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전쟁발발
웅덩이 밭 전체를 하마베 농장으로 만드는데 2일이 걸렸고, 총 1만개의 하마베를 심을 수 있었다. 6개월 후에는 5만개를 수확할 수 있다. 이중 1만개는 종자가 될 것이니, 6개월마다 4만개의 하마베를 출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골드브링거에게 400개의 하마베를 주고 나머지 16,600개를 아공간에 넣었다. 이제부터 매번 하마베를 수확할 때마다 수수료를 뺀 나머지를 레이든성 뉴라이프 상단 본부에 직접 납품하라 지시하고 아이린에게 돌아가 수확한 하마베를 전해주었다.
신기한 눈으로 하마베를 바라보던 아이린이 마치 보석이라도 되는 것 마냥 하마베 하나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며 말한다.
“이게 하마베라는 것이군요. 우리 상단의 최고의 효자 상품이 되어 줄 귀한 녀석들이에요”
“그 녀석들 판매 전략은 세웠어?”
“그럼요. 이미 오래전에 세워 놨어요. 군주님께 이 녀석들 효능에 대해 듣고서 바로 결정했어요. “
“??”
나는 아이린이 하마베를 얼마에 팔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중급포션 1병에 200골드이고, 우리 경매소에서 판매하는 트롤의 피로 만든 상급포션 1병에 500골드를 받는다고 해요. 하지만 하마베는 포션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하마베만의 고유한 치료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하마베의 판매 가격을 2,000골드로 책정했어요”
“헉!! 2,000골드? 너무 비싸지 않아?”
나는 깜짝 놀랐다. 아무리 하마베가 영물이긴 하지만 2,000골드는 너무 비싸 보였다. 고객들이 비싼 하마베 대신 대체상품이라 생각되는 포션 쪽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결코 비싸지 않아요. 솔직히 하마베는 프리실란드 대륙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발견된 적 없는 영물이에요. 아무리 찾아봐도 대체 상품이 없어요. 구지 찾는다면 포션이 있지만 포션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아요. 포션이 아무리 강력해도 완벽한 치료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하마베는 그 한계를 넘어서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요.”
맞는 말이다. 하만의 딸 줄리아의 경우를 보더라도 포션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하마베는 그런 거 가리지 않는다. 오래된 상처도 문제 없이 완벽하게 치료하고 재생 시킨다.
아이린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저는 고객들에게 이렇게 설명했어요. 이 하마베는 전쟁터에서는 그야말로 여분의 목숨이 여러 개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목숨 하나를 단 돈 2,000골드에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비싼 건가요? 여러분의 목숨의 가치가 고작 2,000골드도 안되는 것인가요? 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문의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이 하마베로 몇 번의 시험행사를 거치고 나면 프리실란드 대륙의 모든 나라에서 우리 아사달에 찾아 올 겁니다. 하마베를 구입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렇게 따지고 보니 또 비싸 보이지 않는다. 사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더니 설명을 듣고 보니 포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목숨 값으로 하마베를 포장해 버린 것이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 포션과는 차원이 다른 상품으로 각인 시킨 것이다.
‘아이린 너는 참으로 똑똑하구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녀석”
나는 아이린을 꼬~옥 안아주었다.
이번에 수확한 하마베 중 16,000개를 아이린에게 전해줬었다. 그 다음날부터 하마베는 절찬리에 판매를 시작했고, 한달동안 3번의 시험행사를 진행한 이후 거짓말처럼 아이린의 말대로 되었다. 주변 왕국과 두 제국은 물론 멀리 서쪽에 있다던 나와 피부색이 같은 나라에서도 사절단이 왔다고 한다.
아이린과 며칠 함께 보내고 군주성으로 돌아온 나는, 하릴없이 24층 직무실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2일에 한번씩 총리나 장관들이 보고를 하러 오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특별한 일이 없었다.
국영사업체도 아이린의 관할 하에서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고, 각 행정관청들도 하벨총리의 관할 하에 무리 없이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해 나가고 있다.
하마베농장도 이제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드워프들이 수수료 받고 알아서 잘 심고 잘 수확하여 뉴라이프 상단에 납품할 것이다.
내년부터는 라이스와 겨울보리 제외한 특수작물인 콩, 감자,고구마, 옥수수 등도 판매된다.
“주인님?”
“응, 왜 두리안”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는 판매를 하는데 왜 라이스와 겨울보리는 판매를 금지 시킨 건가요?”
라이스와 겨울보리는 판매 및 외부 유출을 전면 금지 시켰다. 일단 수확이 되면 정부가 수확물의 전부를 사들인다. 그리고 아사달의 필요 수량만큼 라이스는 완전 도정된 상태로, 겨울보리는 제분된 상태로 내부 시장에서 판매될 것이며, 해외 유출은 강력한 법적 제약을 걸어 금지 시켰다.
“라이스와 겨울보리는 아사달의 전략상품이자 비축 곡물이기 때문이야.”
“전략상품이자 비축 곡물이요?”
“그래, 아사달은 작은 나라야. 너도 봤다시피 모든 국토를 다 농경지와 했는데도 생산량은 180만 포대가 전부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곡물을 비축해 놔야 한다.
