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장사 밑천은 챙기고 가자
나는 여차하면 텔레포트(Teleport) 시전을 준비하면서 와이번들을 노려보았다. 와이번들은 나를 공격할 의사가 없는지 나와 좀 떨어진 곳에 착륙하였다. 금색 와이번이 콧김을 내 뿜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크르르릉, 크르르릉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던 금색 와이번이 나에게 물었다.
“그대가 레드 와이번을 죽였는가?”
나는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거만하게 받아쳤다.
“그렇다. 나를 먼저 공격했다. 너도 특별한 생명체인가 보구나. 말을 하는 걸 보니”
“흠. 그 녀석이 언젠가는 큰일을 내리라 예상은 했다만 ···.그런데 그대는 누구이기에 라쿤님의 냄새를 풍기는가?”
나는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라쿤을 들먹이는 것을 보니 어차피 저놈도 내가 드래곤이라 착각하고 있을 테니 기세로 밀고 나가야 한다.
“내가 누군지 알 필요 없다. 너도 나와 싸우러 온 것이냐?”
“아, 아니다. 우리는 그대와 싸울 의사가 없다.”
“그럼 왜 온 거지? 네놈들 동료의 시체라도 가져가려고 왔나?”
“그러려고 왔다. 그대가 허락한다면 레드 와이번의 사체를 우리가 가져가게 해 다오”
“한발 늦었다. 이미 재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레드 와이번이란 놈은 어제도 나를 공격했다. 그래도 나는 참았다. 꼬리만 자르고 용서해줬다. 그런데 오늘 또 공격해왔다. 어째서 내가 그놈에게 공격을 받아야 하는가? 말하라. 어째서 내가 너희 같은 놈들에게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
나는 라쿤을 들고 소리를 질렀다. 라쿤의 검신에서 붉은 핏빛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
금색 와이번은 아무 말을 못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골드드래곤 라쿤의 냄새를 가득 풍기는 걸 보면 라쿤의 자식 같기도 했다. 2,000년전에 알을 낳았다고 했으니 라쿤의 자식일 가능성이 높았다.
또 드래곤 외에는 적수가 없는 자신 앞에서 이렇듯 기세등등한 걸 보면 그것 역시 라쿤의 자식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너희들의 동료는 나의 마법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니 사체는 가져갈 수 없다”
“레드 와이번이 그대를 몰라보고 경솔한 행동을 한 것에 와이번 일족을 대표하여 나 골드 와이번 라바가스터가 정중히 사과 드리겠소”
‘먹혔다’
나는 등에 식은땀이 났지만 골드드래곤 라쿤을 믿고 강하게 나간 것이 주효했다는 걸 느꼈다. 또한 라쿤이 검신에서 붉은 빛을 뿌려 준 것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좋아. 그 사과 받아들이지.”
“고맙소”
“한 가지 물어보겠다.”
“···.?”
“여기서 인간들이 사는 곳이 얼마나 멀지?”
“인간들이 사는 세상? 설마 그곳에 가려는 것이오?”
나는 말없이 고개을 끄덕였다.
“허···.드래곤들은 유희라는 걸 한다더니···.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이곳에서 멀지 않소. 하지만 가는 길은 험난하오. “
라바가스터의 설명은 와이번이 사는 이 뽀족한 산을 지나면 거대한 산맥이 나온다고 한다. 산맥의 이름은 데쓰, 너무 높아서 자신들의 날개로도 넘을 수 없다고 한다. 1년 내내 눈이 내리고 얼음으로 뒤덮여있으며 그 길이는 수만리에 이르고 폭 또한 1만리에 이르는 죽음의 산맥이라고 했다.
데쓰산맥을 넘으면 바로 인간들의 땅이라고 했다.
나는 라바가스터와 헤어지고 쉬지 않고 바로 뽀족산을 넘었다. 다리가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려서 한시도 그곳에 있을 수 가 없었다.
만약 라바가스터가 자신이 드래곤이 아니고 인간인 것을 알면 갈갈이 찢어 죽일 것이다. 빨리 사라지는 게 신상에 이로웠다. 5일을 쉬지 않고 줄행랑 쳐서 와이번들의 영역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뽀족산 영역을 빠져나오자 골드와이번 말대로 거대한 산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발 10,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산 중턱부터 하얗게 눈이 덮여있었다. 이제 저 산들을 뚫고 1만리, 약 4,000km를 가야 한다.
