주변은 검푸르게 변한 살이 보였다. 여기저기 생체기와 피가 엉겨있었다.


상처를 보려 윗옷을 벗기자 얇은 쇠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다행이 화살이 박히기는 했지만 심장까지 박히지 않아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집에 업고 와서 보니 자네 손에 먹다만 산삼이 들려 있더군. 아마 산삼을 캐서 먹은 것 같으이. 이 지경에 어떻게 산삼을 발견하고 캤는지 모르지만, 산삼으로 인해 몸에 열이 돌고 피가 뜨거워져 맥이 붙어 있었던 게야.”


“어, 어르신께서 저의 은인이십니다. 다시 한 번, 가, 감사드립니다.”


“자네의 은인은 나보다는 호랑이지. 호랑이가 자네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 희한한 일이야. 조선 사람은 인생의 반을 호랑이를 쫓아내기 위해 보내고 반은 호환을 당한 사람들 문상 가느라 보내는데, 자네는 조선사람 모두가 무서워하는 호랑이를 은인으로 뒀네 그려. 하하하.”




넓은 마당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줄을 서시오. 줄을. 거기 새치기 하지 말고.”


산음에서 의원을 하고 있는 재준은 줄을 선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글을 써서 나누어 주고 있었다.


“언문으로 썼으니 마을 주변에서 구해 달여 드시오.”


다른 한 쪽에서도 환자들을 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자두골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한 겨울이 지나 봄이 오자 산을 하얗게 덮었던 눈들이 녹아 강물로 녹아들었고, 새싹들이 꿈틀거리며 생명력을 시험한 추위를 이겨 내고 있었지만 돌림병이 돌기 시작한 사람들의 세상은 죽음의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우고 있었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전쟁을 피해 산 속으로 달아 나다보니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그리고 추위로 죽어 나갔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온 조선 팔도에 시체가 나뒹굴고 제대로 먹지 못해 비실대자 돌림병이 창궐하여 살아 있는 사람들을 습격했다.


칼과 창을 들고 설치는 왜놈보다도 더 조선 사람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였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 붙였다.


어디 조선 사람뿐이랴.


일본과 달리 혹독한 조선의 겨울은 일본병사들을 죽음 앞에 까지 내 몰았다.


얼어 죽거나 동상에 걸린 병사들이 수천, 겨우 따뜻한 봄날이 왔으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돌림병 있었다.


일본군의 진영에도 돌림병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고 있었다.


웬만한 마을은 돌림병이라는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가지 못했다. 죽음이 스쳐 지나간 자리엔 풀포기조차 시름할 정도였다.


“어르신! 좀 쉬시다가 하시죠. 이러다가 먼저 쓰러지십니다. 벌써 한 달 째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십니다. 이러다 쓰러지십니다.”


“어허, 이렇게 환자들이 많은데 어떻게 쉴 수 있겠느냐. 앞으로가 더 문제야.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더 기승을 부릴 텐데 큰 일이 구나! ·····전쟁이 소강상태이지만 이렇게 계속되면 굶어 죽는 자도 수천이요. 돌림병으로 죽는 자는 수만이 될 될 거다. 언제 전쟁이 끝나려나. 쯧쯧.”


재준은 환자들을 부축하며 걱정 어린 눈으로 유의태를 돌아보았다. 무솔도 힘이 없는 환자들을 부축하거나 탕약을 달이는데 정성을 다했다.


간혹 재준이 멍하게 서 있는 무솔이 거치적거린다며 화를 내곤 했지만 조금씩 몸이 회복되면서 재준과 유의태를 도와 묵묵히 환자 돌보는 일과 탕약을 달이는 일을 거들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그림자가 짧아졌다가 길어 질 즈음 마을 어귀에서 말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워워.”


말에서 내린 군관이 마당으로 들어와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유의태 앞으로 다가 왔다.


“유 의원, 진주성으로 급히 모셔 오라는 병사의 명이오.”

“무슨 일로 그러시오?”


“진주성 근처 마을에도 돌림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소이다. 속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진주성 전체가 죽음의 바다가 될 것이라 하였소.”


“어허, 거기만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여기는 짐승들이 사는 곳이랍니까? 바빠서 못 간다고 전하시오.”