더군다나 라이스와 겨울보리는 개량된 종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전파 시킬 수가 없다. 왕국이나 제국의 드넓은 경작지에서 어마어마한 물량의 곡물이 쏟아져 나온다면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질 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전쟁으로 죽어나갈 수도 있다. 지금의 시대는 식량이 곧 무기가 되는 시대야.”
“아!! 그럼 수확기가 끝나면 밀 시세가 쌀 때 타국에서 필요 이상의 많은 밀을 사들이는 것도 비축하기 위해서인가요?”
“응, 아사달에서는 밀을 재배하지 않으므로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 어느 순간 다른 나라와 사이가 안 좋아 질 수 있으므로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비축분을 많이 가져가야 하는 이유도 있어”
아사달의 농림부에서는 밀의 시세가 쌀 때 해외에서 계속 사드리고 있다. 올해도 130만포대의 밀을 사드려 부패 방지가 걸린 거대 창고에 계속 비축하고 있었다.
“흠, 그렇게 비축 식량이 중요하다면 특수작물도 비축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그것은 왜 파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주인님”
“하하, 두리안, 특수작물은 개량종자가 아니잖아. 수확량에 한계가 있는 작물이야. 더구나 재배시기도 밀 재배 시기와 맞물려 있어서 어느 왕국, 어느 영주라도 특수작물을 심기 위해 밀 농사를 포기하지 못할 거야. 내가 특수작물을 파는 것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구휼이 목적이기 때문이야”
“구휼이요?”
“응, 나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돈은 있는 놈들에게 고가품을 팔아 뜯어내면 된다.
4가지 특수작물인 콩,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가 밑을 대신하여 재배되지는 않겠지만 이 작물들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산속의 빈 터나 밀 밭의 테두리 땅이나 자투리 땅에서도, 그리고 집안에 있는 텃밭에서도 잘 자란다.
나는 앞으로 3-4년 후에는 프리실란드 대륙의 모든 농가에서 특수작물들이 자라나 배고픈 평민들의 굶주림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
현재 무역소에서 옥수수가 판매되고 있다. 무역소에서는 옥수수를 사가는 상단들에게 재배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에 가서 옥수수를 전파하고 재배를 하게 될 것이다.
“캬~ 그렇게까지 인간들을 생각하시다니 우리 주인님 진짜 훌륭한 분이세요.”
“하하, 두리안 아부 그만 떨어라. 오늘 저녁에는 콩으로 만든 두부를 먹을 건데, 너도 먹어볼래?”
“싫어요. 주인님, 전 안 먹을래요. 콩도 싫지만 그 두부라는 것도 비려서 싫어요.”
“인마, 그렇게 단것만 좋아하고 편식하면 나중에 병 걸려 죽어.”
“단것을 좋아하는 것은 종족의 특성인 걸 어쩌겠어요. 그리고 제가 병 걸리면 주인님이 치료해 주실 건데 아무 걱정도 안되는 데요. 헤헤”
“흠, 그러긴 한데 그래도 내가 엄청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두부인데 그렇게 단칼에 거절하니 좀 서운하다”
콩으로는 두부를 만들어 먹을 것이다. 두리안은 콩의 비린 맛을 싫어해서 못 먹는다고 하지만 인간들에게 두부는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 엄청 훌륭한 음식이 될 것이다.
농림부에서 이미 나에게 전수 받은 두부 만드는 법과 두부를 이용한 요리법 몇 가지를 국민들에게 전파 시키고 있다. 두부로 인해 아사달 국민들의 식탁이 조금이나마 더 풍족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아!!! 믹스커피 먹고 싶다~”
“임마, 그거 다 떨어진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 소리야. 나도 먹고 싶다. 어디 커피나무 없을까? 미지의 수림을 뒤져보면 어디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커피나무라는 것을 찾으면 믹스커피를 먹을 수 있나요. 주인님?”
“응, 그 믹스커피 만드는 재료가 커피나무에서 열리는 커피원두로 만드는 거야.”
“우리 언제쯤 미지의 수림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글쎄, 가는 거야 어렵지 않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텔레포트로 다녀올 수 있어.”
“그럼 커피나무 찾으러 한번 다녀올까요. 주인님?”
“에헤~ 참아라. 너 커피나무가 어떻게 생긴 건지 알아?”
“아니요.”
“나도 몰라”
“···.?”
“그냥 잊고 살자.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겠어.”
“에휴~”
“나두 에휴다”
창밖으로 버모린항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없이 많은 상선들이 항구 가득 정박해있다. 대형상선 100척이 동시에 접안 할 수 있는 대형 항구인데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선들이 가득 정박해 있다. 버모린 항구는 하루에도 수십 척의 배가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사들이는 수입품은 밀, 동물기름, 보석원석,백토, 석회석, 철, 그리고 농사에 쓸 소나 가축 등이 주요 수입품들이다. 수출품은 소금, 시멘트, 보석세공품, 무기와방어구, 브랜드가죽제품, 대형몬스터, 하마베 그리고 옥수수 등이다.
