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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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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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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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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포주 진자에몬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모두 나가고 다도실에 히데요시와 이에야스 둘만 아니, 얌전하게 차를 따르던 여인도 함께 앉아 있었다.


“처남, 무슨 귀한 이야기를 하시려 그러오?”


히데요시의 입에서 처남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몸서리가 쳐졌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이것을 보아주십시오.”


이에야스가 눈치를 주자 차를 따르던 여인이 농으로 가 무엇인가를 꺼내 왔다.


상자를 받은 이에야스가 여인이 밖으로 나가자 그 상자를 히데요시 앞으로 내밀었다.


황금빛이 나는 작은 상자였다.


“오! 아름다운 빛이오. 이런 상자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아마도 하늘의 뜻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하하, 하늘의 뜻이라······.”


히데요시가 흥분한 마음을 숨기며 급히 황금상자를 열었다.


기대와는 달리 보잘것없는 물건이 들어 있었다.


가슴 저 아래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너구리가······.’


허름하고 낡은 물건을 보자 너도 나이던 늙은 보잘 것 없는 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능글맞게 이에야스가 히데요시를 보며 웃었다.


‘웃어! ······이놈이 날 놀리려고 작정했나 보고나.’


“꺼내서 한 번 보시지요.”


히데요시의 표정을 보고 살짝 웃으며 말을 건넸다.


‘아니, 이것은······.’


뿌루퉁한 얼굴로 물건을 들어 살펴보다 뒷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오래되고 보잘것없는 물건이라 여기고는 이에야스의 말에 그저 한 번 본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눈빛이 닿자 맑고 깨끗해지며 얼굴이 비칠 정도였다.


볼수록 보통의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이 그럭저럭 마음에 드오···.”


‘이 세상에 없는 차 맛과 그 차 맛을 빛내줄 누군가가 함께한다면 더더욱 좋으련만.’


히데요시가 말을 하다 말고 차를 다렸던 여인을 떠올렸다.


물건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았다.


‘음미할수록 맛에 빛이 나는구나! 요도도노의 질투를 견뎌 낼 수 있을까?’


히데요시가 배시시 웃으며 생각에 생각을 더하여 앞서가고 있었다.


히데요시가 말을 하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차를 음미하며 눈을 감자 가만히 그 모습을 보던 이에야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충분히 음미할 시간을 준 뒤 조용하면서도 간곡하게 말을 했다.


“태합 전하. 청이 하나 있습니다.”


“······.”


“이 물건은 도도 다카도라공이 고야산으로 가며 저에게 맡긴 것입니다.”


‘다카도라가······? 멍청한 놈 아냐! 나에게 맡겨야지 왜 저 너구리에게 맡겨.’


“아! 그렇소? 다카도라는 이런 보잘것없는 물건을 어디서 구했답니까?”


속마음과 달리 말했다.


‘후후후, 너의 속마음을 모를 줄 아느냐! 나 또한 이 물건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는데······. 탐이 나지만 지금은 나의 물건이 아니다.’


“관백의 역모 사건에 연루된 일부 다이묘들을 살펴주십시오. 그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어, 이놈 봐라! ······지금 이 물건으로 나를 구슬릴 참이군.’


“그럴 수는 없지요. 수많은 다이묘가 전쟁터로 나가 천왕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사사로이 이익을 취하고 자금을 빌려주고 받았다는 것은 분명한 역모 자금이외다.”


‘역시 말은 잘하는군.’


“태합 전하,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조선과의 전쟁에 군자금이 부족하여 빌려준 것뿐입니다. 오로지 태합 전하의 뜻에 부합하고자 그리 한 것이니 다시 한번 그들이 태합 전하께 충성할 기회를 주십시오.”


‘후후, 이제 못이기는 척해야 하나? 차 맛을 매일 느끼고 싶은데 내 입으로 말을 할 수도 없고······. 저 너구리 놈이 먼저 말을 꺼내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눈치가 없으니 너구리란 소리를 듣지······.’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놈들이지만 너, 아니 처남의 청도 있고 하니 내 양보하겠소. 아, 그리고 특별히 이 선물에 공이 있는 다카도라에게는 지금 즉시 고야산에서 내려오라 하세요.”


황금상자에 대한 궁금증이 도진 히데요시가 이에야스도 예상 못한 다카도라를 불러올렸다.


깜짝 놀라면서도 히데요시의 마음을 간파하고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코자루! 그 아이를 원하겠지만 내가 잠시 맡았을 뿐······.’


“태합 전하의 넓은 아량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이만 일어나야겠소. 차 맛이 너무 좋아 시간을 많이 지체했소이다.”


