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레드와이번 사냥 (2)
“헉, 재 지금 뭐하는 거야?”
“브래스예요. 브래스···.빨리 피···.”
두리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마법을 시전 했다.
“텔레포트”
내가 구덩이에서 사리지는 순간, 거대한 화염방사기에서 뿜어진듯한 불벼락이 구덩이를 가득 채웠다.
나는 절벽 중턱에 있던 조그마한 동굴로 텔레포트(Teleport) 했다.
“후아···뒈질뻔 했네··· 와이번도 브레스를 쓰는 거야?”
“와이번도 브레스가 있어요. 다만 드래곤 처럼 매번 쓰진 못하고요. 일정 기간 동안 힘을 축적해야만 한번 쓴다고 해요.”
“그럼 다음에는 못 쓰겠네? “
“당분간은 못 쓰지 않을까요”
“이 자식을 어떻게 죽이지···어휴···성질 난다”
“참으세요. 주인님.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 거에요”
“두리안 아까 잘린 꼬리 챙겨왔지?”
“네···여기요”
두리안이 아공간에서 와이번의 잘린 꼬리를 꺼냈다. 아직까지 녹색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가죽에 마법저항이 있어서 마법이 안 통한다 해도 안에 살이나 내장은 통하겠지?”
“············..?”
“시험해 보자. 이놈 꼬리 안쪽에 있는 살들이나 녹색피에 마법이 통하는지 시험해 보면 알겠지”
“주인님, 통한다 해도 와이번의 가죽을 어떻게 잘라 내시려고요?”
“라쿤이 있잖아. 라쿤이 내 마나를 쓰면 잘라낼 수 있다”
“하지만 마나를 너무 많이 쓰잖아요. 잘못되기라도 하면···..”
“괜찮아 두리안. 어차피 여기에서 도망치지 않은 이상 저놈과 결판을 지어야 해. 그래야만 뽀족한 산을 넘어서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나갈 수 있어”
“네..주인님”
나는 와이번의 꼬리에 이것 저것 실험을 했다. 역시나 가죽 안쪽은 다른 몬스터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날 밤 와이번 사냥 전략을 세웠다.
다음날 텔레포트(Teleport)를 통해 다시 절벽 위로 올라갔다. 조금 기다리자 와이번이 뽀족산에서 날아오는 게 보였다. 나는 와이번을 보자마자 어제 팠던 구덩이 안으로 뛰어 내렸다. 구덩이 옆 쪽으로 3m 깊이의 구덩이를 하나 더 파서 L형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두리안에게 말했다.
“두리안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네가 시선을 끌어 주기만 하면 돼. 정 위험하면 옆 쪽으로 파 놓은 구덩이로 들어가 있으면 된다”
“알겠어요. 주인님”
잠시 기다리자 와이번이 지상에 착륙하는 소리가 들렸다.
-꿍~
나는 몸에 투명마법을 시전 하고 옆 쪽으로 난 구덩이로 들어갔다.
-꽈라라라라라
와이번이 괴성을 지르며 구덩이 안에 있는 두리안을 노려 보았다. 두리안은 폴짝폴짝 뒤며 와이번을 향해 도발을 했다. 와이번은 주둥이를 구덩이 안으로 집어넣고 침을 뚝뚝 흘리며 두리안을 잡아먹을 듯 위협하기 시작했다.
두리안이 계획대로 잘 해내고 있자 다음 계획을 진행했다.
“블링크”
나는 7서클 블링크(Blink)로 와이번 뒤쪽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플라이”
다시 플라이(Fly)로 20m 상공으로 올라간 나는 라쿤을 뽑아 들고 말했다.
“라쿤 내 마나를 얼마든지 써도 좋아. 저놈의 가죽을 뚫고 딱 20cm만 잘라 주기만 하면 돼”
라쿤은 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검신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라쿤을 역수로 쥔 채 두손으로 손잡이를 거세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플라이(Fly)를 해제하여 자연낙하로 와이번의 등에 떨어져 내렸다. 와이번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실제 떨어진 거리는 5m밖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와이번의 등에 착지하면서 온 힘을 다해 라쿤을 놈의 등에 쑤셔 박았다.
