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새로운 마법실험
실험의 순간은 오래되지 않아 찾아왔다. 혼자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던 오우거를 발견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후 디그(Dig) 마법으로 이전보다 훨씬 깊게 구덩이를 팠다.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고 전격 마법을 실험하여 최적의 마법을 찾는 게 목적이다. 곧 다시 오우거에게 다가가 파이어랜스(Fire Lance)을 쏘며 도발을 시도했다.
구덩이 앞에서 유인하는 나를 보고 오우거가 눈을 번뜩이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더니, 용감무쌍한 기백과는 다르게 허무하게 구덩이 속으로 빠졌다.
크아아아아아아~
구덩이 속에서 괴성을 지르며 날뛰고 있는 오우거, 나는 구덩이 앞으로 다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 시작해 볼까, 먼저 제일 약한 거부터···.”
“라이트닝 쇼크”
2 서클 라이트닝쇼크(Lightning Shock)는 전기 충격으로 기절시키는 마법인데, 잠시 부르르 떠는 정도 말고는 오우거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기분 나쁜 아픔을 주고 있는 나를 올려다보며 연신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 크아아아앙~
눈은 분노로 인해 충혈되다 못해 실핏줄이 터져,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관심도 두지 않고 곧바로 2번째 마법을 시전했다.
“라이트닝 스피어”
3 서클 라이트닝스피어(Lightning Spear)는 전기 창으로 공격하는 마법이다. 라이트닝스피어(Lightning Spear)가 놈의 팔에 꽂히자마자 온몸으로 전기를 발산시켰다. 그 자리에서 마비된 듯 4초를 부르르 떨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5초도 안 되어 다시 일어나 주먹으로 벽을 치고 발로 땅을 구르며 난동을 부렸다.
“햐~ 3 서클 마법으로는 어림도 없네. 4 서클도 견뎌낼 수 있을까?”
“라이트닝브레이드”
라이트닝블레이드(Lightning Blade)가 놈의 가슴을 강타하면서 역시 온몸을 전기로 감전시켰다. 미세하지만 살 타는 냄새가 올라온다. 하지만 오우거는 잠시 쓰러졌다가 일어나 앉았다. 7~8초 정도 기절한 것이다.
그리고 또 주먹으로 벽을 치고 발로 땅을 구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는 오우거의 강함에 놀라움을 느꼈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구나, 부러울 따름이다. 이제는 5 서클 마법을 쓸까 말까 고민이 되네"
혹시 죽어버리면 실험체를 다시 구해야 하는데, 오우거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하지 않을 수 없기에 죽지 않기를 바라며 마법을 시전했다.
“썬더캐논”
5 서클 썬더캐논(Thunder Cannon)이 시전되자, 손에서 전기 광선이 쏘아졌다.
지이이이잉-
썬더캐논(Thunder Cannon)을 맞은 오우거는 그대로 땅에 처박히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 댔다. 그러더니 사지가 축 늘어지며 죽은 듯 움직임이 없었다. 죽었을 거라 생각하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데 20초 안 되어 놈이 깨어났다. 잠깐 동안 기절했던 것이다.
5 서클 최고의 전격 마법인데 고작 20초 기절하고 일어났다. 그러나 몸 상태가 안 좋은지 더 이상 난동은 부리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와~ 정말 대단하다. 오우거 죽이려면 적어도 7 서클은 되어야 가능할 것 같아”
5 서클 마법의 효율에 약간 실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우거가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 내심 기쁘기도 했다.
'다른 5 서클로 한 번 더 해볼까?'
속으로 생각해봤지만 썬더캐논(Thunder Cannon)이 이 정도라면 다른 5 서클 마법이라 해도 큰 효과는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기절시키는 게 목적인데 적어도 썬더캐논으로 20초는 기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20초는 위험하다.
오우거의 심장을 라쿤으로 박아 넣기에는 약간 부족한 시간이다. 그리고 여러 마리의 오우거를 한 번에 사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절 효과를 극대화해서 최소한 10분 이상 기절시킬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어차피 전격 마법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고 한 것이니 이 정도면 충분해”
그때 문득 어젯밤에 떠오른 방법이 생각났다.
전기의 데미지를 더 높일 방법으로 수분이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위에 전기 마법을 쓰면 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3 서클 아이스포그(Ice Fog, 70)를 활용해 볼 생각이다. 아주 작은 얼음덩어리들이 안개 속에 섞여 있지만 공격 효과는 없는 마법이다. 그러나 시전 범위가 가로, 세로, 높이 10m * 10m * 10m로 꽤 넓은 편이며, 짙은 안개처럼 일정 거리 이상 시각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나는 오우거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1~2시간 기다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30분도 되지 않아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괴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
“헉! 깜짝이야. 휴~ 정말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이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실험을 재개했다.
“아이스포그”
3 서클 아이스포그(Ice Fog)가 시전 되자, 구덩이 안은 금방 안개가 차올랐다. 구덩이 밖으로도 안개가 차올라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런데 딱 10m까지만 퍼지고 더 이상 퍼지지 않았다
안개에서 한참 뒤로 벗어난 뒤, 4 서클 라이트닝블레이드(Lightning Blade)를 구덩이 안쪽으로 시전 했다.