그야말로 죽음의 행군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나에게는 마법이 있고 아공간 안에는 먹을 것이 넘쳐 난다. 평지처럼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하루에 40km 이상은 갈 수 있을 것이다. 넉넉잡고 4개월이면 데쓰산맥을 넘어서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데쓰산맥에 들어서기 전에 뭔가 챙겨가야 할 것 같았다.
“두리안? 지금 저 데쓰산맥을 넘으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네 주인님. 어쩌면 다시는 못 돌아 올 수도 있겠죠?”
“뭐 그럴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돌아 올 거야. 떠나기 전에 아공간에 상품 좀 더 채워서 가자”
“어떤 상품을요?”
“악어 가죽”
나는 늪지의 섬으로 텔레포트(Teleport)했다. 늪지까지 오는데 필요 마나가 9,000에 이르렀다. 나의 마나 총량이 10,000인데 90%의 마나가 빠져나간 것이다.
심장이 쫄깃하고 가슴이 허전해서 10분정도 누워있어야 했다. 또 마나를 채우기 위해 이틀 동안 사냥을 하지 않고 주변을 살펴보기만 했다.
레비탄은 여전히 많다. 족히 수백만 마리는 되어 보인다. 늪지도 거대하지만 그 늪지의 절반은 레비탄들이 차지 하고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 두 달을 머무를 생각이다. 2달 동안 최대한 레비탄를 잡아서 아공간을 채울 생각이다.
섬 크기가 제주도와 비슷한 면적이다 보니 구역을 60개로 나누어서 사냥하기로 했다. 하루에 10곳을 사냥할 것이며, 한번 사냥한 자리는 6일
동안 방치한다. 레비탄들이 사라진 자리에 다른 놈들이 들어와 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사냥을 시작하였다.
일단 1구역에서 아이스필드(Ice Field)을 띄엄띄엄 3개 펼쳤다. 아이스필드(Ice Field)가 형성되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자, 사방에서 레비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0분도 안되어서 3개의 아이스필드(Ice Field) 위에 레비탄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썬더크로스, 썬더크로스, 썬더크로스”
나는 각각의 아이스필드(Ice Field)에 썬더크로스(Thunder Cross)를 하나씩 날렸다. 각 필드에서 수십개의 전기구체가 필드 위 사방으로 비산하면서 전기를 발산 하였다.
-파직파직 파지지지직
-츠츠츠츠츠츠
-파지지지지지직
아이스필드(Ice Field) 전체가 시퍼런 스파크에 뒤덮이며 빠른 속도록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전기 스파크는 필드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확산 되며, 주변에 모여있던 레비탄들까지 감전시켜버렸다.
20초가 지나자 아이스필드(Ice Field)의 얼음은 전부 녹아 없어지고 필드가 있던 자리에는 수많은 레비탄들이 배를 까 뒤집은 채 하늘을 보고 누워있었다.
두리안는 능수능란하게 죽은 레비탄들을 아공간으로 이동 시켰다. 3개 아이스필드(Ice Field)에서 죽은 레비탄의 숫자는 820마리였고, 기절한 레비탄의 수는 300마리 정도 되었다.
대체로 필드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거나 필드 주변에 있던 레비탄들이 죽지 않고 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절한 레비탄들은 라쿤의 포식자 능력으로 모두 해치워버렸다.
나는 1구역에서 아이스필드(Ice Field) 3개를 펼쳐 도합 1,220마리의 레이탄을 사냥했다. 1구역의 사냥을 끝낸 뒤, 곧바로 2구역으로 이동했다. 1구역과 2구역은 대략 2km 떨어져 있다. 플라이(Fly)로 이동하면 2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하루 10개 구역을 돌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대략 1개 구역에서 사냥하는데 소요 시간은 이동시간, 사냥시간, 그리고 두리안의 사체 해체 시간까지 총 40분 정도 된다.