-푹
‘헉···으으으~’
라쿤의 검신이 손잡이만 남기고 와이번의 등으로 박혀 들어갔다. 동시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고통이 찾아왔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크라라라라라~~~~
와이번은 갑자기 등을 꼬챙이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오자 고개를 쳐들고 괴성을 질렀다. 고개를 돌려 내가 등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는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대며 나를 떼어내려 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라쿤의 손잡이를 두손으로 꽉 잡은 채 버티고 있었다. 라쿤은 아주 조금씩 조금씩 와이번의 가죽을 잘라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렸다.
아무리 몸을 뒤척여도 내가 떨어지지 않자, 놈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 높은 곳에서 올라간 놈은 좌우로 몸을 흔들고 지상으로 수직 낙하를 하는 등 나를 등에서 떼어내려 애를 썼다.
나는 놈의 엄청난 속도와 그에 따른 공기의 압력으로 정신이 없었다. 특히 수직 낙하할 때는 몸이 위로 떠올라 자칫 라쿤의 손잡이를 놓칠뻔하기도 했다. 죽어도 놓지 않겠다고 머리 속으로 수백번 다짐하며 입술을 꽉 깨물고 버텼다. 입술이 찢어지고 입가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내는 고개를 약간 들어 라쿤이 박힌 놈의 등을 보았다. 약 14cm 정도 찢어져 있었다.
‘이 정도면 해볼만 하겠어’
나는 오른손을 놈의 찢어진 등가죽 속으로 집어넣었다.
“기가라이트닝”
6서클 기가라이트닝(Giga Lightning)을 시전 하자, 수만볼트의 전기가 내 오른손에 모이면서 동그란 구체를 형성하였다.
나는 와이번의 체내에서 만든 전기구체를 손을 빼 냄과 동시에 놈의 몸속으로 쏘아버렸다. 그리고 라쿤을 뽑은 다음 바로 플라이(Fly)를 시전하여 놈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파직 파직 파츠츠츠츠츠츠
수만볼트의 전기가 놈의 혈액을 타고 전신의 퍼져나가며 살과 장기를 녹여버리기 시작했다. 와이번은 그대로 몸이 굳으며 지상으로 낙하했다.
-꽝 꽈광~~
놈이 지상에 추락하며 내는 광음은 마치 다이너마이트 수백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듯한 폭발 소리였다. 떨어진 자리는 땅이 꺼지면서 직경 100m에 이르는 분화구가 만들어졌다.
나는 놈이 추락한 곳에 내려 섰다. 와이번의 잘려나간 등가죽과 녹아 없어져 버린 눈구멍 속에서는 아직도 시퍼런 전기가 파지직 거리며 스파크를 내 뿜고 있었다.
“탄 냄새가 진동하는 거 보니 내장이 다 녹아 버린 거 같네. 하긴 몇 만 볼트짜리 인데 니가 견디면 드래곤이지 와이번이겠냐”
오랜만에 시스템 창에서 알림메시지가 들려왔다.
[경험치 4,200,000 얻었습니다.
특전에 의해 2배의 경험치를 적용 받습니다]
[힘 35 /체력 35 /민첩 40 /지력 80 /정신 80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후아···.고맙다. 도마뱀아. 그런데 이렇게 강한데 특수 생명체가 아니네”
시스템은 와이번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특수 생명체가 아니라 일반 몬스터라는 말이었다. 경험치가 8,400,000에 레벨이 9씩이나 올라 166레벨이 되었다.
나는 구덩이로 가서 두리안을 데리고 나왔다
“우와, 우와, 주인님···..주인님 정말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와이번을 ······흑흑”
갑자기 두리안이 울기 시작했다.
“또, 왜 우냐?
“너무 기뻐서요. 너무 기뻐서요. 주인님···흑흑”
사실 두리안은 구덩이 속에서 무척 걱정을 했었다. 내가 강하기는 하지만 마법이 통하지 않은 와이번에게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자신을 따로 구덩이 속에 남겨 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와이번을 죽였다. 마법이 안 통한다는 와이번을 마법으로 죽였다. 이것은 분명 드래곤만이 할 수 있는 권능이라고 생각했다.
“알았어. 두리안. 맘껏 기뻐해도 돼. 하지만 일단 저놈 내장이 다 타버린 것 같은데 뭐 건질 거 있는지 봐줘”
“네 주인님”
두리안이 와이번 곁으로 가서 검수를 했다.
