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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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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5
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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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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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복수의 서막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구모베에와 약속한 이렛날이 되었다.


동쪽 바다 아래에서 붉은 해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부스스한 얼굴을 한 채로 햇살에 눈을 찌푸리다 옆에 누워 있는 스키타를 보았다.


언젠가는 동료들과 적이 되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자 마음이 이상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란 생각에 눈물이 다시 주르르 흘러내렸다.


옷소매로 눈물을 쓱 닦았다.


일본군에게 짓밟히고 더럽혀질 조선 땅과 조선인에 관한 생각에 답답해져 오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울고 싶었다. 펑펑 울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내가 조선인일까?’


어렴풋이, 아니 조선인이라는 확신에 가슴이 떨려 왔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 기억의 파편들, 미친 듯이 칼을 휘두르며 수련해도, 조용히 명상해도 기억들은 저 땅속 깊숙이 박혀 올라오지 않았다.


다만, 조선에 온 후 조선 사람들의 말귀를 조금씩, 아니 일본 말보다 더 알아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자신이 조선인 이라는 확신이 들면서 밤마다 울음을 참았다.


이런 자신이 조선인이 아니라면 누구이겠는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버지, 어머니!"


갑자기 떠 오르지도 않는 부모님을 부르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한참을 울다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억도 없는 부모님을 부르다 운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봇짐에서 찐쌀을 꺼내 억지로 입으로 밀어 넣었다.


목이 먹먹해졌다.


“어쩔 수 없었다. 동료였지만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안 된다. 더더구나 나약한 조선인을, 미안하다. 스키타. 극락왕생하길.”


옷에 묻은 먼지들을 툭툭 털고는 뒤를 한 번 본 뒤 산 능선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거친 산들이 울창한 숲으로 걸음을 자꾸만 붙잡아 길이 짧아지지 않았다.


얼마를 그렇게 숲을 헤쳐 나갔다.


먼 동쪽 바다에 일본 수군의 배가 가덕도 방향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너무 멀어서 깃발의 표식이 보이지 않아 누구의 수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도를 펼쳐 산 아래 포구를 자세히 살피며 지형과 주요한 내용들을 기록했다.



칠천량 방향으로 가기 위해 돌아서려는 순간 북쪽 멀리 군함들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돛이 두 개로 조선 수군의 군함들이었다.


조선 수군함대가 바다를 가로질러 오자 일본군의 군함들이 가덕도로 가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 급히 료우타가 있는 산 아래 바다 방향으로 도망을 쳤다.


해안가로 도망을 오는 일본 수군함대를 조선 수군의 군함이 바닷길을 가로지르며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거리를 따라잡은 조선 수군의 군함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며 불을 뿜었다.


곧이어 천둥소리가 산을 울렸다.


일본 수군함대 여기저기에서 배가 부서지거나 병사들이 아우성을 쳤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멀리서 포를 쏘는 조선 수군을 대항할 무기가 일본 수군에게는 없었다.


여기저기서 철포 소리가 간혹 들려 왔지만, 대포 소리에 묻혔다.


눈 앞에 펼쳐진 조선 수군의 전투 모습이 고스란히 료우타의 눈에 들어왔다.


조선 수군의 위용을 보며 눈과 입이 커졌다.


작은 세키부네들이 부리나케 해안가로 달아났다.


그것도 잠시, 날아 온 포탄에 세키부네가 박살이 났다.


대포에 이어 불화살이 포물선을 그렸다.


쏟아지는 탄환과 불화살에 배 위의 일본 병사들이 앞다투어 바다로 뛰어들었다.


대함선인 아타케부네들도 조선 수군의 대포에 맞아 침몰하기 시작했다.


불화살이 날아와 갑판 여기저기에 불꽃으로 피워 올랐으며, 우왕좌왕하는 병사들은 소리 없이 다가온 화살에 꼬꾸라졌다.


불과 화살에 당황한 병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저, 저것이 조선 수군의 전력이구나! 세상에! 저러니 일본 수군이 박살 나는 것은 당연하지. 그, 그런데 저, 저것은 무엇이지?’


이상하게 생긴 물체가 또 다른 아타케부네를 들이박고 있었다.


일본 수군 사이로 거침없이 질주하며 앞뒤 좌우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냈다.


앞에서 뿜어 나온 연기에 아타케부네 위에 있던 병사들은 배의 파편과 함께 벚꽃이 지듯 산산이 흩어졌다.


너무 놀랍고 황당해서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저, 저 거북을 닮은 배는 가히 공포 그 자체로다. 어떻게 저런 배가 있을 수 있을까?’


경악스러운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는 거북배의 활약을 바라보았다.


겨우 도망 와 갯벌에 박힌 배에서 몇몇 병사들이 깨진 틈으로 뛰어내려 해안가로 올라왔다.


그 뒤를 이어 아타케부네 한 척이 비틀거리며 해안가로 들어왔다.