유의태의 단호함에 군관이 난처한 얼굴로 서 있었다.


산음 일대를 주름잡고 있는, 아니 조선 팔도에 이름이 자자한 유 의원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지난 해 늦가을, 진주성 전투에서 김 시민 목사를 비롯한 의병들, 그리고 백성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본군을 물리쳤다.


하지만 승리도 잠시, 전쟁으로 인해 많은 시체들과 일본군의 성 주변 마을과 백성들을 학살하다 보니 날이 풀리며 돌림병이 돌기 시작했다.


많은 의원들이 처방을 하고 마을을 불태우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음, 재준아! 네가 군관 나리를 따라 진주로 가야겠다. 수옥이와 무솔이도 함께 데리고 가거라. 여기는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으니.”


무솔은 겨우 내내 몸을 움직이며, 둔해진 팔과 다리를 회복시켰다.


봄의 기운을 품은 새싹들로 만들어 진 탕약을 먹으면서 머리도 맑아지고 의식도 많이 회복되었다.


아직은 여러 기억들이 파편이 되어 자신이 무솔인지 료우타인지 헷갈려 혼돈의 시간들이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기억의 파편들이 맞춰져 갔다.


초봄, 돌림병 소식에 산음으로 와 자두골 사람들을 도와 환자들을 돌보며, 조금씩 자신을 찾아 가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무솔이라는 것과 여러 사람들 이름이 떠올랐다.


료우타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삶과 그 삶 속에서 라나와 타이요우 등의 이름도 기억이 났다.


전쟁터에서의 일과 누군가에게 쫓겨 도망가던 일, 산속에서 많은 동료들과 검술을 연마하던 일 등이 부분적으로 떠올랐다.


무솔은 재준과 수옥을 따라 진주로 들어 왔다.


오는 동안 둘러 본 산과 들은 푸르르 갔지만 마을과 논밭은 잡초만 무성이 자라나고 있었다.


진주성 외곽에 있는 마을로 들어서자 악취가 강하게 코를 자극했다.


병사들이 돌아다니며 죽은 시체들을 한 곳에 모으고 있었고, 또 다른 병사들은 집들을 불태우고 있었다.


젊은 군관이 재준 일행을 데리고 환자들이 누워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그늘 아래 누워 있었는데 여기 저기 토하였는지 이곳도 심한 악취로 파리가 들끓고 있었다.


“군관 나리, 우선 토사물들을 치워 주십시오. 환자들의 주변을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물을 끓여 먹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옥이가 가져온 한약으로 탕약을 끓여 먹이고 멀쩡한 사람들은 물을 끓여 먹게 하자 그나마 조금 돌림병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수옥아, 조금 쉬어 가면서 하거라. 어휴 이 땀 좀 봐.”


재준이 수옥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 주었다.


“오라버니, 고맙습니다. 아직 환자가 많으니 조금만 더 돌보고 쉴게요. 저보다도 오라버니가 좀 쉬어 가며 하세요.”


수옥은 무솔을 힐긋 쳐다보면서 얼른 재준의 손에서 헝겊을 받아 땀을 닦았다. 그런 수옥을 보며 미소를 지은 무솔도 환자들의 땀을 닦아 주었다.


무솔은 재준이 시키는 대로 탕약을 끓여 환자들에게 먹였다.


환자들을 나르던 병사들 일부가 돌림병에 감염이 되어 쓰러지자 두려움을 느낀 병사들이 환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꺼려했다.


무솔이 나서서 힘든 일을 도맡아 했다.


늦은 봄 햇살이 따가 왔다.


열 자가 넘는 홰나무 아래에서 환자들을 돌보았지만 봄비가 며칠 내린 뒤 습기가 높아 후덥지근한 날씨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원들과 무솔에게도 힘든 고역이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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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7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1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9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3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70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3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9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4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6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9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6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4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3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60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5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4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8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9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60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4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8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7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8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3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7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1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3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6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7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5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60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6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6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5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5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5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6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3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3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4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6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4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3 0 11쪽
» 무솔이 되다 2 22.07.01 69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8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6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7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4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8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6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8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6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9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1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7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6 0 8쪽
85 복수의 서막 22.06.20 60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6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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