"라이트 브레이드"
구덩이 안쪽에서 꽝~하는 폭발 소리가 들렸다. 안개 속 사방에 번개가 치고, 얼음 알갱이들이 서로 엮이면서 전기 그물이 만들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수백 개의 번개가 안개 속 지상으로 내려쳤다. 위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한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마법 2개를 동시에 사용 해 본 것인데 실제 위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각적인 위력으로는 5 서클 마법을 아득히 넘어선 듯 보였다.
원래 라이트닝블레이드는 5초짜리 전격마법이지만 아이스포그와 같이 썼더니, 8초간 번개를 동반한 스파크 공격이 펼쳐졌고, 8초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안개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안개가 사라진 자리에 드러난 처참한 광경.
구덩이 속엔 말라비틀어지고 새까맣게 타버린 오우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경험치 30,200 얻었습니다.
특전에 의해 2배의 경험치를 적용 받습니다]
[힘 4/ 체력 4/ 민첩 4/ 지력 6/ 정신 6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우아, 뭐, 뭐야 이게, 뭐가 이렇게 강해?”
“주인님, 오우거가 뼈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힝~ 근데 뼈도 가치가 없어져 버렸어요. 푸석푸석해서 금방 부서져요”
3 서클 아이스포그(Ice Fog)와 4 서클 라이트닝블레이드(Lightning Blade) 조합은 5 서클 마법을 까마득하게 넘어서 버렸다. 어쩌면 7~8 서클 단일 마법보다 강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이 조합은 범위 마법이다. 10m 안에 있는 놈들은 모두 새까만 미라로 만들 수 있다. 나는 엄청난 위력의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조합을 응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마법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해보자”
그날부터 오우거를 생포하기 위해 황무지 일대를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종일 돌아다녀도 오우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나서야 겨우 찾아냈다. 거대한 아울베어 한 마리를 어깨에 둘러메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오우거를 보고는 뛸 듯이 기뻤다. 오우거에게 달려가면서 5 서클 썬더캐논(Thunder Cannon) 마법을 소환했다.
“썬더캐논”
썬더캐논(Thunder Cannon)은 레이저 광선처럼 뻗어나가 오우거의 가슴을 강타했다. 키가 7m에 이르는 오우거가 뒤로 6m나 튕겨 나가며 땅바닥에 처박혔다. 몸 전체가 정전기로 감싸이며 시퍼런 스파크가 마치 그물처럼 놈의 온몸을 칭칭 감았다. 놈은 7초 정도를 바들바들 떨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생포 기회가 왔음을 직감하고 놈이 쓰러진 자리를 디그(Dig) 마법으로 통째로 파버렸다.
잠시 후,
구덩이 속에서 괴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오우거 실험체.
이번에 준비한 실험은 3 서클 아이스포그(Ice Fog)와 2 서클 라이트닝쇼크(Lightning Shock) 조합이다. 라이트닝쇼크는 전기충격으로 상대를 기절시키는 마법인데 단일 마법 데미지는 그렇게 높지 않다.
바로 아이스포그(Ice Fog)를 시전했다. 안개 지대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라이트닝쇼크(Lightning Shock)를 시전했다.
흰색 안갯속에서 시퍼런 스파크가 터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이번 조합에서는 번개가 등장하지 않았다. 약 10여 초 가까이 시퍼런 스파크가 안갯속에서 작열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죽었나?”
“기절한 거 같아요. 눈꺼풀이 뒤집혔어요. 이번에는 살 타는 냄새도 안 나는데요”
“혹시 모르니까 가까이 가지 마라. 좀 지켜보다가 확실해지면 가자”
“네, 주인님”
한참을 기다려도 오우거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발로 툭툭 오우거의 머리통을 찼다. 미동도 없었다.
“좋았어, 두리안 저놈 심장에 라쿤을 꽂아.”
“넵!!”
아공간에서 전에 사용하던 큰 돌을 꺼내어 두리안이 잡고 있는 라쿤의 손잡이를 힘껏 내리쳤다. 몇 번 내리치자 라쿤의 칼끝이 놈의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심장이 뚫린 오우거는 잠시 후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숨이 완전히 끊어졌다.
나는 드디어 오우거를 온전한 상태로 잡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시스템도 연신 알림 메시지를 보내며 경험치 폭탄을 던져주었다.
[경험치 30,200 얻었습니다.
특전에 의해 2배의 경험치를 적용 받습니다]
[힘 3 / 체력 3/ 민첩 3/ 지력 5/ 정신 5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날 저녁,
두리안과 함께 새로운 마법 조합 성공에 대한 자축 파티를 했다. 큰 뿔 사슴 고기와 샤벨타이거 고기, 그리고 깻잎을 비롯한 갖가지 야생 채소를 차려 놓고 배불리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커피믹스도 한 잔씩 마셨다. 두리안이 커피믹스를 아껴먹는다고 혀로 날름날름 찍어 먹는 것을 보며 한참을 웃어 젖히기도 했다.
“주인님은 진짜 천재예요”
“뭘 그 정도 가지고, 하하!”
“아니에요. 새로운 것을 만드신 거잖아요. 그건 골드 드래곤 라쿤님도 못하셨을 거예요”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겠지. 너무 강해서 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거야”
“뭐, 어쨌든요. 주인님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신 건 사실이잖아요. 헤헤”
“그래, 고맙다. 두리안”
“내일부터는 새로 만드신 마법으로 사냥하실 거죠?”
“응, 실험에는 성공했지만, 실전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까 내일부터 실전에서 사용하며 문제점을 보완해 가도록 하자.”
“네, 주인님”
다음날부터 황무지를 돌아다니며 조합마법을 사용하여 사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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