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칼을 들어야 하는 이유
나는 뒤이어 연병장에 열과 오를 맞춰 기립해 있는 700명의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그대들은 모두 나를 주군으로 인정하며 나의 검과 방패, 창과 화살이 되어 나와 버모린영지를 위해 싸우다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나의 외침에 700명의 병사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네, 우리는 주군을 받들 것이며, 버모린영지의 검과 방패, 창과 화살이 되어 싸우다 죽기를 희망합니다.”
“좋다. 너희는 지금 이 순간 버모린영지를 지키는 병사가 되었다. 맹세를 잊지 말 것이며, 그 누구라도 버모린영지를 위협하거나 침략하거든 내가 내리는 이 창과 칼, 그리고 방패와 화살로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모두 죽여라”
“우와와와~~~영주님 만세, 주군 만세, 버모린영지 만세~”
병사들에게는 드워프들이 만든 강화소드 300자루, 강화방패 100개, 강화창 200자루, 강화활 100자루가 제공되었고, 강화가죽갑옷과 강화가죽신발 700개가 지급되었다.
병사들은 거의 넋이 나갈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무기와 갑옷을 받아 들고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갈아입었다. 그리고 내 뒤에 오와 열을 맞춰 정렬하였다.
나는 다시 행정관들과 장인들이 서있는 곳으로 갔다.
행정관 중 머리에 흰머리가 히끗히끗 보이는 중노인 앞에 섰다.
“그대는 어디서 왔으며 이름은 무엇이오?”
“주군이시여, 제가 어디서 왔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저는 오늘 버모린에서 새 인생을 시작했기에 제 고향은 버모린영지입니다. 그리고 제 이름은 우드라고 합니다”
“좋습니다. 우드 행정관, 그대는 행정 업무 중 어떤 업무들을 경험했습니까?”
“저는 과거에 농업,상업, 조세,건설 등 여러 행정 업무를 두루 경험했습니다.”
“우드행정관, 나 버모린의 영주 강철민의 이름으로 당신을 버모린영지의 총괄행정관으로 임명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저 우드는 죽는 순간까지 오직 주군이신 강철민영주님을 따를 것이며, 오직 버모린영지의 발전을 위해 모든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우드 총괄행정관은 지금 버모린에서 항구도시가 건설되고 있다는 것을 들으셨지요?”
“네, 영주님 얼마 전에 이곳으로 오면서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내가 지시하겠습니다. 우드 총괄 행정관은 지금 즉시 상단에서 일할 행정관을 제외한 모든 행정관과 가죽장인을 제외한 모든 기술자들을 데리고 버모린 도시건설 현장으로 내려가 공사 행정을 시행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철저하게 능력을 평가하여 나중에 나에게 보고하시오. 추후 버모린도시가 완성된 후 평가표에 의거하여 각 부서의 대표 행정관으로 선임할지를 판단하겠습니다.”
“네, 영주님 지금 즉시 버모린으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내려가면 일반 노예 6천여명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노예에서 해방되었음을 알리시고, 모든 사람들은 버모린영지의 영지민이 될 것이라 전하세요.
도시가 완성되면 영주의 권한으로 모든 영지민이 도시에 거주할 수 있게 할 것이며, 집도 한 채씩 무상으로 줄 것이라 알리세요.
단 도시 건설에 최선을 다해 일하는 자에 한한다고 필히 언급해 주시고요.”
“네, 영주님. 말씀하신 내용을 모두 전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우드 총괄행정관, 그리고 내려갈 때 저놈도 데리고 가세요. 가면 드워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들은 나와 계약을 맺고 돕는 사람들이니 특별하게 신경을 써 줘야 할 겁니다. 저놈을 그들의 대장인 골드브링거에게 데려다 주시면 됩니다.”
나는 아직도 짝다리를 짚고 시쿤둥하게 서있는 장퍼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말했다.
“네 영주님. 저자도 데리고 떠나겠습니다. 그럼 언제 다시 뵐 수 있겠습니까?”
“염전 건설에 대리석이 좀 많이 필요합니다. 한동안 대형 상단들을 통해 대리석을 구해서 내려가겠습니다. 아마도 2달 후에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십시오.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네. 수고 좀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이제 레이든 영지병들을 떠나 보내야 한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습니다. 아놀드경”
“아, 아닙니다. 버모린영주님. 당연히 저희가 했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습니다. 내가 따로 드릴 것은 없고 병사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금화 300골드씩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레이든영지 병사들이 연병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 댔다.
엄청 좋을 것이다. 레이든영지에서 따로 월급을 받지만 금화 300골드면 근 10개월치 급여와 같은 금액이다. 이것을 지금 보너스로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놀드경에게 내가 따로 드리는 선물이요. “
나는 아공간에서 강화롱소드 한 자루를 꺼내 주었다.