2구역에서도 사냥 패턴은 동일하다. 3개의 아이스필드(Ice Field)를 설치하고, 썬더크로스(Thunder Cross) 3개를 날리고, 두리안과 라쿤이 정리한다.
일정한 패턴으로 하루 10개 구역을 돌고 나면 땅거미가 지는 저녁 시간이 된다. 저녁을 먹고 잠시 두리안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든다.
나는 2달 동안 동일한 패턴으로 사냥을 지속했다. 지겹기도 했지만 이게 다 돈이라고 생각하니 참고 견딜 수 있었다.
2달 동안 총 78만 마리 레비탄을 잡았다. 기존에 잡은 6만 마리와 합쳐 84만 마리 레비탄 가죽을 획득했다. 엄청난 숫자이다. 레비탄의 가죽 무게만 해도 42,000톤 이다.
욕심 같아서는 늪에 있는 레비탄을 다 사냥하고 싶지만 이놈들도 늪지의 생태계를 이루는 일원이다. 이놈들이 없다면 늪도 사라질지 모른다. 나는 아쉽지만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사냥을 마친 시점에서 나는 211레벨을 달성했다. 레비탄이 아무리 경험치를 적게 준다 하지만 78만 마리나 잡았다. 레비탄 1마리를 사냥하면 경험치 250을 준다. 그리고 가죽을 제외한 부산물을 라쿤이 먹으면 50의 경험치를 준다. 한 마리에 총 300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2달 동안 레비탄 사냥으로 468,000,000(특전 2배 적용) 경험치를 얻었다.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얻은 것이다.
나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라쿤의 3차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시스템 창을 열었다.
이름 : 강철민
종족 : 인간
레벨 : 211
직업 : 8서클 마법사
특전 : 경험치 2배 적용(영구적)
힘 : 360/체력 : 322/민첩 : 350/지력 : 730/정신 : 475
생명력 : 10,320, 마나: 12,050
공격력 : 4,620 / 방어력 : 4,470 / 회피력 : 3,500
마법공격력 : 7,300 / 마법방어력 : 4,750
소지금액 : 0 , 스텟포인트 : 45
장착장비
무기 : 라쿤(에고무기, 고스트블레이드, 전설)
방어구 : 늑대가죽 상.하의, 늑대가죽신발, 늑대가죽장갑, 늑대가죽모자
마법스킬
[쉴드] [블링크] [기가라이트닝] [아이스포그] [소닉바스터]
[힐] [플라이] [텔레포트] [아이스필드] [썬더크로스]
아공간 : 2,097,152톤 제한
남은 스텟포인트를 모두 지력에 투자하였다. 그리고 라쿤의 상태 창을 열었다.
라쿤 (에고무기, 고스트블레이드, 전설)
공격력 : 3,000, 방어력 1,500
식신(S) - 패시브스킬
-5m 범위 내에 있는 다수의 적을 투명 상태로 공격한다.
-적의 모든 공격을 스스로 막는다 (방어 강도에 따라 마나 소모)
-적을 공격할 때마다 적의 생명력을 흡수한다.
-적의 사체를 포식하여 대량의 경험치를 습득한다.
“우와, 정말 끝내준다. 라쿤 너만 있으면 혼자서 군대도 상대할 수 있겠다”
나는 3차 능력을 개방한 라쿤이 너무도 고마웠다. 라쿤으로 인해 1인 군단이 된 것이다. 지금 당장 전장 한복판에 던져 져도 혼자서 수백, 수천 명의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나의 쉴드(Shield)마법과 라쿤의 식신 스킬만 있다면 수천 명의 군대와 전쟁을 한다 해도 지지 않을 것이다. 아공간도 이제는 용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프리실란드 대륙는 봄이 왔다. 하지만 설산 지역인 데쓰산맥으로 가야 하는 나는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데쓰산맥 초입으로 텔레포트하는 순간 그곳은 눈보라가 치는 무척 추운 지역이기 때문이다.
늪을 떠나지 전에 레드 드레이크 카이돈의 알이 있던 동굴에 들렸다. 알이 부화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알은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온기를 품고 있는 것을 보니 죽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늪지섬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데쓰산맥으로 이동했다
“텔레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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