이미 돛은 부러졌고 배 옆구리는 뚫어져 물이 스며들고 있었으며, 대부분 노는 부러져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 채 허우적거렸다.


전투를 지켜보던 료우타의 눈이 빛났다.


비록 찢어졌지만, 깃발의 문장이 또렷이 눈가에 들어왔다.


‘저, 저것은 분명히 구루시마 문장이다. 육군에 편입되었는데, 언제······. 분명 저 깃발은······.’


깃발을 보고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안고 빠른 속도로 산에서 내려갔다.


급한 그의 걸음에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쳤고 급격한 경사가 그와 함께 미끄러졌다.


왜의 대장선 가까이 다가온 조선 수군은 해안가에 겨우 닿은 아타케부네에 불을 뿜었다.


아타케부네의 격군들이 불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겨우 십여 명이 목숨을 부지한 채 갯벌을 지나 육지로 도망쳤다.


그들은 조선 수군이 따라올까 봐 하얀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소나무 숲으로 헐레벌떡 숨어들었다.


허겁지겁 도망치던 일본 장수가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조선 수군이 해안가 근처까지 다가와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뭍으로 올라오는 일본 병사들을 화살로 사살하고 있었다.


참혹한 현실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부관이 팔을 끌어서야 정신은 차리고 숲으로 몸을 피했다.


조선 수군 몇 척이 전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해안가를 둘러보고는 조용히 깊은 바다로 물러났다.


조선 수군함대가 가물가물해지자 소나무 뒤에 엎드려 있던 병사들이 몸의 흙을 털며 일어났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병사들 속에서 겨우 한숨을 돌린 장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랑스러운 자신의 수많은 병사가 물속의 귀신이 돼 버렸고, 자신을 따라 목숨을 건진 자가 십여 명 정도였다.


그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물론 자신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갑옷 여기저기가 찢겨나갔으며, 신발 한 짝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너무도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장수라는 자가 목숨이 아까워 신발이 벗겨지는지도 모르고 달아나다니, 이 무슨 모욕적이란 말인가?’


육군에 소속되었지만 제5군의 병선들을 관리하다 어이없게 바다에서 몰살당하다 보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당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옆을 돌아보았다.


십여 명의 병사들이 공포에 휩싸여 허수아비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저런 장수를 대장이라고 따랐다니 쪽팔리는군!’


표정들이 장수를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병사들은 조선 수군으로 인해 전의를 상실했으며, 공포 속에서 장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 무사의 칼이 눈에 들어왔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굴에 비장함이 묻어났다.


“마사키, 카이샤쿠를 부탁한다. 너희들은 산으로 도망가 후일을 도모하라. 부디 나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자존심을 회복해다오.”


마사키가 대답 못 하고 무릎을 꿇었다.


다른 병사들도 무릎을 꿇고 울었다.


시종 타테모노가 장수 앞으로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울었다.


장수는 어린 타테모노의 눈을 피했다.


“이봐! 내 칼에 죽고 싶나? 타테모노를 데리고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라. 어서!”


자신들의 장수가 칼을 휘두르자 병사들은 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우는 타테모노를 끌고 소나무 숲 깊이 들어갔다.


병사들이 언덕을 넘어 숲속으로 사라지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갈매기 소리가 하늘을 맴돌았다.


“마사키! 그럼, 부탁하네.”


마사키가 무릎을 꿇고 예를 다한 다음 잠시 망설이다 장수 뒤로 가 칼을 높이 빼 들었다.


장수는 칼을 버리고 단검을 뽑았다.


햇살에 칼날이 예리하게 반짝거렸다.


망설이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입술을 깨물었다.


“단 한 칼에 부탁하네.”


단숨에 단검으로 배를 찔렀다.


아픔을 참고 다시 단검을 옆으로 그으려는 순간,


“윽.”


마사키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졌다.


“아, 아니. 마사키. 왜, 왜 그러나?”


칼의 찔림에 아픈 비명을 참으며 마사키를 붙잡았다.