아놀드는 강화롱소드를 받아 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제 자기도 강화풀플레이트아머에 강화롱소드를 착용한 진정한 강화세트 기사가 된 것이다. 공작가 기사들도 갖춰 입지 못하는 갑옷과 검을 가지게 된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버,버모린영주님. 저, 정말 감사합니다.”
아롤드는 감격하여 말을 잊지 못한 채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자,자 병사들이 보고 있으니 그만 진정하시고 레이든영지병들은 이만 해산하는 게 좋겠습니다.”
“네, 버모린영주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이제 연병장은 내 병사들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할버트를 경비 대장에 임명하고 검병 100명과 궁병 50명, 창병 50명을 선별하여 총 200명을 경비대에 배속 시켰다. 경비대는 앞으로 뉴라이프 상단에서 적의 침입을 방어하고 첩자를 색출하며 경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남어지 500명과 버모린기사단은 다음 달에 있을 해밀턴 대 레이든 영지전을 준비하여 훈련에 돌입했다.
상단의 조직 개편도 단행되었었다.
총괄사장 - 아이린
가죽제품 제작 및 판매사 - 사장 하만, 제작및 판매부장 줄리아, 장인(40명), 판매직원(10명)
드워프제 무기 및 방어구 판매사 - 사장 스콜, 판매 및 관리부장 폴, 판매직원 (25명)
드워프제 보석세공품 판매사 - 사장 아이린(겸직), 판매부장 에밀리 행정관, 판매직원 (50명)
경매장 운영사 - 사장 조나단, 부장 휴즈 행정관 , 운영관리직원(10명)
조직이 개편되면서 뉴라이프상단의 분위기도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모든 부서가 개별 회사가 되면서 각 회사의 사장들의 각오가 남 달려졌다. 사실 그래봐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산 회의도 1달에 한번 계속적으로 열리게 되고, 수익금도 다 나에게 들어온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각 사장들은 전보다 훨씬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보고하러 올라온 아이린과 내 방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간간이 데이트를 즐기기는 했지만 서로 바쁘다 보니 긴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때가 많았다.
“군마 사들이는 거는 어떻게 되고 있어?”
“볼튼상단이 각지의 영지에서 한두 마리씩 사들이고 있지만, 아직은 몇 마리 안돼요. 군마는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같아요. 그리고 볼튼상단에서 올해 우리 상단에 주기로 한 보석원석 5만골드어치를 모두 납품 됐어요. 총 2500개의 보석 원석이 들어왔어요”
“아, 그래? 잘되었네. 이따가 내가 찾으러 갈게. 원석을 가공하는 것은 내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내년부터 볼튼상단에서 보석 원석을 우리에게 전량 납품하기로 했으니 가격은 알아서 잘 쳐줘. 오래가야 할 사이니까. 그리고 군마는 일단 기사단이 탈 10마리 정도라도 빨리 구했으면 좋겠다”
“알겠어요. 영주님”
“버모린의 도시 공사가 완료되면 상단도 버모린 영지로 옮길 거야. 레이든 영지를 떠나야 할 텐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그곳이 내가 꿈꾸는 세상이에요. 저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들이 짐승처럼 다루며 무시하던 노예들이 모여,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길 원하며, 알려지기를 원해요.”
“그래, 아이린, 꼭 그렇게 될 거야. 하지만 이제 너도 알아야 해. 네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이며, 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갈 거야. 그 만큼 피의 대가가 따르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
“저,전쟁이요? 왜죠? 왜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 거죠? 전 단지 노예가 없는 세상, 노예도 인간으로서 짐승 취급 받지 않고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세상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을 뿐인데요”
“그 다음은? 그래서 세상의 권력자들이 너의 것을 빼앗기 위해 창, 칼을 들고 달려들면 너는 어떻게 할 건데? 그 조그마한 버모린에서 그들을 막아낼 수 있겠니? “
“네? 그, 그건”
“아이린, 너는 이상만 있고 현실은 보지 못하는 구나. 그래서 너의 이상이 위험하다는 거다. 너는 너를 지킬 힘이 없다. 너의 이상을 권력자들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힘도 없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꿈꾸는 이상 만을 세상에 알리려고 한다. 그것이 알려졌을 때 불어닥칠 파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니?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이 레온왕국의 왕이란 작자가 너를 죽이고 버모린영지를 무너뜨리기 위해 군대를 보내 올 것이다.“
“······.”