내년에는 감자와 고구마도 추가 될 것이다. 또 현재 장퍼프와 드워프들이 연구하고 있는 비누와 동물뼈를 갈아 백토와 섞어 만든 잘 깨지지 않는 도자기가 선보일 것이다.
앞으로 해를 더해 갈수록 아사달은 새로운 문물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항구에 더 많은 배들이 들어오겠지’
계절은 어느덧 늦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시기였다.
그때.
꽝~
갑자기 직무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군주님, 큰일 났습니다.”
하벨총리가 상기된 얼굴로 뛰어 들어와 소리쳤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흥분하셨습니까?”
“군주님.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네? 전쟁이요? 우리나라에 누가 쳐들어 왔습니까?”
나는 전쟁이라는 말에 설마 우리 아사달에 누가 쳐들어 온 줄 알고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아, 아닙니다. 우리 아사달이 아니고, 자이르왕국 놈들이 레온왕국을 기어이 침공했습니다. 25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국경을 넘어 파죽지세로 레온왕국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휴~ 깜짝이야. 난 또 우리 아사달인 줄 알았잖아. 이 양반은 왜 남의 나라 전쟁에 이리 흥분하고 그래’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하벨총리. 그래봐야 남의 나라 전쟁인데 왜 하벨총리가 그렇게 흥분하시고 그러세요”
“군주님. 그게 아닙니다. 지금 레온왕국의 마지막 보류인 지르크산성이 뚫리면 레온왕국은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지르크산성 이외에는 전략적 요충지가 없습니다. 더하여 우리 아사달도 위험에 노출됩니다.”
지르크산성은 지르크산맥의 골짜기를 틀어 막아 세운 천해의 요새이다. 25만의 대군으로도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뚫리면 왕성까지 큰 산이 없고 거의 평지에 가깝다. 백작성이건 후작성이건 다 평지에 세워져 있어 대군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우리 영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200m 높이의 흙 산을 넘지 못할 거고, 새로 지은 3단 성문은 25만이 아니라 50만이 쳐들어와도 쉽게 뚫지 못합니다. 그건 그렇고 지르크산성는 지금 누가 막고 있나요.?”
“하이샌드백작이 4만병력으로 막고 있지만 역부족일 것 같습니다. 국경부터 지르크산성까지 50km를 단 이틀 만에 밀렸다고 합니다. 레온왕국에서도 급히 각 영지에 소집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정식으로 도움을 청해 왔습니다.”
“흠, 한번의 카드를 사용한다고 하던가요?”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단지 아사달군이 출병해 주기를 바란다고 공식적으로 요청해 왔습니다.”
‘웃기는 놈들이네. 지들이 뭔데 남의 나라 군대를 출병하라 마라 지랄이야’
“군의 출병은 안됩니다. 아직 훈련도 안된 군을 내 보내서 다 죽게 할 수 는 없습니다.”
“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허면 어떻게 할까요? 저대로 두면 지르크산성이 뚫리는 건 시간 문제일 텐데 말입니다.”
“하벨총리 생각에 지르크산성이 얼마나 버틸 것 같습니까?”
“지금 해리슨공작령과 로엘후작령, 리갈후작령에서 영지군이 지원을 하기 위해 출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과 합류한다면 적어도 7일 정도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이상은 힘들 겁니다 지원군까지 합류해 봐야 7만 병력밖에 안될 테니까요.”
“흠···”
나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사달에 공식적으로 출병을 요청했다는 것은 나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지난번 왕세자에게 위기에 처했을 때 한번은 도와주겠다고 했던 그 카드를 쓴 것인데...’
“지르크산성이 여기서 어느 쪽 방향에 있습니까?”
“이곳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50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네? 군주님 혼자 말입니까?”
“네”
“안됩니다. 기사단만이라도 데려가십시오. 혼자 가시면 위험하십니다. 군주님”
“위험이요? 내가? 설마요. 걱정 마세요. 25만명이 아니라 100만명이 내 앞을 막아도 나를 죽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기사단이랑 말 타고 가면 갈 때까지 지르크산성이 버텨내고 있겠습니까?”
못 버티고 함락 당할 가능성이 크다. 500km면 말 타고 쉬지 않고 달려도 5일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그, 그야···”
“걱정 마시고, 총리께서는 내부 단속을 강화해 주세요. 아사달에 자이르왕국 첩자가 들어와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모두 색출해서 잡아드리세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북쪽과 동쪽 성문과 성벽에 병력을 증원하여 비상사태에 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군주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하벨총리에게 지시를 하고 바로 직무실에서 하이샌드백작성으로 텔레포트로 이동했다.
지르크산맥은 변경백인 하이샌드백작령 영역 안에 있다. 백작성에서 고작 20km밖에 안되는 거리에 있는 것이다. 지르크산성은 내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기에 여기서부터는 말 타고 가던지 날아서 가야 한다.
얼마 전부터 꾸준히 알퐁소에게 교습을 받아가면 승마 연습을 했다. 이제는 3시간정도 말을 타도 허벅지와 허리가 안 아플 정도로 숙달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을 한가하게 말 타고 달릴 여유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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