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드래곤 마법시스템을 계승하다.
나는 짙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고, 심지어 눈동자는 물론이고, 머릿속으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한 상태로 어둠 속에 서 있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다.
몸이 아프거나 속박당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건 어둠만이 가득한 세상, 생각도 기억도 모두 잡아먹어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백치의 상태가 된 듯 텅 빈 상태, 내가 느끼는 세상은 어둠 속에 갇힌 공허한 세상이었다.
이질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시스템 승계 작업을 진행합니다]
[시스템 승계자의 신체를 분석합니다]
[시스템이 인간 사용자에게 맞게 초기화됩니다]
- 시스템 초기화 0%
-시스템 초기화 1%
-시스템 초기화 2%
···
어느 순간 어둠 속 먼 곳에서 한 점의 빛이 보였다. 한 점에서 시작한 빛은 점점 주변의 어둠을 잡아먹으며 덩치를 키우더니 큰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로 인한 빛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주위의 모든 어둠을 순식간에 잡아먹고,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 시스템 초기화 99%
-시스템 초기화 100%
[시스템 초기화를 완료했습니다]
[현 시간부터 시스템은 사용자 강철민에게 귀속됩니다]
[시스템의 최초 인간 사용자가 되셨습니다]
[최초 사용자에 한해 특전이 부여됩니다]
[습득 경험치 2배 특전이 영구적으로 부여됩니다]
시각이 돌아왔다. 서서히 주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소리가 들렸다. 지하수가 흐르는 소리, 날벌레들이 날아다니는 소리, 그리고 굳었던 몸이 점점 풀려왔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배를 깔고 엎드려있는 골드 드래곤 라쿤.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죽은 것 같다.
라쿤에게 다가가 눈을 감고 잠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라쿤을 묻어줄까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저렇게 큰 덩치를 묻을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이 동굴의 입구를 막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백 배는 쉬울 거다.
골드 드래곤 라쿤이 주었다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일단 주먹을 허공을 향해 뻗어 보았다.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몸 구석구석을 만져보았다. 몸도 이전과 비교하여 딱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뭘 줬다는 거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조금 전 몸이 굳어있을 때, 무슨 말을 들은 것 같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쓰벌 도마뱀 새끼에게 속은 건가! 만약 속인 거라면, 이 알은 확 깨부숴서 후라이 해 먹어 버린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 동굴을 벗어나고 싶었다. 동굴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라쿤의 꼬리 근처에 볼품없이 나뒹굴고 있는 등산 배낭을 발견했다.
등산 배낭에는 이것저것 많은 물품이 들어있다. 라면, 오곡 세트, 커피믹스, 초콜릿바 등의 비상식량과 비누, 치약, 칫솔, 수건, 여분의 옷과 속옷 등이 들어있다. 휴대용 버너와 코펠, 랜턴, 라이터도 있었지만···
‘휴대폰이 안 보이네. 뭐 어차피 여기서는 쓰지도 못할 테니···’
항상 손에 쥐고 있던 터라 차원을 넘을 때 놓친 것 같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배낭을 등에 메고 떠날 준비를 했다.
프리실란드 대륙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다 비슷할 것이다. 일단 도움을 청해 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라쿤을 바라보았다. 속은 것이 화가 나서 꼬리를 힘껏 발로 찼다. 라쿤의 가죽은 마치 바위와 같았다. 튼튼한 등산화를 신고 있었지만, 발가락에서부터 전해지는 아픔에 저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아오, 씨팔~”
그런데 그때,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골드드래곤 라쿤의 심장에 새겨진 영혼의 파편이 자기 몸을 제물로 바쳐 에고무기가 되고자 합니다. 에고무기를 습득하시겠습니까?]
“헉! 뭐야? 누, 누구세요?”
깜짝 놀라서 동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지만 라쿤의 사체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여성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골드드래곤 라쿤의 심장에 새겨진 영혼의 파편이 자기 몸을 제물로 바쳐 에고무기가 되고자 합니다. 에고무기를 습득하시겠습니까?]
그제야 이 목소리가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무언가 준다고 하니 받고 보자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습득합니다.”
내 말과 함께 죽은 라쿤의 몸에서 푸른색 빛이 뿜어져 나와 몸 전체를 감쌌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면서 라쿤의 거대한 몸도 빛과 함께 사라졌다.
라쿤의 사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조그마한 단검 한 자루가 떨어져 있었다. 누런 가죽 칼집 속에 담긴 단검은 군용 대검 정도 크기로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가가 단검을 집어 들자,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에고무기 단검을 습득하셨습니다. 습득하신 에고무기는 사용자 강철민 님에게 귀속됩니다. 에고무기의 이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부여하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이름 : 강철민
종족 : 인간
레벨 : 1
직업 : 입문자
특전 : 경험치 2배 적용(영구적)
힘 : 15 / 체력 : 12 / 민첩 : 5 / 지력 : 7 / 정신 : 1
생명력 : 320 / 마나: 80
공격력 : 265 / 방어력 : 160 / 회피력: 50 /
마법공격력 : 70 / 마법방어력 : 10
소지금액 : 0 , 스텟포인트 : 0
무기 : 단검(에고무기,전설) - 이름을 정할 수 있습니다.