히데요시가 밖으로 나가면서 배웅을 나온 여인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저 아이도 다카도라공이 맡긴 아이입니다.”


히데요시에게 넌지시 말을 던졌다.


‘뭐라! 그놈은 날 놔두고······. 음. 영 맘에 안 들어. 내려오지 말라고 할까?’


환속한 다카도라는 히데요시의 명으로 이요국의 사카지마 오만 석을 가증하여 7만석의 다이묘가 되었다.


또한 코카와성도 다시 돌려받아 고야산으로 들어가기 전보다 더 많은 땅과 봉록을 얻은 것이다.


사람들은 히데요시의 아량이 넓다고 하였지만, 이에야스는 그 소식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


무솔이 해를 넘기고 봄이 되어서야 고마마을을 나왔다.


달이 제법 서산으로 기울어서야 에도의 기루 거리로 들어섰다.


주변을 살피며 담을 넘었다.


“교토로 가시겠네요?”


“네, 너무 오랫동안 고마에 있었습니다. 레이야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의 물음에 그녀가 말없이 가만히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런 제가 주제넘은 말을 했군요. 용서하십시오.”


“아니에요. 마음 써 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는 포주에게 묶여 어디로도 갈 수가 없는 운명입니다.”


무솔을 보며 말을 하는 레이야의 눈이 촉촉했다.


무솔과 레이야가 앞으로의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들어 왔다.


“지, 진에몬님!”


무솔은 어떤 상황인지 몰라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진에몬이라는 자의 얼굴이 낯익었다.


“네가 누구를 만나는가 했더니 이자더냐?”


“······.”


가끔 레이야가 기루를 비우고 어딘가를 다녀오자 수상하게 여겨 미행을 붙였었다.


놀랍게도 레이야가 고마마을을 들어갔다가 오는 것이었다.


누구를 만나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곳을 갈 때나, 다녀왔을 때 그녀의 표정이 유난히 밝아 보였다.


몇 번을 미행하여 상대를 알아보려 했지만 실패했었다.


진에몬은 에도 성주를 만나고 와서 그런지 잠이 쉬 오지 않아 방에서 나와 정원을 거닐다 기루 안 내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다 보니 레이야가 있는 건물이었다.


그녀의 불 꺼진 방을 잠시 본 뒤 뒤돌아섰다.


그때, 어디선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 발길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옮겼다.


“료우타라고 했소이까? 날 만난 적이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내 이름을······.’


“그, 그런가요?”


“하하하, 교토의 아이루에서 봤을 거요. 직접 이야기는 해보지 않았지만, 가끔 오미츠를 만나러 오곤 했지요!”


‘그렇구나! 아이루에서 본 적이 있었어. 그럼 이자가 아이루와 여기 기루를······.’


“이제야 생각이 납니다. 하하하, 교토와 에도를 다 관리하시느라 힘드시겠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교토에 오시면 아이루를 한 번 찾아오시오. 내가 소개할 사람이 있소이다.”


큰 소리로 말을 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진에몬이 문을 열고 나가자 무솔은 레이야를 쳐다보며 눈으로 물었다.


그녀는 무솔의 눈길을 잠시 피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무솔을 바라봤다.


“사실은 아이루에서 여기 오게 된 게 포주 때문이에요.”


“네?”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이루는 포주가 소큐를 통해 미츠나리에게 부탁해서 만들었어요. 그 대신 미츠나리가 저를 아이루의 안주인으로 넣은 것이고요.”


말을 하다 무솔의 표정을 살핀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호소인과 저의 관계를 알아차린 미츠나리가 에도를 감시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저를 포주에게 이야기해서 이곳으로 보낸 것입니다.”


레이야는 호소인과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고 말하지 않았다.


무솔에게 말해서 득 될 게 없었다.


무솔이 호소인과 레이야와의 관계를 듣고는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교토에서 에도까지 그 호소인을 피해 온 것이 아닌가?


그런 무솔을 레이야는 숨겨 준 것이다.


“아니 그러면 호소인은 가만히 있었습니까? ······얼마 전 저를 쫓아 이곳으로 호소인이 왔을 것인데 어떻게······.”


레이야가 한숨을 쉬고는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며 무솔을 바라보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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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7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1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2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70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2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9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3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6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8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6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3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2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59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5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4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9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60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 포주 진자에몬 22.07.19 64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8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6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7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2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7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0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2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5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6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5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59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6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6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4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5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4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5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3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2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3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5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3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2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8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6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7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3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7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5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7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5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9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0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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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복수의 서막 22.06.20 59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6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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