“주인님, 와이번의 내장은 말씀하신 대로 쓸만한 게 없어요. 하지만 뼈와 가죽은 상하지 않았어요. 사실 와이번은 거래에 대한 기록이 없기에 선조들도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제가 보건데 와이번의 뼈와 가죽은 그 어떤 몬스터의 가죽이나 뼈보다 튼튼해요. 다시 말해 가치를 따질 수 없어요”
“호오···그래?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지, 마법 저항력이 있는 가죽과 몇 만 볼트 전기에도 부서지지 않은 뼈라면 이 세상 어떤 것보다 가치가 있겠다”
“네···그래서 말인데요. 나중에 이놈의 가죽과 뼈로 주인님의 갑옷을 만들면 어떨까요?”
“흠,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일단 해체 작업 부탁할게”
“네. 주인님”
나는 두리안에게 해체 작업을 지시하고 라쿤을 뽑아 들었다.
“라쿤 이번엔 네가 아니었으면 저놈을 잡지 못했을 거야. 고맙다. “
나는 라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제일 큰 공을 세웠는데 라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저놈의 생명력을 네가 가질 수만 있었다면 이번에 다시 한번 진화를 했을지 모르는데···.”
-웅우우우웅~~~
라쿤이 손 안에서 길게 울부짖었다. 마치 괜찮다는 듯 나를 위로 하는 듯 했다.
나는 시스템 창을 호출했다.
이름 : 강철민
종족 : 인간
레벨 : 166
직업 : 7서클 마법사
특전 : 경험치 2배 적용(영구적)
힘 : 295/체력 : 255/민첩 : 280/지력 : 625/정신 : 375
생명력 : 8,300, 마나: 7.300/10,000
공격력 : 3,970 / 방어력 : 3,800 / 회피력 : 2,800
마법공격력 : 6,250 / 마법방어력 : 3,750
소지금액 : 0 , 스텟포인트 : 9
장착장비
무기 : 라쿤(에고무기, 소드블레이드, 전설)
방어구 : 늑대가죽 상.하의, 늑대가죽신발,
늑대가죽장갑, 늑대가죽모자
마법스킬
[쉴드] [블링크] [소닉바스터] [아이스포그] [기가라이트닝]
[힐] [플라이] [텔레포트] [디그]
아공간 : 131,072 t 제한
나는 여전히 마나량이 아쉬웠다. 하지만 마나량을 증가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스텟 올리는 거 말고는 없었다. 나는 스텟포인트 9 를 지력에 투자하고 시스템 창을 닫았다.
“두리안 현재 아공간 사용량이 얼마나 되지?”
“현재 총 131,000톤 중에서 15,000톤 가량 사용하고 있어요”
“허···빈자리가 엄청 많이 남았네”
“네···아무리 채워도 늘어나는 용량을 따라가지 못해요”
“일단 알았어. 차차 생각해 보자”
“네..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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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두리안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뽀족산으로 출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두리안이 나에게 소리쳤다.
“와, 와이번이 또 와요. 주인님”
“뭐, 한 마리가 아니었던 거야?”
두리안이 가르키는 뽀족산 쪽을 바라보자 와이번으로 보이는 세 마리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에이씨 X됐다. 마나도 없는데···”
나는 두리안을 아공안에 넣었다. 여차하면 텔레포트(Teleport)로 도망갈 생각이었다.와이번 세 마리는 내가 서있는 상공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마치 공격 의사가 없다는 듯 큰 원을 그리며 선회만 하고 있었다.
세 마리 모두 몸 색깔이 달랐다. 녹색, 검은색, 금색 이었다. 죽은 와이번은 붉은색이었다. 그 중 금색 와이번은 다른 놈들보다 상당히 컸다. 다른 와이번의 크기가 20m정도인데 금색 와이번은 30m 정도 되어 보였다. 그래도 골드드래곤 라쿤에 비하면 어린애 수준이었다. 골드드래곤 라쿤은 서 있을 때 키가 30m였다. 전체 길이를 따진다면 70m는 넘었을 것이다.
나는 라쿤을 뽑아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상공을 선회하던 금색 와이번이 지상으로 하강하기 시작하자 나머지 두 마리도 지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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