방어구 : 등산복 상.하의, 등산화
마법스킬 : 비활성 (10레벨 달성 시 오픈)
아공간 : 1,000kg 제한
내 눈 앞에 펼쳐진 홀로그램 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PC게임에서 보던 시스템 창이 눈앞에 나타나 있는 것이다. PC게임에서는 모니터 화면 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홀로그램이라는 것이 다를 뿐 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드래곤 일족의 유산이란 것이 시스템 창이라고?”
스스로 위대하다고 부르짖던 드래곤들이 이런 트릭을 쓰고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알던 캐스팅 없는 용언마법이니, 드래곤의 권능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시스템으로 발현된 능력이었던 거야?"
“캬~이런 개 쓰레기 도마뱀 새끼들···위대한 종족은 개뿔”
드래곤들에게 걸쭉하게 욕 한 바가지 퍼부어 주었다.
나는 시스템 창의 정보를 확인했다. 나의 신체 스텟은 볼 것이 없다. 그러나 인간 최초의 시스템 사용자라는 특전으로 경험치를 2배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PC게임에서 최초로 던전을 발견하면 발견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 경험치의 2배를 주는 일회성 보상과 비슷하지만, 이 드래곤의 시스템은 영구적으로 2배를 준다고 하니 확실히 특전이라 할만했다.
다음으로 에고무기라고 표기된 단검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아래로 설명이 덧붙어 나왔다
단검(에고무기, 전설) - 이름을 정할 수 있습니다.
-공격력 115
-포식(A)- 엑티브스킬
-적의 사체를 포식하여 경험치를 습득한다.
[2만 년을 산 에인션트 골드드래곤 라쿤이 자신 영혼의 일부를 심장에 새겨 넣고 신에게 자기 몸을 제물로 바쳐 탄생한 에고무기이다. 스스로 주인을 선택할 수 있으며, 한번 주인을 선택하면 주인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주인에게 귀속된다. 주인의 성장과 더불어 성장하며, 성장을 통해 더 강한 무기로 진화한다.]
“공격력이 왜 이리 높나 했더니 단검 때문이었구나. 포식이라는 스킬은 완전 시체처리용 스킬이네”
단검의 포식 스킬이 마음에 차지 않았지만, 에고무기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부분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이름을 정해야겠다고 마음먹으니 시스템이 다시 물어온다.
[에고무기의 이름을 정하시겠습니다?]
“그래, 이름은··· 라쿤, 라쿤이라고 정하겠다.”
[에고무기의 이름이 라쿤으로 변경됩니다.]
웅~웅~
시스템에서 에고무기의 이름이 단검에서 라쿤으로 변경되자, 내 손에 들려있던 단검에서 2번의 짧은 진동이 울렸다. 이름에 마음에 드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이름이 라쿤이었으니 그의 영혼이 담긴 무기도 라쿤이라 부르고 싶었다.
다음으로 마법 스킬을 눌러보았으나 비활성 상태라서 그런지 눌러지지 않았다.
아공간을 살펴보기 위해 손끝으로 아공간을 터치하자 하단으로 추가적인 설명이 나왔다.
아공간 : 1,000kg 제한
-10레벨 달성 시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된다.
-부피는 제한이 없으며, 무게 1,000kg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오직 생명이 없는 존재만 아공간에 보관할 수 있다.
(단, 특별한 생명체의 경우, 아공간 안에서 거주할 수 있다.)
“이건 진짜 맘에 든다. 물건을 얼마든지 넣어서 보관할 수 있다는 거잖아.”
등산 배낭을 아공간에 넣어보았다. 배낭에 손을 대고 아공간을 생각하자 배낭이 수식 간에 아공간 안으로 사라졌다. 배낭을 떠올리며 꺼내겠다고 생각하자 내 앞에 사라졌던 배낭이 나타났다.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물건이 많아지면 내 기억력에 의존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배낭을 다시 아공간에 넣고, 라쿤의 알도 아공간에 넣으려다 잠깐 멈칫했다. 생명이 없는 존재만 아공간에 보관이 가능한데 라쿤의 알은 살아있는 알이라서 아공간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특별한 생명체는 아공간에 거주할 수 있다고 했으니,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라쿤의 알을 아공간에 넣어보았다.
“어~들어갔다. 역시 드래곤이 특별하기는 하지. 하하하!"
나는 시스템 창을 닫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래 돈을 많이 벌자. 억수로 버는 거야. 나에겐 시스템도 있고, 아공간도 있어. 잘만 활용한다면 재벌이 될 수 있다. 왕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부자가 되는 거야. 그리고 강해지자.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 거야."
지구에서 살던 나는 돈도 없고, 능력도 없던, 그래서 남들의 무시 속에 살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프리실란드 대륙에서 나는, 시스템이라는 전대미문의 힘을 소유한 특별한 인간이 될 것이다.
나는 강해지고 부자가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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