그의 가슴에 작은 화살이 꽂혀 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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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또 다른 검 이순신 22.08.02 97 0 15쪽
169 일본 무장 손문욱 22.08.01 71 0 10쪽
168 조선 백성의 하늘을 베라 22.08.01 69 0 12쪽
167 천손 3 22.07.31 58 0 11쪽
166 천손 2 22.07.31 53 0 9쪽
165 천손 1 22.07.30 62 0 9쪽
164 주조와의 대결 22.07.30 70 0 9쪽
163 되찾은 청동거울 22.07.29 72 0 13쪽
162 히데요시의 허왕된 꿈 22.07.29 59 0 10쪽
161 세 남매 22.07.28 63 0 13쪽
160 원수의 목을 베다 22.07.28 66 0 11쪽
159 울돌목 싸움 2 22.07.27 62 0 10쪽
158 울돌목 싸움 1 22.07.27 68 0 11쪽
157 왕도깨비 22.07.26 56 0 9쪽
156 타이요우와의 결투 22.07.26 56 0 12쪽
155 배신자 준사 22.07.25 62 0 11쪽
154 두려움과 호승심 사이 22.07.25 63 0 12쪽
153 일본 장수를 사랑한 여인 22.07.24 66 0 11쪽
152 한산섬 어린 포로 22.07.24 62 0 11쪽
151 초로한 이순신 22.07.23 59 0 15쪽
150 이순신의 길 22.07.23 55 0 10쪽
149 불타는 조선의 바다 22.07.22 64 0 10쪽
148 풍전등화 22.07.22 63 0 9쪽
147 닌자들의 싸움 22.07.21 57 0 11쪽
146 묘수인가 악수인가 22.07.21 59 0 11쪽
145 또 다른 여우와의 담판 22.07.20 60 0 13쪽
144 다시 교토로 22.07.20 63 0 10쪽
143 포주 진자에몬 22.07.19 64 0 9쪽
142 여우와 너구리 22.07.19 73 0 9쪽
141 고려신사 2 22.07.18 68 0 10쪽
140 고려신사 1 22.07.18 56 0 11쪽
139 쫓겨간 에도 22.07.17 60 0 12쪽
138 추격자 마리지천 22.07.17 57 0 10쪽
137 고야산으로 2 22.07.16 62 0 9쪽
136 고야산으로 1 22.07.16 53 0 9쪽
135 또 다른 혼노지의 적 2 22.07.15 57 0 12쪽
134 또 다른 혼노지의 적 1 22.07.15 60 0 10쪽
133 사카야마의 죽음 22.07.14 62 0 11쪽
132 속고 속이는 자들 22.07.14 55 0 10쪽
131 타이요우의 폭주 22.07.13 56 0 11쪽
130 타이요우의 배신 22.07.13 65 0 9쪽
129 불타는 올빼미 둥지 22.07.12 59 0 9쪽
128 이시카와 고에몬 22.07.12 59 0 12쪽
127 오사카성 잠입 2 22.07.11 64 0 11쪽
126 오사카성 잠입 1 22.07.11 56 0 10쪽
125 다시 만난 예솔 22.07.10 67 0 10쪽
124 죽음 앞에 선 자 22.07.10 66 0 10쪽
123 지로자에몬 22.07.09 64 0 12쪽
122 사카이 거상 이마이 소큐 22.07.09 85 0 10쪽
121 쫓고 쫓기는 자 2 22.07.08 64 0 9쪽
120 쫓고 쫓기는 자 1 22.07.08 58 0 9쪽
119 소원 하나 22.07.07 75 0 8쪽
118 일본으로 압송되다 22.07.07 73 0 10쪽
117 타다츠구(단검) 22.07.06 64 0 10쪽
116 간자 료우타 22.07.06 69 0 10쪽
115 한산섬에서 만난 쥰세이 22.07.05 59 0 9쪽
11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22.07.05 72 0 10쪽
113 또 다른 비밀작전 22.07.04 63 0 10쪽
112 기만작전 22.07.04 65 0 10쪽
111 논개의 죽음 22.07.03 73 0 10쪽
110 무너지는 진주성 22.07.03 66 0 8쪽
109 조선 무사와의 만남 2 22.07.02 73 0 9쪽
108 조선 무사와의 만남 1 22.07.02 72 0 11쪽
107 무솔이 되다 2 22.07.01 68 0 9쪽
106 무솔이 되다 1 22.07.01 82 0 10쪽
105 한 명호(韓命昊) 22.06.30 68 0 9쪽
104 살동이 22.06.30 72 0 9쪽
103 일본에서 쇄환된 조선인 22.06.29 62 0 10쪽
102 벗점골에 모인 사람들 22.06.29 70 0 10쪽
101 운명인가? 22.06.28 65 0 9쪽
100 숙명인가? 22.06.28 76 0 11쪽
99 가슴에 꽂힌 애기살 22.06.27 75 0 11쪽
98 조선 무사에게 쫓기다 22.06.27 67 0 11쪽
97 진주성에서 만난 철포대장 22.06.26 83 0 11쪽
96 닌자들 간의 싸움 22.06.26 68 0 11쪽
95 진주성으로 22.06.25 76 0 9쪽
94 조선 무사와의 첫 대결 22.06.25 68 0 9쪽
93 이순신을 척살하라 2 22.06.24 84 0 9쪽
92 이순신을 척살하라 1 22.06.24 68 0 8쪽
91 조선 수군의 포로가 된 쥰세이 22.06.23 75 0 9쪽
90 한산대첩 2 22.06.23 61 0 9쪽
89 한산대첩 1 22.06.22 69 0 9쪽
88 와키자카의 호승심 2 22.06.22 70 0 9쪽
87 와키자카의 호승심 1 22.06.21 67 0 10쪽
86 거북배 22.06.21 65 0 8쪽
» 복수의 서막 22.06.20 60 0 9쪽
84 동료를 베다 22.06.20 60 0 9쪽
83 조선 백성을 지켜라 +2 22.06.19 6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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