아이린은 말이 없다. 가장 믿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너의 이상은 쓸데없는 망상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배신감과 함께 마음 한쪽이 구멍이 뚫린 듯 허무하고 허탈한 느낌이 몰려왔다.
나는 그런 아이린의 모습을 동정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이미 제도화된 세상에서 새로운 이상과 사상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것을 지킬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신의 사랑을 말하는 종교가 자기들과 다른 사상을 가진 이들을 이단으로 몰아 핍박하고 죽이는 것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신께서 그들을 죽이라 명하였을까?”
“아,아니요. 신은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그들의 자신들이 믿는 신앙과 신도들의 이탈 등을 막기 위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그리 행동했을 거예요”
“마자, 그들은 자신의 권력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종교, 새로운 사상을 가진 자들을 죽이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그들의 신앙은 새로운 신앙이나 새로운 사상과 섞이며, 희석되거나 종국에는 사라져버릴 테니 말이야.
너의 이상은 어떨까? 현재의 권력자들에게 너는 이단일텐데 그들이 너를 가만 놔둘 것 같냐?”
“아아아···”
아리린은 깨달은듯했다. 이상만 가지고는 절대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강력한 힘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사상과 이상에 반하여 나를 죽이려 오는 이들을 되려 물리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어야만 비로소 제도권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
“나는 힘이 없었다. 나도 남들로부터 무시 당하며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힘을 갖기를 희망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져 왕이라도, 황제라도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것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힘을 얻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내가 오늘 너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한 것은 너도 이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린은 과거 내가 힘없는 존재이자 무시 받았던 존재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얼굴을 바라보며 답하고 있다.
“제가 무엇을 알아야 하나요?”
“너와 나는 이제 칼을 들고 세상과 전쟁을 해야 할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 시발점이 바로 영지전이다. 저들의 진정한 목적은 버모린을 빼앗는 것이다.
너와 나는 이제 버모린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세상에 너와 나의 이상을 알리기 위해, 다가오는 적들을 모두 물리쳐야 한다.
똑똑히 보아라, 아이린. 이 영지전을 시작으로 수많은 권력자들이 끊임없이 버모린영지를 노리고 몰려 올 것이다.
나는 그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해, 내 여자와 내 영지와 내 이상과 꿈을 지키기 위해···..”
“그만~”
갑자기 아이린이 내 말을 끊어버리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나의 품에 뛰어들어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내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고 한참 동안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있었다.
아이린이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그만해도 돼요. 저는 당신의 여자입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그곳이 지옥이라 해도 함께 갈 거에요.
그리고 이상과 꿈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들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강해 질게요. 결코 당신의 뒤에 숨지 않을게요. 지켜봐 주세요”
난 아이린을 꼭 안아주었다.
“내가 지켜 줄께 아이린”
“사랑해요. 영주님”
“나도 사랑해. 아이린”
확실히 아이린은 강한 여자다. 나의 이상형이다. 한국에서는 내가 너무 못나서 이런 여자를 쳐다 보지도 못했다. 강철민이 진짜 출세했다. 만세다, 만세···
***
바쁘게 살다 보니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약속된 영지전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사이 볼튼 상단에서 군마 10필을 납품하여 다행스럽게 기사단의 기사10명에게 말을 준비해 줄 수 있었다.
기사가 말도 없이 전쟁에 나간다면 그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겠는가. 그런 일이 안 벌어져서 다행이다.
왕국 내 대형 상단 4곳과 대리석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뉴라이프 상단에 찾아오는 타국의 대형 상단들 5곳과도 10% 더 주는 조건으로 대리석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3개월이다. 3개월 안에 내가 필요로 하는 수량을 납품해야 하는 조건이다. 원체 대리석이 귀하고 수요가 많다 보니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50cm*50cm크기의 대리석이 2골드나 되었다.
밀 한 포대 가격이다. 단순 계산으로 3km*3km를 대리석으로 다 깐다면 2,400만개가 필요하고 4,800만골드의 자금이 필요하다.
물론 중간에 호수가 있고 염전 주변으로 마을이 들어가는 자리 및 창고 자리 등 좀 빠지기는 하겠지만 얼추 4,000만골드는 소요될 것 같다.
중간에 상단의 정산이 한번 더 이루어져서 자금으로는 별 문제가 안된다.
지난달 정산금은 총매출 27,321,000골드 , 세금 4,098,150골드, 자재 및 상단운영 비용 2,150,000골드였다.
순이익은 21,072,850골드가 남았다.
-소지금 : 47,192,522골드
이번 달부터 대리석이 납품 되기 시작하면 비용이 꽤 많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염전이 가동되기만 한다면 투자된 돈은 1년이면 모두 걷어드릴 수 있을 것이다. 소금 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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